• 최종편집 2024-03-19(화)

오피니언
Home >  오피니언

실시간 오피니언 기사

  • [정재우 칼럼] 봄날은 온다?
    완연한 봄이다. 낮 기온이 15도. 사람들은 봄날을 맞으러 나간다. 산수유 가지마다 노오란 이파리가 움터 올라 호수공원 나들이객 시선을 사로잡는다. 도시의 폐와 같은 생태공원의 주말은 봄으로 충만하다. 겨우내 메말랐던 나무마다 생기가 넘친다. 따사한 봄기운을 맞아 사람들은 걷기를 즐긴다. 영아와 유아들을 앞세운 젊은 가족들의 행복한 표정이 반갑다. 반려견과 산책을 나온 무리도 적지 않다. 생태공원의 주인 큰부리큰기러기들은 이 봄을 더 즐기고 길을 떠날 모양이다. 잘 정돈된 호수공원엔 어김없이 평화가 내려앉았다. 지난 겨울 한파도 자취를 감추었다. 겨울비가 진눈깨비로 변하더니 봄눈으로 쌓이기도 했는데 이제 봄이다. 이런 계절의 순환을 보며 우린 희망을 품는다. 겨우내 가슴에 남은 삶의 생채기도 곧 사라지겠지. 그늘로 드리운 삶의 상흔도 봄눈 녹듯 사라지기를 바란다. 최근 저출생과 내국인 노동자 급감으로 외국인 노동이주자 문제가 심각하게 부상하고 있다. 250만이나 되는 이들은 임금 체납과 사업주로 인한 부당한 장시간 노동력 착취와 비인간적 대우를 받고 있다. 그들에게는 이 땅이 아직 봄날이 아니다. 불법 체류 노동자는 더 심한 차별과 구금을 당하고 있다. 그들에겐 여전히 삭풍이 몰아치는 한겨울을 지나고 있다. 최갑인 변호사는 그의 글에서 이렇게 말한다. “정부는 이주 노동자를 저출산과 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부족을 해소하기 위한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며, 열악한 노동 조건으로 내국인을 구할 수 없는 업종과 인구 소멸로 위기를 맞은 지역에 이주 노동자를 묶어두는 정책을 도입하고 있다. 이주 노동자는 사업주 동의 없이 사업장 변경이 어려운데, 최근에는 이에 더하여 사업장 변경을 특정 권역 내로 제한하고 있다. 농축산어업에 종사하는 이주 노동자는 법정 근로 시간의 적용을 받지 않아 장시간 노동 착취를 당하지만, 송출입 과정에 개입된 기관의 이탈 보증금 및 강제 저축 등을 통해 사업장에 묶이게 되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우리를 선진국 대열에 끼워주려는 선진국들은 이런 상황을 묵과하고 있는 건가? GDP 4만 불만 넘어서면 선진국인가? 우리 사회의 인권 수준을 제대로 알고 하는 말인가? 국민의식 수준이 높아지지 않는 한 우리는 결코 선진국에 진입한 게 아니다. 우리 사회의 그늘과 눈물을 보는 눈을 떠야 한다. 정호승 시인은 시로 우리의 봄날을 이렇게 기대했다. 《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그루 나무의 그늘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햇빛도 그늘이 있어야 맑고 눈이 부시다 나무 그늘에 앉아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을 바라보면 세상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 시인은 그늘이 된 사람을 노래한다. 한 그루 나무의 그늘, 삭막한 세상에 작은 그늘 같은 존재, 누군가에게 쉼이 되고, 기대고 싶은 어깨가 되고, 함께 눈물지어 줄 사람. 기다렸던 봄날로 다가오는 그런 사람의 공동체를 노래한다. 물가는 치솟고, 전세가는 천정부지로 오르고, 청년들은 연애도 결혼도 자녀도 꿈꾸기 어려운 세태. 우리들도 언제 봄볕이 쏟아지고 그늘에 앉아 반짝이는 햇살을 바라보게 될지 모른다. 모든 게 불확실하고 불투명하다. 그늘도 눈물도 아직 우리 곁에 있다. 하지만 그늘에서 함께 희망을 그려보자. 따뜻한 봄날의 햇살을 바라보자. 기어코 봄날은 온다. 시인은 결코 포기하지 않고 노래한다. 《 나는 눈물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눈물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방울 눈물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기쁨도 눈물이 없으면 기쁨도 아니다 사랑도 눈물 없는 사랑이 어디 있는가 나무 그늘에 앉아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의 모습은 그 얼마나 고요한 아름다움인가 》
    • 오피니언
    2024-03-19
  • [의정발언] 평택시문화예술회관 운영 개선에 대한 제언(7분 자유발언 전문)
    ▲ 7분 자유발언을 하고 있는 김혜영 의원 안녕하십니까! 평택시의회 기획행정위원회 김혜영 의원입니다. 최근 우리 시 공연단체 및 예술인들이 문화예술회관 대관에 많은 어려움을 호소하며 운영 개선에 많은 말씀을 주고 계시기에 본 의원은 오늘 평택시문화재단의 문화예술회관 관리·운영에 대해 말씀드리고 그 대안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500석 이상 공연장에는 무대전문예술인을 배치하여 공연자에게 안전과 편의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평택에서 가장 많은 예술활동을 하고 있는 남부문화예술회관의 경우 평택시문화재단의 요청에 따라 음향부문 3인, 조명부문 3인, 기계부문 1인과 하우스 매니저 1인의 인력을 배치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지역 문화예술인들이 자유롭게 문화예술회관의 여러 공간을 활용해 문화·예술 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문화재단 직원들은 상호 업무를 공유하고 예술가에게 기술지원에 소홀함이 없어야 합니다. 하지만 제가 2023년 평택시 문화예술회관 대관 현황을 살펴보면서 지역예술인들의 호소가 틀리지 않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한 해 동안 대공연장의 대관 및 기획공연 대관 가동일수는 남부 112일, 북부 44일, 서부 87일을 기록했습니다. 예술단체에서 문화재단 담당자에게 대관 가능 여부를 물어보면 가능한 날이 없다고 하는데, 실상 대관 현황 자료를 받아보니 공연장 가동률은 남부 49.3%, 북부 18.9%, 서부 35.5%였습니다. 문화관광유산과에서 수탁 운영 중인 한국소리터 지영희홀은 49회의 공연 대관으로 가동률은 28.1%였습니다. 2024년 한국소리터 수탁 금액은 8억5천여만 원입니다. 평택시문화재단에서는 근로기준법에 따라 주 52시간 이상 근무를 시킬 수 없어 대관 가동률이 떨어졌다고 합니다. 또한 대공연장 대관이 있는 경우 소공연장을 대관할 수 없어, 사유를 물으니 공연장 간 소리의 간섭이 생길 수 있어 대관을 함께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특히 예술인들의 불편 사항으로 다른 지자체 문화재단과 달리 평택시문화재단은 대관공고를 상·하반기로 나눠 진행하므로 신년 음악회는 12월에 되어서야 알 수 있으며, 가을 공연을 준비한다면 그해 6월이 돼서야 대관 허가 유무를 알 수 있기 때문에, 대관 허가를 받지 못한 공연단체는 한 해를 준비한 공연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고 고통을 호소하며 개선을 요구하고 있지만 변하지 않고 있습니다. 또한 문화예술회관 내에 값비싼 음향과 조명시설 그리고 전문인력까지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설 대관자가 별도의 음향과 조명을 임차하여 오라고 합니다. 자신들은 기본음향과 조명만 지원한다고 합니다. 사회자 마이크 하나 준비해 주고 조명 한 개 비춰 줄 거면 그리 비싼 장비를 구비할 필요가 있냐는 말도 들립니다. 지역의 여러 예술단체들은 지역문화발전을 위해 설립한 평택시문화재단 체제보다 4년 전 평택시 공무원이 운영했던 문화예술회관 사용이 훨씬 쉽고 편했다고 이야기들 합니다. 이에 본의원은 평택시 문화예술회관 관리 운영에 대해 두 가지의 제안을 하고자 합니다. 첫째. 문화예술회관의 운영 특성에 따라 재단 직원의 유연근무제를 도입 운영해야 합니다. 대부분의 공연은 주말과 저녁 시간에 있습니다. 시차출퇴근제, 선택적 근로시간제, 재량 근로시간제를 통해 공연 시간에 집중해 근무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이미 대부분의 공연장에서 유연근무제를 도입, 운영 중에 있습니다. 둘째. 민간위탁운영입니다. 평택시는 3개 시·군 통합 과정을 통해 3개의 문화예술회관이 있습니다. 문화재단 운영비를 제외하고도 세 곳 운영에 필요한 무대전문인력, 시설, 전기인력 등 시설운영비 20억1천5백만 원의 예산이 편성되어 있습니다. 공기관으로서 운영의 유연성이 어렵다면 위탁을 통한 운영 또한 방법이라 하겠습니다. 이미 많은 지자체에서 공연장을 민간위탁 중에 있으며, 위탁 금액 또한 직접 운영보다 현저하게 낮습니다. 연속된 위탁계약을 위해 다양한 공연 및 운영비 절감에도 노력하기에 지자체의 만족도 또한 높습니다. 지역문화진흥법에 따라 2020년 4월 출범한 ‘평택시문화재단’은 대표이사 포함, 정원 67명으로 올해 2024년도 출연금 127억6천7백만 원이 사업비로 편성되었으며, 이는 전년 95억4천 9백만 원보다 32억 원(33퍼센트) 증가한 금액입니다. 여기서 증가한 32억 중 인건비가 10억 원 증가했으며 시예술단 운영비 22억 원이 증가했습니다. 많은 예산을 지원하고 있으나 지역예술인 및 주민의 불편 사항은 여전히 잘 해소되지 않고 있습니다. 평택시문화재단 출범을 앞두고 있었던 지역사회는 전문성과 연속성 있는 문화정책 추진 및 생활 속 문화가 있는 풍요로운 삶을 시민에게 제공하여 문화복지를 실현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었지만 반대하는 여론도 있었습니다. 많은 예산 소비와 함께 문화예술진흥과 문화복지 증진을 위한 정책을 내세워 지역예술단체를 비롯한 예술인동호회가 소외받지 않을까 하는 우려 속에서 문화재단 출범에 반대하는 여론 또한 적지 않았음을 잊지 않기를 바랍니다. 평택시문화재단은 지역문화발전과 함께 지역예술인을 지원하고 뒷받침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기 위해 설립되었음을 잊지 말고, 문화재단 직원의 복무환경만큼, 지역예술인들의 공연환경도 다시 한번 돌아봐 주시길 부탁드리면서 7분 발언을 마치겠습니다. <2024년 3월 15일(금) 제245회 평택시의회 제2차 본회의 7분 자유발언 전문>
    • 오피니언
    2024-03-19
  • [정재우 칼럼] 생명 예찬
