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1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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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사는 이야기] 효과적 독서의 요건 ‘유용한 독서의 중요성’ (1회)
    이 글은 기본적으로 방송대 교재인 『독서의 즐거움』의 요약이로되, 필자의 의견도 얼마큼은 첨가할 것이다. 제1강을 집필한 정준영 교수에 따르면, 여기서는 초보자들의 독서에 유용한 방법론을 제시하였다. 기존의 관련서와는 달리 지나친 체계화를 지양하고 평이한 문장으로 접근했거니와 전공 분야에 들어가서도 관심사를 이어갈 수 있도록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선택한 책을 펴는 순간 모르던 사실을 알게 되고 사고의 지평을 확장시키는 일이야말로 희열에 속하겠지만, 까다로운 글자들의 조합이 단지 기호의 나열로 다가온다면 또 하나의 짐을 얹은 격이라는 지적이다. 다만 효과적 독서를 위한 조건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나날이 다양화, 전문화, 세분화하는 학문을 죄다 따라잡는 데는 한도가 있을 것이다. 그 지점은 저마다의 노력을 경주해 도서관에서 해결하기를 바란다. 부디 이 연재물을 통해 평소 독서행위에 부담감을 느끼는 이들에게 일종의 길잡이가 되었으면 좋겠고, 처음 학습안내에 나온 말처럼 흐트러진 머릿속을 정리해주고 행복한 상상의 세계로 인도한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다. 독서의 중요성에 대해 부인하는 사람이 있을까? 하지만 요즘 주위에서 흔히 접하는 풍경은 책 대신 핸드폰이 대세인 걸 인정할 수밖에 없다. 각 분야의 저술가는 물론 출판업계가 극심한 불황에 허덕인다는 하소연은 차치하고라도 논리력에 비판적 사고를 키워야 창의력이 함양된다는 설득력이 무색할 지경이니 말이다. 차라리 취미가 독서였다는 시절이 그립고 옆구리에 책 한 권쯤은 끼고 다녀야 교양인 축에 낄 때가 나았다는 푸념이 흘러나올 정도라면 현대인들은 몰입의 기쁨을 어디서 얻을까? 그나마 전자책이었으면 다행일 테지만 거리를 오가며 만나는 사람들이 즐기는 창구는 게임인 경우가 많다. 우스개로 독서나 오락이 선을 따라가는 행동이긴 마찬가지나 닐 포스트먼의 주장처럼 인쇄술 보급 이후 책을 읽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의 구분이 생겨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단적인 예로써 선거철만 되면 집단 지성보다는 군중심리가 기승을 부리는 양상도 이 점에 기인하는 것으로 판단한다. 이는 마셜 맥루언의 말마따나 서책을 통해 내면적인 개인주의를 함양하는 기회마저 놓쳐버린 결과는 아닌가 한다. ▲ 평택시 중앙동 일대에 피어난 꽃무리 그도 그럴 것이 저자가 꼬집은 내용 중에는 책과 권력의 상관관계를 파헤친 대목이 눈길을 끈다. 예나 지금이나 독재자들은 정보를 독점함으로써 통치권을 공고히 했다는 이야기다. 분서갱유의 폭력성은 말할 것도 없고 버젓이 금서목록을 강요한 한국의 과거사도 씁쓸하다. 기실 종이책의 역사는 105년경 후한의 채윤에 의해서인데, 종이는 습기에 취약한 파피루스나 생산이 힘든 죽간, 양피지, 비단 등의 약점을 극복한 획기적 발명품이었다. 그로부터 751년 무렵 중앙아시아로, 793년 무렵에는 바그다드로 전파되었으나, 유럽인들이 제한적으로 종이를 사용한 때는 12~13세기였다. 이윽고 17세기에 들어서야 독서인구가 늘어나기 시작했고 도서 양산이 가능해진 건 19세기 이후의 일이었다. 놀랍게도 11세기만 하더라도 책 한 권 만드는 비용이 무려 1만 달러(한화 1,300만 원 상당)에 달했다니 믿거나 말거나 아니랴. 그 밖에 필사자나 구연자의 위상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을 수 있겠으나 하여간 일반인들이 책자를 접하기는 무척이나 힘들었다. 주목할 대목은 낭독과 음독에서 점진적이나마 묵독으로 전환했다는 지점이다. 저자는 소수의 양서보다는 다독을 강조하고 있다. 글 쓰는 능력을 배양하는 데도 도리어 광범위한 독서가 도움이 되거니와 비판적 사고를 기르기 위해서는 다양한 책을 접하는 편이 더 효과적이라는 제안이다. 아닌 게 아니라 전공에 관련된 내용을 본격적으로 섭렵하는 곳을 대학이라고 볼 때, 기억력에 한계가 있는 사람으로서 기록물이 없이는 심층적인 연구가 어려울뿐더러 전문가들이 집대성해놓은 포괄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논증력을 키우는 길이 학문을 닦는 기본기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면에서 표준어의 제정은 근대시민국가를 형성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감당했다. 영어의 경우 1755년 존슨 박사(명예)가 주도하여 사전이 편찬되고 문법서들을 출간하면서부터 세계 공용어의 기틀을 다졌다고 하면 무리수일까? 물론 독서라는 행위가 반드시 학자적 자질을 담보하기 위한 지름길은 아니겠지만, 비록 실용성은 좀 떨어지더라도 단편적 즐거움이나 교양을 쌓으려는 독서 또한 몰입을 위한 전 단계로는 의미가 있을 수 있어서다. 명백한 바는 독서를 통해 느끼는 뿌듯함이야말로 즐거운 인생의 동반자라는 점이다. ■ 프로필 - 고교생에게 국어와 문학을 가르치며 ‘수필집·시조집·기행집’ 등을 펴냈습니다. - 퇴임 후 기고활동을 이어가면서 기독교 철학박사(Ph.D.) 학위를 받았습니다. - 블로그 “조하식의 즐거운 집” http://blog.naver.com/johash을 운영합니다. - 정론지 <평택자치신문>에 “세상사는 이야기”를 15년째 연재하는 중입니다. ※ 다음호(716호)에는 ‘효과적 독서의 요건 - 어떠한 책을 선택할까’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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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하식의 이야기
    2024-03-08
  • [세상사는 이야기] 북유럽 기행 ‘리투아니아의 독자적 행보’ (7회)
    이윽고 북유럽 7개국을 돌아보는 마지막 나라에 접어들었다. 한때는 한 나라처럼 지내기도 했을 텐데 국가명이 바뀌었다고 풍광마저 이토록 차이가 나는 데는 차분히 역사적 맥락을 짚어보아야 하리라. 농사만 해도 아까까지는 귀리 재배에 중점을 두었다면 이제부터는 보리, 유채, 밀밭이 골고루 지나간다. 심심찮게 보았던 나무 전봇대는 바로 곁에서 베어낸 반듯한 소나무인 듯. 게다가 놀리는 땅이 거의 없는 걸 보면 국가운영은 일단 합격점을 주어도 될 참이다. 그럴 만한 것이 리투아니아(Republic of Lithuania, 면적: 한국의 65%)는 상주인구 약 270여 만에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를 넘겨 먹고사는 데는 지장은 없는 상태. 다만 현지 가이드에 따르면 대놓고 우크라이나를 응원하고 민감한 대만 문제에서도 중국과 척지는 등 눈치 없이 강대국의 심기를 건드리는 정책을 밀어붙여 걱정이란다. 그렇다고 해서 현실적으로 겁이 없는 건 아니라는 부연에 헛웃음보다는 향후 어떤 허허실실의 처세를 취해나갈지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는 말로 포문을 갈음하고자 한다. 인구 56만의 빌뉴스는 이 나라의 수도. 붉은 벽돌로 지은 트라카이성으로 가는 데는 약 40분이 걸린단다. 일식 셰프가 직업이라는 가이드는 말재주는 없어도 우직한 사람이었다. 마디가 끊어지는 걸 보니 투박한 대구 사나이. 일행이 요트를 타는 동안 나는 몸이 아픈 아내의 손을 잡고 천천히 성으로 향했다. 갈베호수 위에 비친 성곽은 한 폭의 그림이라는 평이 아깝지 않다. 다만 유람선에 올라 사방에서 감상할 만한 경치인지는 각자가 분별할 몫이로되 미리 돌아본 바로는 오히려 성내 입장료에 선택지를 부여하는 편이 더 합리적일 듯싶었다. 체력에 한계를 느낀 아내가 앉아 쉬는 동안 그리 멀지 않은 성 둘레를 돌아보니 적의 공격에도 쉬이 무너지지 않을 만큼 탄탄히 지은 도피성인 건 맞다. 발트해에서 흑해에 이르는 넓은 영토를 호령하던 비타우타스 공작이 거주하다가 사망한 곳이라는데, 14~16세기에는 동유럽 전역을 지배하던 제국이었으나 이후 폴란드-리투아니아 연방의 일부가 되고, 1944년 소련의 위성국으로 전락했다가 1990년 3월에야 국제 정세에 따라 독립할 수 있었다. 일부 정보에서는 독립과 동시에 한국과 외교 관계를 수립한 게 아니라 조만간 대사급 수교를 약속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 리투아니아의 빌뉴스를 지탱한 대성당의 위용 중세사의 한쪽 이면일지언정 아예 접하지 못한 채 돌아선 건 못내 아쉬운 대목. 일세를 풍미하던 비타우타스 목상을 뒤로하고 일행과 함께 향한 곳은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빌뉴스의 구시가지다. 타타르인들이 남긴 나무집들이 하나둘씩 멀어지는 가운데 가이드는 때마침 막혔던 말문이 터진 듯 코로나 기간의 곤고함을 주저 없이 털어놓았다. 사업 진단차 잠시 들른 이국땅에서 반려자를 만나고 애써 이룬 가정을 지키는 일에 최선을 다한 모습이 돋보이는 순간이었다. 새벽의 문을 지나 바실리우스 수도원 구역에 들어서니 카시미르 교회를 비롯해 나폴레옹이 탐냈다는 테레사 성당과 경건한 러시아정교회가 나왔다. 구시가지의 전경을 감상할 수 있다는 게디미나스성에도 의미는 있겠지만 필자가 보기에는 국회의사당 건물이나 리투아니아 속의 작은 국가라고 지칭하는 우주피스공화국에 더 무게의 중심이 실린다. 그에 앞서 잊지 말아야 할 가치는 원형을 보존한 성문이요, 아르누보의 건축양식을 지닌 콘서트홀이 더 조명을 받아야 한다. 그밖에도 미카엘성당이나 안나성당에 대해서는 하도 많은 곳을 소개하는 바람에 순서마저 헷갈리기 일쑤여서 하나하나 거론하기에도 벅차다. 그러나 인문학도의 두 눈을 사로잡은 곳은 문학의 거리. 일련번호를 따라 일일이 설명을 곁들이는 깊이를 대하자니 생각보다 가이드의 내공이 쌓인 듯하다. 지형지물을 찾아 해설하는 틈틈이 앉아 있기는 하지만 아내가 힘겨워하는 모습이 안쓰러워 그만 자리를 피해 쉼터를 찾으려 해도 쉽지 않았다. 서둘러 택시를 잡아타고 호텔에 들어갈까 고민하다가 버스에 놔둔 짐들이 있거니와 내일 아침 공항으로 가는 공지사항을 따로 전달받기도 싫어 그대로 두어 시간을 버티기로 했다. 아내와 더불어 시간을 보낸 곳은 광장과 공원을 끼고 있는 빌뉴스 대성당의 뒤꼍. 기둥의 크기에 기대어도 그 옛날 영화를 재현하려는 의도를 알아차릴 것 같았으나 현지 가이드의 입을 빌리면 리투아니아 정치인들은 아마도 강심장을 달고 사는 거 같아 불안하기 그지없다는 말에도 이해가 간다. 어쨌거나 인천공항에서 지레 체험한 이상 조짐에도 불구하고 여정을 무사히 마친 것은 온전히 주님의 은혜였다. ■ 프로필 - 고교생에게 국어와 문학을 가르치며 ‘수필집·시조집·기행집’ 등을 펴냈습니다. - 퇴임 후 기고활동을 이어가면서 기독교 철학박사(Ph.D.) 학위를 받았습니다. - 블로그 “조하식의 즐거운 집” http://blog.naver.com/johash을 운영합니다. - 정론지 <평택자치신문>에 “세상사는 이야기”를 15년째 연재하는 중입니다. ※ 다음호(715호)에는 ‘효과적 독서의 요건 - 유용한 독서의 중요성’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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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하식의 이야기
    2024-03-04
  • [세상사는 이야기] 북유럽 기행 ‘라트비아에서 감지한 활기’ (6회)
    일행이 남쪽을 향해 달려가는 곳은 라트비아(Republic of Latvia, 면적: 한국의 약 64%). 갈수록 굵고 얇은 소나무 군락이며 자작나무 숲이 속속 나타나는 등 수종의 다변화를 시시각각 실감할 수 있었다. 드넓은 경작지에서 보듯이 산자락은 거의 없고 평평한 들판이 펼쳐진 가운데 당도한 수도 리가는 총인구 180여만 중 약 60여만 명이 모여 사는 도시. 예술미는 현저히 떨어졌으나 거리에서 활기를 감지할 수 있었다. 재밌는 건 코로나 기간 이곳에서도 Bolt를 이용한 배달문화가 상당 부분 자리를 잡았다는 후문. 이른바 발트 3국의 한가운데 위치했다는 연유로 한국과는 1991년 독립과 동시에 수교를 맺었으며, 곧이어 투자보장 및 비자 면제 협정을 체결하였고, 이후 이중과세방지협정에 가서명한 데 힘입어 삼성과 엘지 등의 대기업 상사원이 상당수 주재하고 있단다. 1인당 GDP는 아직 2만 불에도 못 미치나 수심이 깊은 연안을 끼고 있어 크루즈가 드나드는 등 관광사업에도 역점을 두고 있는데 다행히 구시가지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니 앞날을 기대할 만하다. 차창 밖에 비친 거리의 색상은 좀 우중충한 편. 수더분하게 꾸민 화단에서 수줍게 웃는 꽃들처럼 사람들의 표정도 무덤덤하다. 획일적인 연립주택이나 단독주택의 면모도 어제 보던 풍경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현지 가이드를 따라 골목으로 들어가니 세기별 건축양식을 대비해준다는 삼형제 건물이나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큰 돔성당이나 감동이 없는 건 매한가지. 그나마 리가성에 자리한 대통령 관저의 앞뜰을 거거는 게 피터성당이나 검은 머리 전당을 보는 것보다는 나았다. 그 옛날 군대막사였다는 화약탑을 뒤로하고 접한 정보는 채 50명이 안 되는 교민의 1/3은 교환학생이라는 전언. 에라스무스 장학제도가 있다기에 해설자에게 구체안을 물어도 시원한 대답은 없다. 나중에 알아보니 1987년부터 EU에서 채택한 교환학생 프로그램. 교차로에서 물끄러미 오가는 사람을 응시하는 데이지꽃 장식품처럼 전할 말을 잊은 듯 일행을 태운 리무진은 룬달레궁을 향해 치달았다. 장황한 설명을 집약하면 18세기 봉건 영주의 자기과시용 호화주택. 하지만 제아무리 고상하게 치장하고 유식한 척 떠벌여도 냄새나는 페인트칠을 해대는 바람에 전시공간을 둘러보는 내내 역겨운 느낌이었다. 나오며 보니 흙먼지 날리는 뒤편보다는 그래도 정성껏 꾸민 앞뜰을 기대했는데 웬일인지 그냥 지나쳐버리는 처사를 이해하기 어려웠다. ▲ 라트비아의 샤울레이 언덕에 세운 십자가 무덤 몇 차례 TV를 통해 십자가 언덕으로 알려진 곳은 필자가 영상에서 확인한 것보다 훨씬 대규모에 기하학적이었다. 그 숫자만 해도 수만 개를 헤아린다더니 정녕 그럴 법하다고 시인할 정도. 한마디로 온갖 형상의 십자가 모형이 죄다 꽂혀 있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그리 높지 않은 꼭대기에 올라 사방을 바라보니 들판 가운데 우뚝 솟은 동산을 순례지로 택한 듯하다. 좀 떨어진 북쪽에서 학생들이 나오기에 내친김에 그곳까지 가봤더니 미사를 드리는 공간을 마련한 외에는 박물관을 준비하는 게 아닌가 했는데 거기에 왜 천하대장군을 빼닮은 말뚝을 세워 놓았을까? 영어가 유창한 관리인은 내게 출신지를 물으며 북한의 실상을 풍자했고 남한의 기독교인 숫자까지 관심을 보였다. 대략 20%가 신자라는 답변에 놀랍다는 반응을 보인 데 대해서는 두고두고 부담감으로 남아 있을 테니까. 구원의 방주와 십자가의 길이 어디쯤 있는지조차 모를 만치 영적 무지를 가감 없이 드러낸 현장. 저마다 갖가지 모습으로 십자가 우상을 만들어 품속에 안고 돌아간들 참 평안이 깃들 리 만무다. 실로 놀라운 일은 그 뒤에 일어났다. 구소련 시절 민족 저항의 상징이었던 샤울레이의 묘지산을 뒤로하고 얼마 가지 않아 마주한 광경은 시커먼 연기를 내뿜는 교통사고 현장. 영리한 기사는 잠시 기다리다가 차를 뒤로 돌려 흙먼지 날리는 농로로 차를 몰았다. 금세 본 도로에 진입하는 소로가 나 있다는 사실도 고무적이지만 만약을 위해 안전한 길을 택한 그의 판단력에 찬탄을 금치 못하는 분위기. 문제의 근원은 눈에 뵈는 현상에서 멈출 수 없다는 지점에 도사리고 있다. 우리 부부의 영적 감지는 하나님은 이 사건을 왜 주셨을까에 대해 초점을 맞췄다. 지상인지라 그 이상의 서술은 끝내 자제하겠으나 훗날 복음과는 상관없는 일들을 벌인 그곳에서 무슨 변고가 발생할지는 미리 발설하지 않기로 다짐하련다. 예수께서 공관복음서를 통해 이르시기를 “너희 보는 이것들이 날이 이르면 돌 하나도 돌 위에 남지 않고 다 무너뜨려지리라”(마 24:2, 막 13:2, 눅 21:6)라고 일갈하셨으므로……. ■ 프로필 - 고교생에게 국어와 문학을 가르치며 ‘수필집·시조집·기행집’ 등을 펴냈습니다. - 퇴임 후 기고활동을 이어가면서 기독교 철학박사(Ph.D.) 학위를 받았습니다. - 블로그 “조하식의 즐거운 집” http://blog.naver.com/johash을 운영합니다. - 정론지 <평택자치신문>에 “세상사는 이야기”를 15년째 연재하는 중입니다. ※ 다음호(714호)에는 ‘북유럽 기행 - 리투아니아의 독자적 행보’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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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하식의 이야기
