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7(토)
 

시가 있는 풍경.jpg

 

권혁재 시인


입추 즈음에 죽은 손톱은

입동이 다가와도 빠지지 않는다

씨앗만 검게 남은 코스모스꽃대처럼

내 손톱도 당신을 향해

조금씩 다가가기 위해 굳은 피를

바람에 풀어 날려 보낸다

정작 기다리는 안부는 오지 않고

환절기를 치루는 부음만 날아든다

나뭇잎이 물들어가는 만큼

골이 진 마음도 독하게 깊어갔으나

낙엽이 진다는 소식에 비해

더딘 눈길로 속만 끓이는 당신

당신 닮은 사람을 만나는 날에는

처음 손톱을 찧은 통증처럼

또 아파하며 당신인 듯 바라보는

못된 버릇이 도진다

새 손톱이 초승달처럼 눈을 내밀면

언뜻 가슴을 아리게 조여 오는

당신이라는 사랑의 통점

제자리서 맴도는 당신의 눈빛이

까만 손톱에 초점을 맞추며 내려앉는다.



■ 작가 프로필


경기도 평택 출생. 200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집 <투명인간>, <고흐의 사람들> 외 저서 <이기적인 시와 이기적인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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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풍경]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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