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9(월)
 


정재우 칼럼.JPG
정재우 가족행복학교 대표, 평택성결교회 원로목사

지난 주간 중 순환기 내과 정기진료를 받기 위해 종합병원을 찾았다. 갈 때마다 느낀 바가 있다면 대학병원은 환자가 넘쳐나고 있다는 점이다. 10년 넘게 이 병원을 다니면서 분명하게 알 수 있는 것은 갈수록 노인 환자가 늘어난다는 사실과 예약을 하고 와도 대기시간이 기본적으로 한 시간 이상을 기다리게 된다는 것이다. 이렇듯이 병원에 올 때마다 사람의 인생 마무리는 병원에서 하게 되리라는 말이 실감이 난다.


이번 내원에서 마음을 움직이는 감동적인 장면을 보았다. 이럴 수도 있구나. 전에는 이런 일을 본 적이 없었는데... 하면서 흐뭇하고 훈훈함까지 느꼈다. 그 자리에서 한참 서서 시간을 보냈다. 그건 이런 일이었다. 올림푸스한국과 고려대학교 안암병원이 주관하고 주최한 ‘고잉 온 다이어리 전시회(Going on diary Exhibitoon)’였다. ‘암경험자의 심리사회적 지지를 위한’이란 전제가 붙어 있는 생소하고 참신한 기획전시였다. 전시 공간은 병원 내부의 조금 넓은 통로 한 벽면에 자리하고 있었다.


‘고잉 온 다이어리’라는 말은 암이라는 공통의 경험을 가진 환자들이 ‘세줄 일기’를 사진과 함께 일정한 앱에 올리는 일이다. 이로써 삶의 의미를 재발견하고 공유함으로써 서로 격려할 수 있는 심리사회적 지지 프로그램이다. 17명의 환우들이 모바일 일기 앱을 이용해 4주 동안 정해진 주제인 ‘약속일기, 행복일기, 칭찬일기, 감사일기’를 쓴다. 자신의 감정이나 경험을 짧은 글과 사진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Going on’이란 암 경험자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고 이들에 대한 사회복귀를 지지하려고 기획한 캠페인이라고 한다. 암 발병 후에도 암 경험자들의 아름다운 삶은 계속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우리 사회가 지극히 작지만 이런 배려와 사랑의 자리를 펼치고 있음에 놀라움과 반가움이 컸다.


여기에 그들이 투병과 고뇌 사이에서 건져 올린 몇 편의 글을 소개한다. 이 글들은 병원 측이 의도한 계획처럼 ‘생명, 그 이상을 위하여’ 우리를 날아오르게 한다. 서로 격려하고 배려하는 성숙한 세상을 희망하게 한다.


“재발했다고 전화로 말하니 너무 미안하다고 말해준 고등학교 때 친구... 그때 진심으로 감사했다. 난 해준 게 없는데 넌 그게 너무 미안하다고. 맘이 아팠다.”, “수술 몇 달이 지나고 동생네와 엄마랑 제주에 갔다. 동백꽃 숲에 들어가서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살아 있음에 감사하고 기뻤다. 그날을 잊을 수 없다.”, “행복은 순간 순간 찾아온다. 지옥 같은 상황에서 들리는 웃음소리, 맛있는 차 한 잔, 좋은 사람과의 만남. 무더위 속 시원한 바람. 행복은 내 옆에서 나를 지켜준다.”, “항상 나 자신을 가장 최우선에 놓자. 내가 나를 잘 돌볼 때, 내 자존감을 키울 때, 내가 내 자신에게 제일 절실할 때 세상도 나를 행복으로 이끌어 줄 것이다.”


“밤새 불면증과 통증으로 힘들었지만 오늘도 또 다른 아침을 맞이했다. 오늘 하루도 숨 쉴 수 있는 나에게 감사하면서 살아가 보련다.”, “지인 중 나의 아픔을 가장 먼저 알렸었지. 그날, 전화 통화 넘어 같이 훌쩍이던 너. 지금 넌 나에게 많은 위로가 돼^^ 정말 고마워”, “지금 이 순간 끝이 아니라 나의 길을 가고 있다고 외치면 돼. 포기하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자! 힘내자! 파이팅!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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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우 칼럼] 생명, 그 이상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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