    2024-02-22
  • [세상사는 이야기] 북유럽 기행 ‘에스토니아 건축의 재발견’ (5회)
    이번 여행에서 필자가 거둔 괄목할 만한 성과라면 에스토니아(Republic of Estonia, 면적: 한국의 43%)에서 발견한 건축미를 들 수 있다. 언뜻 가지런한 시가지는 이미 영상을 통해 주황색 지붕의 아름다움에 익숙한 바로되 이처럼 예술미를 더한 건조물들을 연달아 만나볼 수 있으리라고는 거의 예상치 못했다. 그 중심에 한자동맹의 한 축인 수도 탈린(약 45만 명) 구시가지가 있었다. 인구라야 고작 130만에 1인당 국민소득이 4만 달러를 상회하는 까닭 중 으뜸은 일단 IT분야의 초강국.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과 수위 다툼을 벌일 정도다. 다소 길게 이어진 현지 가이드의 설명을 정리해보니 워낙 여러 나라의 침략을 거치는 동안 각국의 건축양식이 바람직하게 가미된 결과일 거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하지만 어느 곳엘 가든지 자연스러운 동선과 함께 매끄러운 노면 상태를 부드러운 보행로의 편리함으로 연결시켜 보는 필자로서는 남다른 시각을 갖고 있다. 그래서 주목한 지점이 창문의 크기와 모양새. 에스토니아 건축물에서는 단순한 획일성을 지양하며 최대한 옆 건물들과의 어울림을 지향한다. 이는 건물의 전체적 조화로움을 돋보이게 하는 데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한다는 게 나의 주장이자 색다른 안목이다. 대략 현재 라트비아를 포함한 남부지역(당대 명칭은 리보니아)에 영향을 미친 나라들만 꼽아보아도 9세기부터 바이킹의 침범을 당한 이후 덴마크, 스웨덴, 러시아의 괴롭힘을 받다가 14세기 덴마크 왕실에 의해 게르만족의 소유로 넘어간다. 16세기 중엽에는 남북이 양분되어 스웨덴과 폴란드에 장악되고 18세기 초 스웨덴에 승리한 러시아가 지배권을 행사하는 가운데 구소련의 연방으로 전락해 2차대전 중 잠시 독일로 이양됐다가 1991년 8월 국제적으로 독립을 인정받기에 이르렀다. 바로 여기에 그들이 추구한 건축술의 지혜가 숨어있다. 톰페아 언덕에서 바라본 전경을 통해 별미를 느끼는 건 그래서다. 최근에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오로라 현상까지 관측되는 바람에 새로운 관광지로 부상하고 있다니 다수가 꼭 재방문을 고려할 만하다고 여길 정도란다. 아직 한국 교민이라야 25명에 불과하지만 K-Pop의 열기는 이곳에도 전해져 현지인들과 교분은 정교히 다듬은 골목길처럼 계속 순탄할 것으로 기대한다는 전언이다. ▲ 에스토니아의 탈린 톰페아 언덕에서 바라본 전경 저녁 식사를 겸한 자유시간에 아내와 발품을 판 곳은 현지 가이드에게 설명을 들은 유적지를 피해 다니는 행보였다. 한껏 반경을 넓혀 주로 신시가지를 돌아보니 조금은 밋밋하지만 걷기 여행의 또 다른 묘미를 느낄 수 있었다. 곳곳에 걸린 삼색기의 의미는 파란색은 하늘, 검은색은 나무, 하얀색은 땅을 상징한다는데 한글 모음의 제자원리인 천지인과 닮아있었다. 그중에 나무는 자신들의 근원을 나타낸다는 말에 우리 둘은 대뜸 선악과를 소환했다. 국립 오페라 하우스를 지나 그리 높지 않은 중앙공원에 앉아 쉬면서 전방을 바라보니 비록 구시가지 전체를 조망할 수는 없었으나 600년의 역사를 지닌 톰페아성을 비롯해 큰 덩치의 넵스키 대성당, 적군을 퇴치하려고 만들었다는 두툼한 마가렛 성탑, 표트르 대제가 바로크식으로 지었다는 카드리오궁, 뱃사람의 수호신을 숭배하는 니굴리스테 교회를 보고 14세기 건립한 비루게이트를 빠져나오던 동선이 어렴풋이나마 떠올랐다. 하지만 제아무리 경건의 모양을 고수한 채 서서 경배의 형식을 취한들 토속신들과 결합한 잡신을 믿는 행위는 한낱 미신에 지나지 않는다. 이제 다음 행선지는 여름 휴양지인 파르뉴. 탁 트인 녹지를 가로질러 세 시간 이상이 소요된다는 말을 듣고 필자는 푸르른 발트해변보다는 고풍스러운 구시가지에 더 관심이 쏠렸다. 햇볕이 내리쬐는 가운데 차에서 내리니 멋진 리조트와 함께 기다란 모래사장이 한눈에 들어왔다. 모래도 양질이지만 유난히 길에서 바닷물까지 길게 뻗은 해안선. 우리 같은 관람객을 맞기 위해 나무데크를 설치할 정도로 일삼아 걸어야 했다. 한두 장 사진을 남기고 아름드리나무들로 가득한 공원의 맞은편으로 건너가니 코끼리 상들이 예쁘게 서 있는 놀이터. 나중에 옆자리를 지킨 부부에게 앨범을 보여주니 그냥 지나친 것들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아니나 다를까 여기 역시 다른 데보다는 다양한 건축미를 보여주었다. 이들은 창문의 크기에 따라 좌우를 달리하고 아래위 층을 번갈아 가며 배치를 달리하는 비결을 터득한 듯하다. 그러니 요모조모 가옥을 세심하게 들여다보는 입장에서는 여러모로 참고할 부분이 많을 수밖에. 자, 주택의 디자인을 연구하는 자들이여, 부디 에스토니아의 건축미를 눈여겨보시라! ■ 프로필 - 고교생에게 국어와 문학을 가르치며 ‘수필집·시조집·기행집’ 등을 펴냈습니다. - 퇴임 후 기고활동을 이어가면서 기독교 철학박사(Ph.D.) 학위를 받았습니다. - 블로그 “조하식의 즐거운 집” http://blog.naver.com/johash을 운영합니다. - 정론지 <평택자치신문>에 “세상사는 이야기”를 15년째 연재하는 중입니다. ※ 다음호(713호)에는 ‘북유럽 기행 - 라트비아에서 감지한 활기’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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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02-22
  • [세상사는 이야기] 북유럽 기행 ‘핀란드라는 나라의 확대경’ (4회)
    VIKING LINE은 여태껏 필자가 승선한 배 가운데 최고의 크루즈. 하지만 우리 한국 조선기술의 금자탑을 만끽하며 도착한 핀란드(Republic of Finland, 면적: 한국의 3.3배)는 몹시 실망스러웠다. 도로에서 조심스럽게 자른 바윗돌의 절단면을 볼 때까지만 해도 배경 지식(1인당 소득 약 4만 달러, 인구 550만가량)에 준한 예상치는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그걸 송두리째 깨뜨린 곳은 시벨리우스공원. 국민 작곡가를 기리는 흉상이나 파이프오르간의 조형물이야 평균작이라 치더라도 거기서 발걸음을 떼는 순간 눈살을 찌푸리게 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아니 산책로에 짜증스러울 만큼 개똥이 널려있다니 이 나라의 주민의식은 반려견의 배설물조차 처리하지 못하는 수준이란 말인가? 게다가 벤치 주위에 널브러진 담배꽁초나 전동 킥보드가 여기저기 방치된 한국을 연상케 했다. 스칸디나비아반도를 벗어나자마자 마주친 노점상은 도리어 인간적이었다. 조잡하게 꾸민 카페도 그렇거니와 카누를 띄운 물이 오염되었다 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연못에 고인 물마저 바싹 말라비틀어진 채 방치돼있었다. 이런 곳을 두고 수도 헬싱키(약 130만 명) 시민들이 가장 사랑하는 공원이라는 해설도 우스운 마당에 공원 가득 웬 꽃가루는 그리도 흩날리는지 도무지 눈을 뜰 수 없을 지경. 알레르기에 취약한 아내는 결국 자유시간 40분을 그 잘난 공원 구석에서 버티고 견디다가 급기야 몸에 이상증세를 느끼기에 이르렀다. 이런 경우는 손해배상이라도 청구해야 하는 거 아닌감? 엎친 데 덮친다더니 우스꽝스러운 일은 곧바로 이어졌다. 일정에 따라 이른바 템플리아우키오 암석교회라는 데를 데리고 가기에 따라갔더니 첫눈에 천연암석의 기운은커녕 위쪽은 바위를 깨뜨리고 남은 돌덩이들로 벽돌을 삼아 철제 지붕을 덮은 건조물에 불과했다. 암석교회라는 이름으로 입장료를 받으려면 지하로 얼마큼은 내려가 폴란드 소금광산에 조성한 성당이나 요르단 페트라에서 본 무덤처럼 상하좌우 사방이 온전히 바위로만 이루어져 있어야 하거늘 어찌 이런 장소를 두고 감히 암석교회라고 선전하며 장사를 감행하는지 한참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이토록 청십자기에 나타난 청정 이미지는 물론 최소한의 신뢰마저 깨진 마당에 어디를 간들 그 가치를 느끼겠는가? 불과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핀란드 하면 숲과 호수의 나라였는데 그 심상이 이렇게 일순간에 무너져버리리라고는 상상하지도 못했다. ▲ 핀란드의 헬싱키에서 발견한 철제 지붕의 건축미 우스펜스키 대성당에서 내려다본 대통령 집무실 겸 관저는 허술할 만큼 평범했다. 다만 그 뒤편 건물의 벽에 붙은 휘장이 남다르기에 인솔자에게 물으니 대뜸 정부청사라고 답했다. 하지만 이는 원로원 광장에서 만난 건축물 중에 정부청사가 있어 명백한 거짓말로 밝혀졌다. 이로 인해 그러잖아도 결정적인 대목(가령 양쪽 귀가 멍멍한 상태에서 물어본 해발 고지를 대충 800m라고 얼버무린다든지 사람 구경하기 힘든 고을에서 제법 밀집한 동네 이름을 물으니 마지못해 툭 반말투의 외마디 소리로 대응한다든지)에서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만들었는데 차 안에서 설명한 각종 내용이 대체적으로는 해박하다고 수긍한 부분까지 흔들리고 말았다. 내부를 공개하지 않은 헬싱키 대성당의 대안이 애초에 없었다는 것도 문제점. 차라리 실속 없는 사우나 시설을 대충 훑어볼 게 아니라 런던아이를 닮은 원형 관람차를 타보는 것이 훨씬 나을 뻔했다는 것이 중론. 걸어서 한 뼘 거리인 마켓광장을 무슨 과일(대부분이 수입품) 시장의 명소인 양 시간을 끌면서 빙빙 돌아가는 행태 또한 지양되어야 하리라. 그나마 건진 것은 국립도서관 겉핥기. 그 서가까지 깊숙이 들여볼 수는 없었으되 석고조형물이 놓인 복도를 빠짐없이 돌아본 것만으로도 한 시간이 넘는 자유시간을 채웠다는 포만감이 있었다. 또 하나 주행 중에 들른 휴게소를 빼놓을 순 없다. 유럽이 아닌 한국식에 가깝다더니 가게가 드문 현지 실정상 아울렛을 겸했으나 적어도 화장실 문화만큼은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한다. 최악의 사례는 현지 가이드의 무성의한 관광지 해설을 꼽을 수 있다. 불쾌하기 짝이 없는 건 시종 자일리톨을 개량한 상품 홍보에만 열을 올리는 행태. 마치 가이드 둘이서 공조라도 한 듯이 보여 불합리한 일정 진행에 관해서는 귀국 후 본사에 강력히 항의하며 개선책을 제시한 바 있다. 해외여행객에게는 최적화한 세 가지의 주요소가 맞아떨어져야 나들이에 나설 수 있다. 첫째 건강을 담보로, 둘째 시간을 내서, 셋째 비용을 마련할 때라야 가능한 것이 장기나들이이기 때문이다. ■ 프로필 - 고교생에게 국어와 문학을 가르치며 ‘수필집·시조집·기행집’ 등을 펴냈습니다. - 퇴임 후 기고활동을 이어가면서 기독교 철학박사(Ph.D.) 학위를 받았습니다. - 블로그 “조하식의 즐거운 집” http://blog.naver.com/johash을 운영합니다. - <평택자치신문>에 “세상사는 이야기”를 14년째 연재하는 중입니다. ※ 다음호(712호)에는 ‘북유럽 기행 - 에스토니아 건축의 재발견’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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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02-02
  • [세상사는 이야기] 북유럽 기행 ‘스웨덴이 구축한 시공문화’ (3회)
    차창에 비친 풍경이 확 바뀌었다. 막 국경을 통과했다고는 하나 지형을 금세 갈아치울 수는 없는 노릇이니 더욱 신기한 장면의 연속극. 산악지대에서 갑자기 평원지대로 변신한 까닭은 조물주만이 그 비밀을 아실 터이로되 여행객으로서는 즐거운 눈요깃거리가 아닐 수 없다. 좀 더 거들자면 뚜렷한 차선에 도로의 경계선마다 설치한 차단봉마저 예사롭지 않다. 스웨덴(Kingdom of Sweden, 면적: 한국의 4.5배)이란 나라는 한눈에 세기(detail)에 강할뿐더러 상주인구 천만이 넘는 면모(1인당 국민소득 약 5만 달러)를 유감없이 보여주는 참이다. 바로 옆 나라처럼 야트막한 관목에 이끼류가 기생하는 바위지대와는 판이한 풍경화. 냉큼 차에서 내려 잘 가꾼 숲속을 실컷 거닐어보고픈 마음이 들었다. 이를테면 그 옛날 스웨덴 왕국의 일면식을 두고 지레 유럽 일대의 도시들 사이에 맺었던 무역공동체, 즉 ‘한자동맹(the Hansa)’의 한 축에 들어선 기분을 애써 소환하는 중이랄까? 그도 그럴 것이 나타난 간판이 ‘IKEA’에 이어 ‘VOLVO’까지 선뵈고 있다면 수도 스톡홀름(약 165만 명)의 첫인상은 일자리 산업이 꿈틀거리는 현대도시의 현주소를 체감하기에 부족함이 없으리라. 도심에 자리한 호텔에 봇짐을 풀자마자 폭주족이 내는 굉음을 접한 건 꽤나 뜻밖의 일. 하지만 이마저 스웨덴이 허용한 자유의 발산이라고 이해한 건 이튿날 아침이었다. 아내와 나선 산책길에서 젊은이들을 위한 거리와 더불어 대자연을 학습하기에 알맞은 어린이놀이터를 마주했기 때문이다. 친환경 소재를 이용해 아기자기하게 꾸민 시설들을 돌아보며 흙모래를 매만지며 맘껏 즐길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는 어른들의 양육방식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어 부럽고 흐뭇했다. 특히 내 눈을 사로잡은 건 안전한 그네의 생김새. 자동차 시트처럼 폭 들어가 앉도록 만들어 위험도를 낮추었으니 당장 수입목록에 올릴 만하다. 유사시에 대비한다고 마냥 모험 자체를 차단한 품도 아니다. 미끄럼틀을 타고 올라가는 구부러진 사다리는 훈련용 계단을 연상케 했다. 주위는 흡사 해자처럼 형성된 강줄기. 잔잔히 흐르는 강변을 따라 한 바퀴 돌아보고 싶었으나 정돈된 상가, 가지런한 주택가, 정갈한 교회당, 직장인들이 이용하는 대중교통을 서둘러 살펴본 다음 정해진 식사 시간에 맞출 수밖에 없었다. ▲ 스웨덴의 스톡홀름 시청 내부 중 계단의 예술미 스웨덴이 한때 자긍하던 조선업의 모태는 바사박물관에서 찾을 수 있다. 역사의 현장을 확인해보니 그 위용을 짐작하기에 충분했다. 현지 가이드의 목소리에 담긴 줄거리를 요약하면 바사호는 현존하는 17세기 유일한 목재 전함. 바사왕국 구스타프 2세의 지시로 1625년에 건조를 시작하여 1628년 8월 항해에 나서자마자 침몰한 범선이었다. 450명이나 태운 돛단배를 단 2년여 만에 건조한 치열함도 놀랍거니와 과다적체로 인해 가라앉은 배를 급기야 333년 만에 발견하여 1961년 인양해낸 집요함은 더 경이로웠다. 줄줄이 쏟아놓는 해설을 듣자니 생생한 녹화화면이 아니더라도 당대 만천하에 국력을 과시하기 위해 호화롭게 장식한 사자 왕의 허영심은 사전에 대전함의 종말을 배태하고 있었다. 총길이 69m, 최대폭 약 11.7m, 높이 52.2m의 선박에 실었던 대포나 각종 기구류를 보아하니 아닌 게 아니라 타이태닉 거대유람선의 예고편을 접한 듯했다. 그러나 인간의 교만은 매번 그 지혜의 원천이 신의 섭리로부터 나온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어버리곤 한다. 영어 낱말인 present가 지닌 뜻처럼 내게 주어진 현재야말로 감사할 선물임을 망각한 채 잘난 척 날뛰다가는 치르는 대가가 혹독하다는 기시감(deja-vu)을 말함이다. 스토크라는 통나무와 홀름이라는 섬을 합쳐 스톡홀름이 되었다는 가이드의 해설. 그중 시청은 당시 건축술의 모든 요소를 가미한 역작이었다. 비잔틴 양식을 비롯해 바로크, 로코코, 고딕, 르네상스 등 받아적기에도 벅찰 만치 혼합미의 총망라. 다만 그 목적이 국민의 파티장으로 사용할 의도였다면 서사는 달라진다. 멀리 갈 거 없이 눈앞의 호수(식수)에 띄운 민심의 배는 왕가를 태우고 순항할 수도 있으나 정반대로 뒤집어엎을 수도 있다는 진리를 일찌감치 알아차린 셈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뗏목섬에 구축한 스웨덴왕궁은 어떨까? 보존된 가구들의 평균치는 기본이 300년. 높낮이를 안정감 있게 설계한 계단은 우리 부부가 가장 높게 평가한 지점이다. 최상층부에서 근검절약을 몸소 실천하지 않고는 그 영화를 누릴 자격에 미달할 수밖에 없다는 교훈을 다시 한번 되새긴 시공이랄까. 세심하게 꾸민 곳마다 고품격을 갖춘 시민공원도 그 연장선에 있었다. ■ 프로필 - 고교생에게 국어와 문학을 가르치며 ‘수필집·시조집·기행집’ 등을 펴냈습니다. - 퇴임 후 기고활동을 이어가면서 기독교 철학박사(Ph.D.) 학위를 받았습니다. - 블로그 “조하식의 즐거운 집” http://blog.naver.com/johash을 운영합니다. - <평택자치신문>에 “세상사는 이야기”를 14년째 연재하는 중입니다. ※ 다음호(711호)에는 ‘북유럽 기행 - 핀란드라는 나라의 확대경’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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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01-26
  • [인터뷰] 임윤경 평택시·의정모니터링센터 공동대표에게 듣는다!
