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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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호부터 방영주 소설가의 중편소설 <천국의 별>이 약 6개월에 걸쳐 연재됩니다. <천국의 별>은 배달국 치우천왕의 이야기로, 치우천왕이 동북아를 평정하는 가슴 벅찬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독자, 시민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편집자 말>
                            
 단기 앞 2817년 10월 7일이었다. 어제 치우천왕(蚩尤天王)의 황제 즉위식을 겸한 제천행사를 마쳤다. 오늘은 첫 어전회의가 있는 날이었다.

 마가(馬加)와 우가(牛加)는 궁궐로 향하고 있었다. 그들은, 바로 앞에서, 백성들이 주고받는 말을 들었다.

 "치우천왕은 자오지천왕(紫烏支天王)이라고도 해."
 "그분이 우리 배달국(倍達國) 14대 임금이셔."
 "치우는 우레가 크게 치고 많은 비가 와서 강산을 바꾼다는 뜻이야. 하긴 주술로 안개와 구름을 일으키고, 비까지 오게 할 수 있다는 분이니까."
 "과연 그 이름에 걸맞은 임금이셔. 생김새부터가 다르시지. 헌걸 찬 용모에 불꽃이 파랗게 이글거리는 눈. 꽉 다문 완강한 입……."
 "치우천왕의 통치 기간이 바로, 배달국 최고의 전성시대가 될 거야."
 "그래, 치우천왕은 무엇보다 전쟁에 귀신같은 감각을 가지고 있으니까."
 "용맹이 타의 추종을 불허해."
 "게다가 거푸집을 만들어 광석에서 구리와 철을 녹여 내는 기술도 있어."
 "치우천왕께서 병관(兵官) 치우(蚩尤)의 관직에 계실 때, 화독에서 흘러내리는 쇳물을 보고 고안한 거지."
 "위대한 발견이란 그런 우연한 계기에서 얻어지는 게 아닐까. 심상히 지나치는 다수의 무감각한 사람들 속에서, 특별한 예각을 소유한 자만이 건져낼 수 있는 게 아니던가."
 "치우천왕이 그런 분이지."

 백성들의 어투는 다소 들떠 있었다. 새로운 임금에 대한 기대감이 대화 사이에 넘쳐 나고 있었다. 마가와 우가도 마찬가지였다.

 그럴 거였다. 환웅천왕(桓雄天王)이 백두산 천지연 근처 신시(神市) 청구(靑邱)에서 개천을 한 이후, 태평성대를 구가하는 동안, 백성들은 너무 안이해져 있었다. 그 이면에는 뭔가 터져 주기를 고대하는 어떤 바램도 섞여 있을 터였다.
 
 치우천왕은 웅씨국(熊氏國)에서 비왕(裨王)의 임무를 마치고, 한동안 병관 치우의 자리에 있었다. 본시 치우의 직책은 세습되는 것이었으나, 그 소임을 맡은 자가 전사하였고, 그의 장자는 너무 어렸다. 치우천왕은 장차 일을 도모하기 위해 병법을 익혀 두고 싶었다. 그래서 자청하여 치우의 임무를 맡은 거였다. 치우천왕이 병관에 있을 때에는 어느 족속도 감히 배달국의 변방을 넘보지 못했다. 본명이 자오지였던 치우천왕은, 치우의 관직명을 그대로, 자신의 왕명에 사용하기로 했다. 이는 자신의 치국에서 국방력의 강화가 가장 중요한 시책이 될 거라는 암시이기도 했다.

 게다가 치우천왕의 구리와 쇠의 생산, 이 역시 배달국의 영광을 되찾는, 한 중요한 동인이 될 거였다. 다른 종족들이 사용하는 돌이나 나무로 만든 무기와는 대적이 될 수가 없을 터였다. 이는 또한 인류가 돌을 사용하는 데서, 본격적으로 쇠를 이용하는 단계로 이행되는, 역사적인 사건이기도 했다. 물론 환웅천왕 때부터 쇠를 사용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것은 불을 사용하면서 부수적으로 얻은 소량의 것이었다. 거푸집을 이용한 대량생산은 치우천왕 이후부터였다.

