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8(일)
 

■ 다리 부러진 새에 대한 명상

 어느 해, 여름의 끝 무렵이었지요. 아산 삽교천에 갔었습니다. 거대한 태풍이 한반도를 강타하고, 이어 바로 그 수준의 것이 다시 지나갔습니다. 집이 부서져 떠내려가고, 사람도 얼마간 죽거나 다쳤지요. 대신 폭염의 날씨는 풀이 죽어 서늘했습니다. 차를 주차장에 주차하고, 바다가 바라다 보이는, 의자에 가 앉았죠. 더위를 피해 놀러 나온 사람들이 얼마간 있었습니다. 시선의 닻을 바다 멀리 던졌지요. 저만큼 서해대교가 장엄한 모습으로 버티고 서 있었습죠. 눈길을 끌어오니, 조그만 배들이 파도에 몸을 맡긴 채, 자맥질하고 있더군요.

 행락객들은 비둘기 떼에게 새우깡 등 먹을거리를 던져주며 희희낙락 하고 있었습니다. 새우깡이 바닥에 떨어지면 비둘기들이 우르르 몰려들어 그것을 채갔지요. 한 마리의 작은 참새도 동참하고 있었습죠. 참새는 자신보다 큰 몸집의 비둘기 틈새에 끼어 잽싸게 먹이를 채 갔어요. 영악한 놈이었죠.

 그런데 가장 뒤에 나타난 비둘기 한 마리가 이상했어요. 사람들이 녀석의 앞에 먹이를 던져줘도 꼼짝을 안하고 바라만 보는 거였습니다. 저는 시나브로 녀석에 관심이 끌려 주의 깊게 관찰했습니다요. 한참을 그렇게 있던 녀석은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습죠. 헌데, 녀석의 한 쪽 다리가 굽혀 있었어요. 녀석은 쩔뚝거리며 먹이 쪽으로 가다 주저앉고는 했습니다.

 태풍에 다리가 부러진 모양이었습니다요. 가슴이 철렁했지요. 사람은 다리가 부러지면 어떻게 해서든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녀석은 죽은 목숨이었지요. 자세히 보니, 녀석의 눈이 자꾸 감겨지곤 했습니다. 다리가 부러진 후, 지금까지 먹이를 제대로 찾아먹지 못한 모양이었지요.

 비둘기 두 마리가 녀석의 몸통을 밟고 지나갔습니다. 녀석은 자신의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 의연한 자태를 지키고 있었지요. 사력을 다해, 자신의 몸을 지탱하며, 서 있었던 겁니다. 태풍에 집이 날아가고 사람이 죽어도, 참, 안됐다, 그 이상의 느낌은 없었는데, 이상한 일이었습니다요. 코끝으로 비감이, 왈칵, 몰려드는 게 아니겠습니까. 말 못하는 짐승이기에 마음을 더 아프게 하였는지도 모릅니다. 나는 서둘러 의자에서 일어나 삽교천을 떠났습니다. 뒤에서 비둘기 울음소리가 구구구, 구구구, 들렸습니다. 아마도 녀석인 듯싶었습니다.

■ 방영주 소설가·시인 약력

 <월간문학> 소설 당선, 소설집 <거북과 통나무> <내사랑 바우덕이> <카지노 가는 길>, 장편소설 <무따래기>(상·하권) <우리들의 천국> <카론의 연가> <국화의 반란> <돌고지 연가> <대무신왕> 등, 한국소설가협회 중앙위원(연락처 ☎ 011-227-0874, 주소: 450-760 경기도 평택시 평남로 281 삼성(아) 105동 805호, 이메일: youngju-5@hanmail.net)

※ 방영주 소설가·시인의 세상을 바라보는 지혜, '소설가 방영주의 세상만사(世上萬事)'가 연재됩니다. 시민,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바랍니다.

 

★자치돌이★ 기자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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