    “평택시 정책 방향이 올바른지, 예산 적정하게 사용하는지 시민의 눈으로 지켜볼 것” “시의원이 주민의 대표자로서 부여받은 역할·기능 올바로 수행하는지 점검하겠습니다” ▲ 임윤경 평택시·의정모니터링센터 공동대표 지난 11일 평택평화센터 센터장과 평택시·의정모니터링센터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임윤경 센터장·공동대표를 만나 평택시·의정모니터링센터의 목표와 향후 일정을 들었다. 임윤경 공동대표는 “평택시와 평택시의회는 주민 직접 참여에 대해 보수적이었던 것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일례로 평택시의회 행정사무감사 모니터링을 위해 시민참여단이 시의회 휴게실을 이용하고 있는데 조례를 내세워 쫓겨난 적이 있었듯이 의정 모니터링 활동에 대해 의원을 ‘감시’하고 있다는 편견을 가지고 모니터링단을 배척하는 경우도 있었다. 또한 평택시도 보수적인 입장으로 시민의 참여를 불편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임 공동대표는 “앞으로 의정모니터단은 시의회가 주민의 대표자로서 부여받은 역할과 기능을 올바로 수행하는지 점검하고, 피감기관인 평택시가 정책 방향을 제대로 수립하고 예산을 적정하게 사용하고 있는지를 시민의 눈과 귀로 지켜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본지는 임윤경 공동대표의 인터뷰를 2회(① 평택평화센터, ② 평택시·의정모니터링센터)에 걸쳐 보도한다. <편집자 말> ■ “시민들의 직접 참여, 시민들의 다양한 의견이 의정·시정에 반영돼야” - 2020년 ‘평택시민시의회모니터링단’이 발족되어 시민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지난해부터 ‘평택시·의정모니터링센터’로 이름을 바꿔 재출범해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데, 올해 시·의정모니터링센터 일정을 설명해 주십시오. 평택평화센터는 창립부터 시의회 의정모니터링 활동을 해왔습니다. 특히 ‘한미국제교류과’를 중심으로 미군과 관련한 사안들을 모니터링해 왔습니다. 모니터링을 하면서 평택시 사업에 시민들이 꼭 알아야 할 사항들이나 몇몇 의문점들이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것을 시민들과 함께 공유하고 싶고 평택이 좀 더 살기 좋은 곳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직접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하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시민들을 모았고 그 필요성을 절감한 시민들이 모이게 되었습니다. 기존에 활동 경험이 있는 사람들과 새롭게 활동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함께 있어 이해의 폭이 다르기도 했고, 부족한 점도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활동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2019년 11월, 의정감시단 준비모임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보고있수다’라는 이름으로 매월 1회 1년 동안 준비모임을 가졌고 그 과정에서 ‘평택시민시의회모니터단’의 틀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관심 있는 청년들을 만날 수 있었고, 80대의 지역 어르신께서도 참여해 다양한 세대가 한자리에 모이게 되었습니다. 좀 더 많은 시민이 관심을 두기를 바라는 마음에 지역신문에 기고 글을 내기도 했고, 그때 연결된 시민들이 지금도 꾸준히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평택시민시의회모니터단은 ‘좋은 시의회, 참여하는 좋은 시민이 만듭니다!’라는 구호로 2020년 11월 발족하게 되었고, 3년 동안 ‘시의원 간담회’, ‘행정사무감사 모니터링 활동’, ‘행감 결과보고서 발표’, ‘의정활동 모니터링 결과보고 발표’, ‘내부교육’, ‘행감 모니터링 시민참여 교육’ 등을 진행하며 내실을 다졌습니다. 모니터링단 운영은 참여 시민들이 자발적인 재능기부와 재정기부로 이루어졌습니다. ▲ 지난해 11월 발족한 ‘평택시·의정모니터링센터’ 2023년 행정사무감사 모니터링단 참여자는 연인원 95명(직접참여 83명, 온라인 참여 12명)으로 현장 참여자만 83명이었습니다. 행감 모니터링에 참여한 83명의 점심 비용은 모니터링단원 개개인의 자발적 기부로 이루어졌습니다. 그 후 1년여의 준비 과정을 거쳐 2023년 11월 14일, 창립총회를 통해 임의단체 설립을 결의했으며, 11월 29일 기자회견을 거쳐 단체설립을 하게 되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모니터링단이 뭔가 정치력을 발휘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냐는 의견을 주시기도 합니다. 하지만 평택시·의정모니터링센터는 시민들의 시정 직접 참여, 시민들의 더 다양한 의견이 시정에 반영될 수 있는 지방자치제도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올해 평택시·의정모니터링센터는 시정·의정 모니터링 활동(행정사무감사, 예결산, 조례 제개정, 질의, 주민수렴 등과 피감기관인 행정기관)을 계속 진행합니다. 또한 교육사업으로 행정사무감사에 참여해 주시는 시민참여단에게 ‘행정사무감사 모니터링 방법 교육’과 ‘단원 내부교육’을 진행하고, 시민참여사업으로 ‘정책학교 2기’를 진행합니다. 올해는 평택시·의정모니터링 관련 제도 수립 활동을 새롭게 계획했습니다. 모니터링 활동은 선거 다음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직접 정치 참여의 한 방법이므로 평택시 차원에서 제도가 수립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조례제정을 최종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 지난해 평택시의회 행정사무감사 모니터링 결과를 말씀해주십시오. 지난해 행정사무감사는 그동안 11월에 시행하던 것을 6월로 일정을 변경했으며, 1월 1일부터 4월 30일까지 처리된 사무가 감사 대상이어서 반쪽의 행정사무감사였습니다. 반쪽 행감임을 감안하여 지난해와 달리 우수의원은 선정하지 않았고 단, 행감의 전체 형식과 과정을 면밀히 분석하는 동시에 전체 평가와 위원회별 평가를 중점으로 하였습니다. 개인 의원 평가는 시민들의 의견을 반영해 의원들의 장단점을 기술하는 방식으로 서술하였으며, 평가는 행정사무감사 시민참여의견서(40%)와 행정사무감사 최종 평가 회의(40%), 단원 평가(20%)를 합산하여 반영하였습니다. 잘된 점은 2022년에 비해 준비된 모습으로 질의가 차분하게 진행되었고, 개회 시간과 휴식 시간 재개 등 형식적인 회의 절차가 잘 지켜졌다는 점과 지난 행정사무감사에 비해 PPT, 사진 자료 등 시각 자료를 준비한 의원이 많아 감사의 목적과 방향을 알 수 있었다는 시민들의 평가가 많았습니다. 대부분의 의원들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의욕이 넘치는 모습이 좋았다는 시민들의 평가가 있었습니다. 잘못된 점을 꼽으라면 모니터링 참여자 80% 이상이 ‘질의 시간’에 대한 부정평가를 내렸습니다. ‘시간제한이 없어 한 명의 의원이 너무 많은 시간을 쓰고 있다’, ‘1분 질의할 내용을 10분 질의한다’, ‘자기 시간 채우려 자기 자랑만 한다’, ‘시간 배분 부족’, ‘쓸데없는 질문이 많다’, ‘연설 식으로 진행’ 등의 평가가 많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질의가 겹치고 중복질의, 중복 답변이 많다는 지적이었습니다. 아쉬운 점은 집행부의 확실한 답변을 이끌어 내지 못했으며 효율적인 행정사무감사 운영을 위해 과장(팀장)급 실무 공무원을 답변대로 세울 수 있으나 그런 융통성을 발휘하는 의원은 없었다는 점입니다. 덧붙여 하고 싶은 이야기는 집행부 관련 평가입니다. 시민참여 모니터링단 대다수가 ‘집행부의 성의 없는 응답과 답변 태도’를 지적했습니다. 또한 ‘책임회피(도시공사)’와 ‘자료 제출 거부(사업이 진행 중이다, 자료취합이 어렵다, 해당 회의록이 없다, 개인정보보호법 관계로 어렵다)’ 사례도 있었습니다. ‘회의록이 없다’는 것은 관리상의 부실을 스스로 고백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 시민모니터링단 교육을 진행하고 있는 임윤경 공동대표 - 시민 삶의 질 향상과 알 권리를 위해 평택시·의정모니터링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평택시·의정모니터링센터의 역할을 말씀해 주십시오. 의정모니터단은 의회가 주민의 대표자로서 부여받은 역할과 기능을 올바로 수행하는지 점검하고 또한 피감기관인 행정기관이 정책 방향을 제대로 수립하고 예산을 적정하게 사용하고 있는지를 시민의 눈과 귀로 지켜볼 것입니다. - 시민에게 하고 싶은 말과 평택시, 평택시의회에 하고 싶은 말은? 올해 평택시는 행정안정부에서 실시한 정보공개제도 평가 등급에서 550개 기관 중 ‘최저 등급’을 받았습니다. 경기도 내에서도 꼴찌입니다. 이것은 평택시가 정보공개 청구 처리 및 원문정보 공개, 관리 운영에서 옛날 방식 그대로 처리했다는 의미이며, 시민들에게 알권리를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정보공개청구는 시민의 직접 참여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항목입니다. 평택시가 민주주의 사회를 위해 필요한 행정력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는 현실적 지표이기도 합니다. 평택시가 주민 직접 참여에 대해 시의회와 행정기관이 모두 보수적이었던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한 예로 행정사무감사 모니터링을 위해 시민 참여단 10여 명이 시의회 휴게실을 이용하고 있는데 조례를 들어 쫓겨난 적이 있습니다. 그 당시 모니터링 활동에 대해 의원을 ‘감시’하고 있다는 편견을 가지고 모니터링단을 배척하는 분위기였습니다. 또한 여전히 평택시는 보수적인 입장으로 시민의 참여를 불편해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의정모니터링단 활동이 중요하고 필요하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시민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김다솔 기자 ptl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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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01-24
  • [세상사는 이야기] 북유럽 기행 ‘노르웨이 자산은 평등사상’ (2회)
    밤새 크루즈를 타고 입성한 인구 550만가량(면적: 한국의 3.2배)의 노르웨이(Kingdom of Norway). 수도 오슬로(약 70만 명)에서의 일정은 문 닫힌 시청 뜰을 잠시 들렀다 왕궁을 둘러보는 것으로 이어졌다. 이 나라가 12년째 민주주의 지수 1위를 고수하는 비결은 무엇일까? 현지에서 두 아이를 키우는 해설자는 이곳 초등학교는 주로 노는 법을 가르친다고 귀띔한다. 설령 눈비가 내린다 해도 굳이 맞아가면서 자연스레 참을성을 기른다는 것. 경작 가능한 지역이 3%에 지나지 않아도 어업이나 해운업으로 상쇄한다는 말속에는 1975년부터 영국과 공동 개발한 북해유전에서 생산하는 원유와 천연가스의 힘이 작동하고 있단다. 문제는 1인당 8만 달러가 넘는 소득의 45%가 세금이라는 점. 여기 역시 불투명한 미래보장책으로 인해 고민이 크다는 전언이다. 다소 길게 진술한 역사의 물줄기는 왠지 들을 때뿐이고 기억에 남은 건 왕실의 대가 끊어져 영국도 아닌 덴마크에서 방계 왕자를 빌려왔다는 얘기였다. 그거야 당사자들이 결정할 사안이로되 고대 이스라엘에 왕이 없으므로 각자 소견대로 행하였다는 구약 사사기(21:25)의 말씀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백성들은 과연 사사(士師)를 따랐을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통치가 순탄한 적은 길지 않았다. 시청이나 왕궁에서 눈에 띈 지점은 국가권력이 시민들 가까이서 소통을 꾀한다는 것. 실용적으로 꾸민 화단을 보며 들어선 입구에서 시를 상징하는 백조상을 떠받친 분수대가 눈길을 끈다. 행사 진행으로 인해 노벨평화상을 시상하는 중앙홀이나 내부에 전시한 유명 예술가들의 헌정 작품을 관람하지 못한 건 부득이한 상황이로되 사전에 좀 더 치밀하게 동선을 짤 수는 없었는지 캐묻고 싶다. 도심을 감싸고 도는 공원 안에 자리한 왕궁의 겉모양은 매우 소박했다. 아내와 뒤뜰을 거닐며 얻은 덤은 진정한 권위는 형식적 의전이나 화려한 치장에서 나오지 않는다는 교훈. 에덴동산을 패러디한 나무 신화는 선악과에서 파생한 아담과 하와의 후손임을 인정하는 설화로 이해한다. 길거리에 위치한 건조물이 곧 대학 강의실인 유럽의 풍경은 오슬로대학교도 예외는 아니었다. ▲ 노르웨이의 오슬로 비겔란공원에 있는 모노리탄 처음 본 노란 아카시아꽃이 만발한 가운데 아이들의 버스킹을 들으며 향한 곳은 비겔란 조각공원. 널따란 부지에 안치한 그의 조각품들은 거의 인간군상을 주제로 한 작품들이다. 전시품 200여 개 중 압권은 단연 17m 높이의 모노리텐. 이는 121명이 뒤엉킨 채 하늘을 향해 몸부림치는 기둥으로 숙련공 세 명이 14년간을 매달린 결과란다. 올려다보노라니 파란만장한 인생의 굴레. 그런데 등장인물들은 죄다 나체이거늘 작가 자신의 형상에만 옷을 입힌 의도는 무얼까? 햇볕이 따갑게 내리쬐는 날씨에도 사람들의 발길이 뜸한 뒤꼍까지 살펴본 뒤 돌아서려는데 새삼 뭇 인생의 희로애락이 한꺼번에 느껴지는 듯했다. 그나저나 이만한 전시공간을 반영구적으로 확보한 데는 비겔란의 수완이 한몫했다는 후문. 말하자면 기증을 조건으로 당국과의 줄다리기에서 많은 걸 얻어낸 셈이다. 하지만 멀리서 공원의 정면을 가린다는 구실로 교회당을 옮기라는 요구는 지나쳤다. 그에 비해 노르웨이가 낳은 불세출의 화가인 뭉크는 미적거리다가 사후 한 세대가 지난 1970년대에 와서야 작품을 박물관에 보관할 수 있었다니 튀는 걸 꺼리는 게 고유한 민족성이라고는 해도 실속을 챙길 기회는 스스로 잡아야 하는 법이렷다. 1년에 한 번씩 전 국민 댄스 타임이 있다는 현지 가이드의 소개에 귀가 솔깃했다. 그 또한 평등사상의 발로요 민주시민의식의 표출이리라. 태생과 직업에 따라 차별이란 있을 수 없다는 게 이네들의 최대 자산. 실시간 행복지수는 높을 수밖에 없다. 유감스럽게도 잔뜩 허세를 부린 플롬열차만 아니었다면 수목의 한계선을 말해주는 장엄한 산세는 더욱 빛날 뻔했다. 푸르른 대지야말로 설산에서 하얀 시냇물이 흘러내리기에 가능한 풍광. 온난화로 인해 지레 녹아내린 듯 산정호수의 물빛에는 에메랄드 색감이 감돈다. 유람선에 올라 빙하가 깎아내린 게이랑에르-헬레슐트 구간 피요르드를 따라 쏟아지는 일곱 자매 폭포수는 구혼자 폭포와 더불어 그야말로 장관. 게다가 피얼란드 영상관에서 본 설경처럼 겨울스포츠의 강국답게 평소 즐기는 크로스컨트리 종목에 강세를 보이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중에 릴레함메르 동계올림픽(1994)을 치르고 향후 유휴시설을 남기지 않은 슬기는 두고두고 화젯거리. 사람답게 살아가는 길을 알려주는 것이 교육정책의 본질이라면 노르웨이는 분명 성공한 사례다. ■ 프로필 - 고교생에게 국어와 문학을 가르치며 ‘수필집·시조집·기행집’ 등을 펴냈습니다. - 퇴임 후 기고활동을 이어가면서 기독교 철학박사(Ph.D.) 학위를 받았습니다. - 블로그 “조하식의 즐거운 집” http://blog.naver.com/johash을 운영합니다. - <평택자치신문>에 “세상사는 이야기”를 14년째 연재하는 중입니다. ※ 다음호(710호)에는 ‘북유럽 기행 - 스웨덴이 구축한 시공문화’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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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01-19
  • [인터뷰] 임윤경 평택평화센터 센터장에게 듣는다! ①