    고향에서 초등학교와 중·고교를 동문수학했던 절친의 최근 근황을 들었다. 두 딸이 30대 후반에 결혼해 큰딸이 외손녀를, 둘째 딸이 외손자를 낳아 육아 중에 있다고 했다. 4세와 2세인데 얼마나 보고 싶은지 퇴근과 동시에 외손주를 보러 매주 한 집에 한 번씩 보러 간다고 했다. 두 딸이 늦게 결혼하기 전까지는 반려견과 십여 년을 동거했다. 지금은 반려견이 세상을 떠나긴 했지만 다른 반려견을 키울 마음의 여지가 없다고 한다. 외손주가 얼마나 귀엽고 사랑스러운지 그럴 필요가 없다고 했다. 전에는 예상도 못 했던 생명에 대한 신기함과 신비함에 빠져있다. 옹알이를 처음 접했을 때, 뒤집기를 하고, 배로 바닥을 기어갈 때, 드디어 ‘할비’라고 자기를 부를 때 졸도할 뻔했다고 자랑이다. 친구는 70대 초반의 정형외과 의사이다. 동네 병원을 개업해 30년 이상을 근무하다가 최근에 봉직의(월급의사, 페이닥터)가 되었다. 그동안 30년은 승용차로 출퇴근을 했는데 지금은 지하철로 다닌다고 했다. 그래도 외손주 보러 가는 날은 거르는 일이 없다고 했다. 한 생명이 우리에게 미치는 행복과 감사의 밀도는 측량이 어렵다. 아이가 태어났을 때 누렸던 처음 부모로서 감격과 눈물을 어찌 잊을 수 있을까, 엄마가 처음으로 아이를 품에 안았을 때 느꼈던 심장 박동 소리를 어찌 잊겠는가. 천사도 부러워하는 아기의 선한 미소, 쌔근쌔근 잠자는 모습, 옹알이할 때 부모와 처음 나눈 대화들, 돌이 되기 전에 아장아장 걷던 모습, 달처럼 밝고 투명한 얼굴로 천국의 빛을 연상하게 했지. 필자의 손주들은 외손주가 2명, 친손주가 3명이다. 그 아이들이 자라서 고교 2학년부터 초등교 2학년까지 있다. 볼 때마다 얼마나 대견한지 모른다. 잘 자라주었고 큰 기쁨을 안겨 주었다. 엊그제 뉴스에 프랑스가 낙태 자유를 헌법에 수록하는 세계 최초 국가가 되었다고 국내외에 선포했다. 이것이 정말 자랑스러운 일일까? 여성의 몸은 여성이 모든 걸 결정할 수 있다고 선언한 것이다. 이 사실은 11월에 있을 미국의 대선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한다. 낙태 자유에 대한 허용과 반대를 놓고 정치적 대결이 이루어질 거란다. 대한민국은 작년 출산율이 0.65로 한층 더 떨어져 OECD 국가 중 최하위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이대로 나가면 66년 후 대한민국은 소멸된다고 예측하는 전문가도 있다. 선조들은 오늘의 우리를 어떻게 평가할까? 고난의 역사를 위해 피 흘려 지켜온 조국이 없어진다면 그들의 희생과 순국의 의미는 무엇인가? 반만년 역사로 이어져 온 우리의 나라가 이렇게 사라져도 좋은가? 생명은 축복이다. 하늘이 주는 최대 행운이다. 생명을 얻는 것은 천하를 얻는 것이다. 생명은 천대 만대 생명으로 생명을 이어 간다. 영혼이 깃든 생명은 존귀하다. 생명을 대신할 가치는 없다. 생명을 마음대로 지울 권리가 인간에게 있지 않다. 생명을 해치는 제도와 법은 반인륜이다. 생명을 거래하거나 죽이는 것보다 최악의 범죄는 없다. 자녀는 생명을 이어받았고 부모는 생명을 이어갈 천부의 의무를 가졌다. 생명이 생명으로 이어지기 위해 무제한의 헌신이 있어야 한다. 뼈를 깎는 희생을 지불해야 한다. 생명은 그만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생명을 노래하자. 생명을 존귀하게 여기자. 생명이 생명답게 하자. 생명을 위해 전 인류가 연대하자.
    • 오피니언
    2024-03-12
  • [의정발언] 관리천 화학물질사고 치유방안 강구 및 재발방지 촉구(5분 자유발언 전문)
    ▲ 5분 자유발언을 하고 있는 김상곤 의원 도시환경위원회 소속 평택 출신 국민의힘 김상곤 의원입니다. 오늘 본 의원은 지난 1월, 지역주민들을 악몽에 시달리게 했던 관리천의 화학사고로 인한 지역주민들의 치유와 하천 화학사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 줄 것을 촉구하고자 이 자리에 섰습니다. 푸른 물감을 풀어놓은 듯한 이 하천은 지난 1월 9일 화성시 소재 유해화학물질 보관창고에서 발생한 화재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인화성 액체가 소방수와 함께 관리천으로 유입되면서 하천이 오염되었습니다. 사고 당시 관리천은 진위천 합류부 직전까지 7.4㎞가 창고에 보관되어 있던 에틸렌디아민, 메틸에틸케톤, 에틸아세테이트 등의 상당량이 하천에 유입되었을 것으로 추정되었습니다. 해당 물질들은 「위험물안전관리법」에서 인화성 또는 발화성 등의 성질을 갖는 인화성 액체로 제4류에 해당하며, 특히, 에틸렌디아민은 표백제, 섬유처리제, 합성수지 등의 원료로 체내 흡입 시 알레르기, 천식, 피부염증 등을 유발하고 부식성이 있는 인체에 유해한 물질입니다. 그 결과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하고, 하천에서 먹이 활동을 하던 쇠백로는 화학사고로 죽은 물고기를 먹어 먹이사슬로 인한 생태계의 파괴 정도는 우리가 감히 짐작조차 하기 어렵습니다. 사고 발생 후 평택시는 오염수의 진위천 유입을 막기 위해 관리천 일대 방제둑을 설치하고 발생한 오염수 25만 톤 중 14만 톤 이상을 처리하였습니다. 화학사고 발생 후 37일 만에 환경부는 오염구간 수질검사 결과, 톨루엔 등 19개 항목 모두 수질오염물질 배출허용 기준치 이내이며, 특정수질유해물질 농도, 생태독성, 색도 등 수질측정 모든 항목이 환경부의 수질개선 목표를 충족했다며 하천 방류를 결정하고 16일 방제둑을 모두 철거했습니다. 이번 화학사고로 인한 하천 복구를 위해 평택시가 사용한 비용은 1천억 원에 달합니다. 이 금액은 한 해 예산이 약 2조3천억 원 정도인 평택시 예산의 4% 이상을 차지하는 금액으로, 평택시에서 발생한 사고가 아님에도 이 천문학적인 복구 비용을 평택시가 부담하는 것은 합당하지 않습니다. 환경부와 경기도는 재난관리 명목으로 총 60억을 화성과 평택에 각각 30억 원씩 지원하였습니다. 평택시는 나머지 비용을 관련 법에 따라 위험물질 보관업체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요구하고 구상권을 청구한다지만, 자본금 50억 원, 연매출 42억 원인 해당 업체로부터 배상을 받는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지사님께서도 사고 현장을 방문하여 오염수 처리, 지하수 및 토양오염 여부를 끝까지 확인하여 지역주민이 안심하고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하천은 위에서 아래로 흐를 뿐인데 천문학적인 복구 비용을 고스란히 떠안은 평택시의 재정적 어려움에 경기도가 적극 지원해 줄 것을 요청드립니다. 또한, 하천 화학사고 재발방지를 위해 경기도 차원에서의 수자원 관리체계를 마련할 것을 촉구하며 다음과 같이 제안드리고자 합니다. 첫째, 완충저류시설이 설치되지 않은 개별입지 공장 밀집지역에 대한 계획적 관리방안과 난개발 방지방안을 마련해 주시기 바랍니다. 둘째, 하천을 둘러싼 지역갈등 해소와 주민 중심의 하천 관리 및 감시체계 구축을 위한 협의체 구성과 활성화 방안을 마련해 주시기 바랍니다. 더 이상 오염수가 없다는 환경부의 결정으로 하천은 다시 흐르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파란 물빛과 색도가 완전하게 정상적이지 않음에도 성급하게 방류를 결정했다며 지역주민들은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지역주민들은 새해 벽두 이른 아침에 맡았던 매캐한 냄새, 생전 처음 본 파란 물이 흐르던 하천에 대한 공포, 하천의 오염으로 삶의 터전으로 평생 일구던 논밭이 오염되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으로 이전의 평온한 일상을 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천 화학사고가 우리에게 남긴 가슴 아픈 현실입니다. 지역주민들이 하루속히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천오염 처리결과와 토양오염 여부를 정확히 알려 하천 화학사고로 얻은 지역주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는 치유 방안을 마련하여 조속히 시행해 줄 것을 간곡히 요청드리며 5분 발언을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2024년 2월 29일(목) 제373회 임시회 제4차 본회의 5분 자유발언 전문>
    • 오피니언
    2024-03-12
  • [정재우 칼럼] 숭고한 소명
    새해 들어 또 한 명의 소방관이 인명을 구조하러 불 속으로 뛰어 들어가 생명을 잃었다. 자초지종을 따져 보기 전에 그럴 수 있는 용기가 어디서 온 것인지 생각하게 한다. 그것은 소명 때문이다. 단지 직업의식으로 소방관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소명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지난해 통계 발표에 의하면 모든 직업군 가운데 가장 존경받는 직업이 소방관으로 조사됐다. 이런 결과가 결코 우연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소명 의식이 분명한 직업군 사람들이기에 그러하리라 본다. 우리 사회는 이런 소명 의식을 가져야 하는 직업이 여럿 있다. 소명과 관련한 직업군으로 교사, 군인, 경찰, 소방관, 공직자, 복지사, 의사, 약사, 간호사, 성직자 등이다. 이들은 경제적 이유만으로 이런 직업을 선택한 사람들이 아니다. 아니어야 한다. 이것이 사회적 통념이다. 그래서 이들에 대한 존경심과 기대감을 가진다. 지난 코로나 기간에 의료진이 보여준 헌신과 희생은 눈물겨운 감명과 감동을 주었다. 세계인이 주목한 K-방역의 명성을 얻었다. 그때 주무 공직자인 최고위 방역 책임자는 여성으로서 검은 머리카락이 흰 머리카락으로 변해가는 걸 우린 지켜보았다. 진심으로 국민과 소통하는 의료인이자 공직자였다. 그런데 오늘의 상황은 어떠한가? 생명을 볼모로 집단행동을 하는 전공의는 누구를 위해 소명을 받은 자인가? 환자인지 자신인지 솔직히 생각해 보라. 국민 대다수는 의아해한다. 코로나 팬데믹 때도 그렇지 않았는데 의사 수를 증원하는 일이 이만큼 목숨 걸 일인가? 또 정부도 진작 설득력 있게 진심으로 다가가 소통하고 또 대안을 서로 제시하고 조율해 보았는가? 법으로 강압적인 자세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지난 코로나 팬데믹 때 그들의 헌신과 희생을 염두에 두고 차근하게 접근해 보았는가? 마치 일방통행식 행정권 발동으로 굴복시키려 해서 해결될 일인가? 문제점을 들여다보고, 현황을 따져 보고, 대안을 찾는 노력을 얼마나 했는가? 의사들도 자신들의 뜻을 표현하기 위해 집단행동을 할 수도 있다고 본다. 그러나 중증 환자와 긴급한 수술을 요하는 의사들을 교대로 배치하고 주말을 택해 본업에 지장 없이 조치를 취하고 의사 표현을 할 수는 없었을까? 그랬다면 국민들은 존경하고 신뢰하는 의사들의 의견에 더 귀를 기울였을 것이다. 필자는 목회자를 배출하는 신학전문대학원 외래교수로 6년을 봉사한 경험이 있다. 목회 실습 과목을 가르쳤다. 이론 보다 실전을 가르치는 필수과목이다. 커리큘럼에 따라 첫 학기는 ‘소명’에 대해 가르쳤다. 성직에 대한 소명 의식 없이 신학 수업을 받지 말라고 했다. 소명은 부르심에 대한 확신을 말한다. 목사의 직에 대한 분명한 소명이 있어야 신학을 공부할 자격이 있다고 가르쳤다. 즉 교회와 성도를 섬기기 위해 부르심을 받았다는 확신이 있어야 성직을 감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성직은 세상적인 명예나 재물이나 탐욕을 버려야 한다. 때로는 목숨을 바쳐 이웃과 교회를 지켜야 한다. 그래서 순교자가 나오는 것이다. 소명을 받기 위해 전제 조건을 갖추어야 한다. 먼저 인성으로서 선한 양심과, 윤리 의식, 희생과 헌신의 각오가 있어야 한다. 코람데오(신전 의식) 정신이 요구된다. 그리고 소명을 받은 후에는 자아 내려놓기와 회심, 성결과 성결한 삶, 순명과 청렴, 정직과 공개적인 신앙고백과 성직 임직식(목사 안수례)을 받아야 한다. 일련의 수련 과정과 엄격한 영성 훈련을 마친 후 임지로 나아가야 한다. 의사와 같이 신학 수업을 시작해 임직을 받기까지 무려 10년이 걸린다. 그리고 초년생 목사가 된다. 결코 쉬운 길이 아니다. 이처럼 소명 받은 타 직업군도 비슷한 수련 과정을 거쳐 사람의 신체와 정신과 영성 분야의 봉사자가 되는 것이다. 이 일이 단순한 근로자를 배출하는 것이 아니다. 이 사회가 이름이 없는 이런 봉사자들로 인해 안전하고, 안락하고, 행복하고, 자연스럽게 지탱해 나가도록 해야 한다. 다시 한번 ‘소명’을 생각해 보자. 이런 직업군을 선택한 자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가져 보자. 의사들도 환자들과 국민들의 요구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 보자. 아직은 시간이 남아 있다. 자기 위치를 지키면서 협상의 테이블로 나오라. 또한 그들의 소명을 존중하면서 대화로 소통하는 정부가 되길 바란다. 지금이야말로 소명 받은 자들이 자존감을 가지고 묵묵히 봉사하며 섬길 수 있도록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할 때가 아닌가.
