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7(토)
 

배다리생태공원의 생물다양성...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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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제 평택자연연구소 소장

생태학자이자 동물행동학자이며,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의 저자 최재천 교수는 ‘생태적 전환, 슬기로운 지구 생활을 위하여’의 에필로그 중에서 “나는 ‘현명한 인간’이라는 호모 사피엔스를 버리고 지구를 다른 생명과 공유하며 살겠다는 ‘공생인’이라는 뜻의 ‘호모 심비우스’로 거듭나야 한다”라고 호소했다. 지구 생명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함께 생존한다는 생물다양성의 의미를 재차 강조한 것이다. 아주 작은 공간이자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찾는 배다리생태공원에서 생물다양성 가치를 나타내는 생물다양성 지표종 TOP10을 통해 이들과 함께 살아간다는 것이 지닌 의미를 다시금 짚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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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Ⅱ급, 배다리습지의 금개구리(2022.6.3)

 

1. 멸종위기Ⅱ급 금개구리의 서식지 확장

  

2014년 평택소사벌지구 내에서 포획하여 배다리생태공원으로 이주한 금개구리(성체 5마리, 1년생 435마리)를 시작으로 모두 세 차례에 걸친 이주가 있었고, 금개구리 집단에 대한 모니터링이 이어졌다. 함께 이전한 멸종위기양서류인 맹꽁이와 수원청개구리에 비해 배다리습지에 대한 적응력이 매우 뛰어나 2022년 대체서식지를 넘어 함양지에서 내려오는 실개천 중간지점까지 활동영역을 넓혀 “쯧쯧 끄으윽”하는 구애의 소리를 한동안 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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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다리습지를 찾은 큰부리큰기러기의 착지(2022.1.31)

 

2. 멸종위기Ⅱ급 큰부리큰기러기의 도래지


겨울철새인 멸종위기Ⅱ급 큰부리큰기러기가 2016년부터 찾아들기 시작하면서 배다리저수지는 생태공원으로서의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되었다. 주민들을 위한 휴식과 산책공원의 기능을 넘어 ‘생태계 서비스’의 주체로서 시민들에게 소중한 생물다양성과 함께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제공하게 된 것이다. 2021년 11월 17일 배다리습지를 찾은 큰부리큰기러기는 예년과는 달리 3월 하순까지 일부 개체가 머물다 북쪽의 번식지를 향해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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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큰기러기와 함께 배다리습지를 찾은 천연기념물 큰고니(2022.1.29)

 

3. 천연기념물 제201호 큰고니 및 멸종위기Ⅱ급 노랑부리저어새의 방문


2022년 설 연휴를 앞에 둔, 1월 28일 배다리생태공원이 조성된 이래 처음으로 천연기념물 제201호 큰고니 7개체가 배다리저수지를 찾았다. 우아한 곡선의 긴 목과 큰 날개, 흔히 ‘백조’라는 이름으로 친숙한 큰고니는 습지의 고장 평택에서 만날 수 있는 수조류 중 가장 아름다운 새 중 하나이다. 100mm 이상의 폭설이 내린 날에도 꿋꿋하게 배다리저수지에서의 소중한 경험을 듬뿍 담은 채, 닷새 동안의 짧은 여정을 끝으로 장소를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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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다리생태공원을 찾은 희귀조류 붉은부리찌르레기(2022.3.12)

 

4. 희귀조류 붉은부리찌르레기 확인


한때 국내 미기록종이었다가 학계에 알려지면서 이름을 얻은 붉은부리찌르레기가 2022년 3월 12일 배다리생태공원 버드나무 군락지에서 확인되었다. 붉은부리찌르레기는 초보자에서 전문가까지 야외에서 새를 동정하는데 유용한 LG상록재단의 ‘야외원색도감 한국의 새’ 초판에도 빠져있을 정도로 매우 드문 나그네새이다. 국내에서 관찰되고 있는 7종의 찌르레깃과에 포함된 새들은 고도로 발달한 발성 기관을 갖고 있어 명금류(songbird)에 속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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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다리마을숲 야간탐사를 통해 확인된 톱사슴벌레(2022.6.11)

 

5. 배다리마을숲 톱사슴벌레 2개체 확인


대다수의 어린 남자아이들은 곤충에 관한 관심과 호기심이 많아 넓적사슴벌레와 장수풍뎅이 등을 마트나 인터넷으로 구매하곤 하는데 생물다양성을 유지하고 있는 평택지역 마을숲을 중심으로 아직도 풍이와 넓적사슴벌레, 톱사슴벌레가 관찰되고 있다. 부락산과 무봉산은 물론이고 덕동산에서도 드물지만, 최근까지 넓적사슴벌레가 확인되었으며, 2022년 6월 11일 야간탐사를 통해 배다리마을숲 산벚나무 송진에 붙어 경쟁을 벌이던 톱사슴벌레 수컷 2개체를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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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다리습지 수변의 풀밭 산란지에서 산란 중인 자라(2022.5.27)