    “미군기지로 인한 환경오염 문제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하겠습니다” “기지 환경오염 문제와 사건·사고로 인한 주민 피해에 평택시민 무관심해” ▲ 임윤경 평택평화센터 센터장 지난 11일 평택평화센터에서 임윤경 센터장을 만나 평택평화센터의 올해 활동 계획과 중점 목표를 들었다. 또한 평택시·의정모니터링센터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임윤경 센터장에게 지난 2020년 ‘평택시민시의회모니터링단’으로 발족해 지난해 ‘평택시·의정모니터링센터’로 이름을 바꿔 재출범한 시·의정모니터링센터의 향후 일정도 함께 들었다. 임윤경 센터장은 “앞으로도 미군기지 환경감시와 미군범죄 피해상담, 미군기지 사건사고 대응 및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평택평화센터 회원들과 함께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의정모니터단은 의회가 주민의 대표자로서 부여받은 역할과 기능을 올바로 수행하는지 점검하고, 피감기관인 행정기관이 정책 방향을 제대로 수립하고 예산을 적정하게 사용하고 있는지를 시민의 눈과 귀로 지켜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본지는 임윤경 센터장의 인터뷰를 2회(① 평택평화센터, ② 평택시·의정모니터링센터)에 걸쳐 보도한다. <편집자 말> ■ “평택 미군기지 두 곳 모두 심각한 토양과 지하수 오염 확인돼” - 평택평화센터는 그동안 평택지역의 미군 문제에 관심을 갖고 활동해 온 평화 운동 단체로 시민들에게 잘 알려져 있습니다. 아직도 평택평화센터를 잘 모르는 시민들을 위해 평택평화센터를 자세히 소개해 주십시오. 평택평화센터는 2000년대 평택미군기지 확장을 막아내기 위해 노력해 온 분들의 마음과 정성으로 2007년 10월 20일 설립된 단체입니다. 2002년 평택미군기지 확장계획이 발표되자 평택시민들은 ‘미군기지확장반대 평택대책위원회’를 결성하였습니다. 주일미군기지 반대운동의 일환으로 진행되었던 일본의 ‘한평(一坪)지주운동’을 우리도 해보자는 의견이 모아졌고, 오산공군기지 인근 평택시 서탄면 금각리에 위치한 기지확장 대상이 되는 논 605평을 한 평씩 구입하여 기지 확장을 막아내는 605명의 평화지주를 모집하였습니다. 605명의 ‘한평 평화지주’라고도 합니다. 하지만 대추리와 도두리 등 일방적인 미군기지 확장으로부터 고향 땅을 지키겠다는 주민들의 소망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토지 강제수용으로 주민들은 고향에서 쫓겨났습니다. 금각리 605명의 평화지주들은 정부의 강제수용으로 법원에 공탁된 토지보상금을 평택 미군기지 문제를 공론화하는 활동에 사용하기로 하고 평택평화센터를 설립하게 되었습니다. 평택평화센터는 미군 주둔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건·사고와 다양한 문제를 시민의 시각으로 풀어가는 풀뿌리 평화운동 단체입니다. 현재 미군기지 환경감시와 미군범죄 피해상담, 미군기지 사건사고 대응 및 제도 개선 활동을 회원들과 함께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 평택평화센터 운영위원들 - 지역에서 활동을 하면서 어려웠던 점들은 무엇이고, 현재 미군과 관련해 가장 문제가 있는 부분과 해결 방안은 무엇인지? 2007년부터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한반도 주변 4대국 중 미국을 ‘가장 가깝게 느끼는 국가’라고 시민들은 답했고 그 비율은 매해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현 정부가 강력한 ‘친미 정책’을 펼치면서 ‘미국’에 대한 과도한 친근함을 보여주기 때문에, 대부분 시민은 주한미군에 대해 높은 신뢰도를 갖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또한 한국에서는 ‘극우부터 온건 좌파’까지 모든 대통령선거 후보들이 하나 같이 ’안보’를 최우선 국정과제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 사회에 공기와 같이 미국중심주의를 퍼트리고 있는 현상의 주범이기도 합니다. 그렇다 보니 정치권에서 ‘우파’든 ‘좌파’든 ‘반미’를 이야기하는 정당은 찾아보기 힘든 것이 현실입니다. 이런 이유로 미국의 무리한 파병 요구나 무기 강매, 엄청난 방위비 분담금 요구와 미군기지로 인한 환경오염 문제, 사건·사고로 인한 주민 피해에도 “우리는 미국의 동맹국이라서 어쩔 수 없다”는 무비판적 신뢰가 최고위층과 해당 지자체, 해당 행정기관 사이에 흐르고 있습니다. 이것이 가장 큰 어려움입니다. 미군기지로 인한 환경오염 문제나 사건·사고로 인한 주민 피해는 미국에 대한 신뢰와는 다른 차원의 문제인데도 같은 결에서 해석하려고 합니다. 그것이 미군기지 문제해결에 평택시가 보수적으로 대응하는 이유이기도 하고 어려움이기도 합니다. 또한 평택시민의 무관심도 어려움의 하나입니다. 평택미군기지로 인한 군소음이나 환경오염 문제, 사건·사고를 나의 문제로 인식하지 못합니다. 미군(기지) 문제는 ‘안보’ 사안으로 나와 무관한 것으로 해석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렇듯이 지자체의 보수적 대응과 시민들의 무관심은 피해 주민에 대한 제도를 만들기 힘들게 합니다. 미군기지로 인한 주민의 피해, 지자체의 피해에 대한 법과 제도가 전무한 상태입니다. 현재 법제도는 실제 현장에서 실효성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이유로 평택평화센터는 미군기지로 인한 주민 피해, 지자체 피해에 대한 법제도 개선 작업을 하고 있으며, 법제도 개선 작업을 통해 시민들의 참여와 관심을 높이려고 합니다. ▲ 평택평화센터 회원들 - 평택평화센터의 올해 활동 계획과 중점 목표가 있다면? 평택평화센터 활동은 현장활동과 연구활동으로 구분됩니다. 현장활동으로는 반군사주의, 법제도 개선, 피해주민지원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반군사주의 활동은 전쟁 반대, 세균무기 실험 반대, 한미연합전쟁훈련 반대와 같은 캠페인, 일인시위 등 직접행동으로 진행됩니다. 또한 평화기행을 통해 평택 미군기지 문제를 알리는 활동도 진행됩니다. 두 번째 법제도 개선 활동은 미군(기지)으로 발생하는 사회적 문제(미군의 사건사고 포함)에 대한 법제도 개선 작업, SOFA(미군지위를 보장하는 협정) 개정 작업, 환경오염 제도 개선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피해 주민 지원은 ‘미군범죄피해상담센터’ 운영을 통해 피해 주민 상담 등 적극적인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연구활동은 법제도 개선을 위해 ‘미군 관련 사건사고 실태조사’, ‘현장기록’ 등을 통해 ‘연구보고서’를 매년 작성하고 있습니다. 올해 평택평화센터는 위에서 설명한 현장활동과 연구활동을 기본으로 세 가지 중점 목표가 있습니다. 그 첫째는 ‘평택 미군기지로 인한 환경오염문제’ 해결입니다. 환경부는 ‘주한미군기지 이전에 따른 평택시등의 지원등에 관한 특별법’ 제29조 2항에 따라 평택 미군기지 주변지역에 대한 환경기초조사를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습니다. 평택 미군기지 주변지역은 2013년과 2018년에 캠프 험프리스 주변 지역을, 2014년과 2019년에는 오산공군기지 주변 지역에 대해 환경기초조사를 실시했습니다. 그 결과 평택 미군기지 두 곳 모두 심각한 토양과 지하수 오염이 확인되었습니다. ▲ 평택미군기지를 견학하는 임윤경(오른쪽 세 번째) 센터장 평택시는 오염된 기지 주변 지역을 평택시 예산으로 우선 정화한 후 한국정부에게 소송을 통해 비용을 청구하여 돌려받고 있습니다. 오염은 미군기지가, 관리는 국방부가, 환경조사는 환경부가, 정화는 평택시가 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평택시는 미군기지에 들어가 오염원을 확인할 수 있는 법적 근거나 권한이 없어 수동적으로 정화작업만 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듯 환경오염에 따른 관리 따로, 조사 따로, 정화작업 따로 하다 보니 오염원을 제거하고 책임을 지겠다고 나서는 정부기관이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것은 평택시가 밑 빠진 독에 계속 물만 붓는 것과 같습니다. 현재 기지 내부 오염원이 특정되었지만 미군은 현장 출입을 허용하지 않고 기지 내부의 기초적인 정보조차 공유하지 않고 있는 현실은 평택시가 겪는 큰 어려움입니다. 이에 평택평화센터는 미군기지 환경오염이나 사고와 관련하여 2021년 평택시 생태하천과와 함께 <평택시 주한미군 공여구역주변지역 등 환경오염 정화를 위한 시민참여위원회 설치 및 운영 조례 (2021.5.28. 제정, 이하 시민참여위원회)>를 제정하였습니다. ‘시민참여위원회’는 미군기지 환경오염 문제점을 담은 ‘의견서’를 ‘환경부’, ‘국방부’에 보내려고 합니다. 이 ‘의견서’에는 미군기지로 인한 환경오염 문제를 관리부터 환경조사, 정화작업까지 정부기관(국방부와 환경부)이 모두 책임지고 해결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깁니다. 평택평화센터는 미군기지로 인한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하려고 합니다. 두 번째는 미군(기지)으로 인한 사건·사고 ‘실태조사’와 ‘주한미군피해지원위원회’ 활동입니다. 평택평화센터의 몇 년간의 노력으로 <평택시 주한미군 주둔 등으로 인한 피해지역 및 피해주민 지원 조례(2023.08)>가 제정되었습니다. 이 조례에는 미군으로 인한 사건·사고 ‘실태조사’와 ‘주한미군피해지원위원회’가 명시되어 있습니다. 미군기지와 70여 년을 함께 이웃하며 살아왔지만 지자체 차원에서 미군 관련 사건·사고를 정확하게 ‘실태조사’한 적이 한번도 없습니다. 올해 하반기에는 추경을 통해 ‘실태조사’를 실시할 수 있도록 하는 것과 ‘주한미군피해지원위원회’ 활동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주요 활동 목표입니다. 마지막으로 지자체장, 시의회, 행정기관의 미군기지와 관련한 사회적 문제에 대해 인식개선을 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장기적인 목표이지만 올해는 좀 더 세밀하게 계획하여 좀 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언어로 만들어 가려고 합니다.<다음호에는 임윤경 평택평화센터장이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평택시·의정모니터링센터’에 관한 인터뷰 이어집니다> 김다솔 기자 ptl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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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01-17
  • [세상사는 이야기] 북유럽 기행 ‘덴마크는 미래지향적 국가’ (1회)
    무려 열다섯 시간에 이르는 비행에는 감내가 따르기 마련이다. 그 시공을 어떻게 메우느냐도 각양각색일 터, 필자의 경우는 일단 핸드폰과 절연한 채 방문지의 자료를 뒤적이는 일 외에는 심신을 푹 쉬게 하는 데 집중하는 편이다. 어렵사리 당도한 덴마크(Kingdom of Denmark)의 수도 코펜하겐(인구: 약 140만 명). 첫눈에 초지가 대부분인 국토는 유순했다. 거꾸로 돌린 7시간의 시차로 인해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뒤 곧바로 나선 뉘하운 운하(17세기경 개통) 투어에서 만난 현지 가이드의 일성은 585만 정도 인구(면적: 한국의 43%)의 나라에서 이룩한 자랑거리 일색이다. 그럴 만한 것이 그녀의 말마따나 1인당 63,000달러에 이르는 국민소득이야 고물가를 연동한 구매력 지수를 따져봐야 하겠으나 거리 질서가 확 잡힌 사회상. 무엇보다 자전거도로의 원활한 흐름이 시야에 들어온다 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보행자가 자전거 통행을 방해하면 배상책임을 지운단다.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무단횡단하는 가운데 벌어진 교통사고에도 운전자의 과실 여부부터 따지고 드니 거드는 말이다. 우리 부부가 놓치지 않는 해외여행 포인트는 아침 식사 전 둘러보는 산책로. 정갈한 골목과 보행로를 걸어보니 역시나 강소국답게 발바닥이 부드럽다. 노면 상태는 장인정신과 맥을 같이한다고 누차 강조하는 이유다. 응당 이들에게서 발견하는 한결같은 가치는 투철한 직업의식. 쾌활한 안내자나 듬직한 선장이나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자부심이 남다르다. 그러고 보니 유람선을 이끄는 이들은 여인 천하. 수로를 따라 펼쳐지는 시가지 풍경도 동화에 곁들인 그림처럼 싱그럽지만 맛깔스럽게 이어지는 현지 가이드의 입담 또한 쏠쏠하다. 현대와 고전을 아우르는 건축양식은 덴마크인들이 창출한 지혜로움. 수로에서 스치는 안데르센의 거주 지역이 세 군데라더니 정수리에 닿을 듯 아슬아슬 빠져나오는 낮은 다리도 아랑곳하지 않고 카메라 렌즈들은 연신 명장면을 놓칠세라 주위 풍경을 담기에 여념이 없다. 눈앞에 즐비한 자전거 행렬을 뒤로하고 왼쪽으로 블랙다이아몬드라고 즐겨 부르는 왕립도서관에 이어 오른편으로는 독특한 디자인의 박물관이 지나간다. 원형과 사각형을 조합한 해군병영은 흡사 바다를 제압하려는 듯한 기세. 코펜하겐이 상업 운하도시라는 뜻을 담고 있는 것하고 결코 무관해 뵈지 않는다. ▲ 덴마크의 코펜하겐 뉘하운 운하에서 본 시가지 이른바 비만세(Fat Tax)를 처음 도입한 나라도 덴마크. 2011년 10월 지방이나 설탕, 소금 함유량이 높은 식품에 부과하는 소비세를 전격 시행한 과단성이야말로 돋보이는 대목이다. 흥미로운 지점은 덴마크는 이듬해 비만세 항목을 폐지했으나 이후 헝가리를 비롯해 프랑스, 핀란드, 멕시코 등에서 이와 유사한 형태의 조세를 징수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만큼 생활 의학 분야가 발달했다는 설명을 듣자니 유난히 유제품의 품질이 뛰어난 건 당연지사. 서해대교를 설계한 이가 덴마크인이라는 점도 놀랍거니와 물밑 주차장, 정교한 잠수함, 다들 꺼리는 소각장 등과 여왕의 거처가 멀지 않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고급아파트의 일정 지분(8%)을 빈자에게 할애하는 사회적 합의라면 수상가옥이면 어떻고 바다 버스 옆에 자리한 포장마차인들 어찌 정겹지 않으랴. 한국인 시민권자가 300여 명인 데 비해 입양아 숫자가 9,000명에 달하는 현실을 보면 이네들의 수준 높은 의식구조를 95%나 차지하는 복음루터교 교인들이 묵묵히 대변하는 참이다. 상생에 기반한 자발적 출산율이 부러운 건 이 나라가 국가 경쟁력 1위에다 일개인을 영웅시하지 않는 풍조에서 그 원인을 찾아야 하리라. 수많은 계단을 딛고 ‘우리 구세주 교회’의 첨탑에 올라간다고 해도 구원은 이신칭의에 근거한 신행일치를 이루지 않는 한 절대 임하지 않는 법. 평범한 목수가 창안한 레고 장난감이 지구촌 시장을 휩쓸고, 지은 지 수백 년이 지나도 건물의 원형을 보존하려는 안목이 없다면 어릴 적부터 쓰레기를 줍도록 가르치겠는가? 다만 세계 최초로 타투를 고안해 유행시킨 공치사에 대해서는 견해를 달리한다. 이는 신체를 훼손하는 일이 불효라는 유교적 이념 이전의 성경적 가치이기 때문이다. 내 차가 떠날 시각을 예고하는 ‘주차시계’야말로 당장 도입할 만한 혜안. 새로 선출된 수상의 얼굴을 보는 절차로 취임식을 대신하는 여왕마저 필요할 때마다 박물관에서 보석을 빌려 쓸 만치 모든 사물의 박물화를 꾀하는 나라. 투명하게 상시 개방하는 시청사에서 풍기는 고품격을 감안하면 게피온 분수 아래 인어공주는 엑스트라에 불과하다. 덴마크에서는 만날 때 ‘하이’, 헤어질 땐 ‘하이하이’를 거듭하는 인사말도 실용적이다. ■ 프로필 - 고교생에게 국어와 문학을 가르치며 ‘수필집·시조집·기행집’ 등을 펴냈습니다. - 퇴임 후 기고활동을 이어가면서 기독교 철학박사(Ph.D.) 학위를 받았습니다. - 블로그 “조하식의 즐거운 집” http://blog.naver.com/johash을 운영합니다. - <평택자치신문>에 “세상사는 이야기”를 14년째 연재하는 중입니다. ※ 다음호(709호)에는 ‘북유럽 기행 - 노르웨이 자산은 평등사상’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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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01-16
  • [인터뷰] 김연진·김훈 방음벽안전환경시민연대 공동대표에게 듣는다!
