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8(일)
 

<우리의 전통 명주 이야기>

                                   
 명주는 우리나라의 가장 오래된 옷감 중 하나이다. 명주는 대략 2000년 전부터 옷감의 소재로 사용하여 왔다고 전한다. 우리 민족의 사서(史書)에는 환웅천왕이 비에게 양잠을 주관토록 하였다는 기록도 보인다. 그렇다면 기원 전 6000여 년 전부터 이미 명주가 있었다는 뜻이 아니던가. 조선 시대에는 친잠례가 있어 왕후가 직접 뽕을 따서 누에를 지었다. 명주는 이와 같이 우리 민족의 역사와 함께 한 중요한 옷감이다. 옛 여인들의 정성과 솜씨가 깃들인 명주는 이제 중요 무형문화재 87호로 지정되어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명주의 원료는 누에고치이다. 봄에 뽕잎이 나올 무렵 누에가 깨어난다. 이를 개미누에라고 한다. 개미누에는 1령에서 5령까지를 거치면서 고치가 만들어진다. 이 고치를 솥에 넣고 찐다. 여기서 실을 뽑아내는 것이다. 뽑힌 실은 물레에서 실 내리기를 한다. 그것을 날틀에 걸어 풀어낸다. 날실을 바디에 걸어 꿴다. 마당에서 풀 먹이는 작업도 하여야 한다. 들말에 참톱대를 얹어 고정시킨 다음, 도투마리에서부터 날실을 풀어, 끄싱개의 기둥에 돌려 묶는다.

 쌀풀로 손질을 하여 풀이 잘 먹고 잘 퍼지도록 문질러 준다. 감은 도투마리에 끄싱개에 묶어 둔 실을 자른다. 실을 꾸리에 감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앉을대에 앉아 명주 짜기에 들어가는 것이다. 베틀의 원리는 아주 정교하다. 우리 선인들의 높은 지혜를 엿볼 수 있는 기계이다. 명주 한 필을 짜기 위해서 보름 밤낮을 꼼짝없이 베틀에 앉아 짜야 하는 것이다. 이는 형벌에 가까운 노동이라 아니 할 수가 없다. 반면 우리 여인네들의 피와 땀, 그리고 정성이 한데 아우러진 명품이 아닐 수 없다.

 명주는 우선 수의와 같은 귀한 옷감으로 사용되었다. 명주 수의는 번데기가 나방으로 다시 태어나는, 다시 말해, 부활을 상징하는 것이다. 우리 여인네들은 가족의 누구이든 죽음은 곧 종말이 아니라,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는 것으로 생각한 것은 아닐까. 아니, 명주를 짜는 여인네의 고달픈 현실에서, 내생에서는 나비와 같이 훨훨, 나는 그런 자유로운 삶을 희구한 것은 아닐까.

 명주 한 필을 만들기 위한 그 숱한 노력, 피와 땀으로 얼룩진 노동, 가족을 생각하는 여인의 마음을. 명주를 얻기 위해서는 섬세한 여인의 손길과 가족을 위한 정성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렇게 전통의 맥을 잇겠다는 고귀한 마음은, 서양의 명품만을 좇는 요즘 세태, 돈이면 모두 된다고 생각하는 이 시대에, 누군가가 지켜야 할 소중한 자리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런 귀한 우리 문화유산을 지키며 갈고 닦아야 할 것이다.

■ 방영주 소설가·시인 약력

 <월간문학> 소설 당선, 소설집 <거북과 통나무> <내사랑 바우덕이> <카지노 가는 길>, 장편소설 <무따래기>(상·하권) <우리들의 천국> <카론의 연가> <국화의 반란> <돌고지 연가> <대무신왕> 등, 한국소설가협회 중앙위원(연락처 ☎ 011-227-0874, 주소: 450-760 경기도 평택시 평남로 281 삼성(아) 105동 805호, 이메일: youngju-5@hanmail.net)

※ 방영주 소설가·시인의 세상을 바라보는 지혜, '소설가 방영주의 세상만사(世上萬事)'가 연재됩니다. 시민,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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