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30(화)
 

평택시에 동식물이 다양하고 풍부하며 생물이나 자연과 접촉하는 생태공원이 단 하나도 없어

생태공원, 근린공원 따지기보다는 멸종위기에 처한 국가보호종 그 격에 맞게 보전하고 관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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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제 평택자연연구소 소장

소사벌택지지구 인근 주민과 평택 남부지역 시민 다수가 즐겨 찾는 곳에 배다리생태공원이 있다. 이곳은 크게 배다리저수지와 배다리마을숲을 중심으로 생태축이 이어져 있으며, 함양지에서 배다리저수지로 이어지는 실개천 습지와 산책로 주변의 크고 작은 수목들이 나름의 비오톱을 조성해 배다리의 생태계다양성을 떠받치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주변의 지자체들도 큰 관심을 두고 있는 실개천 혹은 실개울은 습지의 효용성이 증대하면서 생활공간에 활력을 불어넣는 수변감성 공간으로의 탈바꿈은 물론이고 도시생태계의 주요한 요소로서 수생식물과 곤충, 조류의 서식처를 제공하고 있다. 그렇지만 생명력이 넘쳐나며 시민 다수가 생태공원으로 알고 있는 이곳은 배다리생태공원이 아닌 배다리근린공원으로 지정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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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린공원이지만 배다리생태공원을 알리는 대형 안내판(2020.9.13)

 

◆ 평택8경에 선정된 ‘배다리생태공원’


2022년 5월 25일, 평택시는 한 달간의 온·오프라인으로 진행된 3,000여 명의 시민투표를 토대로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 농업생태원, 배다리생태공원, 소풍정원, 오성강변, 원평나루 갈대숲, 진위천유원지, 평택항·서해대교, 평택호관광단지 등의 평택8경을 최종 선정하고 이곳을 중심으로 시의 관광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국어사전에 팔경(八景)이란 “어떤 지역에서 뛰어나게 아름다운 여덟 군데의 경치로 중국의 ‘샤오상(瀟湘)팔경’에서 유래하였으며, 우리나라에는 관동팔경·단양팔경 따위가 있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평택8경의 내용을 살펴보면 으뜸가는 경치가 제한적이다 보니 본래의 의미를 벗어나 좋은 경치와 함께 좋은 볼거리도 포함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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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년 배다리실개천 야간조사를 통해 서식지 확장이 확인된 멸종위기 금개구리(2023.7.30)

 

대한팔경, 한양팔경, 수원팔경, 광주팔경, 관동팔경, 단양팔경 등 주변 지자체와의 비교와 평택8경의 의미는 차치하더라도 지역신문과 평택시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인 ‘오래오래 평택토록’에서도 근린공원을 배다리생태공원이란 지명으로 소개하고 있고, 평택자치신문 2022년 7월 6일 자 지면에 “시민들의 힐링 명소이자 생태계 보고 ‘평택배다리생태공원’”이란 제목으로 평택항·서해대교, 소풍정원 이어 세 번째로 평택8경에 선정된 배다리생태공원을 소개하고 있다.


당시의 기사를 보면 이곳은 소사벌택지지구 주민과 남부지역 시민 모두가 즐겨 찾는 큰 규모의 공원으로 수변데크, 실개천, 산책로, 운동기구, 원형보존지가 잘 조성되어 있으며, “2016년 이후 멸종위기Ⅱ급 큰기러기가 해마다 찾아들기 시작하면서부터 배다리저수지는 생태공원으로서의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되었다”라고 전하고 있다. 그리고 생태공원을 산책한 후 찾아가 볼 만한 배다리도서관에 대해서도 면적과 규모, 소장도서, 층별 구성 등을 소상하게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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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멸종위기 큰기러기와 함께 배다리저수지를 찾은 천연기념물 큰고니(2022.1.29)

 

◆ 자연과 환경이 어우러지는 ‘배다리생태공원’


생태공원을 가장 쉽게 풀어 쓰면 “도시 내에서 생물이나 자연과 접할 수 있는 공원”을 말한다. 그렇지만 어느 공원이나 녹지공간인 자연이 있고, 그곳에는 풀과 나무, 새와 곤충이 서식하고 있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자연이 더욱 풍부하고, 생물이나 자연과 접촉하는 것을 목적으로 방문하는 것이 가능한 공원”에 더 가깝다.


배다리생태공원은 2014년에 공사를 시작했으며, 평택시는 2016년에 이를 인수하였다. 공원 용지만 6만 평에 저수지가 3만 평 정도로 모든 과정에서 자연과 생태가 어우러지도록 공원을 조성했으며, 현재는 평택시의 대표성을 띤 공간이 되었다. 배다리공원에서 참으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면 공원의 종류가 아니라 조성단계부터 생태공원이 지니고 있어야 할 요소들을 갖췄고, 2021년 도시생태현황지도(비오톱지도) 작성을 통해 대상지 전체에 대해 절대적으로 보전이 필요한 비오톱(인간과 동식물 같은 다양한 생물종의 공동 서식 장소) 유형인 Ⅰ등급과 함께 타 우수비오톱과의 연결성이 높은 대상지인 우수비오톱에 선정되었다는 것이며, 생태계다양성에 관한 한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하지 않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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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생태계를 유지하면서 자연학습 및 관찰, 여가 등을 즐길 수 있는 배다리생태공원(2022.4.29)

 

◆ 생태공원이란 이름이 중요하지 않다


2019년 평택포럼이 주최하고 평택포럼 도시환경분과가 주관한 ‘제72회 평택포럼, 배다리생태공원 야생생물 보호를 위한 토론회’를 통해 “생태계 보존·관리로 시민과 함께 하는 명품생태공원 조성해야”라는 방향으로 모든 토론자의 의견이 모였지만, 현재 배다리생태공원을 관리하는 주무부서에서는 “생태공원이 아닌 근린공원이다”라는 말로 배다리생태공원에 넘쳐나는 생물다양성과 멸종위기생물에 적잖은 부담감을 나타내고 있다.


오산시 물향기수목원, 아산시 영인산휴양림, 용인시 한택식물원, 안성시 서운산자연휴양림, 광명시 안터생태공원, 여주에 황학산수목원이 있어 시민들의 정서 함양과 삶의 균형을 높이고 있다면 평택시에는 무엇이 있는지, 동식물이 더욱 다양하고 풍부하며 생물이나 자연과 접촉하는 것을 목적으로 방문할 수 있는 생태공원은 단 하나라도 있는지 거듭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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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란 하늘에 하얀 구름, 도심 속 생태교육 공간인 배다리생태공원의 가을 전경(2020.9.13.)

 

쉽게 정리하면 먼저 배다리공원이거나 배다리생태공원 그 이름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평택시는 기회가 될 때마다 “근린공원인데요”라고 마치 대단한 것을 터트리는 듯 말하지만 큰 도로변에 우뚝 서 있는 배다리생태공원이란 표시를 바로잡는 것이 우선해야 할 일이다. 그리고 정말 중요한 것은 생태공원이나 근린공원을 따질 것이 아니라 이곳에 자리를 잡았거나 철을 따라 찾아드는 생명 있는 것들을 꼼꼼히 조사하고, 특히 여러 가지 원인으로 멸종위기에 처한 국가보호종을 그 격에 맞게 보전하고 관리함이 우선되어야 한다. 참으로 다음 세대에게 무엇이 중요한가를 바로 내다볼 수 있는 혜안(慧眼)이 필요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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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제의 평택의 자연] ‘배다리생태공원’ 이름보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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