    용이동 방음벽, 운전자 시야 확보 안 돼 2022년 3월 50대 여성 사망사고 발생해 “방음벽 40m 구간 철거 후 방음림 촘촘하게 배치하면 주민 소음피해 최소화 가능” ▲ 용이동 방음벽 문제점을 설명하고 있는 김연진(왼쪽) 대표와 김훈 대표 지난 4일 합정동 통미카페에서 김연진·김훈·장동평 방음벽안전환경시민연대 공동대표를 만나 용이동 방음벽 문제점 및 평택·안성경찰서, 평택시, 서울국토관리청 등 관리 기관들의 입장과 시민연대의 향후 활동 방향 및 목표에 대해 들었다. 김연진 공동대표는 “일부 방음벽은 안전사고 위험이 늘 상 도사리는 도시 흉물이 됐다”며 “시민연대는 시민 서명과 토론회 등을 통해 시민들의 안전한 보행환경과 도시미관이 확보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편집자 말> ■ “비상식적인 괴물 방음벽… 형평성 문제 커” - 그동안 용이동 방음벽으로 인해 많은 문제 제기를 했는데, 용이동 A아파트 방음벽의 어떤 부분이 문제인가? 평택시 최대 관문인 용이동에서 2022년 3월 15일 오전에 50대 여성이 우회전 횡단보도 인근에서 사망해 시민 안전에 많은 논란이 있었습니다. 이날 사고는 도로를 막은 길이 302m, 높이 19.5m의 시야 장애물인 방음벽 옆으로 걷다가 방음벽으로 인해 미처 운전자가 보행자를 발견하지 못하고 우회전하면서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하지만, 2년이 다 되어 가는 현재까지도 근본적인 대책 없이 땜질식 처방으로 시민 안전 문제와 도시미관은 도외시한 채 민민 갈등이 심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여타 다른 아파트의 방음벽 설치 시 적용되는 소음 환경 기준이 아니라 불공정한 기준, 이를테면 여타 아파트들은 실상 5층 이하만 65dB(데시벨)의 기준으로 방음벽이 설치되지만 A아파트는 전 층을 55dB(소음 환경 기준: 일반 아파트 5층 이하 65dB - A아파트 전 층 55dB)이라는 대한민국 도시의 도로 여건상 방음벽으로는 도저히 맞출 수 없는 특별하고 강력한 잣대를 적용해 현재 방음벽의 위치, 길이, 높이로 설계되어 비상식적인 괴물 방음벽이 탄생되어 형평성에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완충녹지는 대기오염, 소음, 진동,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설치된 녹지로, 시민 모두의 공원입니다. 하지만 방음벽으로 가로막아 놓아 시민 모두의 공공재인 완충녹지를 소수 세대에 사유화하는 것은 공공의 이익을 해치고 완충녹지의 기능을 상실케 하는 행위입니다. 특히 문제는 사망사고가 있었으며, 크고 작은 사고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A아파트의 방음벽은 방음 효과가 크지 않으면서 저층 세대에는 전망, 통풍 등의 피해를 주고 있는 기피 시설이며, 인근 주민들은 물론이고 도로를 이용하는 불특정 시민들의 안전을 계속 위협하고 있는 만큼 오늘 당장 교통사고가 재발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위험지역이 되었습니다. ▲ 2022년 3월 사망사고가 발생한 방음벽 가각부 - 방음벽은 어떻게 만들어졌고, 요즘 상황은 어떠한지? 방음벽은 평안지하차도가 개통되면서 A아파트 주민들이 소음피해를 호소하며 국민권익위원회 고충처리 민원으로 접수해 평택시, 서울지방국토관리청, A아파트 3자 협의 하에 평택시와 서울지방국토관리청이 3:7로 설치비용을 분담했고, 유지관리는 평택시가 맡는다는 조건 하에 건설되었습니다. 하지만 도로와 보도 사이 방음벽이 설치되면서 위험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3자가 협의하는 과정에서 땜질식 대책으로 일관하다가 결국 준공된 지 불과 두 달 사이 압사 사고가 발생했으며, 현재도 방음벽 코너를 지나가는 차량은 도로변 경계석에 늘어진 방음벽으로 인해 시야 확보가 전혀 안 돼 안전 운전에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더욱 문제는 스타필드 안성와 마트킹, 시외버스를 이용하는 어른들뿐만이 아니라 방음벽으로 인해 어린 학생들과 교통약자들은 미리 위험을 인지할 수 없어 대형교통사고로 이어지는 치명적인 위험시설이 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 밖에도 겨울철에는 높고 긴 방음벽으로 인해 햇볕이 들지 않아 얼음판이 되어 아이스링크장을 방불케 하고, 막혀 있는 공간이다 보니 쓰레기 투기 문제, 범죄의 온상이 될 우려가 있습니다. ▲ 시민연대가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용이동 방음벽 - A아파트의 적지 않은 주민들은 여전히 방음벽 존치를 주장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지? 과반수의 A아파트 주민들은 여전히 방음벽이 있어 소음저감 효과가 크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방음벽은 소음 저감 효과가 미미하다는 것이 연구를 통해 입증되었으며, 특히 용이동 방음벽은 설계 용역 당시 자동차 속도를 70km, 50km로 맞추어 지어졌으나, 추후 60km, 30km로 하향 조정되었고, 현재 차량 정체로 30km는커녕 평균속도 5km 이하 정도의 속도 등 여러 환경요건이 소음 저감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는 판단입니다. 반대하는 주민들의 주장대로 방음벽이 소음저감의 효과가 있다 하더라도 방음벽 인근을 지나는 시민들의 안전이 대단히 위협받는 만큼 다수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방음벽 철거 등의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 평택·안성경찰서, 평택시 그리고 서울국토관리청 등 관계기관 입장은? 경찰서들은 시민 안전 확보를 위해 방음벽 전체 철거가 꼭 필요하다는 의견이며, 평택시와 서울국토관리청은 일부 철거가 필요하다면서도 일부 A아파트 주민들의 반대의견으로 차일피일 상대 기관에 책임을 미루고 있는 실정입니다. ▲ 지난해 시민 사망 추도행사를 진행한 시민연대 - 관내 방음벽이 설치된 대로변 아파트들은 어떤 상황인지? 대로변 곳곳에 많은 방음벽들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관내 방음벽들은 완충녹지 안쪽 그리고 완충녹지와 보도블럭 사이 등 다양한 위치에 세워져 있습니다. 다는 아니겠지만 일부는 평택시가 해당 구역 도시개발사업자들의 편의를 우선시했다는 생각도 할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시민을 위한 완충녹지 확보와 도시미관 고려는 뒷전이기 때문입니다. ▲ 방음벽 안에서 보행신호를 기다리는 시민들 - 향후 활동 방향과 목표는? 시민연대는 ‘시민 안전이 최고의 복지!’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도로를 이용하는 많은 시민들과 운전자들의 안전 확보 및 도시미관 등을 고려해 평택시가 명품도시로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해 불공정한 기준으로 설치된 방음벽은 전면 철거되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전면 철거가 현실적으로 단시일 내 어렵다면 최소한 사망사고가 발생한 방음벽 코너 부분을 중심으로 일부 철거라도 빠른 시일 내에 진행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최근에도 현장을 방문했지만 시민들과 운전자들의 시야 확보가 힘들어 사망사고의 위험은 늘 도사리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방음벽 인근 보도와 횡단보도를 이용하는 용이동 전체 시민을 대상으로 한 평택시의 여론조사가 필요하며, 이를 바탕으로 한 시민공청회를 통해 다수가 동의하는 방향으로 방음벽 전체 철거 또는 일부 철거 및 존치 여부를 결정해야 할 것입니다. 현재의 방음벽 존치로 향후 교통사고나 사망사고가 발생한다면 방음벽 존치를 주장하거나 이를 방치한 관계기관들의 책임일 것입니다. - 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시민연대는 철거를 반대하는 주민들의 입장도 이해하기에 방음벽이 철거되는 부분은 방음림을 더욱 촘촘하게 배치해 주민들의 소음피해 등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들을 모색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사고위험이 늘 상 도사리는 도시 흉물이 된 방음벽을 새해에도 계속 존치 시킬 수는 없는 일이기에 시민연대는 시민 서명과 토론회 등을 계속 이어갈 계획이며, 시민들의 안전한 보행환경 그리고 도시미관이 확보되는 명품도시를 만드는 일에 매진할 것입니다. 또한 국가 등이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에 소중한 세금을 써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심지어 목숨을 앗아가는 불공정한 기준으로 세워지는 방음벽이 없는지 예의 주시할 것입니다. 시민 여러분들의 많은 성원과 관심을 바랍니다. 김다솔 기자 ptlnews@hanmail.net
    • 시민광장
    • 인터뷰
    2024-01-10
  • [세상사는 이야기] 공원은 도시의 품격
    얼마 전 평택시에는 꽤 널따란 공원이 생겼다(2023.10.31. 개장). 그러나 막상 시간을 내서 ‘함박산중앙공원’을 둘러본 느낌은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 원래 있는 야산을 최대한 이용한 것까지야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로되 총면적 67만1498㎡(22만 평 이상)의 부지를 채운 시설 대부분이 극히 상투적이어서 첫눈에 구태의연하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려웠다. 맨 앞에 내세운 ‘숲과 정원의 도시’라는 합목적적 조건에 어울리기 위해서는 산책로에 어울리는 수종들이 곳곳에 늘어서 있어야 하는데 짤막한 메타세쿼이아 행렬과 소나무 말고는 휑한 기류가 감돌 만치 나무 그늘이 귀한 데다가 설치한 조형물 가운데 철제품이 많아 늦가을이라는 계절감을 십분 감안하더라도 삭막한 분위기를 상쇄하기에는 미흡했기 때문이다. 대지가 넓어 ‘글로벌존, 오감힐링존, 에코체험존, 예술테마존, 수변여가’의 공간에 ‘오차드가든, 음악분수, 실개천, 에코스쿨, 야외무대, 스포츠필드, 식생체류지’를 애써 조성했으나 평택의 비전을 선포하면서 삼림과 수자원체계의 생태계를 연계할 만한 친환경적 작품은 눈에 띄지 않았다는 것이 필자의 안목이다. ▲ 아내와 함께 둘러본 ‘수원 광교중앙공원’ 앞으로 산림녹지과에서 추진할 과제는 ‘자연, 물결, 거점, 일상’을 하나로 엮는 4대 전략에 맞춘 구체안을 지속 가능한 정책으로 이어나가는 일이다. 도농복합 중대형도시를 이끄는 정장선 시장이 밝힌 내용을 들여다보면, 첫째 ‘자연(ECO)’은 마안산, 백운산, 부락산, 부용산 등에 주제가 있는 숲길의 체계적 정비를 위해 대규모 수목원과 공원들을 만들어 미세먼지를 저감하는 데 중점을 둘 참이며, 둘째 ‘물결(WATER)’은 평택강과 진위천의 풍부한 수자원을 활용해 물결이 빛나는 생태정원도시를 완성하고, 셋째 ‘거점(CENTRAL)’은 함박산중앙공원, 모산공원, 은실공원, 지제역세권공원, 청북레포츠공원, 평택역복합문화광장을 조성해 상주인구 급증에 따른 도시화를 포용할 수 있는 도심지역의 거점 정원을 만드는 한편, 넷째 ‘일상(LIFE)’은 마을 안 자투리땅, 빈터, 골목길 등 일상생활과 가까운 곳에 시민의 손으로 공동체 정원을 꾸려감으로써 행복정원 1천 개소를 가꾸는 시민정원사 교육, 경기정원문화 박람회, 도시숲 더하기 생활밀착형 정원, 마을정원, 숲정원 등 향후 ‘시민참여형 정원도시’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었다. 차제에 여태껏 산책을 겸해 쉬어본 다른 도시의 공원을 소개하고자 한다. 바로 어제 아내와 함께 수원의 ‘다산공원’과 ‘광교중앙공원’을 돌아보고 나서는 솔직히 일종의 문화충격을 받았다. 세련미 넘치는 시설물을 구경하며 세 시간이 넘도록 돌아다녔어도 전연 피곤하지 않았거니와 아기자기한 유아숲체험원에다 흙바닥을 벗 삼아 건강을 지키는 모습이 부러웠기 때문이다. 왜 공원마다 시멘트를 덧입혀야 하는지 퍽 의문이다. 안양의 ‘평촌중앙공원’도 마찬가지다. 다양한 발상을 추동하는 공간에 기울어진 집만큼 이색적인 게 있을까? 걷기 편한 보행로의 정체는 빤하다. 두셋이 무리를 지어 지나쳐도 서로에게 불편을 끼치지 않은 만큼 넓고, 무엇보다 발바닥이 닿는 땅의 기울기가 평평해서다. 빗물이 흘러야 한다는 이유로 경사가 지나치면 몸의 균형이 무너져 조금만 걸어도 체형에 무리가 갈 수밖에 없잖은가? 마땅히 건물 출입구에 계단을 설치해야 한다. 왜 건물주의 실수를 보행자들이 감수해야 하는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 게다가 울퉁불퉁, 움푹 파인 보도블록을 어쩌랴. 이는 일본의 범례를 벤치마킹하시라. ▲ 최근 개장한 평택시 ‘함박산중앙공원’ 모름지기 세금으로 조성하는 공원은 시민들의 공공재요 쉼터다. 그렇다면 시정 책임자는 공원이 단지 홍보물이나 전시물처럼 보이는 데 그치지 않도록 각종 매체를 통해 쏟아지는 쓴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실시간 전화를 받기는 힘들 테니 현장에다 중지를 모으는 건의함을 운영하라고 권유한다. 제아무리 개인적인 경험칙이라도 바람직한 사례라면 공유하는 것이 지름길로 가는 지혜가 아니겠는가? ‘함박산중앙공원’을 찾아가는 길목에 안내표지판이 아직 없다는 점도 지적사항이다. 언필칭 ‘고덕국제신도시’라는 명칭에 걸맞게 천변 보행로를 보강하는 일도 시급하다. 부득불 땜질할 데가 생기면 짜깁기하듯 정교하게 마무리할 일이며, 옆 녹지공간에 어울리는 상·하위 수종을 비롯하여 다채로운 꽃나무 식재도 서둘러야 한다. 아울러 수변공원의 무성의한 설계는 단순히 재고하라는 말로 갈음할 게 아니라 시가지에 접어들면서 눈에 확 띄는 랜드마크를 공모하는 쪽으로 고민할 사안이다. 모쪼록 무슨 일이든지 적당히 얼버무리거나 대충 때워서는 절대 작품이 될 수 없다는 걸 차세대에 일러주라는 노파심이면 좋겠다. ■ 프로필 - 고교생에게 국어와 문학을 가르치며 ‘수필집·시조집·기행집’ 등을 펴냈습니다. - 퇴임 후 기고활동을 이어가면서 기독교 철학박사(Ph.D.) 학위를 받았습니다. - 블로그 “조하식의 즐거운 집” http://blog.naver.com/johash을 운영합니다. - <평택자치신문>에 “세상사는 이야기”를 14년째 연재하는 중입니다. ※ 다음호(708호)에는 ‘북유럽 기행 - 덴마크는 미래지향적 국가’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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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하식의 이야기
    2024-01-08
  • [인터뷰] 평택시사회복지협의회 이원규 사무국장에게 듣는다!
