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8(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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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하식 수필가·시조시인, Ph.D.

VIKING LINE은 여태껏 필자가 승선한 배 가운데 최고의 크루즈. 하지만 우리 한국 조선기술의 금자탑을 만끽하며 도착한 핀란드(Republic of Finland, 면적: 한국의 3.3배)는 몹시 실망스러웠다. 도로에서 조심스럽게 자른 바윗돌의 절단면을 볼 때까지만 해도 배경 지식(1인당 소득 약 4만 달러, 인구 550만가량)에 준한 예상치는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그걸 송두리째 깨뜨린 곳은 시벨리우스공원. 국민 작곡가를 기리는 흉상이나 파이프오르간의 조형물이야 평균작이라 치더라도 거기서 발걸음을 떼는 순간 눈살을 찌푸리게 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아니 산책로에 짜증스러울 만큼 개똥이 널려있다니 이 나라의 주민의식은 반려견의 배설물조차 처리하지 못하는 수준이란 말인가? 게다가 벤치 주위에 널브러진 담배꽁초나 전동 킥보드가 여기저기 방치된 한국을 연상케 했다. 스칸디나비아반도를 벗어나자마자 마주친 노점상은 도리어 인간적이었다. 조잡하게 꾸민 카페도 그렇거니와 카누를 띄운 물이 오염되었다 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연못에 고인 물마저 바싹 말라비틀어진 채 방치돼있었다. 이런 곳을 두고 수도 헬싱키(약 130만 명) 시민들이 가장 사랑하는 공원이라는 해설도 우스운 마당에 공원 가득 웬 꽃가루는 그리도 흩날리는지 도무지 눈을 뜰 수 없을 지경. 알레르기에 취약한 아내는 결국 자유시간 40분을 그 잘난 공원 구석에서 버티고 견디다가 급기야 몸에 이상증세를 느끼기에 이르렀다. 이런 경우는 손해배상이라도 청구해야 하는 거 아닌감?


엎친 데 덮친다더니 우스꽝스러운 일은 곧바로 이어졌다. 일정에 따라 이른바 템플리아우키오 암석교회라는 데를 데리고 가기에 따라갔더니 첫눈에 천연암석의 기운은커녕 위쪽은 바위를 깨뜨리고 남은 돌덩이들로 벽돌을 삼아 철제 지붕을 덮은 건조물에 불과했다. 암석교회라는 이름으로 입장료를 받으려면 지하로 얼마큼은 내려가 폴란드 소금광산에 조성한 성당이나 요르단 페트라에서 본 무덤처럼 상하좌우 사방이 온전히 바위로만 이루어져 있어야 하거늘 어찌 이런 장소를 두고 감히 암석교회라고 선전하며 장사를 감행하는지 한참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이토록 청십자기에 나타난 청정 이미지는 물론 최소한의 신뢰마저 깨진 마당에 어디를 간들 그 가치를 느끼겠는가? 불과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핀란드 하면 숲과 호수의 나라였는데 그 심상이 이렇게 일순간에 무너져버리리라고는 상상하지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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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핀란드의 헬싱키에서 발견한 철제 지붕의 건축미

 

우스펜스키 대성당에서 내려다본 대통령 집무실 겸 관저는 허술할 만큼 평범했다. 다만 그 뒤편 건물의 벽에 붙은 휘장이 남다르기에 인솔자에게 물으니 대뜸 정부청사라고 답했다. 하지만 이는 원로원 광장에서 만난 건축물 중에 정부청사가 있어 명백한 거짓말로 밝혀졌다. 이로 인해 그러잖아도 결정적인 대목(가령 양쪽 귀가 멍멍한 상태에서 물어본 해발 고지를 대충 800m라고 얼버무린다든지 사람 구경하기 힘든 고을에서 제법 밀집한 동네 이름을 물으니 마지못해 툭 반말투의 외마디 소리로 대응한다든지)에서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만들었는데 차 안에서 설명한 각종 내용이 대체적으로는 해박하다고 수긍한 부분까지 흔들리고 말았다. 내부를 공개하지 않은 헬싱키 대성당의 대안이 애초에 없었다는 것도 문제점. 차라리 실속 없는 사우나 시설을 대충 훑어볼 게 아니라 런던아이를 닮은 원형 관람차를 타보는 것이 훨씬 나을 뻔했다는 것이 중론. 걸어서 한 뼘 거리인 마켓광장을 무슨 과일(대부분이 수입품) 시장의 명소인 양 시간을 끌면서 빙빙 돌아가는 행태 또한 지양되어야 하리라.


그나마 건진 것은 국립도서관 겉핥기. 그 서가까지 깊숙이 들여볼 수는 없었으되 석고조형물이 놓인 복도를 빠짐없이 돌아본 것만으로도 한 시간이 넘는 자유시간을 채웠다는 포만감이 있었다. 또 하나 주행 중에 들른 휴게소를 빼놓을 순 없다. 유럽이 아닌 한국식에 가깝다더니 가게가 드문 현지 실정상 아울렛을 겸했으나 적어도 화장실 문화만큼은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한다. 최악의 사례는 현지 가이드의 무성의한 관광지 해설을 꼽을 수 있다. 불쾌하기 짝이 없는 건 시종 자일리톨을 개량한 상품 홍보에만 열을 올리는 행태. 마치 가이드 둘이서 공조라도 한 듯이 보여 불합리한 일정 진행에 관해서는 귀국 후 본사에 강력히 항의하며 개선책을 제시한 바 있다. 해외여행객에게는 최적화한 세 가지의 주요소가 맞아떨어져야 나들이에 나설 수 있다. 첫째 건강을 담보로, 둘째 시간을 내서, 셋째 비용을 마련할 때라야 가능한 것이 장기나들이이기 때문이다.



■ 프로필


- 고교생에게 국어와 문학을 가르치며 ‘수필집·시조집·기행집’ 등을 펴냈습니다.

- 퇴임 후 기고활동을 이어가면서 기독교 철학박사(Ph.D.) 학위를 받았습니다.

- 블로그 “조하식의 즐거운 집” http://blog.naver.com/johash을 운영합니다.

- <평택자치신문>에 “세상사는 이야기”를 14년째 연재하는 중입니다.


※ 다음호(712호)에는 ‘북유럽 기행 - 에스토니아 건축의 재발견’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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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 북유럽 기행 ‘핀란드라는 나라의 확대경’ (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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