 

6. 솥뚜껑 자라 산란 장면 확인


생태계교란생물로 지정된 붉은귀거북은 여러 차례 배다리습지에서 확인된 바 있지만, 우리나라 토종 자라가 이곳에서 발견되기는 처음이다. 2022년 5월 9일 오전 10시경, JNJ 방향의 데크 우측 잔디밭에서 산란을 준비하다 습지로 돌아간 자라를 확인한 후, 5월 27일 오전 11시경 같은 위치에서 뒷발을 이용해 흙을 밀어내고, 산란 후 흙과 풀을 끌어당겨 구덩이를 덮은 후 속히 습지로 돌아간 솥뚜껑 자라의 산란 과정을 오랜 시간 관찰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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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다리생태공원 산책로 왕벗나무에서 번식 중인 쇠딱따구리 유조(2022.5.21)

 

7. 산책로 쇠딱따구리의 연이은 번식 성공


배다리마을숲 은사시나무 줄기에 번식할 터를 마련한 청딱따구리와 오색딱따구리와는 달리 쇠딱따구리는 배다리도서관에서 배다리습지로 내려오는 데크 계단 우측의 왕벚나무에서 번식을 안전하게 마쳤다. 2021년에 이어 연속으로 사람의 왕래가 잦은 산책로의 왕벚나무에 두 번째 구멍을 파고 번식에 들어갔으며, 육추 중에 청설모 같은 천적의 습격으로 어려움도 있었지만, 어미 새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잘 넘겨 모든 새끼가 이소에 성공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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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란을 위해 실개천 상류를 향한 배다리습지의 잉어와 향어(2022.3.29)

 

8. 실개천에서의 잉어·향어 산란 및 수정 확인


산책을 나온 주민들의 가장 관심을 끄는 곳 중 하나가 배다리도서관 아래쪽 실개천 하류에 모인 잉어 무리이다. 지나가는 산책객으로부터 과자 등의 먹이를 얻어먹어 버릇하여 최근에도 물닭과 함께 자주 출현하고 있다. 2022년 3월 29일 번식을 앞둔 잉어 무리가 서로 섞여 산란을 위한 준비로 북새통을 이뤘다. 잉어 무리가 물 밖으로 튀어나오듯 헤엄치는 모습은 그 자체만으로도 장관을 이루며, 암컷이 앞질러 산란하면 수컷이 뒤를 쫓으며 정자를 방출하여 체외수정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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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양지에서 내려오는 실개천에서 물을 먹고 있는 밀화부리(2023.1.30)

 

9. 여름철새 밀화부리의 텃새화


배다리생태공원 실개천을 중심으로 서식하는 새 중에 되새과에 속한 밀화부리가 있다. 우리나라를 흔하게 통과하는 나그네새이지만 중북부 지역에서 번식이 확인된 여름새이기도 하다. LG상록재단에서 발간한 야외원색도감 ‘한국의 새’를 열어 밀화부리를 찾아가면 조류명에 이어 학명이 나오고 WV/uc라고 적혀 있다. 계절성으로 보아 여름철새이고, 흔하지 않음을 나타내고 있다. 드문 여름새를 배다리생태공원의 실개천 주변에서 연중 관찰할 수 있는 즐거움이 생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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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다리습지 수변에 서식 중인 나비잠자리(2022.7.2.2)

 

10. 배다리습지의 나비잠자리와 노란허리잠자리 확인


얼굴부터 배까지 새빨간 색을 띤다고 하여 ‘고추잠자리’, 전체적으로 누런 된장 색을 띤 ‘된장잠자리’와는 달리 뒷날개의 폭이 매우 넓어 그 모양이 나비와 비슷해 붙여진 이름이 바로 ‘나비잠자리’이다. 유충은 수생식물이 풍부한 평지의 습지와 저수지에서 서식하는데, 궁리 소풍정원의 작은 웅덩이와 동삭동 모산골방죽에서도 드물지 않게 관찰되고 있다. 곤충의 다양성이 떨어지는 배다리습지에서 나비잠자리와 고추잠자리, 노란허리잠자리는 모두 소중한 습지의 친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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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제의 평택의 자연] 2022년 배다리생태공원의 생태계 핫이슈 TOP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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