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8(일)
 

도서관 출입하는 시민들에게 오랫동안 배다리생태공원 생물다양성과 신비로움 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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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제 평택자연연구소 소장

‘푸른 용의 해’ 2024년 갑진년을 맞아 배다리생태공원을 앞에 둔 배다리도서관 1층 로비에서 보잘것없는 생명이지만 주변에 너무도 흔하면서 강인한 생명력으로 겨울을 나고 있는 잡초(雜草)를 주제로 배다리도서관 생태지기와 함께 실물 전시회를 열었다. 눈만 돌려도 일상에서 흔하게 봐왔던 잡초들, 그래서 있으나 없으나 크게 표나지 않았던 친구들을 무대의 조명을 받는 배우로 둔갑시켜 지금까지 잡스러운 풀로만 취급받던 그들을 귀하게 대접받는 귀초(貴草)로 관객들 앞에 세웠다. 


개망초, 뽀리뱅이, 지칭개, 꽃마리, 애기똥풀 등 주변에 많이 알려진 친구들로부터 가시상추, 애기수영, 자주광대나물, 미국쑥부쟁이 등 특별히 초대받은 이들은 지금까지 그 어디에서도 이처럼 대접을 받지 못했던 터에 환경변화와 신분 상승으로 낯설어하고 어색한 티를 냈지만, 몸 깊은 곳에 지니고 있던 잡초 근성으로 변화를 성장의 계기로 삼아 적지 않은 개체들이 당당함으로 화초 이상의 자신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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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별한 방법으로 겨울을 나고 있는 지칭개, 큰개불알풀, 달맞이꽃(2024.1.11.)

 

◆ 잡초라는 이름의 풀


국어사전에 보면 “잡초란 잡풀과 같은 말로 가꾸지 않아도 저절로 나서 자라는 여러 가지 풀”이라고 설명하고 있으며, 두산백과에는 “경작지·도로 그 밖의 빈터에서 자라며 생활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하는 풀”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또 농업용어사전에는 “농경지에서 인간이 영위하는 경제행위에 반하여 직·간접으로 작물에 해를 주어 생산을 감소시켜 농경지의 경제적 가치를 저하하는 작물 이외의 초본류를 통칭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정리해 보면, 잡초란 풀은 사람을 기준으로 하였을 때 생활에 도움이 되지 못하고 오히려 불편을 끼치는 식물을 지칭할 때 쓰인다. 주변 논둑이나 밭둑 주변 혹은 도로변을 둘러보았을 때 이용할 목적으로 재배하고 있는 작물이 아닌 모든 풀은 잡초에 해당하는 것이다. 요즘 논둑에서 흔하게 접하게 되는 냉이와 꽃다지, 주름잎, 점나도나물은 물론이고 밭 주변에서 쉽게 만나게 되는 쑥과 개망초, 광대나물, 지칭개, 뽀리뱅이 등도 그저 잡초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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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닥에 깔리는 로제트 방식에서 벗어나 주변 환경변화에 적응한 큰방가지똥(2024.1.26.)

 

가을에 남보다 먼저 싹을 틔워, 한겨울 시시각각 다가오는 추위를 짧은 줄기와 뿌리에서 난 잎을 방석 모양으로 펼쳐 땅 위에 살아남은 잡초는 사람들에게는 무관심의 대상이며, 경쟁에서는 혹 약할 수 있으나 누구보다도 주변 환경변화에 대한 적응력이 뛰어난 식물들의 집합체이다. 특히 이들은 그들만의 독특한 사랑 전략과 타고난 생명력으로 환경의 벼랑에 선 위치에서도 기회만 주어진다면 자손을 이어가고자 하는 수고와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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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사상으로 펼쳐 ‘로제트’ 방식으로 겨울을 나고 있는 곰보배추(배암차즈기)(2010.3.21)

 

