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7(토)
 

배다리생태공원, 20그루 이상 자엽자두 쓰러졌지만 관리 주체인 평택시는 무엇을 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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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제 평택자연연구소 소장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라는 우리 속담이 있다. 적은 노력으로 끝낼 수 있는 일을 차일피일 미루다가 궁극에는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끝내야 했던 경험은 주변의 누구에게라도 있을 수 있는 일로, 해야 할 일은 미루지 말고 그때그때 서둘러 끝내는 습관이 필요함을 알려주는 교훈이 되고 있다. 이러한 속담의 사례는 주변에서 넘쳐나지만, 평택 남부지역 마을 주민이 즐겨 찾는 배다리생태공원의 조경수인 자엽자두나무를 통해 알아보고자 한다.


◆ 관상수로서의 가치가 높은 자엽자두나무


자엽자두는 먹을 수 있거나 유용한 과실이 열리는 나무로 밤나무, 잣나무, 대추나무 등과 함께 유실수에 속한다. 자줏빛 자(紫)에 잎 엽(葉)을 앞에 두고 있는 이 수목은 자엽꽃자두나무, 피자두나무, 서양자두나무, 단풍자두나무, 체리플럼, 케라시페라자두 등의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고 있는 귀화식물 유실수이지만 이른 봄에 서둘러 꽃을 피움은 물론이고 사계절 붉은빛이 도는 잎을 감상할 수 있어 최근 들어 정원과 조경용으로 널리 주목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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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뿌리를 완전히 드러낸 채 쓰러진 흉고직경 30cm, 수고 10m 정도의 자엽자두 거대 성목(2022.8.26)

 

2022년 봄을 기준으로 배다리생태공원에서 산책객들로부터 최고의 찬사를 받았던 왕벚나무의 개화 기간을 비교해 보면 자엽자두가 4월 4일에 꽃을 피우기 시작해 4월 6일에 개화를 시작한 왕벚나무에 비해 2일이 빨랐고, 4월 25일까지 꽃을 볼 수 있었던 자엽자두는 왕벚나무보다 일주일 이상 개화 기간이 길어 왕벚나무와 산벚나무보다 일찍 꽃이 피고 오래 지속함이 입증되었다. 이러한 자엽자두만의 특성으로 배다리생태공원 내에도 배다리마을숲 아래쪽 화단과 함양지를 향하는 실개천 좌우의 잔디밭 네 곳에 32그루의 나무가 자리를 잡고 있으며, 왕벚나무만큼은 아니어도 주변 시민들로부터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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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쓰러지면서 자연환경형 생물서식공간인 나무더미를 덮친 자엽자두나무 성목(2022.8.26)

 

◆ 하나둘 쓰러지는 배다리생태공원의 자엽자두


논농사에서 ‘벼가 도복했다’라는 말이 있고, 지상부에 있는 잎의 무게에 의해 양파가 쓰러질 때 이들의 수확 시기를 가름하는데 이 또한 ‘도복(넘어질 倒, 엎드릴 伏)’이란 말을 쓴다. 작물이 비나 바람 따위에 일정 각도 이상 기울어지거나 식물이 뿌리째 뽑히는 일, 즉 도복(倒伏)이 조경수로 심어져 잘 성장한 자엽자두에게 나타난 것이다. 장마철 폭우와 함께 동반되는 바람과 태풍으로 인해 쓰러졌다면 그럴 수 있다고 이해가 되지만 주변 모든 나무가 곧게 잘 자라고 있는 환경에서 유독 특정한 나무만이 시간을 두고 조금씩 기울어져 회복하기 어려운 지경에 다다르게 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상황에 해당한다. 