    • 오피니언
    2024-03-05
  • [의정칼럼] 관리천 정상화를 위한 수생태계 복원대책 제언
    ▲ 7분 자유발언을 하고 있는 최선자 의원 안녕하십니까. 복지환경위원회 최선자 의원입니다. 이번 임시회에서 7분 자유발언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신 유승영 의장님과 동료 의원님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본 의원은 지난 1월에 발생한 관리천 오염 사고와 관련하여 이후 생태적 접근을 통한 수생태계 복원대책에 관해 제언을 드리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관리천 사고가 일어난 후 혹독한 추위 속에서도 오염 확산 방지와 복구에 발 빠르게 대응하여 2월 15일까지 오염수 17만여 톤을 처리하는 등 오염수 제거에 최선을 다한 정장선 시장님과 관계 공무원, 자원봉사자로 참여해 주신 시민분들의 노고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이제 우리 앞에는 화학물질로 오염됐던 관리천 생태계 복원이라는 과제가 남아 있습니다. 본 의원은 관리천 생태계 복원에 대해 다음 세 가지를 제언하려고 합니다. 첫째는 화학물질이 유출된 관리천의 수생태계를 이전 상태로 복원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2월 22일 환경부는 관리천 오염구간 9개 지점의 수질을 검사한 결과 특정수질유해물질 농도, 생태독성, 색도 등이 ‘관리천 오염하천수 수질개선목표’를 충족했다며 방제둑을 허물고 관리천 방류를 시작했습니다. 관리천 방제둑을 해체하고 방류가 이루어진 지금부터는 생태계가 이전과 같이 회복될 수 있도록 우리가 책임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수생태계는 수많은 동·식물이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하나의 작은 우주와 같습니다. 그런데 관리천 사고가 지속된 40여 일간 우리는 오염수를 제거하고 물고기 사체를 수거하는 등의 대처에 중점을 두느라 오염된 물속에서 수생태계라는 작은 우주가 어떻게 변화했는지 들여다보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가 평택의 환경과 평택시민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를 명확하게 알지 못합니다. 집행부는 관리천 수생태계 복원에 역량을 집중하고 전문가와 지역 주민이 참여하는 심도 있는 논의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둘째는 화학물질 유출로 인한 수생태계 피해를 정확히 조사하고, 이를 토대로 한 복원 대책이 필요합니다. 향후 예정된 사후환경영향조사 등에서 멸종위기종을 포함한 동식물 개체 수 변화, 현격히 감소한 생물종, 화학물질의 하천 퇴적 여부 등 피해 규모와 범위를 조사하고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진행하면서 필요하다면 평택시 수생태계 연구용역을 진행해 관리천 생태복원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유해화학물질 취급시설이 총 317개소 위치한 평택시에서 앞으로 하천으로 화학물질이 유출되는 사고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고, 만약 불행한 사고가 일어날 경우 생태계와 개체 수 변화를 정확하게 알지 못해 환경 피해 규모와 범위를 파악하지 못하는 문제가 또다시 발생하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평택시 환경기본조례 제5조에서 시는 자연환경보전에 관한 사항과 야생 동·식물의 보전 및 생물다양성 확보에 대한 종합적인 시책을 수립하고 실시할 책무를 진다고 규정되어 있습니다. 지방하천의 관리주체인 집행부에서 수생태계 보전에 대해 구체적인 정책을 수립하지 않은 점에 대해서는 우리 시가 고민하고 지금이라도 방안을 마련해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셋째는 멸종위기종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를 함께 준비해야 합니다. 본 의원은 지난해 6월에 실시한 행정사무감사에서 현덕면 덕목제, 죽백동 배다리생태공원, 고덕동 봉골근린공원, 비전동 덕동산근린공원 등 평택시가 관리하는 멸종위기종 대체서식지 4곳에 대한 부실 운영 문제를 지적한 바가 있습니다. 멸종위기종 대체서식지의 관리 운영에서 드러난 집행부의 생태에 대한 정책적 의지의 소극성은 관리천 생태계 복원에서 반복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앞으로 관리천을 포함한 우리 시 멸종위기종 실태조사, 대체서식지 관리 방안 마련 등을 통해 멸종위기종의 체계적인 관리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다시 한번 요청드리고자 합니다. 평택은 물의 도시입니다. 물은 생명의 근원이며 환경과 생태계를 유지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평택시 행정구역을 흐르는 국가하천만 안성천, 오산천, 진위천, 황구지천이 있습니다. 여기에 통복천, 도일천, 지산천, 서정리천 등 18개의 지방하천이 있습니다. 국가하천과 지방하천의 총길이는 150.1㎞에 달합니다. 관리천 수생태계 복원은 우리 시 물 관리 정책이 미래세대를 위한 지속가능한 정책인지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화학물질로 하천이 파랗게 오염돼 물고기가 폐사하고 멸종위기종이 대체서식지에서 발견되지 않는 상황이 평택의 미래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이번 관리천 오염사고를 반면교사로 삼아 시 집행부는 수생태계 복원과 관리에 만전을 기해주실 것을 당부드리며 자유발언을 마치겠습니다. <2024.3.4.(월) 제245회 평택시의회 제1차 본회의 7분 자유발언>
    • 오피니언
    2024-03-05
  • [정재우 칼럼] ‘책임도 사랑’이다
    결혼을 앞두고 주례를 부탁하기 위해 찾아오는 예비 신랑과 신부에게 들려주는 말이 있다. 연애는 사랑이라는 감정에만 충실하면 된다. 하지만 결혼은 사랑만으로 안 된다. 사랑과 책임이 함께 가야 한다고. 사랑은 감정이라서 언젠가는 식을 수도 있다. 그때마다 결혼생활을 포기하려 한다면 제대로 결혼을 유지하는 사람은 없을지도 모른다. 지금은 자유결혼 시대이다. 유교문화권 속에 살았던 과거에는 부모가 결혼할 상대를 찾아주거나 중매를 통해 혼사가 이루어졌다. 또한 결혼 관계를 포기하는 것도 당사자 의견만으로 가능하지 않았다. 지금은 결혼 자체를 의무로 생각하지 않는다. 비혼주의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차츰 늘어가고 있으며, 자유결혼이라는 개념은 확대되어 결혼은 필수가 아니며 선택이라고 보는 개념으로 발전했다. 결혼 관계 속에 자녀 출산 역시 필수라고 보지 않는다. 선택일뿐만 아니라 포기할 수도 있다. 왜 이런 풍토가 확산해 갈까? 사랑을 단순히 감정으로만 인식해서 그런지도 모른다. 일인 세대가 국민 전체 세대수의 50%를 넘는다고 한다. 자기만의 삶을 책임지겠다는 생각이 팽배해 가고 있음이다. 가정을 이루는 것은 책임적 관계로 들어가는 것이다. 진정한 사랑도 책임이 수반될 때 빛을 발한다. 그래서 결혼이라는 결실을 보게 된다. 이런 책임적 기반이 형성될 때 사랑의 결실로 자녀 출생도 자연스럽게 얻게 된다. 그 책임이 사랑을 더 견고하게 한다. 자녀를 양육하면서 절실하게 느끼게 된다. 필자는 일찍 결혼할 생각을 처음부터 가졌다. 부모를 의존하는 결혼이 아니라 결혼해 독립적으로 부부가 함께 경제를 일으켜 가기를 원했다. 그 당시 연인이었던 아내는 흔쾌히 동의해 주어서 우린 결혼했다. 만으로 남편 25세, 아내 23세에. 책임적 관계인 가족은 세상을 살아갈 이유를 준다. 이것이 옳다거나 그르다고 말할 수는 없다. 가족은 조물주가 만든 자연의 섭리요, 피조된 세계를 유지하는 방법이다. 동식물의 세계가 다르지 않다. 이 책임적 관계를 포기한다면 세상의 종말은 어김없이 찾아올 것이다. 가족을 위해 일하는 가족 구성원의 노력은 경이롭다. 얼마나 헌신적인지 모른다. 누가 강요한 것도 아니다. 자연스럽게 책임을 다하며 행복해한다. 그 행복이 찾아오는 통로가 책임이다. 책임을 다할 때 가족은 서로 행복을 느끼며 행복한 삶을 누리게 된다. 재활병원에 가보라. 한 해, 혹은 두 해 이상 재활치료를 받기 위해 장기 투병하는 그들과 수발드는 가족의 모습은 애처롭지만 경이롭다. 누가 그 일을 억지로 하겠는가? 부모, 형제, 부부, 자녀 관계일 때 자연스레 책임을 감당한다. 홀로가 아니어서 얼마나 다행인가? 재활하면서 싱글이라면 어떤 심정이 들까? 필자의 아내는 70대에 들어서면서 척수경색이라는 희귀병이 어느 날 갑자기 찾아와 쓰러졌다. 하반신을 쓸 수 없게 되었다. 서울 대학병원에서 모든 검사를 마친 결론은 치료 방법은 재활훈련으로 어린아이처럼 걸음마를 배우듯이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당사자는 말할 수도 없이 낭패감에 빠졌으나 가족이 함께하겠다고 해서 용기를 얻어 재활을 시작했다. 2년여 시간이 지났다. 처음 1년 동안은 재활병원에 입원해 재활을 했다. 지금은 퇴원해 집에서 재활하고 있다. 아직 실내에선 워커를 사용해야 움직일 수 있고 외출 시에는 휠체어를 의지해야 한다. 그래도 의사의 진단은 이만큼의 회복도 기적에 가깝다고 말한다. 책임적 관계를 맺는 일은 세상을 살아가는 너무나 소중한 일이다. 어찌 웃는 날만 찾아오겠는가? 슬퍼하거나 고통을 맞이하기도 한다. 그럴 때 누군가 내 곁을 지켜줄 가족, 책임져 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은 삶의 힘이다. 그래서 책임도 사랑임을 실감하게 된다.