    “어려운 이웃을 위해 나누고 함께하는 것에 시민 여러분들이 동행해 주세요” ▲ 이원규 평택시사회복지협의회 사무국장 평택지역의 사회복지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지난 2000년 6월 발족한 평택시사회복지협의회는 그동안 다양한 기업과 독지가들이 사회공헌을 실천하고 지역사회와 상생할 수 있도록 지원해 오고 있으며, 우리 주변의 어려운 이웃들이 ‘삶의 희망’을 단단히 부여잡고 좀 더 나은 내일을 함께 희망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이원규 사무국장은 “평택을 위해, 그리고 시민들을 위해 맡겨진 평사협의 역할을 충분히 해낼 수 있도록 멈추지 않고 연구하고 실행하는 단체가 되겠다”고 말했다. <편집자 말> ■ 이원규 사무국장 “평범한 일상조차 버거운 이웃들 주변에 많아” - 평택시사회복지협의회(이하 평사협)는 어떤 단체인지요? 평택시사회복지협의회는 2000년 6월 15일, 평택시 사회복지의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뜻을 같이하는 사회복지인들과 시민들이 함께 창립한 사회복지법인입니다. 지역 내 사회복지 활동을 조직적으로 협의·조정하며 사회복지에 관한 조사·연구·교육사업을 통해 사회복지에 대한 시민의 참여를 촉진함으로써 지역사회 복지증진과 발전에 기여함을 설립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특히 평사협은 순수 사회복지인들만 가입되어 있는 타 지역과는 달리 사회복지에 관심이 있는 모든 시민에게 열려있으며, 이를 통해 사회복지와 관련한 이슈들이 더욱 광범위하지만 밀접하고 빠르게 논의되고 해결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는 것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초대회장인 김학주 대표(전 동방어린이동산 대표)로 시작해 이종복 교수(전 평택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김성환(평택새마을금고 이사장), 이종영(전 평택복지재단 이사장), 오중근(전 굿모닝병원 행정원장), 김향순(평택교차로 대표) 등 다양한 직업군의 인사들이 회장으로 평사협을 이끌어 왔으며, 현재는 평택시사신문 대표이자 참사랑요양원 대표인 이영태 회장이 2020년부터 한차례 연임을 통해 지금까지 4년여간 평사협을 이끌고 있습니다. ▲ 사회복지협의회 운영이사 워크숍 - 평사협은 주로 어떤 일을 하는 곳인가요? 평사협은 지역 내 복지기관들의 정보를 종합하고 홍보하는 ‘사회복지정보센터’와 ‘사회복지자원봉사 VMS시스템’의 총괄 관리, 운영기관의 역할을 기본으로 ▶협의조정사업(다양한 형태의 간담회 및 회의, 미팅) ▶정책개발사업(시 집행부와 사회복지정책 간담회 개최) ▶사회복지증진사업(시민나눔문화축제 및 사회복지의날 기념식 개최, 각종 간행물 편찬 및 기념회, 콘서트, 토크쇼, 포럼) ▶아동, 청소년, 성인 교육·연구사업(맞춤형 복지교육, 다문화 금융교육, 노인 경제교육) ▶지역자원개발 및 연계, 모금 및 배분사업(연탄나눔은행, 좋은 이웃들, 긴급생계비지원사업) 등을 통해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우리 이웃들을 돌아보고 있습니다. - 지역사회를 위해 기부하는 기업은 어떤 곳들이 있고, 구체적으로 지역사회에 어떤 도움을 주고 있나요? 평사협은 안정적인 모금과 배분을 위해 평택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함께 ‘행복나눔본부’를 설치하고 전담 직원을 배치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다양한 기업과 독지가들이 사회공헌을 실천하고 지역사회와 상생하고 있습니다. 기업의 후원 형태는 다양합니다. 생산 물품을 일부 후원하거나 직원들을 대상으로 일시적인 모금과 정기적으로 급여 자투리를 모아 후원하기도 합니다. 대규모 기업의 경우에는 예산을 미리 편성해 시기에 맞춰 후원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한 기업의 사회공헌은 기업의 특색에 맞춰 대상자나 기관을 사전에 지정하거나, 시청 등의 공공기관과 협의하여 대상자를 협의해 지원합니다. 이러한 기업의 후원은 김장 등의 식료품이 필요할 때, 난방비 지원이 필요할 때, 주거 안정을 위한 지원이 필요할 때, 청소년들의 창의 활동이나 학업 지원이 필요할 때 커다란 힘이 됩니다. ▲ 저소득층 가구에 연탄을 전달하는 이영태(왼쪽 두 번째) 회장 - 최근 시민들은 삶의 질을 높이는 부분에 많은 관심이 있습니다. 평사협에서 시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우리 시민들의 삶의 질이 안정적이고 평범했으면 하는 소박한 바람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리 특별하지 않은 평범한 일상조차 살아내기 버거운 이웃들이 우리 주변에는 많습니다. 그들에게는 일시적인 작은 도움이라도 매우 절실할 때가 있습니다. ‘좋은 이웃들’ 사업은 그 작은 도움을 미루지 않고 빨리 해결해 주는 일을 하고 있으며, ‘행복나눔본부’ 기금을 통해 어려운 이웃들을 지원하는 일은 절실한 도움이 필요한 이웃들에게는 메마른 땅에 단비와도 같은 축복이기도 합니다. 평사협 전 직원은 우리 이웃들이 실낱같은 ‘삶의 희망’을 더욱 단단히 부여잡고 좀 더 나은 내일을 함께 희망하도록 노력해 나갈 것입니다. 아울러 평사협은 생명보험협회와 함께 5년 전부터 다문화 가정 아이들을 위한 금융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교육용 매뉴얼을 만들고, 강사를 양성해 파견 교육을 진행하고 있으며, 다국어로 된 동화책, 영상 콘텐츠, 동요 보급과 뮤지컬, 아동극을 제작해 권역별로 공연을 하고 있습니다. ▲ 남부·북부·서부 권역별로 실시한 ‘금융교육 어린이 연극공연’ - 평사협에서 계획하고 있는 2024년 일정과 활동 계획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저는 2023년 2월 사회복지협의회와 인연을 맺고 정신없이 수개월을 달려왔습니다. 채 1년이 되지도 않는 짧은 기간에 당면한 업무를 수행하기에도 벅찼지만 1년의 경험을 가지고 시작할 수 있는 2024년에 대한 기대감이 매우 큽니다. 계획하는 모든 활동과 사업이 현실로 이루어질 수는 없겠지만 인구 100만의 대도시를 준비하는 우리 지역의 상황에 맞춰 사회복지 전반에 대한 준비도를 점검하고, 이러한 과정에서 소외되는 우리 이웃들이 있는지 더욱 꼼꼼히 둘러봐야 한다는 의무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2024년에는 총선이 있는 해입니다. 후보로 나서는 모든 정치인들에게 평택시민을 위한 진정한 사회복지가 무엇인지 명쾌한 해답을 주고 이를 실행할 수 있도록 강력하게 요구해야 하는 시점입니다. 이를 위해 모든 복지인들의 지혜와 경험을 모으고 이를 종합해 전달할 예정입니다. ▲ 이웃돕기에 동참한 시립행복다온 어린이집 - 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평택을 위해 그리고 시민들을 위해 맡겨진 우리 평사협의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도록 멈추지 않고 연구하고 실행하겠습니다. 저는 힘겨운 사람에게 따뜻한 자리를 내어주고 빵을 주는 것만이 복지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진정한 사회복지는 우리 공동체를 구성하고 있는 우리들 각자가 제자리에서 충분히 자신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제도와 시스템을 갖추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함께 고민하고, 물질을 공유하면서 서로 다른 마음을 같이 하기 위해 조율하고 조금씩 양보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평사협을 비롯한 수많은 복지기관과 단체, 그리고 이곳에서 종사하는 복지사들은 이러한 이데아를 바라보며 하루하루 전쟁 같은 현실을 묵묵히 치러내고 있습니다. 누구 하나 소외됨 없이 함께 행복해지고자 정말 많은 헌신을 하고 있습니다. 이들을 아껴주시고 격려해 주셨으면 합니다. 또 인색하지 마시고 우리 이웃들을 위해 나누고 함께 하는 것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주시길 부탁드립니다. 평사협의 모토인 ‘함께하는 삶, 나누는 행복’이라는 글귀처럼 우리 모두의 삶이 그렇게 되길 간절히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김다솔 기자 ptl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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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01-03
  • [세상사는 이야기] 배추를 위한 송가
    해마다 김장철이면 특별히 밀려드는 생각이 있다. 다름 아닌 배추의 짧은 일생에 관한 얘깃거리다. 올해도 어김없이 아내와 함께 김장재료를 보러 가게에 들렀다가 때마침 괜찮은 물건이 보여 조금은 이른 시기에 일괄 구입에 나섰다. 주섬주섬 고른 재료만 해도 배추 다섯 망(총 15포기), 통무 다섯 묶음, 쪽파, 양파, 갓, 마늘, 생강, 새우젓, 멸치액젓 등을 사는 일은 도왔으나, 배달된 물건들과 다 담근 김치통을 나르는 일 외에는 별로 거들 일이 없었다. 옆에서 가끔 흘끔거리며 살펴본 바로는 이른바 채수를 만드는 과정부터가 수월치 않았다. 그나마 돋보인 건 모은 양념을 섞는 과정에 무채의 양을 대폭 줄이고 무를 갈아 쓴 슬기였다. 다만 거실과 발코니에 한판 벌여놓은 걸 앉아서 지켜보는 마음이 그리 편할 리 없었다는 것. 일정 부분이라도 돕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건 그래서다. 그런데도 한사코 자신이 홀로 하겠다고 고집을 피우니 말릴 방법 역시 여의치 않았거니와 굳이 끼어들지 않아도 될 일에 나섰다가 본의와는 달리 걸리적거릴 수 있겠다고 여겨 못 이기는 척 슬그머니 김장 대열에서 빠지고 말았다. 어쨌거나 본시 내가 붙인 이 글의 제목은 ‘일곱 번의 죽음’이었다. 짐작한 대로 통배추가 맛있는 김치가 되기까지 무려 일곱 단계를 거친다는 공정을 두고 이르는 말인데, 그것도 농부가 씨앗을 심어 김을 매고 양분을 공급한 다음 하늘의 섭리에 힘입어 다 자랄 때를 기준으로 따져본 전제에서다. 그도 그럴 것이 억센 손길에 의해 땅에서 뽑힐 때 한 번 죽고, 서슬 퍼런 칼날이 허연 배를 가를 때 두 번 죽고, 수줍은 속살을 천일염 소금으로 절일 때 세 번 죽고, 매운 고추와 짜디짠 젓갈로 버무릴 때 네 번 죽고, 흠뻑 신맛을 내느라 발효를 기다리며 다섯 번 죽고, 독에서 꺼내 도마에 놓고 토막을 칠 때 여섯 번 죽고, 이윽고 입속에서 잘리고 씹히면서 일곱 번 죽는 일생인 참이다. 뒤돌아보아도 어느 거 하나 거저 이루어지는 과정은 없다. 각 단계마다 정성 어린 손길이 아니고서는 끼니에 없어서는 안 될 메뉴요 밑반찬이 될 리 없다. 흥미로운 지점은 밑반찬이란 용어가 1960년대 이후부터 문헌상에 나타난다는 사실이다. 구태여 김치의 어원을 거슬러 올라가지는 않겠으나 발효식품의 역사는 면면히 이어진 셈이다. ▲ 이충동에서 산책하다 만난 채소밭 그러고 보니 포기김치 매니아이던 나는 어림잡아 십수 년간을 매일같이 김치볶음밥으로 점심 도시락을 싸갔다(야간자율학습 당번일 때는 두 개씩). 장담할 수는 없지만 아마도 아내가 싸준 사랑으로 꼬박 정년을 채운 뚝심이 나왔을 것이다. 그렇게 매년 삼십 포기를 웃돌게 담그던 김장이었건만 요 몇 년 사이 내 입맛에 이변이 생겨 벌써 이태째 반절로 줄이는 일이 일어났다. 그만큼 아내의 입술이 터지지 않아도 된다는 면에서는 일견 바람직한 현상이기는 해도 분명히 변화의 바람이 불어온 터임에는 틀림이 없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시중에서 김치를 사서 먹는 걸 보면 나도 모르게 갸우뚱하는 눈초리를 은연중 드러내 보이곤 했는데, 어느덧 나이가 법적 노인의 반열에 들면서 눈에 띄게 근육이 줄더니 일주일에 한 번가량 찾던 육류를 이제는 두세 번 먹게 되어 흐르는 세월 앞에 장사 없다는 말이 새삼스레 실감이 난다. 여담이로되 여고에 재직할 때 제자들은 내가 던진 아재 개그에 사춘기 웃음보를 터트렸는데, 대학으로 향하는 발길을 멈추는 즉시 동시에 포기김치도 덩달아 포기해야 한다는 농담이었다. 어느 누군들 단 한 번 사는 생애에 일곱 번의 죽음을 불사한 적이 있는가? 아니 단 한 번만이라도 남을 위해 희생이나 헌신까지는 아니라도 양보나 손해를 감수한 일이 있었는지 캐묻고 싶다. 모르긴 해도 연약한 육신과 영악한 정신을 가진 인간은 통 큰 이해는커녕 작은 배려조차 인색한 게 엄연한 현실이 아니던가? 가늘게나마 고운 마음이라도 먹어보았는지 조심스럽게 진단하는 참이다. 돌이켜보니 나는 소작농의 아들이었다. 이를테면 미련할 만큼 땅만 파고 살았던 빈농에서 자라났다. 다행히 나어린 나의 주위에 갑질하는 마름은 없었으나 수시로 노동 현장에 나가서 고된 노동에 시달려야 했던 고달픈 기억이 남아있다. 남다른 시각에서 보면 그러한 고역을 치렀기에 겨우내 허기를 때웠고, 들기름을 부어 보글보글 김치찌개를 끓이기만 해도 마치 돼지고기로 배를 두둑이 채운 포만감을 추억할 수 있으리라. 배추들은 오늘 참을성 없는 우리를 보고 무어라 말할까? “그것이 저의 길이라면 기꺼이 일곱 번씩 일흔 번이라도 죽고 또 죽겠습니다.”라고 되뇔지도 모른다. 삭혀서 없어질망정 썩지는 말아야지 하면서 말이다. ■ 프로필 - 고교생에게 국어와 문학을 가르치며 ‘수필집·시조집·기행집’ 등을 펴냈습니다. - 퇴임 후 기고활동을 이어가면서 기독교 철학박사(Ph.D.) 학위를 받았습니다. - 블로그 “조하식의 즐거운 집” http://blog.naver.com/johash을 운영합니다. - <평택자치신문>에 “세상사는 이야기”를 14년째 연재하는 중입니다. ※ 다음호(707호)에는 ‘공원은 도시의 품격’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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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12-28
  • [세상사는 이야기] 시코쿠 가가와 기행 ‘인공을 방비한 자연미’ (후)
    그렇다면 인위적인 손길이 닿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은 어디서 나올까? 두말할 나위도 없이 태곳적 신비를 간직한 대자연으로부터 비롯된다는 데 다수는 이의를 달지 않을 터. 왜일까? 인공을 방비하는 주체가 자연미 자체에 들어있기 때문이다. 굳이 성경책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창세로부터 그의 보이지 아니하는 것들 곧 그의 영원하신 능력과 신성이 그가 만드신 만물에 분명히 보여 알게 되나니 그러므로 그들이 핑계하지 못할지니라”(로마서 1:20)라는 구절을 보면 왜 창조세계에 흩어진 온갖 사물이 그토록 숭배대상이 되는지를 알아차릴 만한 지점이렷다. 일본 전역에 퍼진 신사만 해도 10만여 곳을 헤아리고 모시는 잡신만도 800만 명이 넘는다고 하니 말이다. 이는 생명이 자신의 소유물이 아닌 데서 오는 두려움이 그 원인이다. 다시 말해 연약한 인간에게 가장 무서운 존재는 죽음이기에 피조물을 코앞에 놓고 끊임없이 빌고 엎드리는 기복신앙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것이 무속(shamanism)이란 허상인 게다. 가령 길가에서 객사한 영혼을 위해 정성껏 위로비를 세워주는 수고를 보면 명약관화하지 않은가? 아내와 함께 나오시마 둘레길 18.4km를 일주하며 느낀 바는 섬을 가득 채운 무성한 수풀 말고는 별반 볼품이 없더라는 점이다. 그다지 볼거리가 없었기에 산업폐기물 처리장으로 낙점이 되지 않았겠느냐는 합리적 추정이 가능한 대목. 이를 일거에 살린 이는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타다오(1941년생)였다. 그는 동양의 자연 관조 사상을 현대적으로 추상화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선보이며 유명세를 치른 인물로, 역설적으로 그만의 아트 프로젝트를 거쳐 섬 전체를 하나의 미술관으로 재탄생시킴으로써 대반전의 중심에 섰다. 하지만 솔직히 예술의 섬이라는 별칭은 그저 관능적 수사일 뿐 문외한의 눈에는 자연보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아니 어떤 감흥보다는 일부 관객의 적극적 호응을 끌어냈다는 말이 더 어울릴 법하다. 미야노우라항을 기점으로 해안선을 걷다가 이우환 야외작품을 만난들 작가정신에 깃든 전문지식으로 소상히 풀어내지 않는 한 무슨 영감을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이 들더라는 지적이다. 그래서인지 위치감각에 의지해 길을 찾아 걷는 일도 그리 쉽지는 않았다. 어디서나 골목길에 눈길이 가는 필자의 취향에 따라 여기저기 둘러보며 궁금증을 풀고 요모조모 물어가며 목적지에 다다른 게 소득이었다. ▲ 나오시마 야외 전시장에서 본 이우환 작품 시코쿠무라(四国村)를 찾아나선 길. 가이드가 가리킨 대로 가와라마치(瓦町) 역까지는 순탄했다. 그러나 기차 시간표는 무용지물. 일본어 방송으로 뭐라고 알려준 거 같으나 알아들을 수 없어 답답했고, 몇 사람에게 물어도 토막 영어조차 모르니 무작정 기다릴 수밖에. 그렇게 꼬박 한 시간 반을 기다린 끝에 무사히 내린 S06번째 역명은 고토덴야시마(琴電屋島). 눈치껏 도착한 곳은 에도시대 가옥 23채를 재현한 민속촌이었는데 입장요금은 따끔했고 일일이 살펴보기는 따분했다. 기껏 칭찬한 일본의 특장점이 하나둘 사라지는 현장. 울퉁불퉁 깔아놓은 돌판이 돌아다니기 불편한 데다 순차적으로 돌아보도록 설계한 구성은 부자연스러웠다. 게다가 화장실은커녕 잠시 쉴 만한 의자조차 없었고 자판기는 딱 한 곳뿐이어서, 거지반 언덕배기를 차고앉은 옛집들이나 시설물들을 어린이나 노약자들이 과연 끝까지 구경할 수 있을까를 걱정하다가 겨우 찾아낸 핑곗거리인즉, 그 옛날엔 다들 이토록 열악한 환경에서 살았을 거라는 추정치랄까? 그나마 가부키라도 공연했다면 좋았으련만 그마저 공친 채 돌아서는 걸음이 무거웠다. 돌아가는 길도 어떻게 될지 몰라 서둘렀다. 고샅길을 기웃거리며 역사로 가 차표를 끊으려니 500엔짜리를 자꾸만 토해냈다. 현지 젊은이한테 도움을 청하니 새 동전이 먹히지 않는 걸 알고는 선뜻 바꿔줘 해결했으나, 하도 어이가 없어 흘리는 푸념처럼 정말 첨단과 구태가 뒤섞여 종잡기 어렵다고 하니 옆에서 선명한 우리말이 들렸다. “일본은 그런 게 잘 안 바껴요!” 그렇다면 다카마쓰 시내에 방치된 중앙공원의 현재는 인공미도 자연미도 아닌 셈이다. 모기에 물릴 만치 방역에 소홀한 채 물을 아끼려고 논두렁을 시멘트 공법으로 정밀히 다진다 한들 그 또한 인공물이긴 마찬가지. 비록 히라가나 철자는 서툴렀으되 사흘 밤을 묵은 호텔 미화원에게 <감사의 말씀>을 올리고 싶었다. “ありがとうございます! 지난 사흘간 잘 자고 잘 먹고 잘 놀다 갑니다. 그간 길을 친절히 가르쳐주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대한민국인 한은숙+조하식 드림”. 탁자에 남긴 천 엔은 헌금을 드리는 마음으로 전한 성의 표시였다. ■ 프로필 - 고교생에게 국어와 문학을 가르치며 ‘수필집·시조집·기행집’ 등을 펴냈습니다. - 퇴임 후 기고활동을 이어가면서 기독교 철학박사(Ph.D.) 학위를 받았습니다. - 블로그 “조하식의 즐거운 집” http://blog.naver.com/johash을 운영합니다. - <평택자치신문>에 “세상사는 이야기”를 14년째 연재하는 중입니다. ※ 다음호(706호)에는 ‘배추를 위한 송가’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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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12-20
  • [인터뷰] 평택목련로타리클럽 문성심 국제봉사위원장에게 듣는다!
