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8(일)
 

지자체의 무지와 인식 부족으로 평택 도심 속 최고의 비오톱 철새도래지 어려움 겪어

수륙양용 수초제거선 작업으로 평균 500개체 이상 모였던 멸종위기 국가보호종 쫓아내 


김만제 소장.png
김만제 평택자연연구소 소장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에서 운영하는 국립생물자원관 한반도의 생물다양성 홈페이지에 들어가 ‘국가가 지정·관리하는 생물’ 그리고 ‘국가보호종’을 차례로 들어가면 국가보호종의 의미를 제일 먼저 언급하고 있다. 그 내용을 보면 국가보호종이란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생물들을 보존 및 보호하기 위하여 환경부, 해양수산부, 문화재청, 산림청 등이 관련 법률에 따라 지정·보호하는 생물들을 말한다”라고 설명하고 있으며, 관련 부서인 환경부, 해양수산부, 문화재청, 산림청이 차례로 나와 있고, 기관별 국가보호종 관리현황 다운로드를 클릭하여 자세한 국가보호종 목록을 저장할 수 있게 하였다.


◆ 법률에 따라 지정·보호하는 국가보호종 


기관별 국가보호종 관리현황 제일 앞에 배열된 환경부를 클릭하여 들어가면 윗줄에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에 대한 언급과 함께 멸종위기 야생생물 공통 적용 기준과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생물 목록이 동·식물 분류별로 Ⅰ급과 Ⅱ급이 차례로 소개되고 있다.

 

평택의 자연 메인.jpg

▲ 국가보호종 큰부리큰기러기가 배다리저수지에 착지하고 있다.(2022.1.31)

 

배다리생태공원에서 확인된 국가보호종은 10종 이상이지만, 이번 물상추를 제거하기 위해 수륙양용 수초제거선 작업으로 인하여 직접 문제가 된 국가보호종은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Ⅱ급에 속한 큰부리큰기러기(Anser fabalis)와 금개구리(Pelophylax chosenicus) 2종이다. 


큰기러기와 큰부리큰기러기의 경우, 휴식과 먹이터로 배다리저수지를 찾았던 500개체 이상의 국가보호종을 도래지에서 쫓아낸 것이 문제였다면, 저수지 수변에서 물속이나 땅속 혹은 물풀 속에서 겨울을 나던 금개구리는 수초제거선을 통해 물상추와 함께 퍼 올려져 물 밖에서 방치되어 죽을 수 있는 경우를 포함하고 있기에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68조(벌칙)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

 

평택의 자연2.jpg

▲ 금개구리 고사가 우려되는 배다리저수지의 수면과 물가에서 건져낸 물상추 더미(2023.12.8)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68조를 보면 “제14조제1항을 위반하여 멸종위기 야생생물Ⅱ급을 포획·채취·훼손하거나 고사시킨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 원 이상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언급하고 있다. 혹여라도 수초제거선을 통해 물상추와 함께 멸종위기Ⅱ급 금개구리가 딸려 나와 훼손되거나 고사되는 일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된다. ‘마를 고(枯)’자에 ‘죽을 사(死)’자를 합치면 ‘고사(枯死)’가 된다. 물속에서 건져내 방치함으로써 변온동물인 금개구리가 주변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채 죽게 된다면 국가보호종을 떠나 멸종위기에 처한 생명에게 이보다 더 큰 손실은 없을 것이다.

 

평택의 자연3.jpg

▲ 큰부리큰기러기 도래를 환영하는 현수막 뒤로 기러기를 내쫓고 있는 수초제거선(2023.12.8)

 

◆ 배다리저수지 큰부리큰기러기의 의미


2016년부터 7년 동안 배다리저수지를 찾는 기러기류를 통해 배다리습지 겨울 생태계의 전체를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면 핵심은 ‘큰기러기’보다 ‘큰부리큰기러기’가 습지 생태계의 시작이면서 끝이었다는 사실이다. 2016년 2월과 3월, 북쪽으로 귀향하던 중 중간기착지로 잠깐 내려앉았던 기러기가 큰부리큰기러기였고, 해마다 3월 중순이 되어 마지막 주자로 스칸디나비아 북부를 향해 무리를 지어 날아가는 기러기 또한 큰부리큰기러기였다. 그리고 최근 들어 11월 중순부터 배다리습지를 찾아 수생식물의 뿌리를 캐 먹으며 주월동지를 이곳으로 정한 기러기 또한 큰부리큰기러기인 것이다. 큰부리큰기러기의 경우, 이곳이 기초대사량은 물론이고 귀향에 필요한 중간 에너지를 보충하는 주요 먹이터이기에 여느 곳과는 달리 줄과 부들, 달뿌리풀과 큰고랭이풀 등의 정수식물 뿌리가 넉넉한 이곳을 해마다 찾게 되었지만, 지자체의 무지와 인식 부족으로 평택 도심 속 최고의 비오톱 철새도래지가 생각지도 않았던 일로 어려움에 부닥치게 된 것이다.

 

평택의 자연4.jpg

▲ 연둣빛 물상추 주변으로 넓게 퍼진 부엽식물 마름을 제거 중인 작업선(2023.9.8)

 

◆ 평택시가 기러기를 몰아내다


지난 11월 29일, 평택시는 ‘평택시 공원과 환경정책과’의 이름으로 배다리저수지 주변에 ‘멸종위기 조류2급 철새 큰부리큰기러기 도래’라는 환영 현수막 6장을 걸었다. 그리고 이틀 뒤인 12월 1일 수륙양용 수초제거선을 불러들여 저수지 주변의 갈대류를 제거하면서 전날까지 평균 500개체 이상 모였던 국가보호종(환경부 지정 멸종위기Ⅱ급) 큰기러기류를 한 번에 쫓아낸 것이다.


시 관계자는 “이전 마름을 제거했던 업체에 물상추 제거를 부탁했지만 처음 약속 공정을 벗어나는 일이라 거절당했고, 물에 뜨는 부유식물인지라 제거에 별 어려움이 없으리라 생각했던 것이 정작 이것을 제거할 업체를 알아봤지만 쉽지 않았다”라면서 “수면의 물상추가 썩어서 냄새가 나고 미관상 좋지 않아 12월 들어 일주일 정도 제거 작업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평택의 자연5.jpg

▲ 본보 9월 20일자에 보도된 ‘상추밭 돼버린 배다리저수지’ 현장(2023.9.17)

 

12월 10일 기준으로 큰부리큰기러기가 배다리저수지에서 산책을 나온 주민들의 눈앞에서 사라진 것이 벌써 열흘이나 되었다. 그나마 주변 환경변화에 대한 적응력이 뛰어난 물닭과 오리류 일부가 수초제거선을 피해 휴식을 취할 뿐 겨울철 배다리생태공원을 대표하는 국가보호종 큰부리큰기러기는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속담처럼 큰 충격을 받아서인지 주변의 작은 자극에도 과민한 반응을 보이며 저수지 수면에 내려앉을 생각이 없어 보였다.

 

“마음속으로 눈물이 나 저수지를 바라볼 수 없어요”라며 눈시울을 붉히는 어느 산책객의 아프고 답답한 안타까움에 뭐라 위로할 말이 없었으며, 오히려 잘못했을 때 미안하고 딱한 마음인 안쓰러움을 필자가 느끼고 있음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오래도록 머릿속에 남아 있다.


태그

전체댓글 0

  • 34239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김만제의 평택의 자연] 국가보호종을 대하는 ‘평택시의 부끄러운 민낯’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