    • 오피니언
    2024-02-27
  • [정재우 칼럼] 망상과 환상이 교차하는 시대
    사람은 상상하는 동물이다. 상상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상상의 결국이 인류에 해악을 끼치기도 하고 유익을 끼치기도 한다. 최근 서점가에서 주목받고 있는 벵하민 라바투트(Benjamin Labatut)의 ‘매니악’이란 소설이 있다. ‘매니악’이란 말은 ‘미치광이’를 뜻한다. 이 소설이 다루는 주제는 과학의 진보가 이성의 광기일 수 있다는 가설을 내걸고 있다. 즉 과학적 발전이 숭고한 이념이나 공익적 목적이 아니라 몇몇 천재들의 호기심과 야심, 편집증의 결과일 수 있다는 논지이다. 과학자들이 지나친 지능을 주체하지 못해 인간과 윤리의 경계를 넘어서기도 한다는 말이다. 소설의 등장인물들은 실존하는 유명 과학자들이다. 이세돌과 알파고 대국 이야기도 나온다. 작가는 세기적 천재 과학자로 불리는 폰 노이만(John von Neumann)이 죽음을 앞두고 경고한 무거운 한 마디를 담았다. “진보를 치유할 방법은 없다”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매니악’ 저자는 “이것이 현대인이 겪고 있는 근본적 공포다”라고 설명한다. 이는 예고 없이 다가오는 천재지변 못지않은 인류의 위협이 아닐 수 없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문명의 역설이다. 과학의 진보가 인류의 문명을 발전시켜 왔다는 통념을 무너뜨리고 있기 때문이다. 과연 과학의 진보가 천재 과학자들의 이성의 광기에서 온 것이라면 무엇으로 제동을 걸 수 있을까? 일차적으로 양심의 소리를 진정성 있게 담은 과학자들의 양심선언이 있어야 한다. 마치 제2차 세계대전 종식을 위한 핵무기 개발에 아인슈타인은 끝까지 동참하지 않음으로써 자신의 소신을 지켰다. 대량 살상을 가져올 핵무기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과학자의 양심을 선언했다. 지금 과학계는 AI(artificial intelligence)를 두고 논쟁을 계속하고 있다. 어떠한 국제적인 규제도 없이 개발이 계속된다면 이는 인류 문명을 헤치는 결과를 가져올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최근 일론 머스크(Elon Musk)는 뇌 병변 장애로 신체기능이 마비된 환자를 위해 머리에 칩을 삽입해 생각만으로 환자의 활동이 가능하게 할 수 있다고 실험 결과를 내놓아 세계인의 관심을 사고 있다. 그런데 이것이 성공적으로 활용 단계에 들어갈 때 따르는 우려가 크다는 사실이다. 오용할 때 따르는 위험성이다. 인간을 자유자재로 조정하거나 무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이다. 그래서 이차적으로는 양심의 소리를 선언하는 단계를 넘어 전 세계 대표적인 과학자들과 지도자들이 모여 다보스 경제 포럼처럼 스스로 과학 문명 발전의 미래를 위한 제약사항을 결정하고 이를 지켜나가야 할 것이다. 문명의 발전이 인류의 종말을 앞당기는 처사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인류의 행복과 안전과 안락함을 주는 평화의 도구가 되는 과학 발전이 되어야 할 것이다. 아직은 시간이 남아 있다. 저명한 과학자들이 모여 양심의 소리를 내고 스스로 규약을 만들어야 한다. 마치 기후 규약을 만들어 탄소 배출을 줄여 나가는 전 세계적 국가들의 약속과 실천이 따르고 있듯이. 현대는 망상과 환상이 교차하는 시대이다. 자칫 망상으로 치닫는다면 희망이 없다. 멸망으로 가속이 붙을 것이다. 그러나 인류 문명이 긍정적 방향으로 나아가려면 건강한 환상(vision)을 품고 나가야 할 것이다. 망상은 도피형 인간을, 환상은 고난 돌파형 인간을 양산하게 될 것이기에. 망상과 환상 사이에서 선택은 인류의 몫이다.
    • 오피니언
    2024-02-19
  • [의정발언] 에너지 인재양성 위한 평택시 마이스터고 건립추진 촉구(5분 자유발언 전문)
    저는 평택출신 교육기획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이학수 의원입니다. 오늘 본 의원은 에너지 인재양성을 위한 경기도형 에너지 마이스터고의 필요성과 평택시 건립 추진에 대해 발언 드리고자 합니다. 세계 에너지 패러다임은 기후변화와 에너지 전환시대로 변화하고 있고 이에 따라 에너지 신산업은 국가 미래 먹거리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이에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미국, 영국, EU 등 주요국이 2050년 탄소중립 선언에 따른 본격 이행에 돌입하여 단계적 탄소배출 감축 노력으로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정책을 추진 중에 있으며, 에너지 신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2023년 5월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미국, 영국, EU는 2030년까지 각각 50%에서 68%까지 감축에 따른 정책과 예산을 투자하고 있고, 우리나라도 2030년까지 40% 감축을 목표로 하며 2050년 탄소배출 감축 실현을 위한 정책을 단계적으로 구체화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서는 에너지효율, 원전, 재생e 등 2030년까지 매년 5,914조 원 투자가 필요하다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앞으로 에너지 신산업이 신성장동력으로 부상될 것이 예상되면서 미래 국가경쟁력은 탄소 배출 없는 에너지를 만드는 기술에 의해 결정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추세에 발맞춰 우리 도에서도 신재생에너지 산업 및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RE100(재생에너지 100%)’ 과제 정책을 실현 중에 있습니다. 따라서 전 세계적인 에너지 산업 전환기를 맞아 글로벌시장 선점을 위해 에너지 분야의 고급·핵심 인재 양성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우리 도에서도 에너지 전환시대에 맞춰 새로운 패러다임 변화를 주도할 수 있고, 에너지에 맞는 경기도형 전문성, 기술력을 갖춘 에너지 핵심 인력양성과 적기 공급 등을 위한 고도화 전략이 어느 때보다도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에너지 인력양성에는 그동안 관련 대학과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인력의 미스매치가 지속되고 있는 현실은 하나의 큰 문제점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2021년 에너지산업 기술인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에너지 산업 종사자는 29만1,425명으로 조사되었지만, 에너지 기술 개발 로드맵과 인력양성 간 유기적인 연결고리 부재 등으로 향후 10년간 에너지 전문인력 2만1천여 명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수급 전망에 따른 문제점이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우리나라는 현재 급격한 학령인구 감소와 수도권 유입으로 인해 인력 쏠림 현상에 직면해 있고, 지역산업이 정체되고 있으며 우수인력이 지역으로부터 빠져나가면서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게다가 지역대학은 통폐합되고 있으며 앞으로 그 속도는 더 빠르게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2022년부터 정부는 에너지 수급 안정성 및 신산업을 선도할 전문인력 양성을 비롯하여 에너지 신산업 분야 및 원전 확대, 태양광 등 에너지 전문인력을 주요정책으로 꼽고 있으며, 이러한 정책 실현을 위해 에너지융합대학원 확대와 차세대 원전 융합대학원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산자부 산하 한 에너지특성화 공과대학교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 에너지 교육 상황에 대해 “앞으로 우리가 대면할 에너지 문제들은 현재의 사고방식과 기술로 해결할 수 없는 융복합적이고 복잡한 문제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바, 학교 교육에서 사고유형 자체를 바꾸는 새로운 사고방식의 교육을 통해 에너지 분야만큼은 적어도 고등학교 때부터 사고할 수 있는 인재양성 교육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제시하였습니다. 따라서, 에너지 교육의 활성화와 인재 양성을 위해 대학교와 연계되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에너지 마이스터고의 건립을 통한 에너지 인재 조기육성 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며 지금이 바로 선행되어야 할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경기도형 에너지 마이스터고 설립으로 인한 인재 양성이 본격화된다면 현장 수요에 따른 맞춤형 기술인력이 증가됨은 물론 에너지산업 인력수급으로 또 하나의 통로 마련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한편, 지금 평택시는 반도체, 수소, 미래차, 한전, 가스공사 등을 선도하며 주력사업의 핵심축으로 성장하고 있는 지역이므로 에너지 마이스터고는 성공 기회가 많은 평택시에 반드시 건립되어야 할 것입니다. 수요에 따른 에너지 고등학교 설립과 교육이 이루어질 때 경기도는 2050년까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국제 캠페인인 RE100 달성도 가능하며, 글로벌시장을 타깃으로 수출 인재 양성을 통한 청년실업 문제의 감소도 가능할 것입니다. 지금은 산업계에서 요구하는 양적, 질적 인력수요가 변화하고 있는 시점이며, 우리는 에너지 산업 구조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평택시 에너지 마이스터고 건립은 지구 에너지 난제 해결을 위한 전문 인력양성, 지역 내 대규모 에너지 프로젝트를 수행에 따른 인재 공급체계 마련을 위해 시대가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에너지산업 생태계 기반 인재 육성 전략에 경기도가 앞장서 주십시오. <2024. 2. 19.(월) 제373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 5분 자유발언>
    • 오피니언
    2024-02-19
  • [의정발언] 위기 극복과 지속가능한 재정운용(7분 자유발언 전문)
