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8(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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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하식(수필가·시조시인, Ph.D.)

이번 여행에서 필자가 거둔 괄목할 만한 성과라면 에스토니아(Republic of Estonia, 면적: 한국의 43%)에서 발견한 건축미를 들 수 있다. 언뜻 가지런한 시가지는 이미 영상을 통해 주황색 지붕의 아름다움에 익숙한 바로되 이처럼 예술미를 더한 건조물들을 연달아 만나볼 수 있으리라고는 거의 예상치 못했다. 그 중심에 한자동맹의 한 축인 수도 탈린(약 45만 명) 구시가지가 있었다. 인구라야 고작 130만에 1인당 국민소득이 4만 달러를 상회하는 까닭 중 으뜸은 일단 IT분야의 초강국.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과 수위 다툼을 벌일 정도다. 다소 길게 이어진 현지 가이드의 설명을 정리해보니 워낙 여러 나라의 침략을 거치는 동안 각국의 건축양식이 바람직하게 가미된 결과일 거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하지만 어느 곳엘 가든지 자연스러운 동선과 함께 매끄러운 노면 상태를 부드러운 보행로의 편리함으로 연결시켜 보는 필자로서는 남다른 시각을 갖고 있다. 그래서 주목한 지점이 창문의 크기와 모양새. 에스토니아 건축물에서는 단순한 획일성을 지양하며 최대한 옆 건물들과의 어울림을 지향한다. 이는 건물의 전체적 조화로움을 돋보이게 하는 데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한다는 게 나의 주장이자 색다른 안목이다.


대략 현재 라트비아를 포함한 남부지역(당대 명칭은 리보니아)에 영향을 미친 나라들만 꼽아보아도 9세기부터 바이킹의 침범을 당한 이후 덴마크, 스웨덴, 러시아의 괴롭힘을 받다가 14세기 덴마크 왕실에 의해 게르만족의 소유로 넘어간다. 16세기 중엽에는 남북이 양분되어 스웨덴과 폴란드에 장악되고 18세기 초 스웨덴에 승리한 러시아가 지배권을 행사하는 가운데 구소련의 연방으로 전락해 2차대전 중 잠시 독일로 이양됐다가 1991년 8월 국제적으로 독립을 인정받기에 이르렀다. 바로 여기에 그들이 추구한 건축술의 지혜가 숨어있다. 톰페아 언덕에서 바라본 전경을 통해 별미를 느끼는 건 그래서다. 최근에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오로라 현상까지 관측되는 바람에 새로운 관광지로 부상하고 있다니 다수가 꼭 재방문을 고려할 만하다고 여길 정도란다. 아직 한국 교민이라야 25명에 불과하지만 K-Pop의 열기는 이곳에도 전해져 현지인들과 교분은 정교히 다듬은 골목길처럼 계속 순탄할 것으로 기대한다는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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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스토니아의 탈린 톰페아 언덕에서 바라본 전경

 

저녁 식사를 겸한 자유시간에 아내와 발품을 판 곳은 현지 가이드에게 설명을 들은 유적지를 피해 다니는 행보였다. 한껏 반경을 넓혀 주로 신시가지를 돌아보니 조금은 밋밋하지만 걷기 여행의 또 다른 묘미를 느낄 수 있었다. 곳곳에 걸린 삼색기의 의미는 파란색은 하늘, 검은색은 나무, 하얀색은 땅을 상징한다는데 한글 모음의 제자원리인 천지인과 닮아있었다. 그중에 나무는 자신들의 근원을 나타낸다는 말에 우리 둘은 대뜸 선악과를 소환했다. 국립 오페라 하우스를 지나 그리 높지 않은 중앙공원에 앉아 쉬면서 전방을 바라보니 비록 구시가지 전체를 조망할 수는 없었으나 600년의 역사를 지닌 톰페아성을 비롯해 큰 덩치의 넵스키 대성당, 적군을 퇴치하려고 만들었다는 두툼한 마가렛 성탑, 표트르 대제가 바로크식으로 지었다는 카드리오궁, 뱃사람의 수호신을 숭배하는 니굴리스테 교회를 보고 14세기 건립한 비루게이트를 빠져나오던 동선이 어렴풋이나마 떠올랐다. 하지만 제아무리 경건의 모양을 고수한 채 서서 경배의 형식을 취한들 토속신들과 결합한 잡신을 믿는 행위는 한낱 미신에 지나지 않는다.


이제 다음 행선지는 여름 휴양지인 파르뉴. 탁 트인 녹지를 가로질러 세 시간 이상이 소요된다는 말을 듣고 필자는 푸르른 발트해변보다는 고풍스러운 구시가지에 더 관심이 쏠렸다. 햇볕이 내리쬐는 가운데 차에서 내리니 멋진 리조트와 함께 기다란 모래사장이 한눈에 들어왔다. 모래도 양질이지만 유난히 길에서 바닷물까지 길게 뻗은 해안선. 우리 같은 관람객을 맞기 위해 나무데크를 설치할 정도로 일삼아 걸어야 했다. 한두 장 사진을 남기고 아름드리나무들로 가득한 공원의 맞은편으로 건너가니 코끼리 상들이 예쁘게 서 있는 놀이터. 나중에 옆자리를 지킨 부부에게 앨범을 보여주니 그냥 지나친 것들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아니나 다를까 여기 역시 다른 데보다는 다양한 건축미를 보여주었다. 이들은 창문의 크기에 따라 좌우를 달리하고 아래위 층을 번갈아 가며 배치를 달리하는 비결을 터득한 듯하다. 그러니 요모조모 가옥을 세심하게 들여다보는 입장에서는 여러모로 참고할 부분이 많을 수밖에. 자, 주택의 디자인을 연구하는 자들이여, 부디 에스토니아의 건축미를 눈여겨보시라!



■ 프로필


- 고교생에게 국어와 문학을 가르치며 ‘수필집·시조집·기행집’ 등을 펴냈습니다.

- 퇴임 후 기고활동을 이어가면서 기독교 철학박사(Ph.D.) 학위를 받았습니다.

- 블로그 “조하식의 즐거운 집” http://blog.naver.com/johash을 운영합니다.

- 정론지 <평택자치신문>에 “세상사는 이야기”를 15년째 연재하는 중입니다.


※ 다음호(713호)에는 ‘북유럽 기행 - 라트비아에서 감지한 활기’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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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 북유럽 기행 ‘에스토니아 건축의 재발견’ (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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