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재 시인
입추 즈음에 죽은 손톱은
입동이 다가와도 빠지지 않는다
씨앗만 검게 남은 코스모스꽃대처럼
내 손톱도 당신을 향해
조금씩 다가가기 위해 굳은 피를
바람에 풀어 날려 보낸다
정작 기다리는 안부는 오지 않고
환절기를 치루는 부음만 날아든다
나뭇잎이 물들어가는 만큼
골이 진 마음도 독하게 깊어갔으나
낙엽이 진다는 소식에 비해
더딘 눈길로 속만 끓이는 당신
당신 닮은 사람을 만나는 날에는
처음 손톱을 찧은 통증처럼
또 아파하며 당신인 듯 바라보는
못된 버릇이 도진다
새 손톱이 초승달처럼 눈을 내밀면
언뜻 가슴을 아리게 조여 오는
당신이라는 사랑의 통점
제자리서 맴도는 당신의 눈빛이
까만 손톱에 초점을 맞추며 내려앉는다.
■ 작가 프로필
경기도 평택 출생. 200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집 <투명인간>, <고흐의 사람들> 외 저서 <이기적인 시와 이기적인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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