    ▲ 7분 자유발언을 하고 있는 강정구 의원 안녕하십니까. 평택시의회 강정구 의원입니다. 저는 오늘 평택시 재정 현황과 향후 지속가능한 재정운영 방안에 대해 제언을 하고자 이 자리에 섰습니다. 평택시는 지금 역동적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지난 5년간 연평균 약 5.4%의 꾸준한 인구 증가율을 보여 왔으며, 앞으로는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의 순차적 준공과 고덕국제화계획지구, 지제역 인근 택지개발 등으로 평택시의 인구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재정규모 또한 큰 증가폭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리 평택시는 지난 5년간 연평균 4.4%의 재정규모 증가율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고덕국제화계획지구, 모산영신지구 등 각종 도시개발사업으로 지방세, 세외수입 등의 세수 여건이 개선되고, 삼성전자와 같은 대규모 기업 유치로 인한 지역발전 요인 등의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2024년은 전 세계적인 고물가, 고금리의 글로벌 복합위기와 국내적으로는 경기침체와 소비위축, 부동산 거래 감소 등 어려운 경제 여건이 예상됩니다. 특히, 평택시의 세입 여건은 국세와 도세 감소에 따른 이전재원이 감소되는 어려움과 동시에, 반도체 업황 부진 등에 따른 관내 기업의 영업이익 급감으로 인한 지방세 감소 등 그 충격은 타 지자체보다 더 큰 상황입니다. 반면 세출 여건은 지난 2004년 미군기지 이전에 따른 각종 SOC사업, 주민편익시설 등을 포함하는 투자사업이 진행되었고, 사업추진을 위한 조직 확장과 이에 따른 운영비 증가 등 급격한 고정 경비의 증가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더욱이, 평택시는 현재도 급격히 성장 중인 도시로 행정타운 및 읍·면·동 행정청사 건립과 평택아트센터를 비롯한 다양한 문화·체육·복지시설, 모산·은실 등 각종 공원 등 대규모 투자사업을 추진 중이지만, 세입 여건의 악화로 투자사업 추진에 많은 제약과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2024년 예산을 자세히 살펴보면, 총규모는 2조2,936억 원으로 일반회계는 전체예산의 85.6%인 1조9,644억 원입니다. 일반회계 구조를 분석해 보면 국·도비 보조사업이 55.2%인 1조833억 원이고 자체사업은 44.8%인 8,811억 원입니다. 자체사업 8,811억 원 중 행정운영경비는 2,069억 원, 재무활동은 442억 원으로 이를 제외한 정책사업은 일반회계 전체규모의 32%인 6,300억 원 수준으로, 우리 평택시가 꾸릴 수 있는 순수 사업비는 일반회계 전체규모의 32%에 불과하다는 의미입니다. 정책사업 예산 중에서도 운수업계보조금, 폐기물처리비용 등의 필수경비와 신설된 조직과 시설을 유지하기 위한 운영비 도로·공원 확장에 따른 유지관리비 등 고정적인 경비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이마저도 제외한다면 실질적인 사업추진 재원은 극히 한정적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평택시는, 지속가능한 재정운용을 위해 과거를 되돌아보고 재정비를 해야합니다! 위기는 기회일 수 있고, 우리는 위기를 기회로 만들 충분한 역량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 세입과 세출 여건에 대한 개선이 필요합니다. 세출 여건의 개선을 위하여 우리는 그동안의 예산들을 원점에서 검토하여 재정운영에 부담이 되는 부분은 과감하게 걷어내고 효율을 극대화하는 방안을 모색해 재정위기를 벗어나야 합니다. 또한 과감한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재정 여력을 확충하고, 반드시 필요한 예산이 무엇인지 우선순위를 정하여 시기적절한 재원 배분이 필요합니다. 무엇보다도 선심성 사업은 과감히 정리하고 관행적으로 지원되고 있는 예산의 경우 객관적인 평가를 통해 일몰 또는 통폐합 역시 검토해야 할 시점입니다. 다양한 대규모 시설운영비와 공원·도로 유지관리비 등 고정경비에 대해 예산이 과다 산정되진 않았는지 검토하고 체계적인 관리 방안 및 효율적 운영 방법 모색으로 지출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세입 여건의 개선을 위하여 우리는 다양한 재정수입 확충 방안을 모색하여야 합니다. 대내적으로는 과세기반의 확대, 즉 세외수입 확충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며, 대외적으로는 교부세·조정교부금 확보 등 이전재원 확보에도 더욱 만전을 기해야 할 것입니다. 국·도비 공모사업 역시 선택적 확보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공모사업을 준비하는 단계부터 이 사업이 필요한 사업인지 논의 과정을 거치고 재정에 부담을 주지 않는 선에서 추진해야 합니다. 이러한 노력들을 통해 확보한 재원은 지역경제 활력 회복과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미래 준비 사업비에 재투자해야 할 것입니다. 어려운 상황일수록 재정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건전 재정을 통해 지속가능성을 확립함과 동시에 꼭 필요한 곳에는 과감하게 예산을 투자하는 전략적 재정 운용으로 재정효율을 극대화하여야 합니다. 이를 위한 본 의원의 제언이 부디 평택시가 지금의 위기를 현명하게 극복하고 역동적인 성장을 지속할 수 있도록 모두가 한마음으로 주어진 책무를 다해주시길 당부드리며 발언을 마치겠습니다. 끝까지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2024.2.5.(월) 제244회 평택시의회 제2차 본회의 7분 자유발언>
    • 오피니언
    2024-02-06
  • [정재우 칼럼] 혀가 바늘이 되다
    『혀가 바늘이 되다(시인 이종윤) 입안에 혓바늘이 돋았다 혀가 바늘이 되자 내가 하는 말을 내 혀가 찌른다 혹시 내 말이 내 말을 듣는 다른 사람들에게 이렇게도 아픈 바늘이 되었나 고통 속에 생각한다 몸이 하는 말을 들으며 남에게 하는 내 말은 내 온몸으로 하는 말이니 나를 온전히 내어주는 말이니 남을 바늘로 아프게 찌르게 하지 않을 한 마디라도 행복한 말을 하기로 결심한다』 아침 일찍 서둘러 일어나 서울 가는 고속버스에 올랐다.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신장내과와 비뇨기과 정기진료를 위해 가는 길이다. 노년을 건강하게 보내기 위해 정기적으로 진료를 받아왔다. 순환기내과와 소화기과도 정기진료를 다닌다. 오늘은 8시간 금식 후 채혈과 소변검사, 비뇨기 검사를 위한 CT 촬영도 있다. 그리고 두 시간 후에 검사 결과를 보면서 각각 담당 교수에게 진료를 받을 예정이다.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 내려 지하철을 타러 내려가 전철을 기다리다가 바로 이 시를 만났다. 스크린도어 앞에 서 있다가 유리에 적힌 시를 본 것이다. 두세 번 반복해 읽다가 사진에 담았다. 그리고 지하철 3호선을 탔다. 약수역에서 환승해 안암역으로 가면서 다시 이 시를 음미해 본다. 입안의 혓바늘이 자신을 찌르듯 내 말이 누군가를 찌르는 바늘이 되지 말자고 다짐하는 시인의 마음을 곱씹어 본다. 나는 그동안 어떻게 말하며 살아온 걸까? 시인의 말처럼 나를 찌르고 누군가를 찌르는 바늘 같은 말을 쏟아 놓은 건 아닐까? 필자는 은퇴 후에 지역신문과 교계 신문에 칼럼을 발표해 왔다. 과연 내 말이 바늘 같지는 않았을까? 내 글이 실리는 오피니언 지면의 글들도 상당수가 바늘류의 글들이 많다. 각 분야의 저명한 전문가들이 나름으로 사회를 진단하고 따끔한 일침을 놓는다. 특히 정치에 대한 비판적 담론이 매일 쏟아진다. 칭찬하거나 격려하고 위로하는 글을 찾아보기 어렵다. 언론의 기능이 비판만 있고 지적하는 일만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때론 숨어있는 미담을 찾아내고 격려하는 일을 더 많이 할 순 없을까? 생각하다 보니 금세 안암역에 도착했다. 채혈을 위해 대기하는 센터에서 이런 글을 발견했다. “당신의 말과 행동 누군가의 눈물을 흘리게 할 수 있습니다”라는 노동부의 캠페인 슬로건이었다. 앞에서 언급한 시인의 논지와 다르지 않다. 채혈 후 기다리면서 이런 글을 보았다. “안전한 병원 만들기를 위해 폭언과 폭행을 금해 달라”라는 안내문이었다. 바늘 돋은 폭언은 사회 공동체 안전을 무너뜨린다. 안전이 흔들리면 모두가 위험해진다. 병원을 나서기 전에 보았던 캠페인 전시 작품들을 다시 보았다. 고대병원에서 치료받은 환자들의 글을 모아 발표한 작품들로 ‘암 경험자의 심리사회적 지지를 위한 고잉 온 다이어리 전시회’였다. 행복 일기, 감사 일기, 칭찬 일기, 의료진 감사 일기로 구분해서 전시하고 있으며, 암 환자들이 스스로를 돌아보면서 행복을 찾아보고 감사를 찾아보게 했다. 특히 누군가를 칭찬하게 했다. 이것이 심리적으로 자신을 치유하는 데에 도움이 될 터이다. 그리고 암 환자들이 건강한 이들에게 건네는 조용한 함성이다. 돌아오는 길에 다시 시인의 시 말미를 되뇌어 보았다. “남을 바늘로 아프게 찌르게 하지 않을 한마디라도 행복한 말을 하기로 결심한다”
    • 오피니언
    2024-02-06
  • [신년사] 볼거리가 있고 먹거리가 풍부해 머물고 싶은 고향을 꿈꿔봅니다
    새해는 어김없이 밝아왔건만 으레껏 건네는 덕담마저 주저하게 됩니다. 유감스럽게도 대한민국의 앞날은 불투명하기 때문입니다. 사람에 따라 견해차는 있겠으나 무엇보다 중앙정치의 실종이 큰 몫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불공정과 몰상식이 온 나라를 지배하니 그 여파는 응당 서민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물가고로 인한 민생이 문제의 핵심입니다. 게다가 안타깝게도 초저출산율은 공신력 있는 기구에서 발표하는 통계를 통해 국가소멸을 경고한 상태입니다. 지난 수년간 OECD 가입국 중 최하위를 기록하며 암울한 전망을 떠안은 형국입니다. 그렇다고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오는 4월 10일, 실질적 주권을 행사하는 총선이 유권자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더구나 우리 평택은 부쩍 늘어난 인구수에 따라 지역구 국회의원을 3명이나 선출하게 됩니다. 두 눈을 부릅뜨고 나랏일을 책임질 일꾼을 제대로 뽑아야 합니다. 구태의연하게 혈연·지연·학연에 얽매여서는 곤란합니다. 각자가 맡은 바 임무를 성실히 이행하는 데서 돌파구를 찾아야 합니다. 한민족이 남북으로 갈라진 마당에 지역이 갈등하고 이념에 따라 보수와 진보로 나뉘어 오늘날처럼 국론이 분열된다면 그 해결책은 멀어집니다. 나아가 이제는 신체를 단련하는 동시에 정신을 살찌우는 문화창달에 정책의 우선순위를 둬야 합니다. 생태나 친환경이라는 화두는 공원을 늘리고 걷기 편한 보도를 조성하는 일에 힘써야 합니다. 도시미관을 위해 주민자치의 차원에서 동네에 들어서는 주택의 모양새를 색다르게 꾸며나간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공론화를 거쳐 조례를 정하는 일부터 제안합니다. 평택의 첫인상은 도로가 필요 이상 막히지 않고 무심코 걸어도 발끝에 치이는 장애물이 없는 것으로부터 결정이 납니다. 여기저기 볼거리가 있고 먹거리가 풍부해 머물고 싶은 고향을 꿈꿔봅니다. 다행히 우리 평택은 일상생활의 활력소를 두루 갖춘 지자체입니다. 세계반도체 수도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평택항이 바쁘게 돌아가는 만큼 행정 전반에서 사회 각 분야를 발 빠르게 뒷받침한다면 쾌적한 대도시로 발돋움할 것입니다. 그 전제는 동시 신호체계를 갖춰 물동량이 물 흐르듯 실려 가도록 사통팔달을 담보하는 일입니다. 유모차가 부드럽게 굴러가면 마을에 아이들이 모여들 것입니다. 자고이래 뼈아픈 조언일수록 명약이 되는 법입니다. 모쪼록 정론을 지향하는 <평택자치신문>이 민주주의를 살려내기를 기원하면서 조촐하나마 ‘신년사’에 갈음합니다.