배다리생태공원에 식재된 자엽자두의 경우 뿌리가 자리를 잡기에 이미 충분한 시간이 지났고 지주목 또한 제거되었을 정도로 안정되게 성장했음에도 한두 그루가 아닌 절반 이상이 계속 쓰러지고 있으며, 7월 15일 뿌리가 드러날 정도로 기운 자엽자두는 베어진 채로 흔적만을 남기고 있었다. 또한 8월 26일 둘러보았을 때는 함양지 방향의 실개천 좌측에서 충분히 자란 자엽자두는 뿌리가 완전히 뽑힌 채 실개천 물흐름을 덮친 상태로 매우 급한 상황에 놓여 있었다. 오랜 시간을 두고 점진적으로 20그루 이상의 자엽자두가 쓰러지고 있었음에도 배다리생태공원을 관리하는 평택시는 그동안 무엇을 하였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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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쓰러진 방향의 베어진 밑둥에서 붉은빛 새 줄기가 올라오고 있는 자엽자두나무(2022.8.26)

 

7월 15일 이전에 베어진 1그루를 포함하여 배다리 생태공원만 해도 배다리마을숲 아래쪽 화단(8그루)과 함양지를 향하는 실개천 좌측(16그루)과 우측(8그루)의 잔디밭 네 곳에 자리를 잡은 32그루 가운데 뿌리가 완전히 뽑힌 것 1그루, 쓰러져 옆에 걸쳐진 것 4그루, 30° 이상 기운 나무 18그루 등 71% 이상의 나무 23그루가 이미 추가로 베어져야 하거나 회복 불가능한 상태로 가고 있지만, 담당 부서에서 한 것이라고는 나무를 베어내고 뿌리째 뽑힌 나무 둥치에 안전띠를 걸쳐놓고 간 것이 최선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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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록색 조경수와는 달리 사계절 붉은빛이 돌아 조경용으로 주목받는 자엽자두나무(2022.8.26)

 

◆ 나무의사에게 진단을 받아봄


수목의 피해를 진단·처방하고, 그 피해를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나무의사에게 자엽자두에게 일어난 상황을 알아보았다. “지주대를 대놓고 있지 않을 정도의 적응 거목의 경우에 그 이유는 다양할 것 같다”면서 “눈에 보이는 줄기 상처가 없다면 뿌리와 토양의 문제일 수 있으며, 토양 내 배수가 불량하거나 땅이 심하게 다져져 있다면 뿌리 호흡이 어려워 뿌리가 썩거나 미세하게 잘리고 지지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 외 뿌리썩음병이나 선충류가 뿌리에 기생하여 뿌리 활력이 떨어지고 이에 지하부 대비 지상부 중량이 높아지면 역시 도복될 수도 있으며, 주변의 나무들이 비슷한 증상이 있다면 토양 환경의 문제가 크고, 그 나무만 유독 약해졌다면 병이나 해충이 들었을 가능성이 크다”라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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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양지에서 배다리습지로 내려오는 실개천 위로 쓰러진 자엽자두나무(2022.8.26)

 

아울러 “이같이 쓰러지는 경우 원인을 확실히 파악하고 주변의 같은 또는 다른 수종에 피해가 확산되지 않도록 조처하는 것이 올바른 관리이지만 현실적으로는 안전상, 외관상 제거하는 것만으로 상황이 종료된다”라는 조언도 함께 들었다.


한두 그루도 아닌 수십 그루의 다 자란 자엽자두가 처음부터 동시에 쓰러진 것도 아니고 점진적이며 개별적으로 기울어짐에 따라 충분히 그 피해를 예측하고 대안을 준비할 수 있었음에도 안일하게 방치하여 현 상황까지 오게 된 것이다. 즉 호미로 막을 수 있는 일을 지금은 가래로도 막을 수 없게 되었다. ‘벼는 농부의 발자국 소리를 들으며 자란다’라는 말이 있다. 깊은 교감을 통해 앞으로는 생명을 보는 마음과 자세에 긍정적인 변화가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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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제의 평택의 자연] 배다리 자엽자두, 베어버리는 것이 능사는 아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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