    “클럽 활동하면서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봉사와 나눔이 즐겁고 행복합니다” ▲ 평택목련로타리클럽 문성심 국제봉사위원장 2001년 5월 21일 37명의 회원이 뜻을 모아 설립한 국제로타리 3750지구 ‘평택목련로타리클럽’은 그동안 지역 내에서 노숙자 및 독거노인 무료급식 봉사, 독거노인 생필품 및 성금 전달, 수술비 지원 자선바자회, 소년소녀가장 생필품 전달, 동방아동재활원 간식 봉사, 리라아동복지관 장학금 전달 등 다양한 봉사활동을 통해 사랑을 나누고 봉사를 실천하는 단체다. 지난 14일 오전 문성심 국제봉사위원장을 만나 목련로타리클럽의 설립 취지, 봉사활동, 국제봉사위원장 역할, 향후 계획 등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편집자 말> ■ “작은 나눔일지라도 어려운 이웃에게는 큰 힘과 위로가 됩니다” - 국제로타리 3750지구 평택목련로타리클럽은 어떤 단체인지? 목련로타리클럽은 2001년 5월 21일 설립했습니다. 스폰서 클럽인 ‘남평택로타리클럽’이 구경숙 초대회장과 함께 여성클럽인 목련로타리클럽을 설립해 봉사의 영역을 넓혔습니다. 현재 김희경 회장, 구경숙 초대회장, 김미영 3750지구 전총재, 윤혜정 차기 회장들을 비롯해 43명 회원 모두가 다양한 봉사활동을 통해 이웃과 아동들에게 따뜻함을 전하고 있습니다. 지면을 빌려 이제까지 목련로타리클럽의 주축이 되어 봉사활동을 이끈 역대 회장인 구경숙 회장, 김미영 회장, 서원숙 회장, 이미애 회장, 정미옥 회장, 최승희 회장, 송영숙 회장, 임승숙 회장, 정지연 회장, 이순녀 회장, 박정아 회장, 김복남 회장, 이현실 회장, 김해연 회장, 신지은 회장에게 감사드립니다. - 그동안 지역과 이웃을 위한 다양한 봉사활동을 해왔습니다. 주로 어떤 봉사들을 진행했고, 현재 진행하는 봉사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목련로타리클럽은 그동안 지역 내에서 도움이 필요한 취약계층과 우리 이웃들을 위해 다양한 봉사활동에 힘을 쓰고 있습니다. 목련로타리클럽에 봉사활동의 동기부여는 아프리카 아이들이 태어나자마자 소아마비 백신을 접종받지 못해 소아마비로 평생을 살아가야 하는 안타까움을 줄이기 위해서였습니다. 이런 이유에서 전 세계의 로타리클럽에 소속돼 있는 로타리안들이 아프리카 아이들의 소아마비 백신을 지원해 소아마비 박멸이라는 성과를 거두고 있으며, 이는 무엇보다 소중한 아이들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스(NYT) 보도에 따르면 작년 8월 소말리아에서 마지막으로 소아마비가 발생한 후 1년간 소아마비가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고, 특히 소아마비 발생이 많았던 나이지리아에서도 지난 7월 이후 발생 사례가 없습니다. 참 기쁜 일입니다. - 목련로타리클럽 활동은 어떻게 시작했는지? 제가 집안 사정으로 인해 충남 서산에서 평택으로 이사 오면서 김미영 3750지구 전총재와 회원들을 만났고 클럽 입회를 권유해 주셔서 입회했으며, 클럽 막내로 선배 회원들의 관심과 사랑을 많이 받으면서 봉사활동은 물론 당시 힘든 시기였던 제 생활도 많은 안정을 가져왔습니다. 지금 10여 년의 클럽 활동을 하면서 제 삶의 일부라 생각이 될 만큼 좋은 사람들과의 함께하는 봉사가 너무나 즐겁고 행복합니다. - 그동안의 클럽 활동과 국제봉사위원장은 무슨 일을 하는지? 제가 2021~2022년 목련로타리클럽 총무를 맡으면서 글로벌 보조금 사업 등 여러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당시 김해연 회장과 다양한 봉사활동을 진행했습니다. 현재 목련로타리클럽은 매달 동방재활원의 급식 봉사를 하고 있으며, 이전에는 지구보조금 사업으로 9,800만 원 상당의 의료기기를 기증한 바 있습니다. 또한 독거노인 무료급식 봉사, 독거노인 생필품 전달, 수술비 지원 자선 바자회, 소년소녀가장 돕기 생필품 전달, 리라아동복지관 장학금 전달, 행복홀씨 입양사업 환경정화 봉사 등 다양한 봉사활동을 진행해 왔습니다. 이외에도 하천 살리기 EM흙공 던지기, 어르신 김장김치 전달, 농인 선풍기 지원, 취약가정 아동 실내화 지원, 아동센터 장학금 지원과 함께 글로벌 보조사업으로 사회적 약자들의 행복한 삶을 위한 출장 스팀 이동차량 지원 봉사 등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2018년부터 시작한 보육원 재능기부 봉사활동은 기억에 남습니다. 베이비박스에 버려져 보육원으로 인계된 아이들의 돌잔치를 치러주는 봉사를 진행하면서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지역의 여러 업체 대표님들과 이현실 전 회장께서 공인중개사 모임인 ‘한울총동문회’에서 큰 도움을 주셔서 아이들에게 좀 더 따뜻한 돌잔치를 치러줄 수 있었습니다. 역시 봉사라는 것이 혼자보다는 여러 사람의 힘이 모아지면 더 큰 사랑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최근에는 더 이상 베이비박스에 담긴 아이들이 보육원으로 오지 않아 다행스럽게 생각합니다. 현재 맡고 있는 국제봉사위원장은 대만의 자매 로타리클럽과 함께 국제봉사에 참여할 수 있는 매개체 역할을 하는 직책이며, 모든 봉사가 그렇듯이 국제적인 난민 돕기나 산불 및 수해복구 사업 등에 로타리안의 힘을 모아 도울 수 있게끔 앞에서 이끄는 역할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 로타리클럽에서 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따로 있는지? 어릴 적부터 외할머니와 어머니께서 없는 집안 살림임에도 불구하고 불우한 사람들에게 밥을 챙겨주시고 아픈 이웃을 도우러 다니시는 등 힘든 이웃을 보면 본인 몸보다 더 챙겨주시는 것을 많이 보고 자랐습니다. 그래서인지 저도 성인이 되어 외할머니, 어머니와 같이 이웃을 위한 봉사를 하고 있습니다. 특히 아이들을 돕고 나면 적어도 1년 동안은 그 아이들이 미소 짓는 얼굴이 계속 떠올라 기분이 좋습니다. - 향후 봉사활동 계획은? 저는 목련로타리클럽 봉사활동과 함께 ‘나무와숲’이라는 봉사 모임의 차기 회장 직책을 맡아 20~40대 젊은 봉사자들과 함께 어려운 처지에 놓인 아이들에게 좋은 환경과 여건을 만들어 주기 위한 봉사활동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회원들과 함께 어려운 이웃들과 아름다운 동행을 한다면 더없이 행복한 일일 것입니다. 오는 12월 29일 평택남부문예회관 대공연장에서 장애인합창단 ‘푸른날개합창단’이 뮤지컬 공연을 처음으로 진행합니다. 저도 그곳에서 장애인들과 소통하며 의상 제작과 관련해 봉사를 하고 있습니다. 평택시민들께서 많은 관심을 갖고 장애인들이 열심히 준비한 좋은 공연을 관람하면서 많은 응원을 해주셨으면 합니다. - 회원들과 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목련로타리클럽은 앞으로도 저를 비롯해 모든 회원들이 소외계층, 다문화가정, 조부모가정 등 어려운 처지에 놓인 이웃들과 함께할 것입니다. 앞에서 말씀드렸듯이 제가 어릴 적 외할머니와 어머니께서 ‘늘 베풀고 살아야 복이 온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말씀을 가슴에 담고 어려운 이웃과 항상 함께할 생각입니다. 제 아들도 외할머니, 어머니와 같이 이웃에게 따뜻한 정과 사랑을 전하는 삶을 살았으면 합니다. 추운 겨울입니다. 우리 곁에는 생각보다 어려움에 처해 있는 이웃들이 많이 있습니다. 시민 여러분들께서도 주변에 어려운 이웃이 있는지 잘 살펴주셨으면 합니다. 작은 나눔일지라도 어려운 이웃들에게는 큰 힘과 위로가 될 것입니다. 새해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시민 여러분 남은 연말 잘 보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감사합니다. 김다솔 기자 ptl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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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12-20
  • [세상사는 이야기] 시코쿠 가가와 기행 ‘자연을 방불한 인공미’ (전)
    규슈(九州, 쓰시마 별도), 혼슈(本州), 홋카이도(北海道)에 이은 시코쿠(四国, 370여만 명 거주) 단기방문은 남달리 감회가 새로운 여정. 무려 8년 반 전 무렵 주말에 출발했다가 갑자기 현지 일대에 불어닥친 극심한 폭풍우로 인해 아쉽게도 인천공항에서 발길을 돌려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이번에는 아무 일 없어야 할 텐데 하는 일말의 불안감이 불시에 나타난 곳은 다카마쓰(高松) 공항 검색대. 탐지견이 우리 부부의 가방에서 구수한 누룽지 냄새를 맡았는지 내용물을 샅샅이 뒤지는 동안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을 방문할 때마다 인적 물적으로 느끼는 정서는 매사 예의 바른 몸가짐과 동선이 편리한 정교함. 사람의 힘으로 이루어낸 아름다움이 기실 자연을 방불한 인공미를 자아낼 수 있다는 걸 실체적으로 감지하는 건조물에서 늘 감탄하는 바가 있거니와 열 길 속마음이야 어찌 됐건 매번 남을 배려하는 관습에서 배우는 바가 적잖아서다. 왜들 한국 사회는 다른 나라의 바람직한 사례를 받아들이는 데 퍽 인색하다 못해 불필요한 관행이나 알량한 자존심 따위를 앞세우는 걸까? 첫 탐방지는 고토히라(琴平). 유독 계단(785개)에 약한 무릎을 감안해 조즈산(해발 538m) 중턱쯤에 자리한 신사 대신 상점가 입구에 있는 킨료노사토 주조기념관부터 들러보았다. 한눈에 방문객들이 돌아보기 편안한 건물구조. 매년 지역 궁에서 바다의 수호신(곤피라상이라는 애칭으로 불림)을 향해 제를 올리던 청주 ‘킨료’를 만들던 회사의 양조장을 개축한 공장 터답게 커다란 고목 한 그루가 마당 한가운데 서 있고, 마치 제주(製酒) 당시 여건을 그대로 재현한 듯 공정을 빠짐없이 살펴볼 수 있도록 이동로를 구석구석까지 잘 짜놓았다. 밖으로 나오니 나그네의 손길을 유혹하는 가지런한 몬젠마치(상점가). 하지만 우리 부부의 눈길은 이곳 공익재단법인에서 운영하는 ‘海の科学館’을 지나 오래된 마을 공회당(琴平町公会堂)으로 향하고 있었다. 1932년에 지은 일본식 전통 목조건축물이었는데 웅장한 팔작지붕에 나름 고풍스러운 자태를 지녔고 운치 있는 정원을 갖췄으나 막상 국가 등록 유형 문화재에 걸맞은 관리상태는 미흡해 보여 아쉬웠다. 잔뜩 기대를 걸었던 우동 맛에 별로 매력을 느끼지 못한 채 돌아서는 발걸음. ▲ 야시마 전망대에서 바라본 다카마쓰 시가지 야시마 전망대에서 바라본 다카마쓰 시가지는 때마침 붉은 노을이 물들어 눈이 부신 역광이었지만 얼핏 보아도 도시 규모를 어느 정도는 짐작하게 했다. 해안선을 따라 상주인구 41만여 명이 모여 사는 고을은 이곳을 관할하는 가가와현(香川県) 외에 에히메(愛媛), 도쿠시마(德島), 고치(高知) 현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설명에 더해, 관련 자료에는 기와지붕 모양의 산맥을 배경으로 이어진 쇼도섬의 도후치 해협(土渕海峡)은 폭이 9.93m에 불과해 세계에서 가장 좁은 바닷길로 기네스북에 등재되었다는데 그곳이 어딘지는 아리송했다. 저 멀리 뵈는 세토대교는 혼슈의 오카야마현 구라시키와 가가와현 사카이데를 잇는 현수교. 철도와 도로가 있는 병용교로서는 세계 최장이란다. 다시 눈길을 여기로 돌리면 겐지와 헤이케 일족의 전투가 벌어진 장소. 안타깝게도 작년 축제의 산물로 지은 용트림 형상의 곡선 관망로를 직접 걸어보지는 못했으나 절간 경내에 들어오며 훑어본 진언종 옥도사(屋島寺) 본방의 쌍방향 대결형 수직 옥개와 두루 복을 가져다준다는 너구리의 상징물로도 그 의미를 충분히 가늠하리라. 린츠린(栗林) 공원의 자연스러운 인공미는 가히 일본 정원의 백미로 부를 만했다. 16세기 후반 사토 씨를 시발점으로 사누키 지방의 영주인 다카토시가 내리 5대 백 년간에 걸쳐 조성했다는 별장 지대. 시운산 자락이 열두 폭 병풍처럼 둘러싸인 천혜의 지세도 그렇거니와 산기슭을 벗 삼아 흐르는 시냇물이 6개의 연못이며 13개의 동산을 만드는 데 결정적 조건이었음을 대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안내서를 보니 에도시대 초기의 다이묘 정원으로써 적절한 토지분할과 자연석 배치가 뛰어나 사시사철 피어나는 꽃들과 어우러진 천여 그루의 싱싱한 소나무들을 매일 분재처럼 감상할 수 있다는 찬사가 결코 과언이 아니다. 모름지기 심미에 바탕을 둔 인공과 자연의 조화로운 정취라고 못박아도 무방한 수준의 역작. 평소 조경에 조예가 깊기를 갈망하는 필자로서는 이런 게 정녕 진경산수화가 아니면 뭐냐고 되묻고 싶다. 그야말로 일보일경(一步一景), 즉 한걸음 내디딜 때마다 다른 경치가 보이는 가운데 압권은 ‘쓰루카메마쓰’, 곧 학과 거북소나무가 짝을 이룬 모습. 1875년 현립공원으로 일반에 공개했으며, 1953년 특별명승지로 지정되었단다. ■ 프로필 - 고교생에게 국어와 문학을 가르치며 ‘수필집·시조집·기행집’ 등을 펴냈습니다. - 퇴임 후 기고활동을 이어가면서 기독교 철학박사(Ph.D.) 학위를 받았습니다. - 블로그 “조하식의 즐거운 집” http://blog.naver.com/johash을 운영합니다. - <평택자치신문>에 “세상사는 이야기”를 14년째 연재하는 중입니다. ※ 다음호(705호)에는 ‘시코쿠 가가와 기행 - 인공을 방비한 자연미’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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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하식의 이야기
    2023-12-14
  • [인터뷰] 평택시 장학재단 박정은 사무국장에게 듣는다!