    • 오피니언
    2024-02-06
  • [정재우 칼럼] 함께할 때 빛나는 우리
    올 들어 가장 추운 나날이지만 강원도는 신나는 겨울을 보내고 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에 다시 강원 청소년동계올림픽을 개최하고 있으니 말이다. 지구 반대편에선 전쟁으로 평화가 깨어지고 있지만 강원도는 평화를 구축하는 평화의 제전을 치르고 있다. 평화는 함께 만들어 가야 한다. 너와 내가 서로 하나가 되는 것이 진정한 평화이다. 이번 청소년동계올림픽 슬로건은 “함께할 때 빛나는 우리(grow together shine forever)”이다. 이는 함께 함으로 평화를 이루자는 뜻일 것이다. 이번 세계 젊은이들의 스포츠 축전은 전쟁의 포성이 한창인 때에 전 세계인에게 울리는 평화의 함성이다. 이번 청소년동계올림픽은 강릉, 평창, 정선, 횡성에서 각종 경기가 진행된다. 79개국에서 1,800여 명의 선수가 참가했다. 필자는 평창과 강릉을 방문해 올림픽 분위기를 직접 체험해 보려고 겨울여행을 나섰다. 먼저 평창 면온에 있는 휘닉스파크 스키장 마을에서 1박을 했다. 아침에 스키장을 돌아보았다. 영하 10°C였지만 젊은이들이 자유롭게 스키장을 점유하고 있었다. 그리고 강릉 가는 길에 용평 알펜시아로 향했다. 이번 겨울축제의 최대 관심거리인 점프 스키장과 슬라이드 경기장에서는 경기가 진행되고 있지는 않았지만 올라가 보았다. 진행요원들과 자원봉사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매우 높은 지점의 슬라이드 경기 스타트장에서 내려다본 눈 덮인 태백산맥의 정상들이 눈 아래에 들어왔다. 탄성이 절로 나왔다. 유럽의 거리를 연상하게 하는 알펜시아 리조트 마을엔 설국의 정취가 넘쳤다. 드디어 메인 경기장이 몰려 있는 강릉 올림픽파크에 도착했다. 스케이트 경기장과 컬링센터를 미리 둘러보았다. 광장에는 임시 스케이트장이 개설되어 많은 청소년들과 가족들이 신나게 즐기고 있었다. 그 맞은편에서는 오후 4시 반부터 문화행사로 가설무대에서 음악공연이 펼쳐지고 있었다. 강릉 울림기타연주팀과 서울대 힙합 3인조 게스트가 나와 광장을 요란하게 달구었다. 오후 7시 컬링센터에 입장해 앞자리를 잡았다. 일본과 덴마크가 경기를 가졌으며, 옆에서는 미국과 스위스가 열전을 펼쳤다. 청소년 선수들의 앳되면서도 진지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관중석에는 여러 나라에서 온 외국인들도 눈에 많이 들어왔다. 컬링경기는 평창올림픽 당시 한국 여자 선수단의 빛난 활약으로 관심이 급격히 높아졌다. 혼성 4명의 선수들이 합심하는 파트너십과 스톤을 표적으로 던지는 리더의 진지한 모습은 물론 열심히 앞길 청소를 하는 모습을 현장에서 보니 실감을 더했다. 미국 선수단 응원팀의 고성이 컸지만 결과는 스위스가 미국을 누르고 승리했다. 바로 옆에서는 일본이 7회에 콜드게임으로 덴마크에 패하고 말았다. 일본서 날아온 응원단은 실망하면서 자리를 떴다. 이렇게 직관으로 지켜본 경기는 아슬아슬하고 너무 흥미롭고 긴장되고 재미있고 즐거웠다. 경기장과 경기를 지켜보면서 우리가 언제부터인가 자연스레 세계와 호흡하고 있음을 느꼈다. 자원봉사자들인 젊은이들을 보면서도 같은 생각이 들었다. 이들이 세계와 함께 호흡하며 지구촌 일원으로 서로 하나가 되어 나갈 것이다. 세계의 미래는 전쟁이 아니라 스포츠 등의 화목한 문화교류로 화합과 성장, 전진을 함께 이루어 가야 한다. 이 한 마디처럼. “함께할 때 빛나는 세계 평화”
    • 오피니언
    2024-01-29
  • [정재우 칼럼] 시대의 스승
    청년 시절 함석헌 선생의 강연에 참석해 본 적이 있다. 민주화를 위해 투사로 나선 분이라 형사가 강연장 뒤편에 서 있었지만 하실 말씀을 다하셨다. 3선을 위한 개헌의 불법성을 거론하셨다. 강직하고 엄한 어투로 강연장을 가득 채운 청년들 가슴에 불을 질렀다. 길고 흰 수염을 날리시면서 진정한 자유와 민주가 무엇인지 설파하신 시대의 스승이셨다. 원주에 있는 가나안농군학교를 어렵게 찾아갔던 적이 있다. 복민대학 강사로 김용기 교장을 처음 뵈었다. 강의 시간마다 농업의 중요성과 잘 살기 위한 국민 의식 개혁을 위해 열띤 강의를 하셨다. 무엇보다 가나안농군학교 개척을 위해 온 가족이 헌신한 증언은 감동이었다. 새마을운동의 동기를 부여하신 시대의 스승이셨다. 군 복무 시절 근무하던 부대 작은 도서실에서 안병욱 선생의 전집을 읽으며 인생관과 세계관을 세우는 계기가 되었다. 무엇보다 감명 깊었던 철학적 교훈은 인생은 성실과 정직, 절제와 정도를 걸어가야 한다고 했다. 나는 청년시절을 보내며 마음에 ‘극기’, ‘자제’ 두 단어를 새겼다. 젊은이들에게 바른길을 제시하신 시대의 스승이셨다. 이화여대 후문 쪽에 다락방교회가 있다. 그 교회에서 겨울방학이면 한 주간 동안 목회자와 신학생을 위한 성경 세미나가 있었다. 그때 저명한 신학자들의 강의를 들으며 신학과 성경에 대해 눈을 뜨게 되었다. 이때 특별 강사로 김동길 교수의 강연을 들을 수 있었다. 유머가 함께한 강의는 민주주의와 역사관을 깊게 심어 주었다. 자기 조국을 사랑하려면 청년 시절에 국토 여행을 많이 하라고 도전을 주신 시대의 스승이셨다. 신학대학 1학년 때 전교생이 대학생선교회(C.C.C)가 주최한 신앙수련회에 참석했다. 주강사는 대표인 김준곤 목사였다. 일반 대학생들과 함께 1천여 명이 참가한 수련회에서 대학 캠퍼스 복음화 및 한국과 세계복음화에 대한 뜨거운 도전에 가슴이 불타올랐다. 무엇보다 문학적으로 설교하며 젊은이의 귀를 사로잡았다. 사명의 방향을 제시해 주신 시대의 스승이셨다. 대학시절 소설 ‘장군의 수염’을 읽었다. 저자는 문학자이자 문명 평론가, 시사평론과 언어 해설가 등 다방면으로 세계적 석학으로 인정받은 이어령 교수이다. ‘축소지향의 일본인’ 저서에서 “작아져라, 작아져라, 그래야 일본이 산다”라고 한 문화 평론은 위트가 있으면서도 정곡을 찔렀다. 선생의 많은 신간 저서를 읽으며 한국인의 위상과 지성을 넘어 인간의 영성까지 섭렵하고, 암으로 투병하면서 죽음과 끝까지 맞서 삶과 죽음의 세계를 깊게 설파하신 시대의 스승이셨다. 시대의 스승들은 도전과 개척 정신, 성실과 정직, 민주와 자유의 가치, 복음과 선교 의식을 일깨워 주었다. 그들은 선구자와 선각자였다. 역사의식과 다음 세대를 걱정했다. 제자들을 위해 징검다리 역할을 했다. 보스가 아닌 독창적인 리더였다. 자기완성을 위한 노력과 타자를 섬기는 큰 그릇이었다. 우리는 다음 세대를 위해 어떤 길을 걷고 있는지 자문해 본다. 시대를 고민하고, 배움과 연구, 사색과 발표를 통해 길을 내고 있는지를. 정치적 혼란, 가치관 상실, 암담한 미래, 야성을 잃어버린 청년들, 그리고 정신적 지주가 사라진 시대에 스승이 그립다. 시대를 깨우는 스승이 그립다.
    • 오피니언
    2024-01-23
  • [소태영의 세상보기] 북한이탈주민들은 남북한 분단과 갈등의 희생자이다
    갑진년 시작부터 한반도 정세는 긴장이 고조되어 ‘전쟁’이란 단어가 나오면서 불안에 익숙해져 가고 있다. 한반도 전문가들이 전쟁을 언급하기 시작한 것도 불안을 증폭시키는 원인이기도 하다. 9·19 군사합의 파기, 연락 채널 두절, 최고당국자 간의 ‘말 폭탄’으로 전쟁이라는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북한은 대한민국을 제1의 적대국이자, 불법의 주적으로 간주하겠다고 한다. 한국과의 민족 관계를 포기하고 70여 년 남북 관계의 근본적인 전환을 꾀하고 있다. 전쟁이 나면 “대한민국을 완전히 점령, 평정, 수복하고 공화국 영역에 편입시키겠다”고 밝혔다. 그저 ‘브리핑’으로 넘기기엔 상황이 매우 엄중하고 위태롭다. 또한 북한은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인정하지 않겠다고 했다. 경계선을 그릴 수 없는 바다가 전장이 될 판이다. 이미 세 차례 교전이 벌어진 바 있고, 연초부터 포격전의 공방이 오갔던 서해상에서 충돌을 막을 빗장이 풀린 것이다. 전문가들은 남북 간 소통 채널이 끊긴 상황에서 우발적 충돌이 확전으로 번질 가능성을 우려한다. 이렇듯이 대한민국 사회는 4.10 총선을 앞두고 남과 북의 정치적 혼돈 상태에 빠져있다. 한반도 위기감이 점점 높아갈수록 남한에 살고 있는 북한이탈주민들의 심정은 더 복잡하고 착잡할 것이다. 북한에 대한 남한 사람들의 정치적 이념으로 악화된 감정이 북한이탈주민들을 향한 적개심으로 표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럴 때일수록 북한이탈주민들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관심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지역사회에서 북한이탈주민의 성공적인 정착은 그 자체로 인도주의적 중요성이 있으며, 향후 남북통일이나 사회통합의 밑거름으로도 기능할 수 있는 만큼 북한이탈주민들에 대한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지원구상과 대책이 필요하다. 북한이탈주민들은 남북한 분단과 갈등의 희생자이다. 아울러 북한이탈주민은 남북한 통일사회를 미리 경험하는 새로운 기회를 우리에게 제공하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물론 개인별로 다른 경우도 있겠지만 큰 틀에서 우리는 분단의 희생자이자 통일의 기회로 북한이탈주민 문제를 접근하고 바라봐야 한다. 북한이탈주민을 대하는 남한사회의 눈에 보이지 않는 차별의식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이냐는 중요한 문제이다. 이러한 차별 문제는 지역사회에 살아가면서 지역공동체 속에서 긴 시간 형성되어야 하는 생활문화와 연결되는 문제이며, 이런 점에서 지역사회, 민간(단체)의 협력은 물론 지역주민들의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등 지역구성원 모두가 북한이탈주민들을 우리의 진정한 이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현재 북한이탈주민들은 남한사람과 정치, 경제, 사회적 삶 속에서 아무런 차별이 없는 주민이 되길 희망하고 있다. 북한이탈주민들이 남한사회에서 제2의 고향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어떤 부분들이 더욱 활성화되어야 할 것인지 우리 모두 고민해야 한다. 이런 문제의식 속에서 지자체와 지역구성원의 다양한 역할이 필요하고, 이를 통해 북한이탈주민들의 안정적 정착과 지역사회통합을 이끌어내야 할 것이다. 특히 지방자치단체는 지역 내에 거주하는 북한이탈주민들도 지역사회 공동체의 구성원이자 동등한 지역주민으로 인식하고 북한이탈주민들의 정착, 취업 및 자립을 위한 책임성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북한이탈주민이 지역사회에 전입한 이후에는 해당 지역 지방자치단체가 이들의 안정적인 정착과 자립을 위해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인식의 확립도 필요하다. 아울러 북한이탈주민들과 지역사회 주민, 기업, 시민단체들이 만남을 통해 소통하는 지역사회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고, 지방자치단체는 지역사회통합을 이루기 위해 남북주민들이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교류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과 지원사업을 확대해야 할 것이다.
