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재 시인
새벽을 밟으며 화엄사 가는 길
가로수 밑 벤치에서 들리는 새소리
다가가 들으니 새벽의 울음이었다
남녀가 새벽을 안고
불이문에 갇힌 채,
새벽이 검은 실루엣에 눌려 우는 새벽
경내로 번져가는 새벽의 숨소리가
대웅전 문살을 뚫고
부처에게 안겼다
두 새벽이 한 새벽을 만드는 울음은
계곡을 거슬러 달궁에 이르렀다
눈물을 쏟아내면서
두 새벽이 울었다
■ 작가 프로필
경기도 평택 출생. 200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집 <투명인간>, <고흐의 사람들> 외 저서 <이기적인 시와 이기적인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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