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8(일)
 

■ 국악가요 <칠갑산>에 대하여
                                                                                      
 가요란 대중의 희로애락을 진솔하게 드러낸 것이다. 그러다 보니, 여과되지 않은 감정을 그대로 노출시켜 천박한 가사들이 주종을 이룬다. 게다가 대중가요의 특성상, 시류에 편승하다 보니, 외래가요를 무분별하게 수용하여 국적 불명의 노래로 변형되어 갔다. 얼마 전부터는 국어와 외국어를 혼용한 가사들마저 나타나게 되었다. 이에 대한 반성에서 과거와 현대를 접목시킨 국악가요가 탄생하게 되었다. 진정한 전통이란 이렇게 과거와 현재를 이어 현대화하는 과정, 즉 시대 정서의 맥을 이어가는 것이 아닐까 한다.

 가요 '칠갑산'으로 더욱 유명해진 칠갑산은 천지만물이 생성한다는 칠원성군(七元星君), 또는 칠성(七星)에서 따온 칠(七)과 천체운행이 원리가 되는 육십갑자(六十甲子)의 갑(甲)에서 이루어졌다는 설이 유력하다. 우리의 토속신앙인 산악신앙과도 일맥상통한다. 그러므로 칠갑산은 이름부터 토속적(전통적)인 맛이 풍긴다. 칠갑산은 차령산맥의 한 자락으로 그리 높은 산은 아니다. 그러나 산세가 수려하고 웅장하여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다.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산이 되었다. 하지만 교통이 발달하기 전만 해도 산 첩첩, 물 첩첩의 오지였다. 콩밭 매는 아낙네는 이 첩첩산중으로 어린 나이에 시집을 왔다.

 여자가 시집을 가면 출가외인이다. 함부로 시가를 떠나 친가에 출입할 수 없다. 게다가 칠갑산 자락은 첩첩산중의 오지가 아니겠는가. 아낙네는 칠갑산 산마루에서 산새가 구슬프게 울던 날 그런 곳으로 시집을 왔다. 노래의 가사로 보아 친정은 아주 가난한 집일 것이다. 혼자 남겨두고 온 홀어머니가 병마에 시달리고 있을 수도 있을 터이다. 출가외인이라 하더라도 가까운 곳이라면 한달음에 달려가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시가는 칠갑산을 넘어야 하는 멀고 먼 오지일 따름이다. 중노동에 베적삼이 흠뻑 젖은 가난한 아낙네는 이러한 한을 콩 포기마다 눈물 섞어 심어가고 있다.

 우리의 전통적 정한은 이별의 정한이다. 저 상고시대부터 그래왔다. 백수광부를 사별한 백수광부 처가 그랬고, 삼국시대의 서경별곡, 고려의 가시리, 조선시대 기생들의 시조, 김소월의 진달래로 이어져 왔다. '칠갑산'은 이렇게 우리 전통적 정한을 살린 노래이다. 그것이 유장하면서도 호소력 있고, 구슬픈 곡조와  어우러져 말 그대로 '국악가요'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우리 가요의 지평을 여는 쾌거라 아니 할 수 없다. 날로 천박하여지는 우리 가요를 되돌아보며, 이런 국악가요의 발전을 충심으로 기원한다.

 대중들의 마음을 진솔하게 표현한 가요는 시대에 따라 변형되어 왔다. 지금 우리 가요는 천박한 자본주의, 그리고 무분별한 외국가요에 오염되어 정체성을 잃어 가고 있다. 랩 등은 노래라 부를 수 없을 정도이다. 영어와 혼용된 가사들도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우리의 전통적 정서와 곡조로 노래한 국악가요의 활성화, 저변화가 절실히 필요하다. 그래서 잃어져 가는 우리 정체성을 확립해야 할 것이다. 국악가요 '칠갑산'은 충분히 그럴만한 값어치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나는 나직하게 속으로 ‘칠갑산’을 불러본다.

■ 방영주 소설가·시인 약력

 <월간문학> 소설 당선, 소설집 <거북과 통나무> <내사랑 바우덕이> <카지노 가는 길>, 장편소설 <무따래기>(상·하권) <우리들의 천국> <카론의 연가> <국화의 반란> <돌고지 연가> <대무신왕> 등, 한국소설가협회 중앙위원(연락처 ☎ 011-227-0874, 주소: 450-760 경기도 평택시 평남로 281 삼성(아) 105동 805호, 이메일: youngju-5@hanmail.net)

※ 방영주 소설가·시인의 세상을 바라보는 지혜, '소설가 방영주의 세상만사(世上萬事)'가 연재됩니다. 시민,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바랍니다.

★자치돌이★ 기자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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