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8(일)
 

 ■ 강원도 동해 근처를 돌고나서

  며칠 전 강원도 동해 근처를 돌았습니다. 속초, 강릉, 주문진, 삼척, 태백, 도계를. 도심 외곽으로 가면 초저녁부터 상점의 불이 꺼져 있거나 '점포임대'를 써 붙였더군요. 도대체 무엇을 해서 먹고 사나 궁금하기만 하더이다. 그러니 가계 부채가 몇 천 만원이고 신용불량자가 그렇게 늘어가는 것이겠지요. 그래도 서울에 뿌리박고 사는 사람들은 아파트 한 채만 있어도 중소도시의 건물 한두 개를 살 수 있으니, 우리나라는 그야말로 서울 공화국이지요. 얼어 죽을, 무슨 6시 내 고향이고, 귀농이 어떻고…… 지들이나 귀농을 해 보라지…… 몸서리치며 36계 줄행랑 할 것들이…….

 사업하다 망하고, 빚보증 서서 망하고, 정부에서 허가 낸 노름 주식에서 망하고, 게임방과 카지노에서 망하고, 직장에서 해고당하는 서민들…… 눈을 돌리니 머리에는 독약이나 도끼, 칼, 또는 똥만 든 것들이 설쳐대는 꼴같잖은 나라에서, 서민들은 상대적 빈곤감과 박탈감으로 될 대로 되라 식으로 가고 있어, 빚을 내서 잘 먹고 마시며, 그러다 어느 날, 신용불량자로, 노숙자로, 그들이 모여 내란이라도 일으켜, 있는 자들의 집을 차지하고 들어앉으면 어쩌려나, 허황된, 쓸데없는, 걱정까지 해가며, 여행을 마무리했지요.

 귀가를 하니, 또다시 어디론가 떠나고 싶더이다. 오라는 데는 없지만 갈 곳은 많지요. 그저 발길 닿는 대로 여기저기 떠돌며 김삿갓의 마음을 충분히 읽을 수 있겠더이다. 이 천박한 자본주의가 아닌 유교를 덕목으로 삼아 살아가는 저 조선 시대에도 그랬던 모양입니다. 사회란, 인간이란, 깨어 있는 사람에게는 참으로 같잖게 보이고, 조롱거리 밖에 안 되고, 그러니 술이나 먹고 허튼 소리(시)나 나불거려야 했겠지요. 세상을 너무 알아 버리면 그만큼 살기가 힘들고, 외롭고, 그럴 테니까요. 만약 김삿갓이 환생한다면 어떤 모습일까 생각해 봤습니다.

 그리고 나와 만난다면…… 그래도 피차가 불편하여 각자 떠돌자며 헤어졌겠지요. 아니면 서로가 옳다고 목청을 높이다 등을 돌렸겠지요. 나는 김삿갓에 대해 별로 찬성하는 쪽이 아닙니다. 그의 시는 말장난이요, 삐뚤어져졌으며, 조롱투입니다. 여과된 시가 아닙니다. 인생의 깊이를 담은 시도 아닙니다. 아무리 인생이 같잖아도 시에서는 그것을 포용하고 인간성을 옹호해야 하는 것입니다. 게다가 김삿갓이나 나나 개성이 강하기는 마찬가지 일 테니까요. 둘은 혼자가 된 것에 내심 쾌재를 부르며 이 마을 저 마을을 떠돌며 그 같잖은 시를 나불거렸겠지요.

■ 방영주 소설가·시인 약력

 <월간문학> 소설 당선, 소설집 <거북과 통나무> <내사랑 바우덕이> <카지노 가는 길>, 장편소설 <무따래기>(상·하권) <우리들의 천국> <카론의 연가> <국화의 반란> <돌고지 연가> <대무신왕> 등, 한국소설가협회 중앙위원(연락처 ☎ 011-227-0874, 주소: 450-760 경기도 평택시 평남로 281 삼성(아) 105동 805호, 이메일: youngju-5@hanmail.net)

※ 방영주 소설가·시인의 세상을 바라보는 지혜, '소설가 방영주의 세상만사(世上萬事)'가 연재됩니다. 시민,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바랍니다.


 

★자치돌이★ 기자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태그

전체댓글 0

  • 80049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소설가 방영주의 세상만사(世上萬事)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