    • 오피니언
    2024-01-23
  • [정재우 칼럼] 천재지변과 인재지변을 바라보며
    신년 첫날 가까운 나라인 일본에서 비보가 날아왔다. 7.6 강도의 지진이 이시카와 현을 강타해 엄청난 피해를 입히고 있다는 뉴스였다. 계속해 여진이 일어나고 있는 재난 지역의 파손된 처참한 광경과 시민들의 불안에 떨고 있는 모습이 TV 화면에 그대로 잡혔다. 그날로부터 지금까지 사망자는 220여 명이 넘었다. 또 부상자도 1,000여 명이 넘었고, 무너진 가옥이 3만여 채이며, 이재민은 수만 명이 된다고 한다. 화산지대에서 살아온 그들이지만 갑자기 엄습한 지진으로 얼마나 놀라고 불안에 떨었을지 충분히 짐작이 된다. 특히 지진이 발생한 ‘노토 반도’ 지역 해안가에는 원전이 있어 혹시 방사능 누출 사고가 일어날까봐 더 불안에 떨었을 것이다. 그리고 신년 둘째 날에는 하네다공항에서 일본항공(JAL) 여객기가 착륙 도중 다른 항공기와 충돌해 화재가 발생하는 불상사가 발생했다고 뉴스는 전했다. 다행히도 여객기에 탑승한 승객들은 무사히 탈출해 한 명도 희생자가 없었지만 안타깝게도 해상보안청 소속 항공기에 탑승한 5명이 사망했다. 먼저 천재지변을 당한 일본 국민들에게 위로의 말을 전하고 싶다. 그리고 여객기에 탑승했던 승객 전원을 무사히 탈출시킨 항공사 직원들에게 칭찬과 격려를 보낸다. 원래 천재지변의 특징은 불시적으로 찾아오며, 불가항력적 재난이다. 그래도 재난이 일어날 때를 대비한 신속한 대응 훈련으로 피해를 극소화할 수 있다. 그리고 인재지변의 특징은 예견이 가능하다. 그래서 평소에 안전에 대한 대피훈련을 충분하게 하면 피해를 전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 먼저 지진이 발생했을 때 일본 정부가 취한 신속한 대응을 보았다. 짧은 시간에 보고가 총리에게까지 전달되었고 지진 경보가 통신망으로 전국에 전해졌다. 일본 국민들은 위기 중에도 경보를 듣고 평소 훈련받은 대로 행동을 취했다. 신속하고 침착하게 대응해 큰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평소 대피훈련의 결과였다. 항공기 사고에서도 승무원들이 매달 훈련받은 대로 90초 안에 승객을 비행기 기내에서 탈출시켜 모든 승객을 무사히 구했다. 승무원들의 평소 철저한 훈련의 결과였다.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승객이 탈출한 후 사고 비행기는 큰 화재로 인해 엄청난 손상을 입었다. 특히 최근 발표한 내용을 보면 기장이 379명의 승객을 무사히 탈출시킨 후에 자신은 맨 마지막에 탈출한 사실이 알려져 국민 영웅으로 추앙을 받고 있다고 한다. 부기장들에게도 먼저 나가라고 했다고 한다. 그 책임감에 대해 박수를 보낸다. 이런 계기에 우리나라의 경우를 생각하며 많은 반성을 하게 된다. 태풍으로 천재지변이 해마다 수차례 찾아온다는 걸 알면서도 사전 대비가 미흡하다. 미리미리 개보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서 동일한 사고가 동일한 지점에서 반복하기도 한다. 우리나라도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지진에 대한 철저한 대피훈련이 학교와 지자체, 사업체와 군대 등에서 시행되어야 할 것이다. 일례로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정부가 신속히 대처하고 국민들이 잘 따라 준 결과 전 세계가 인정하는 K-방역을 이루지 않았는가. 이제 인재지변에 해당하는 대형 사고가 일어나지 않게 우리의 경각심을 일깨워야 하겠다. 사전에 철저한 가상훈련을 실전처럼 해봐야 한다. 평택 관리천 일대에 일어난 유해 물질 유출로 하천이 파란색으로 변한 사태, 아파트 화재로 대피하던 주민의 참변, 세월호와 이태원 참사는 모두 인재지변이 아닌가? 연초에 들려온 소식은 한 해를 살아가면서 엄습하는 위기 앞에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지 숙고하게 해준다. 유비무환이 답이다.
    • 오피니언
    2024-01-16
  • [정재우 칼럼] 평화와 통일의 아미(ARMY)
    지난해의 마지막 날, 충격적인 뉴스를 접했다.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는 자신의 회사인 ‘X(옛 트위터)’에 한반도 남북한의 야간 위성사진을 공개했다. 대도시를 중심으로 불빛이 환한 한국과 평양으로 보이는 일부 지역 외에는 캄캄한 암흑으로 뒤덮인 북한, 극도로 대조적인 사진이었다. 이 공개적인 사진은 이미 전 세계 3,500만 조회 수를 올렸다고 전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는 이 사진을 발표하면서 이런 표현을 달았다. “미친 아이디어: 한 국가를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체제로 반씩 쪼개어 70년 뒤 모습을 확인해 보자(6.25전쟁 이후 약 70년 만에 완전히 달라진 남북한 상황을 의미함)” 이 뉴스를 접하며 다시 한번 번민에 빠졌다. 북한은 어떻게 저럴 수가 있는가? 북한의 민생이란 아예 존재하지 않는가? 사상적으로 암흑에 갇혀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사상이 주민들의 삶을 황폐시키고 말았다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목숨을 걸고 북한을 이탈하는 자들이 속출했다는 걸 더 잘 이해하게 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목숨을 걸고 중국이나 제3국을 거쳐 한국으로 어렵게 찾아온 탈북민들이 남한에 정착하기가 너무나 힘들다는 소식이 날마다 들려온다. 3만3천여 명이 넘는 탈북민들은 이 자유의 땅에서 정착을 제대로 못 해 또 다른 고난에 봉착하게 되었다는 슬픈 소식이다. ‘통일 아미가 되자!’라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있는가? 필자는 지난해 연말에 평택YMCA 부설 경기남부하나센터가 주최한 통일 포럼에서 이 말을 처음 들어 보았다. 처음 들었을 때는 통일을 위한 전사, 혹은 군대가 되자는 뜻으로 착각했다. 강의를 듣고 난 후 전혀 다른 개념이란 걸 알게 되었다. 이번에 개최한 평화통일 포럼은 ‘북한이탈주민의 지역사회 통합을 위한 삶의 질 개선 방안(강사: 신효숙 북한대학원 대학교 교수)’이라는 주제로 열렸다. 이 포럼에서 제기된 주제는 탈북민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와 남북 주민의 사회통합을 새롭게 들여다보는 계기가 되었다. 먼저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바른 인식을 남한 주민들이 가져야 한다. 이들은 통일이 절실한 사람들이다. 두고 온 가족과 고향을 자유롭게 왕래할 날을 간절히 고대한다. 또한 북한 실정을 너무나 잘 알고 그들이 고난을 체험했기에 통일을 일깨우는 역할을 잘할 수 있는 자들이다. 또 남한에서 경험한 한류와 한국사회 경험을 잘 전달할 자들이다. 특히 탈북 과정과 남한 정착 과정에서 체득한 이념의 분단을 깨뜨리는 역할과 갈등 극복을 통한 사회통합에 앞장을 설 수 있는 자들이다. 남한 주민은 먼저 찾아온 미래의 통일 주역들을 따뜻한 마음으로 품어야 한다. 저들의 통한의 눈물을 이해해야 한다. 남한 주민들은 저들을 단순히 ‘사람의 이동’으로만 보지 말고 습관, 관습, 행동양식 등을 동반한 이동자로 이해하자. 의사소통과 사회시스템과 문화의 차이를 이해하자. 공산집단주의 체제와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체제의 차이에서 오는 혼란을 이해의 눈으로 바라보자. 또한 남북 주민의 사회통합을 위해 서로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필요하다. 본인들의 노력도 있어야 하지만 주변 남한 주민들의 지지와 수용이 절실하다. 그래서 일상적 생활공간에서 의사소통과 생활세계 통합이 중요하다. 경기남부하나센터는 이를 위해 통일 음식 만들기, 남북 한마당 축제, 하나축구단, 자원봉사단, 시 쓰기 활동, 착한 이웃사랑 텃밭 가꾸기 등을 시행하고 있다. 이 모든 활동은 인정, 공감, 환대 등의 심리적 화합 정신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세계적으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BTS(방탄소년단)는 “청춘의 고민과 아픔을 음악으로 승화시키겠다”는 정신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들을 위해 전 세계에 ‘ARMY’라는 약 6천만 명의 팬덤이 있다. 이들의 정체성은 BTS 음악과 메시지에 공감하고 위로받고 세상에 전파하고, BTS의 성공을 응원하고 어려울 때 힘이 되어주며, 이외에도 사회적 공헌으로 선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이처럼 우리도 탈북민을 위한 ARMY가 되자는 것이다. “세상의 불평등과 폭력을 용인하지 말고 자신을 사랑하자. 더 나은 세상을 위해 함께 일하자”라는 BTS 메시지에 ARMY들이 열광하고 응원하듯이. 이제 우리도 탈북민의 아미가 되어 탈북민의 고난을 함께 나누고, 통일을 일깨우고, 분단을 깨뜨리는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남한 주민이 되자. 평화와 통일은 나의 문제이며, 우리의 문제, 세계의 문제이기에.
