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26(일)
 
시가 있는 풍경.jpg
 
권혁재 시인
 
 
비가 거세게 카페 창문을 두드렸다
바람에 해송가지들이 자지러지듯
함부로 나부꼈다
커피향에 놀란 두통은 차츰 진정이 되어
카페 의자에 몸이 편안하게 적응되었다
썰물을 떠나보낸 갯벌은 몰골을 따라
어둑한 뼈대를 드러내 더 초라해 보였다
카페 창 너머로 먼바다로 떠나는 선박들이
머리를 조아리듯 출렁이며 지나갔다
몇 곡의 음악이 흐르고 부재중에 걸려온
몇 통의 전화가 문자 메시지를 남겼다
비가 오고 바람이 불고
썰물 때의 갯벌이나 부재중의 전화 같은 것들이
두통에 시달리는 이상의 것으로
어둑어둑한 것이겠느냐
적요란 어둑한 곳을 바라보는 미명에서
다시 어둑한 곳으로 돌아가는
회귀의 것이 아니겠느냐
어둑이 어둑에 스며들어
어둑어둑하였다.
 
 
 
■ 작가 프로필 

 평택에서 태어났고, 단국대학교 국문학과와 동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200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시집으로는 <투명인간> <잠의 나이테> <아침이 오기 전에> <귀족노동자>가 있고, 2009년 ‘단국대학교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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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풍경] 어둑어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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