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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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기자
 
지금은 조금 덜하지만 불과 2~3년 전까지만 해도 수십만 원대의 미국산 노스페이스 점퍼 열풍이 불었고, 청소년들에게는 꼭 있어야, 입어야 할 필수품(?)이 되어 많은 학부모들은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에게 이 점퍼를 사줄 수밖에 없었다. 비싼 가격으로 인해 부모들의 등골을 휘게 해서 '등골 브레이커'라고도 불리는 이 점퍼는 최근 학생들에게 외면 받으며 장롱 속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입지 않는 점퍼를 버릴 수도 없기 때문에 자신들이 꺼내 입기 시작해 노스페이스 점퍼는 많은 사람들 사이에 '학부모 교복'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아마도 이글을 읽고 계신 독자, 시민 여러분들도 노스페이스 점퍼를 한 두 벌씩은 가지고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요근래 청소년들 사이에 이 점퍼의 인기가 하락해서 '등골브레이커'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오히려 노스페이스 점퍼보다 비싼 해외 고가브랜드 몽클레어, 캐나다구스 등이 청소년들의 눈을 사로잡고 있으며, 많은 청소년들은 최소 100만원 대의 캐나다구스 정도는 입어야 체면치레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진짜 학부모들의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신 등골브레이커'는 또 있다. 최근에 70만원에 달하는 초등학생 책가방이 '등골브레이커'에 가세했다. 소비자문제연구소 컨슈머리서치가 주요 초등학생용 브랜드의 홈페이지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일본 명품 브랜드 란도셀의 책가방이 69만 8천원, 벨기에 브랜드인 키플링은 31만원 대였다. 국산 브랜드인 빈폴 키즈 책가방도  23만원에 달했다. 여기에 30만원대 루이비통 필통, 10만원대 샤프, 14만원대 지우개, 다 떠나 참 비싸다. 쉽게 말해 가진 사람들이야 좋은 제품 쓴다고 생각하면 될 일이지만, 우리와 같은 서민들의 입장에서는 아이가 사달라고 조르기라도 한다면 다시 한 번 손에 땀을 쥐게 될 형편이다. 그렇다고 아이 기죽이기도 싫고.
 
많은 전문가들은 아이들에게 저 정도 돈을 들여 고가의 옷과 학용품을 사주기보다는 여행을 보내준다든지 아니면 다른 학습의 기회를 주라고 쉽게 말한다. 참 옳은 말이다. 그러나 노스페이스 점퍼 열풍에서 우리가 경험했다시피 아이들에게 물질만능주의와 과시욕을 설명해주고, 또 고가의 옷과 학용품을 사기보다는 다른 학습의 기회제공, 집안의 경제적 상황에서의 구입 불가피 등의 이해를 구하는 일은 태산(?)을 옮기는 일보다 어려운 일은 아닐까.
 
 더 걱정은 ‘등골브레이커’는 아웃도어에서 시작해 화장품, 장난감, 학용품까지 다시 확대되는 추세에 있고, 브랜드만 바뀌었을 뿐 여전히 제품 가격대별로 귀족, 상류층, 평민 등의 계급을 나눠 학생들의 신분을 나누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의 지적대로 ‘소비를 통해 자존감과 정체성을 확립하는 청소년들의 욕구와 자신의 아이를 차별화·고급화 하려는 부모의 욕심이 맞물린 이상현상’일 것이라는 데에 동의한다.
 
 이와는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등골브레이커'는 청소년들에게 국한되지 않고 대학생, 직장인, 일반 서민들에게 적용되는지도 모른다. 특히 매달 월급을 받는 직장인 5명 중 1명은 부모님께 지원금을 받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온라인 취업포털 ‘사람인’이 직장인 2,722명을 대상으로 ‘부모님으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받는지 여부’에 대해서 조사한 결과, 15.9%가 ‘받고 있다’라고 답했다. 근무형태를 보면 비정규직(20.7%)이 정규직(14.9%)보다 더 많았고, 지원을 받는 이유로는 월급이 너무 적어서(43.3%, 복수응답)가 1위를 차지했으며, 지원 금액은 월 평균 87만으로 집계됐다. 일자리가 있어도 이럴진대 청년실업이 화두인 요즘, 우리 부모님들 고생 참 많다.
 
살아가면서 부모님과 우리들의 등을 휘게 하는 '등골브레이커'는 어쩌면 마주 대하고 살아가야 하는 시대 일듯 싶다. 그리고 필자 역시 부모님의 등을 휘게 하는 '등골브레이커'로 살아오지는 않았는지 반성해 볼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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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노스페이스를 넘어선 '신 등골브레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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