    • 오피니언
    2024-01-08
  • [정재우 칼럼] 지구에게 답함
    지금 지구는 중환 중이다. 한 해를 보내며 증상이 더 악화되었다. 생태적인 지구의 수명뿐만 아니라 문명적 상황도 후퇴하였다. 전쟁의 포화는 멈출 줄을 모른다. 증오의 기억은 보복의 칼날을 갈고 전쟁으로 이어진다. 이로 인해 삶의 터전을 잃고 어느 나라도 반기지 않는 난민으로 전전하는 자들, 경제 하락으로 인해 일자리와 주거를 잃고 대도시 음지에서 인간 이하의 나날을 이어가고 있는 노숙족들은 늘어만 간다고 뉴욕과 파리 특파원은 전한다. 이런 상황을 고스란히 안고 지탱해 온 지구에게 말을 걸어본다. 지구가 일인칭이 되어 인류에게 던지는 질문을 들어 보자. 그리고 인류가 지구에게 답해야 할 말을 고민해 보자. 새해를 맞이하기 전에. 지구: 인류는 생존하려는 의사가 있는가? 아니면 공멸할 작정인가? 이대로 간다면 지구적 종말 현상에 직면할 건데 대책은 무엇인가? 왜 이리도 국가 간에 소통이 되지 않는가? G2 국가는 전 세계 전반적인 문제에 대해 왜 지구적 책임을 지지 않는가? 죽어가는 생태계 변화를 무대책으로 바라만 볼 것인가? 지구촌 다음 세대 생존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가? 나의 폐색 짙은 신음 소리를 듣기는 하는가? 인류: 우리는 부끄럽게도 아직 지구의 심각한 중환의 정도를 인식하지 못하고 살고 있다. 여기에 더하여 우리의 생존 여부보다 더 심각해진 지구의 황폐화를 매년 직관하고 있다. 서로 공존하기 위해 협상 테이블에 모여 앉는 것도 쉽지 않은 글로벌 현실이다. 국가주의로 돌아선 각국은 자국 이익만을 계산하기에 분주하다. 기후 위기를 넘어 기후 재앙으로 공멸할 순간은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다. 강대국 간의 경쟁은 안보 차원을 넘어 경제 전쟁으로 비화되어 간다. 지구촌 미래는 누구도 책임지려고 나서질 않는다. 누가 이 위기를 타개할 적임자인가? 정치, 경제, 외교, 사회 지도자가 아니라 지구의 신음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귀를 가진 자이다. 인문학, 철학, 미학, 심리학, 잡학을 하는 자들이 지혜를 모색해야 한다. 어쩌면 지구의 중환은 물리적 처방이 아니라 영성의 문제가 아니겠는가? 상처 입은 영혼들을 도외시한 결과가 지구를 병들게 한 게 아닌가? 눈물겹게 구하니 우리의 과오를 용서하라. 교만과 자만의 늪에 빠진 우리를 용서하라. 과욕과 경쟁으로 지구를 훼손한 우리를 용서하라. 지구의 주인으로 착각하고 행세한 모든 과실을 용서하라. 지구의 수명이 무한하리라 오산한 우리를 용서하라. 무엇보다 생명을 존중하고 지키지 못한 우리를 용서하라. 이제 우린 조금도 지체할 여유가 없다. 세계를 바꾼 위대한 서사 5가지 대전환을 갈파한 ‘바츨라프 스밀(Vaclav Smil)’의 말처럼 ‘인구’, ‘식량’, ‘에너지’, ‘경제’, ‘환경’을 논하고 처방을 내놓아야 한다. 지구적 위기는 더 이상 기다려 주지 않을 것이다. 시급하게 필요한 것은 ‘죽음’보다 강한 ‘생명’을 존중하는 일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생명’보다 강한 ‘사랑’을 회복해야 한다. ‘사랑’만이 지구를 구할 수 있다. 사도 요한이 간곡히 호소하던 영혼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지구를 치유할 온전한 처방이 바로 이것이 아닌가. 이것으로만 회복이 가능하지 않겠는가. “어느 때나 하나님을 본 사람이 없으되 만일 우리가 서로 사랑하면 하나님이 우리 안에 거하시고 그의 사랑이 우리 안에 온전히 이루어지느니라 <요한일서 4:12>”
    • 오피니언
    2024-01-01
  • [소태영의 세상보기] 작은 것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새해 시작하기
    어느덧 계묘년(癸卯年)의 해가 저물고, 갑진년(甲辰年) 한 해를 새롭게 여는 마음은 모두가 다르지만 올해는 참으로 중요한 것 같다. 그동안 각자의 자리에서 자기의 주어진 역할을 잘 감당했는지, 자신이 세운 작은 결심들을 허술하게 내버려 두지는 않았는지 뒤돌아보고, 새해를 맞아 새롭게 시작하는 준비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필자는 갑진년 새해를 맞이하면서 ‘욕심을 내려놓고 작은 것에 만족하면서 살라’는 뜻을 담은 ‘오유지족(吾唯知足)’이라는 사자성어를 가슴에 담았다. 만족함을 아는 사람은 가진 게 적어도 즐겁고, 만족함을 알지 못하는 사람은 가진 게 많고 재산이 많아도 근심이 많다고 한다. 우리는 늘 희망을 가지고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자고 다짐하며 살아가지만 스스로 만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땀은 배신하지 않는다’, ‘내가 한 노력은 보상을 받는다’는 말이 있듯이 각자가 어떤 노력을 했는가에 따라 삶의 많은 부분이 달라진다. 우리가 살아감에 있어서 큰 것만 바라보기보다는 작은 것부터 소중하게 생각하고 작은 것으로부터 행복해하고 감사하는 마음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며, 이는 하루하루가 즐겁고 행복한 원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갑진년 4월 10일은 22대 국회의원선거가 있는 중요한 해이기도 하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투표권의 행사를 통해 기본적 권리와 의무를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 주권 행사 한 표가 국가의 미래를 바꾸고, 자신의 삶과 자아 회복, 인간 회복, 이웃 회복, 공동체 회복 등 우리 모두가 추구하는 사람 냄새 나는 살맛 나는 세상을 꿈꿀 수 있게 할 것이며, 또한 평화가 넘치고, 더불어 잘 사는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평택지역사회도 많은 예비후보들이 움직이고 있다. 시민들은 후보들의 면면을 들여다보면서 가장 좋은 후보를 지역일꾼으로 선택해야 할 것이다. 특히 시민들을 대하는 태도와 인식, 인성과 지식, 식견 등을 꼼꼼히 들여다봐야 할 것이다. 보이지도 않다가 선거 때만 되면 슬며시 나타나 지역 연고 및 학연과 인연만을 부르짖는 후보들이 경각심을 가질 수 있을 것이며, 이런 이유에서 우리의 행복한 삶을 보장받을 수 있는 선택, 후회되지 않는 선택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정치인들이 주권자인 국민들을 두려워할 것이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새해에는 욕심을 내려놓고 작은 것도 소중하게 여기고 작은 것에도 감사할 수 있는 마음을 갖고 만족하면서 살 수 있는 조금의 여유가 필요하다. 갑진년 새해에는 우리 모두가 건강하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 오피니언
    2024-01-01
  • [정재우 칼럼] 아직 늦지 않은 미래
    국내 최고 권위의 기후경제학자로 불리는 홍종호 교수가 저술한 《기후 위기 부의 대전환》을 펴보면 책을 추천하는 글을 쓴 이아림(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학생은 ‘아직 늦지 않은 미래’란 말을 사용했다. 이 말을 접하는 순간 한 해를 마무리하는 주제로 머리에 새기고 묵상했다. 2023년, 한 해를 살아오면서 숱한 소식을 맞았다. 무엇보다 세계인의 시선을 사로잡은 건 전쟁이었다. 만화나 영화처럼 포탄이 떨어지고 건물이 파괴되고 인명이 살상당하는 장면을 매일 뉴스와 미디어 매체로 들었다. 전쟁에 대한 세계인의 분노와 시위 소식도 매일 같이 들려 왔다. 또 어린아이들과 여자들이 유린당하는 비극을 대책 없이 바라만 보았다. 전쟁은 모든 것을 앗아간다. 생명과 문명, 자연과 윤리, 현재와 미래를 파괴한다. 그래서 전쟁만은 인류가 막아야 한다. 서로 타협하고 공존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 최악의 비인간적 행위를 중단할 평화의 수단이 필요하다. 외교와 협상, 강자가 먼저 종전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아직 늦지 않은 미래를 구해야 한다. 전쟁이 단기적인 위기라면 기후 위기는 장기적인 위기다. 기후 위기는 현재진행형인 상황이다. 동시에 미래를 재앙으로 몰아간다. 앞에 소개한 책에서 홍종호 교수는 2020년 이후 지구를 강타한 세 가지 위기인 질병 위기, 경제 위기, 기후 위기를 지적하면서 더 무서운 사실은 이 세 가지 위기가 서로 물고 물리는 순환 관계에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기후 문제를 새로운 차원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다고 한다. 즉 “기후 위기 속에서 경제의 미래를 발견했다”라고 했다. 적극적인 기후정책이 경제발전의 원천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에너지를 아끼고 탄소를 줄이는 기업 경영과 정부 정책이야말로 지속 가능한 지구를 만들고 삶의 질을 높이며, 경제를 키우는 원동력이 된다고 보고 있다. 아직 늦지 않은 미래를 모색해야 한다. 기후 위기가 세계적 위기라면 인구감소 위기는 한국적 위기다. 출산율 0.7% 수치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8개 국가 중 최하위이다. 학자에 따라 견해의 차이는 있지만 이대로 저출산 상황이 계속 지속된다면 ‘국가 소멸’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 칼럼니스트인 로스 다우서트(Ross Douthat)는 한국은 2060년대 말까지 인구가 3,500만 명 아래로 급락할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그 결과로 노인세대 방치, 광활한 유령도시와 황폐화된 고층 빌딩, 미래가 보이지 않는 젊은 세대의 해외 이민이 나타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를 해결할 대안은 있는가?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은 올해 12월 3일 ‘초저출산 및 초고령 사회: 극단적 인구 구조의 원인과 영향, 대책’ 보고서에서 OECD 평균 수준으로 출산율이 올라간다면 희망이 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노동시장 이중구조 완화, 주택 가격과 가계부채 하향 조정, 교육과정 경쟁 압력 완화, 일과 가정 양립 환경 조성을 위한 가족지원 예산 등을 조정한다면 잠재성장률이 0.1% 높아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아직 늦지 않은 미래를 위한 대안이 아닌가?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전쟁, 기후, 인구에 대해 고민해 보았다. 정확한 해결책은 아니라 하더라도 최선을 다해 방법을 찾는다면 암울한 미래에서 벗어나게 되지 않겠는가? 이화여대 석좌교수인 최재천 박사는 한 인터뷰에서 한국을 가리켜 ‘기후 바보’라고 말했다. 이 말은 한국 정부가 세계적인 이슈를 선점하는 일은 잘하지만 진정성 있는 태도로 약속을 지키고 실천하지 않는다고 세계 각국이 지적했다고 한다. 참 안타까운 일이 아닌가. 아직 늦지 않은 미래는 실천에 달려 있다.
    • 오피니언
    2023-12-19
비밀번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