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8(일)
 

쇠백로, 중대백로, 왜가리, 동박새, 쇠물닭 등 배다리공원 찾는 기후변화 생물지표종

평균기온 1.5℃ 상승할 경우, 곤충 6%, 식물 8%, 척추동물 4% 서식처 절반 이상 잃어

 

김만제_소장.png
김만제 평택자연연구소 소장

최악의 가뭄과 기록적인 홍수, 죽음의 소용돌이에 빠진 북극, 사막화와 해수면 상승 그리고 생물종의 감소 등 기후변화로 인하여 힘든 삶을 이어가는 오늘날에도 가장 먼저 읽히는 환경 분야의 고전에 ‘침묵의 봄’이 있다. 이 책은 환경문제에 대한 새로운 대중적 인식을 끌어냈으며 정부의 변화와 현대적인 환경운동을 일으키는 기폭제가 됨은 물론이고 그 이후 기후변화 문제가 국제사회를 통해 논의되면서 기후변화가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가장 큰 현안으로 다가섰다. 그 이후 인간 활동으로 인한 온실가스의 증가와 이로 인한 기후변화의 패턴은 여러 분야에서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으며, 그중 하나가 자연생태계에도 자연스럽게 표출되고 있다.


◆ 기후변화와 생태계 영향


기후변화의 영향은 생태계서비스와 같은 인간의 생활영역뿐만 아니라 자연생태계에도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가장 두드러진 영향은 주변 동·식물의 서식환경에 변화를 가져오고 있으며, 이로 인한 그들의 서식지에 크고 작은 변화가 속속들이 확인되고 있다.


기후변화 학술자료인 ‘기후변화로 인한 도시 야생조류의 종 풍부도 변화’를 보면 기후변화가 증가함에 따라 도시 야생조류의 잠재서식지가 줄어들어 해당 지역에 서식하는 종의 수를 나타내는 ‘종 풍부도’가 0인 지역이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온 상승이 지속한다면 개체수가 감소하거나 조류의 서식지 이동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정리되었다.

 

평택의 자연 메인.jpg

▲ 배다리생태공원 산책로 주변의 대왕참나무에서 만난 기후변화 생물지표종 동박새(2023.2.27)

 

특히 우리나라에서 개최한 제48차 IPCC 총회에서 전 세계 195개국 합의로 채택된 IPCC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에 따르면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인한 동·식물의 서식환경이 변화하고 이에 따른 서식지의 변화를 주목하고 있다. 또한 평균기온이 1.5℃ 상승할 경우, 곤충의 6%, 식물의 8%, 척추동물의 4%가 서식처의 절반 이상을 잃을 것으로 전망되며, 2℃ 상승할 경우, 육지 면적의 약 13%가 다른 유형의 생태계로 전환될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즉, 인간의 지속적인 전 지구적 활동이 다양한 메커니즘을 통해 자연생태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재확인한 것이다.

 

평택의 자연2.jpg

▲ 남부지방에서 분포지역을 평택까지 넓힌 기후변화 생물지표종 넓적배사마귀 약충(2023.08.16)

 

◆ 환경부의 기후변화 생물지표종


2010년 7월,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은 최근의 기후변화가 한반도 생물종 분포에 미치는 영향 및 취약성에 대한 효율적인 감시 및 예측 방법을 마련하고자 구상나무, 금강모치, 붉은부리찌르레기, 북방산개구리, 넓적배사마귀 등을 국가 기후변화 생물지표 100종에 선정하여 발표하였다.


기후변화 생물지표종이란 기후변화로 인해 계절활동, 분포역 및 개체군 크기 변화가 뚜렷하거나 뚜렷할 것으로 예상되어 지표화하여 정부에서 지속적인 조사·관리가 필요한 생물종으로 기후변화로 인해 생물다양성의 변화·감소는 불가역적 피해로 그 영향과 취약성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조사·연구가 매우 중요하다.

 

평택의 자연3.JPG

▲ 남부지방에서 분포지역이 점점 넓어지는 기후변화 생물지표종 큰부리까마귀(2022.12.28)

 

기후변화가 만드는 생물다양성의 변화는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연구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 이를 통해 기후변화로 생기는 생물다양성의 영향과 취약성을 평가하고, 감시·예측하기 위해서 지속적인 조사와 관리가 필요하다. 2017년 기준 균류 7종, 해조류 7종, 식물계 39종, 무척추동물 7종, 곤충 15종, 척추동물 25종으로 총 100종과 함께 후보종 30종을 추가·확대하였다.

 

평택의 자연4.jpg

▲ 남해안 도서지역을 중심으로 서식했으나 기후변화로 분포지역을 넓힌 물결부전나비(2023.11.6)

 

◆ 배다리생태공원의 기후변화 생물지표종


어느 때보다도 기후변화의 속도감이 느껴지는 요즘, 배다리생태공원을 찾는 동·식물이 이런 기후변화에 어떻게 적응하며 살아가고 있는지 몇 년에 걸쳐 꼼꼼히 둘러보았다. 조사 결과 분포가 확인된 기후변화 생물지표종은 중대백로, 왜가리, 쇠물닭 등의 조류가 14종, 물결부전나비, 넓적배사마귀 등의 곤충이 3종, 양서류인 청개구리 1종, 거미류인 산왕거미 1종, 쌍떡잎식물에 속한 광대나물, 노각나무 2종으로 총 21종이 배다리생태공원에서 서식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배다리를 찾는 기후변화 생물지표종 중에서 기후변화 때문에 남쪽에서 북쪽으로 서식지를 넓혀가고 있는 종으로는 쇠백로, 중대백로, 왜가리, 해오라기, 동박새, 쇠물닭 등이 대표성을 띠고 있는가 하면, 도래 및 번식 시기가 빨라지는 종으로는 꾀꼬리, 뻐꾸기, 제비 등을 들 수 있다.


특히, 지난 2월 27일 산책로 대왕참나무 위에서 만난 동박새는 필자가 카메라를 목에 건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고, 사마귀와 왕사마귀 위주의 주변 서식환경을 보란 듯이 뒤집은 넓적배사마귀의 증가와 물결부전나비와의 만남은 기후변화 생물지표종이 우리의 눈과 귀 바로 앞까지 와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평택의 자연5.JPG

▲ 여름철새의 텃새화로 기후변화 생물지표 100종에 선정된 여름철새 중대백로(2022.1.5)

 

1998년 멸종위기 야생동·식물에서 해제된 물결부전나비는 신생대 제3기의 중기에 출현한 이후 빙하기와 간빙기를 여러 번 거치며 극심한 기후환경 변화에 적응하여 진화를 거듭해 온 나비로, 제주도와 전라남도, 경상남도의 남해안 도서지역에만 서식했으나 기후변화로 인해 분포지역을 넓혀 배다리생태공원에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자연은 자연생태계에 다양성을 물려주었지만 복원할 시간조차도 없는 우리 모두는 이를 단순화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기후변화는 단순히 기후가 변화하는 것을 말하는 게 아닌 것이 자연생태계에 영향을 끼쳐 차츰 모든 생물에게 위협이 되고, 궁극에는 인간의 위기로 다가올 것이다. 우리 모두 자연생태계의 보전에 관심을 두고 노력한다면 기후변화와 이에 따른 생물다양성 변화를 예측하고 대응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오늘날 기후변화 시대를 맞아 과학과 산업기술의 성장, 소비지향적 사회구조 그리고 인간중심적 세계관을 넘어 자연과의 공존과 존중의 관계성을 재정립하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태그

전체댓글 0

  • 16759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김만제의 평택의 자연] 기후변화와 기후변화 생물지표종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