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3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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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제 평택자연연구소 소장

배다리저수지를 찾았던 큰부리큰기러기가 지난 3월 16일, 120여 일 동안의 짧지 않은 여정을 끝내고 그들이 태어난 시베리아 동부와 동아시아 타이가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예상치 못했던 물상추의 폭발적인 증가와 이를 제거하기 위해 등장한 수륙양용 수초제거선의 등장으로 예년에 비해 녹록지 않았던 부분도 있었지만, 찾는 이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던 노랑부리저어새, 큰고니 등과 함께 내년을 기약하게 되었다.


‘도시생태현황지도 평가’를 통해 절대적으로 보전이 필요한 1등급으로 평가된 유형 중에서 희소성, 생물다양성 등 생태적 가치가 특히 뛰어나 ‘우수비오톱’에 선정된 배다리생태공원의 ‘2023년 생태계 Hot issue Top10’을 뒤돌아보면서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는 것을 독자들과 함께 마음에 담아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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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욕을 위해 배다리 실개천을 찾은 천연기념물 제323-1호 참매(2023.1.23. 실개천)

 

1. 생태계의 변화를 읽게 하는 참매의 출현


작년 설 연휴 기간인 1월 23일, 배나무근린공원의 함양지로부터 시작되는 실개천 중간지점에서 물을 찾은 참매(천연기념물 제323-1호)를 처음 확인하였다. 유럽에선 이미 오래전부터 비둘기를 쫓아 도시 맹금류로 진출하였으며, 서울 올림픽공원과 배다리생태공원 등이 ‘숲의 유령’ 참매의 먹이터에 들어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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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배다리마을숲에서 관찰되고 있는 동박새(2023.12.22. 마을숲)

 

2. 서식지를 평택까지 넓힌 동박새


2023년 2월 27일, 실개천 주변 산책로 대왕참나무의 주변 가지 위에서 처음 만났던 동박새(국가 기후변화 생물지표종)를 12월 22일, 배다리마을숲 샘물 주변에서 두 번째로 볼 수 있었다. 눈 주위에 분명하게 돋보이는 흰색 고리가 특징이며, 노란색과 녹색이 혼합된 듯한 깃털의 신비로움과 함께 우리 고장에서의 출현이 지금도 믿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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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쪽으로 귀향하지 못한 채 배다리저수지에서 머물렀던 큰부리큰기러기(2023.5.24. 저수지)

 

3. 귀향을 잊은 채 배다리에 남은 큰부리큰기러기 가족


2016년부터 시작된 큰부리큰기러기(멸종위기Ⅱ급)와 배다리의 인연은 벌써 10여 년이 다 돼가며, 12월을 전후해 배다리저수지를 찾았다가 3월 중순쯤이면 북쪽으로 돌아가는 겨울철새다. 2023년은 3월 말까지 상당수의 개체가 북쪽으로 돌아가지 않았으며, 한 무리(5마리)가 오랫동안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가 8월 이후에 모습을 감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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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고유종으로 실개천에서 번식을 마치고 먹이활동 중인 금개구리(2023.7.30. 실개천)

 

4. 우리나라 고유종 금개구리의 실개천 번식


2014년 평택소사벌지구에서 포획하여 배다리저수지로 이주한 금개구리(멸종위기Ⅱ급, 성체 5, 당년생 435마리)를 시작으로 모두 세 차례에 걸친 금개구리의 이주가 있었고, 습지에서 실개천까지 모니터링을 하던 중 7월 13일, 실개천에서 변태 직전의 올챙이를 발견함으로써 배다리실개천에서의 번식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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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양지에서 번식이 확인된 잠자리 중 독점력이 강한 부채장수잠자리♂(2023.7.26. 함양지)

 

5. 함양지에서 부채장수잠자리, 왕잠자리 번식 확인


7월에서 8월에 이르는 한여름, 배나무근린공원에 있는 함양지는 밀잠자리, 나비잠자리, 고추잠자리, 아시아실잠자리 등 다양한 잠자리의 터전으로 모습을 바꿔 가는데, 이 중 독점력이 강한 부채장수잠자리와 영어로도 Emperor dragonfly라고 할 정도로 덩치가 커다란 왕잠자리가 번식을 위해 찾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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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생태계에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의 교란성을 지닌 외래종 물상추(2023.9.17. 저수지)

 

6. 배다리저수지를 점령한 외래종 물상추


부엽식물인 마름이 지속해서 수면을 덮은 이래 외래종인 물상추가 저수지를 점령한 것은 처음 있었던 일이다. 관련 부서에서 의도를 갖고 물 위에 띄운 것은 아니지만 물상추 한 포기의 유입이 배다리습지는 물론이고 평택호물줄기 전역의 생태계에 교란을 끼칠 수 있음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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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리에서 떨어져나와 함양지를 찾은 천연기념물 제327호 원앙♂(2023.12.22. 함양지)

 

7. 노랑부리저어새, 큰고니, 원앙 등 국가보호종의 출현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생물들을 보존 및 보호하기 위하여 환경부, 해양수산부, 문화재청, 산림청 등이 관련 법률에 따라 지정·보호하는 국가보호종이 점차 늘어가고 있다. 2023년 한 해 동안 배다리생태공원에서 맹꽁이와 금개구리로부터 큰부리큰기러기, 노랑부리저어새, 큰고니, 원앙, 황조롱이, 참매 등이 확인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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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년 12월부터 마을숲에 터를 잡은 겨울철새 유리딱새♂(2024.2.14. 마을숲)

 

8. 유리딱새, 상모솔새, 굴뚝새 등 새로운 서식종의 발견


산이란 표현을 사용하기에는 부족한 배다리마을숲을 중심으로 박새, 딱새, 멧비둘기, 직박구리 등 30여 종의 산새들이 몇 년에 걸친 탐조활동을 통해 정리되었지만, 2023년에만 동박새를 시작으로 겨울새인 유리딱새와 상모솔새 그리고 몸길이 10cm 정도의 굴뚝새에 이르기까지 일상에서 보기 어려운 다양한 산새들을 만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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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콤한 수액을 먹기 위해 단풍나무과의 복자기를 찾은 오목눈이(2023.2.26. 산책로)

 

9. 때를 기다려 수액을 찾는 야생조류


꿀벌과 넓적배사마귀와 같은 곤충에서 팥배나무, 회화나무, 산수유나무 열매는 물론이고 심지어는 풀잎에 이르기까지 최고의 적응력을 보이는 직박구리는 봄이 오기 전 복자기의 나무줄기를 쪼아 흐르는 수액을 먹기까지 한다. 직박구리의 이러한 노력은 주변 산새들에게도 영향을 미쳐 오목눈이, 박새, 쇠박새 등의 겨울나기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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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수지변 능수버들을 타고 올라 세력을 넓힌 생태교란식물 가시박(2023.11.6. 저수지)

 

10. 생태계교란 식물 가시박의 세력 확장 


생태계교란 생물은 ‘생물다양성 보전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서 외래생물 중 생태계의 균형을 교란하거나 교란할 우려가 있는 생물로 정의된다. 배다리에 서식하고 있는 가시박, 환삼덩굴, 단풍잎돼지풀, 도깨비가지, 미국쑥부쟁이 4종 중에서 가시박과 환삼덩굴, 단풍잎돼지풀이 문제가 되고 있으며, 특히 가시박의 세력이 크게 확장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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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다리생태공원, 2023년 생태계 핫이슈 Top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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