    “장학금 지원받은 학생이 시민 배려에 감사하며 평택 발전에 기여하는 구조 만들겠습니다” “재단과 시 장학기금 통합… 2015년부터 지금까지 3,094명 학생에게 46억 원 장학금 지급” ▲ 평택시장학재단 박정은 사무국장 평택시 장학재단은 사회 일반의 이익에 공여하기 위해 공익법인의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 및 평택시 조례에 따라 지난 2009년 설립됐으며, 재능이 우수하거나 경제적 이유로 학업이 곤란한 학생에게 장학금을 지급하여 지역 발전에 공헌할 수 있는 유능한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올해에는 대학생 341명, 고등학생 108명, 중학생 50명 등 총 499명을 대상으로 7억 원의 장학금을 지급했으며, 현재의 사무국이 만들어진 2015년부터 지금까지 3,094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46억 원의 총 46억 원의 장학금을 지급했다. 지난 8일 박정은 사무국장을 만나 ▶장학재단 설립 취지 ▶우수인재 발굴·육성 ▶장학재단 장학금 종류 ▶현재까지 장학재단 수혜 대상자 및 예산 규모 ▶인재 양성을 위한 후원 방법 등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박정은 사무국장은 “큰 규모의 후원도 감사하지만 평택시민들께서 십시일반 모아주시는 후원금이 더 의미가 크다”며 “CMS를 통해 월 5,000원씩 매월 기부를 하실 수 있는 평택시민 한 구좌 갖기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후원금은 소득세법에 의해 기부금 영수증 처리가 가능하다. 시민 여러분들께서 평택시 인재들을 위한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편집자 말> ■ 평택의 미래는 인재 양성… “인재는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 키워집니다” - 평택시 장학재단 설립 취지와 우수인재 발굴·육성을 위해 어떤 일들을 하는지 설명해 주십시오 2009년 설립된 평택시 장학재단은 창의적이고 글로벌한 인재를 발굴·육성하기 위해 활발히 장학사업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특히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해 현실에 좌절하지 않고 꿈을 펼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우리 평택시 장학재단은 미래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양성하는데 열정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또한 학창 시절 장학금을 지원받은 학생들이 사회에 진출해 본인이 받았던 시민들의 배려에 감사하며 평택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 장학재단에서는 그동안 고등학생, 대학생들에게 다양한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는데, 현재 장학재단에서 지원하고 있는 장학금들을 소개해 주십시오 우선 대학생을 위한 장학금은 세 종류의 장학금이 있습니다.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에게 지원되는 성적우수장학금,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한 희망장학금, 다자녀 가구의 학생들을 위한 행복장학금이 있습니다. 행복장학금의 경우 내년부터 다자녀의 기준이 세 명에서 두 명으로 바뀌어 그 대상과 범위가 확대됩니다. 중·고등학생을 위한 장학금도 우수장학금, 특기장학금, 자립장학금 세 종류가 있습니다. 우수장학금은 평택 소재 25개 고등학교에서 각 3명씩 학교장의 추천을 받아 선발됩니다. 특기장학금은 중·고생과 대학생까지를 그 대상으로 하고 있고, 직전년도 수상 실적을 평가해 선발하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복지 사각지대의 학생들을 찾기 위해 각 읍·면·동에서 추천한 중·고생을 대상으로 한 자립장학금이 있습니다. - 지금까지 장학재단을 통해 수혜를 받은 학생 수와 예산 규모는? 이번 2023년도에는 현재까지 대학생 341명, 고등학생 108명, 중학생 50명 등 499명을 대상으로 총 7억 원의 장학금이 지급되었습니다. 장학재단의 기금과 시의 장학기금이 통합되기 이전인 2009년부터 2014년까지 대학생 1,280명, 고등학생 1,050명, 중학생 261명 등 2,591명을 대상으로 총 35억3천여만 원이 지급됐습니다. 이후 장학재단의 기금과 시의 장학기금이 통합되면서 현재의 사무국이 만들어진 2015년부터 지금까지 3,094명 학생에게 총 46억 원의 장학금이 지급되었습니다. ▲ 박정은 사무국장이 장학재단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 “우리 평택시 인재들을 위한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주세요!” - 평택시는 인구 60만을 눈앞에 두고 있으며, 타 지자체보다 발전 속도가 매우 빠른 지자체입니다. 이러한 이유에서 유능한 인재 양성을 위해 장학금을 좀 더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들도 많습니다. 이에 대한 견해는? 우리 평택은 너무나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도시입니다. 평택의 1년이 다른 도시의 10년에 맞먹는다고 할 정도로 인구 증가와 경제활동이 역동적인 도시입니다. 이러한 도시의 발전 속도를 유지하기 위해 교육에 집중할 시기라 생각합니다. 인구가 증가하는 만큼 자연스레 장학금의 수요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꼭 필요한 학생이 장학금을 받아야 하고, 적재적소에 장학금이 쓰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 장학재단에서는 장학금 확대와 지원 대상의 다양화를 위해 많은 논의를 갖고 있습니다. - 평택의 인재를 만들고 평택을 발전시키기 위해 후원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매년 여러 기업과 단체에서 후원을 해주고 계십니다. 참 감사한 일입니다. 큰 규모의 후원도 감사하지만 평택시민들께서 십시일반 모아주시는 후원금이 더 의미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CMS를 통해 월 5,000원씩 매월 기부를 하실 수 있는 ‘평택시민 한 구좌 갖기 운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후원금은 소득세법에 의해 기부금 영수증 처리가 가능합니다. 100만 원 이상 후원하는 기업에는 건물 외벽에 걸 수 있는 인재 육성 후원 기업이라는 현판을 달아드리고, 월 3만 원 이상 정기 후원을 해주시는 소상공인과 개인·단체에게는 예쁜 꿈자람 나무 현판을 달아드리고 있습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실 시민·독자 여러분들도 우리 평택시 발전을 담보할 인재들을 위한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평택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인재는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 키워지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어려서부터 개개인이 가진 다양한 재능들을 발굴하고 육성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는 것이 평택시 장학재단의 역할이며, 학생 개개인의 능력과 재능이 발휘될 때 평택의 미래는 더 멋있어지리라 생각합니다. 인재 육성은 ‘우리’의 가치가 중요하게 여겨지는 좋은 공동체에서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습니다. 전 시민의 의지와 역량을 모아서 평택을 교육환경 일등도시로 발전시켜 나가는데 함께 동참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평택시 장학재단은 어려움이 있는 학생에게는 어깨를 펼 수 있는 기회를, 실력이 있는 학생에게는 더 큰 꿈을 펼칠 기회가 주어지도록 희망의 마중물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김다솔 기자 ptl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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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12-13
  • 평택농악 김용래 예능보유자 ‘2023 보관문화훈장’ 수훈
    일평생 평택농악 전승과 보존을 위한 활동 추진하며 후계 양성에 매진 ▲ 보관문화훈장을 수여받은 김용래(오른쪽) 예능보유자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이자 국가무형문화재 제11-2호인 평택농악보존회(회장 유성열)의 김용래 예능보유자가 12월 8일 문화재청이 주최·주관하는 2023 문화유산보호 유공자 시상식에서 ‘보관문화훈장(寶冠文化勳章)’을 받았다. 평택농악의 예능보유자인 김용래 명인은 평생을 농악에 헌신하며 평택농악이 UNESCO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는데 공헌하였으며, 평택농악의 전승과 보존을 위한 다양한 활동 추진을 통해 후계 양성에 매진하는 등 문화예술 발전에 공을 세워 국민문화 향상과 국가 발전에 기여한 공적을 인정받으며 포상의 영예를 안았다. 김용래 명인은 2000년 평택농악 보유자로 인정받았으며, 2001년 평택농악보존회 회장으로 역임하면서 다양한 사업 및 전승 활동을 추진하여 평택농악의 맥을 이어가는 발판을 마련했다. 이어 2005년에는 국가무형문화재 제11호 농악연합회의 초대 연합회장을 역임했으며, 당시 전국 5대 농악(진주삼천포농악, 평택농악, 이리농악, 강릉농악, 임실필봉농악)의 우수성을 전 세계에 알리는 데 기여했다. 또한 평택농악의 백미이자 가장 화려하고 뛰어난 기예인 ‘무동놀이’의 체계를 확립하였고, 전승자들이 적극 기량을 펼칠 수 있도록 후계 양성에 매진하며 평택농악의 보존과 전승 활동에 일평생을 바쳐오고 있다. 보관문화훈장을 수상한 김용래 명인은 “이 포상은 단순히 영예의 장식이 아니라 더 큰 사명과 의미를 안겨주는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 농악이 더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고 관심받을 수 있도록 책임과 의무를 다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평택농악 보존과 전승에 앞장서서 최선을 다하며 후손들에게 신명을 전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평택농악은 1985년 국가무형문화재 제11-2호로 지정되었으며, 2014년 UNESCO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바 있다. 김다솔 기자 ptl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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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12-11
  • [세상사는 이야기] 청와대 탐방 뒷얘기
    일찌감치 시외버스에 올라 강남 한복판에 내릴 때만 해도 뭔가 다르다는 느낌은 들었다. 대체로 걸리적거리는 게 많지 않은 보행로도 그렇거니와 줄지어 늘어선 건조물들이 나름 세련미를 갖추고 있었으니까. 곧바로 올라탄 광화문 방향의 시내버스 또한 승차감은 합격점. 그런데 남산을 넘어가는 차창 밖 풍경은 오래된 병풍에 가까웠다. 이곳을 떠난 지 어언 한 세대가 흘렀건만 그동안 바뀐 게 없는 건지, 아니면 내 눈에 비친 오늘이 어제를 그리워하는지 아리송한 일이로다. 우리 부부는 하차 지점을 앞당겨 남대문을 갓 지난 지점에서 내렸다. 이를테면 실시간 화폭의 보폭을 대폭 넓힌 터인데, 고맙게도 중간에 들른 은행지점 화장실은 여태껏 이용한 편의시설 가운데 단연 으뜸이로되, 굳이 대로변 광장을 파헤쳐 전면 재시공했다는 광화문공원은 거의 낙제점이다. 눈에 익은 교보문고를 그냥 지나치고 정부서울청사를 애써 외면한 채 주위를 흘끔거린 거 말고는 딱히 소환할 게 마뜩잖았다는 말도 빠뜨릴 수 없다. 식상한 나그네를 물끄러미 응시하는 세종대왕상과 이순신 장군상. 두 분은 작금의 이 나라를 어떤 심경으로 바라보실까? 청와대를 향해 걷는 도중에 잠시 경복궁 내 옛 정원을 둘러보았다. 그래서일까? 궁궐 동편을 휘감고 걸어가는 동안 마음이 편치 않았다. 담장을 수리하는 인부들의 전문성이 현저히 떨어질뿐더러 게을러 뵈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도대체 떨어뜨리는 횟가루에 묻혀 죽어가는 맥문동 군락은 어찌할 셈이람? 기실 이번 정부를 맡은 이들이 청와대를 내치며 내뱉은 언사는 퍽 무모했다. 주권을 가진 국민은 단 한 번도 청와대를 국민 품으로 돌려달라고 한 적이 없지 않은가. 애당초 인수위라는 데서 국방부는 물론 합참본부 예하 기관들을 점령군처럼 줄줄이 내쫓아버린 갑질도 모자라 취임 첫날부터 마치 북한을 따라 하듯 꽃을 들고 달려가도록 종용한 연출부터 연일 밀려드는 빤한 민원 처리까지 부실투성이였기 때문이다. 총 1조 원에 달하는 연쇄 이사비용(추정치)을 전 부처에서 막 끌어다 쓰면서도 국민의 기본적인 알 권리는커녕 외교부 공관을 내친 뒤 대통령 관저를 옮기는 과정에서 누출한 온갖 불법적 사례는 추후 감사와 수사를 통해 철저히 밝혀내야 할 지점이렷다. ▲ 청와대 본관 앞에 선 조하식 수필가·시조시인 여유가 있어 청와대 사랑채를 돌아보고 경내로 들어갔으나 아직도 입장시각은 한참 전. 내친김에 동선을 바꿔 청와대 외곽 담장을 끼고 오르는 산행길에 나섰다. 촘촘히 박힌 경비초소들이 눈에 좀 거슬리긴 해도 눈 아래 경관이 빼어나니 고점을 매길 만했다. 이윽고 춘추관을 지나 뉴스 영상을 통해 보던 대정원이 관람객을 맞았다. 차례로 청와대 본관으로 들어가니 누구의 발상인지 중앙계단에 어두운 카펫을 까는 바람에 칙칙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말았다. 휑한 집무실보다는 영부인의 응접실에 더 정감이 가는 거야 어쩔 수 없더라도 나중에 지은 상춘재에마저 선뜻 눈길이 가지 않는다면 이는 외양을 떠나 건축미가 뒤떨어진다고밖에 다른 해명이 필요할까? 문외한의 눈동자에 들어온 상춘재 역시 고아한 한옥의 자태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 실망감은 관저에 가서는 숫제 절망감으로 나락(얽거나 감아서 뭉뚱그림)했다. 한눈에 여름나기는 무덥고 겨울나기는 매서운 구조였기 때문에. 게다가 요즘 자주 써먹는다는 영빈관도 건축학적으로는 내어놓을 만한 게 없으니 잔뜩 기대감을 안고 찾아온 외빈들에게 면이 설지 의문스럽다. 아닌 게 아니라 대충 한 바퀴 훑어보니 별 볼 일이 없더라는 전언이 허언만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이제는 대통령 관저를 세종시에 서둘러 마련해야 마땅하다. 우리나라만이 지닌 고전미에 정치한 섬세미를 얹어 새로운 한옥의 진면목을 선보이라는 주문이다. 천하제일복지는 원래부터 정해진 텃세가 아니라 애써 가꿔가는 터전임을 알려야 한다. 덤처럼 청와대를 찾아가다 만난 명소들이 정작 청와대를 돌아보고 남은 기억보다 뇌리를 지배하고 있다면 문제가 아닌가. 기껏 청와대를 거닐며 스멀거리는 일들로 인해 그 잡념이 내내 사그라지지 않더라는 쓴소리다. 만에 하나 여기저기 심어 놓은 기념 식수들이 없었다면 그 역사적 의미마저 한껏 퇴색되었겠다는 노파심인 게다. 바로 옆 유서 깊은 왕궁처럼 한 나라의 상징적 장소로 그 가치를 인정받으려면 과학적 보존과 체계적 관리에 심혈을 기울여야 하리라. 비록 미확인 정보이긴 하지만 유사시를 대비한 지하 벙커나 비상 탈출로 같은 비밀장소가 있다면 부디 노출하지 않기를 권한다. 그리 멀지 않은 거리인데도 어쩌다 서울에 행차하는 날이면 나른함이 진한 건 왜일까? ■ 프로필 - 고교생에게 국어와 문학을 가르치며 ‘수필집·시조집·기행집’ 등을 펴냈습니다. - 퇴임 후 기고활동을 이어가면서 기독교 철학박사(Ph.D.) 학위를 받았습니다. - 블로그 “조하식의 즐거운 집” http://blog.naver.com/johash을 운영합니다. - <평택자치신문>에 “세상사는 이야기”를 14년째 연재하는 중입니다. ※ 다음호(704호)에는 ‘시코쿠 가가와 기행 - 자연을 방불한 인공미’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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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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