 앞에서 말을 주고받던 사람들은, 마가와 우가를 발견하고 목례를 하며 옆으로 물러나, 길을 비켜 주었다. 마가와 우가는 그들에게 미소로 답했다. 마가는 우가의 얼굴을 힐끗 봤다. 우가의 얼굴은 다소 어두워져 있었다.
 마가가 말했다.

 "무슨 걱정거리라도 있나?"
 "환웅천왕이 개천을 하고 별 다른 말썽이 없었지. 그러자 나라의 기강이 해이해지고, 서쪽의 낌새가 심상치 않아졌어. 제후국들 중에서 모국인 우리나라를 배반하고 도전하는 일도 늘어가고 있지. 더 이상 방치를 하면 나중에, 종주국인 우리 배달국이 어떤 망신을 당할지도 모르는 일이야. 끝내 치우천왕께서나 우리는 저승에 가, 조상들 앞에 얼굴을 못 들 일들이 연이어 발생할 지도 모르는 일이지."

 우가의 말이 전혀 틀린 것은 아니었다. 처음 환웅천왕이 개국했던 상황과는 판이하게 동북아의 정세가 전개되고 있었다. 부족이 부족을 치거나 합류하여 더 큰 집단으로 커 갔다. 모두 저마다 명실상부한 국가로서의 기틀을 다져 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 중의 가장 큰 세력은 역시 동이족에서 갈려 나간 이들이었다. 그들은 배달국의 높은 문화와 정신을 배워 간 사람들이었기에, 그를 바탕으로 쉽게 토착민의 지도자가 되어, 힘을 축적하여 갈 수가 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근본을 잊고 배달국을 호시탐탐 노렸다.
 마가는 땅바닥에 가래침을 탁 뱉었다.

 "감히 배달국과 땅의 경계를 논한 염제신농(炎帝神農)이나, 배달국의 침략을 꿈꾸는 후안무치의 유망(楡罔)을 말하는군."
 "특히 유망이 문제야."

 유망은 배달국의 변경을 수시로 침략했다. 한밝산(백두산) 근처에서 원래부터 터를 잡고 살았던 사람들이나, 배달국에서 갈리어 나간 무리들은, 시간이 흐르면서 차츰 이질화되었다. 서로 살아가는 방식이 다르고, 많은 이해관계가 얽힌 때문이었다. 그들은 독립을 선포하며 조공 받치기를 거부했다. 그뿐이 아니었다. 실력을 과시하기 위해 주변 소국을 규합하여 종주국인 배달국에 압력을 가하기까지 하였다. 유망이 그 대표적인 사람이었다.
 마가는 피식 웃었다.

 "우가는 너무 소심한 게 탈이야. 전화위복이라는 말도 있잖아. 나는 오히려 이런 기회가 배달국의 명성을 되찾고, 더 강한 나라로 발돋움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보는데. 두고 보게. 난 치우천왕님을 믿네."
 "그건 나도 그래. 다만, 앞의 일에 대비해야 됨을 말하는 것일 뿐일세."

 마가와 우가가 어전에 드니, 문무백관이 모두 모여 자신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국사를 주고받다 보니 늦은 거였다. 마가와 우가는 그들에게 허리를 굽혀 미안함을 표했다.
 
 
■ 방영주 소설가·시인 약력
 
 <월간문학> 소설 당선, 소설집 <거북과 통나무> <내사랑 바우덕이> <카지노 가는 길>, 장편소설 <무따래기>(상·하권) <우리들의 천국> <카론의 연가> <국화의 반란> <돌고지 연가> <대무신왕> 등, 한국소설가협회 중앙위원(연락처 ☎ 011-227-0874, 주소: 450-760 경기도 평택시 평남로 281 삼성(아) 105동 805호, 이메일: youngju-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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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천국의 별 - 방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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