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7(토)
 

 ■ 인간의 마음속에 공존하는 흥부와 놀부

 살다보면 별별 사람을 다 만나게 된다. 어찌 보면 삶이란 만남과 헤어짐의 연속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만나는 사람들을 여러 가지로 분류할 수도 있지만, 자신을 악인이라 생각하는 선인과 자신을 선인이라 치부하는 악인으로 대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엉뚱한 생각을 해본다. 전자는 타인에게는 관대하고 자신에게는 엄격한, 즉 삶이 무엇인지를 깨달은 철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에 반해 후자는 자신의 잘못은 곧잘 합리화시키면서 남의 과오는 매도하려 드는 위선적 인간형이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어느 편인가. 그것은 선인과 악인으로 구별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적당히 함께 접목되어 있는 모순과 혼돈의 집합체이다. 우리는 그것을 잊고, 왕왕 선인과 악인으로 인간을 나누어 보려 한다. 대표적인 인간형이 흥부와 놀부이다. 그들은 서로 타인이 아니라 우리의 마음속에 공존하는 심적 경향인 것이다. 이 두 개의 마음이 순간순간에 어떻게 절제되고 노출되느냐에 따라 세인들로부터 평가를 받게 되는 것이다. 이런 편견에 의해 사람을 선인과 악인이라는 흑백논리 속에 가둬 몰아세우는 것이다.

 인간은 신이 아니다. 누구나 잘못을 저지를 수 있다. 하면서도 우리는 자신의 잘못은 실수로 치부하며 쉽게 용서하여 접어둔 채, 타인의 경우만 질타하려 든다. 왜냐하면 자신의 실수는 왜 일이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는가에 대한 원인과 결과를 모두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타인의 잘못은 결과만 본다. 그래서 쉽게 매도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우리의 주위에서 듣는 타인의 과오나 신문 지상에 오르내리는 흉악한 범죄도, 내가 바로 그런 상황에 놓였다면 똑같은, 전철을 밟게 되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악은 징벌한다고 해서 소진되는 것은 아니다. 감싸고 용서하여 품어줄 때, 사라지는 것이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라는 비열한 공식으로 악에 대항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우리 사회를 더욱 황폐하고 살벌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남을 악인이라 몰아세우기에 앞서 그의 입장을 이해하고 인간성 자체를 믿는 자세가 필요하다. 타인을 자신의 치수로 재어 자신보다 넘치면 잘라내고 모자라면 늘려 맞춘 프로크러스티즈 침대의 그 무서운 독단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 방영주 소설가·시인 약력

 <월간문학> 소설 당선, 소설집 <거북과 통나무> <내사랑 바우덕이> <카지노 가는 길>, 장편소설 <무따래기>(상·하권) <우리들의 천국> <카론의 연가> <국화의 반란> <돌고지 연가> <대무신왕> 등, 한국소설가협회 중앙위원(연락처 ☎ 011-227-0874, 주소: 450-760 경기도 평택시 평남로 281 삼성(아) 105동 805호, 이메일: youngju-5@hanmail.net)

※ 방영주 소설가·시인의 세상을 바라보는 지혜, '소설가 방영주의 세상만사(世上萬事)'가 연재됩니다. 시민,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바랍니다.

★자치돌이★ 기자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태그

전체댓글 0

  • 45422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소설가 방영주의 세상만사(世上萬事)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