◆ ‘잡초의 겨울나기’ 전시회


2022년 배다리도서관의 생태인문프로그램 ‘배다리의 사계’, ‘평택의 봄 사진전’과 연계하고, 2023년 운영 프로그램인 자연처럼 살아간다 ‘자연에서 배우는 지혜’와 이어지는 본 프로그램은 2024년 1월 10일부터 2월 6일까지 ‘잡초의 겨울나기’ 실물전시와 배다리에서 겨울을 나고 있는 야생조류 사진전 그리고 민들레, 겨울에도 괜찮아 등의 관련 도서전시와 어울려 1층 로비에서 ‘배다리 동식물의 겨울나기’ 파워포인트 쇼 영상과 함께 도서관을 출입하는 이용객들에게 오랫동안 배다리생태공원의 생물다양성과 함께 그들만의 신비로움을 전했다.


잡초의 겨울나기 전시회는 개망초, 뽀리뱅이, 지칭개, 망초, 서양민들레, 달맞이꽃, 큰방가지똥, 꽃마리, 곰보배추, 소리쟁이, 가시상추, 미국쑥부쟁이 등 주변에 흔하며 로제트로 겨울을 나고 있는 잡초와 겨울이 오기 전 아미노산과 당분 같은 결빙점을 낮추는 부동액을 미리 세포에 비축해 두는 쑥, 갈퀴덩굴, 점나도나물, 광대나물, 큰개불알풀 등의 특별하게 겨울을 나는 식물을 모아 개별화분에 담고 예쁜 이름표와 설명글은 물론이고 전시효과를 높이기 위해 삽목판을 이용해 여러 종의 잡초를 종합해 방문자의 마을을 끌고자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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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태형의 하나로 실내에서 바닥에 깔리는 로제트 방식을 포기한 서양민들레(2024.1.26)

 

◆ 생태형의 특성을 지닌 잡초


주변 상황에 따라 장소를 옮길 수 있는 동물에 비해 식물은 뿌리를 내린 곳에서 한 발자국도 옮길 수 없기에 주변 위협으로부터 다양한 방법을 통해 자기 자신을 지켜왔으며, 특히 잡초가 혹독한 겨울을 나기 위해 오랫동안 이용해 온 것이 바로 ‘로제트’ 방식이다. 겨울을 나기 위해 극도로 짧은 줄기에 잎을 방사상으로 펼쳐 땅바닥에 붙인 채 둥근 방석처럼 자리 잡은 식물들은 그 모양이 마치 장미꽃을 닮았다고 해서 ‘로제트(rosette)’ 식물이라고 한다.


배다리도서관 로비로 들어와 방문자의 관심과 사랑을 듬뿍 받은 잡초들은 지열과 함께 넉넉한 햇볕을 받을 수 있고, 바람의 저항을 적게 받아 쓰러지지 않으며, 수분 증발을 최소화하고자 선택했던 로제트 방식을 언제 그랬느냐는 듯 누웠던 잎을 모두 세웠고, 원산지가 유럽인 서양민들레는 마치 봄을 맞은 듯 꽃줄기를 높이 올려 꽃을 피우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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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 종의 잡초를 삽목판에 담아 방문자의 마음을 끌었던 전시물(2024.1.29)

 

잡초란 환경변화에 신속히 대응하는 생존방식을 습성적으로 갖고 태어났다. 환경 조건으로 달라진 형질이 유전적으로 이어져 생긴 형을 생태형이라 한다면 잡초는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 식물보다도 생태형이 발전된 식물들의 집합체라고 볼 수 있다. 실내에 들어온 지 보름도 되지 않아 로제트 방식을 포기한 잡초의 행태는 한 종의 생물이 서로 다른 환경 속에서 생활하면서 환경 조건에 적응함으로써 그러한 성질이 유전적으로 고정되어 나타난 것이다. 잡초는 역시 잡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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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제의 평택의 자연] 배다리도서관에서 주목받은 잡초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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