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9(월)
 

여름밤 숲속교실, 실개천에서 멸종위기종 금개구리 만남은 오랫동안 잊지 못할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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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제 평택자연연구소 소장

이맘때가 되어서야 자주 듣게 되는 자연 프로그램에 ‘야간 곤충탐사’가 있다. ‘여름방학 남산 야간곤충탐사’, ‘북서울 꿈의숲 야간곤충탐사’, ‘생태학자와 함께하는 용문산 야간곤충탐사’, ‘지구사랑탐사대 여름캠프’, ‘한여름 밤의 곤충이야기’ 등 여름방학을 맞아 한낮의 무더위를 잊고 밤에 활동하는 곤충을 찾아보며 밤 숲의 신비로움과 여름밤의 여유를 함께 느껴볼 수 있는 특별한 프로그램이 지자체와 시민단체 등 여러 곳에서 인기리에 진행되고 있다.


◆ 밤 곤충과의 특별한 만남

 

캄캄한 밤에 만날 수 있는 ‘밤 곤충’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친구는 아마도 나방일 것이다. 나비와 나방의 차이점을 설명할 때 첫 번째 키워드가 활동하는 시간대의 차이인데, 나비는 낮에 활동하고 나방은 주로 밤에 활동하기에 밤 곤충의 대명사로 떠오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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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철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배다리마을숲 애매미의 우화(2023.08.01)

 

햇빛을 피해 밤에 활동하는 야행성 곤충들이 불빛만 보면 몰려드는 이유가 무엇일까? 관련 서적을 찾아보면 빛의 자극이 발생되는 방향으로 이동하는 ‘양성주광성(곤충은 빛을 향해 달려드는 성질)’이 그 원인으로, 사실은 밤 곤충이 불빛을 달빛으로 착각하여 모여드는 것이다. 나방의 경우 낮에는 새와 같은 천적을 피해 숨어있다 밤에 움직이는데 달빛은 어두운 곳에서 방향을 잡아 주는 나침반과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꽃을 찾아다니는 곤충의 다수가 주행성이라면 야행성은 밝고 어두운 것을 감지하는 능력이 뛰어나고 후각과 촉각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왕바구미, 못뽑이집게벌레, 사슴벌레 수컷 등은 손전등의 빛이 나무 부근에 비치면 즉각적으로 나무껍질 속으로 숨거나 혹은 땅으로 떨어져 죽은 척한다. 빛은 그들에게 두려움의 존재인 것이다. 이러한 행동은 밝음과 어둠에 바로 반응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이외에도 왕흰줄태극나방, 산바퀴, 큰실베짱이, 산맴돌이거저리, 왕귀뚜라미, 금색우단풍뎅이, 풍이 등도 우리고장 마을숲 주변에서 흔하게 만날 수 있는 야행성 곤충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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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다리도서관 주관의 여름밤 숲속교실에서 매미 우화를 관찰하는 참가자 가족 (2023.08.17)

 

◆ 마을숲에서 밤 곤충의 흔적을 찾는 방법


밤에 등불에 모이는 곤충 1,570종을 소개한 ‘한국 밤 곤충 도감’의 머리말에 “밤에 일어나는 일이 낮과 다르지 않다”라면서 “수많은 생물이 밤에는 자거나 쉴 것으로 생각하지만 동물들은 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인 사람을 피해 숲이나 들로 숨어들었고, 사람의 주요 활동 시간대를 피해 밤을 선택한 종이 많기에 밤의 야생은 낮과 다름없이 활기차다”라고 전하고 있다.


우리고장 마을숲에서 숲속의 작은 밤 곤충의 흔적을 찾는 것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먼저는 Light trap과 관찰이 쉽도록 전등에 모인 곤충들이 앉을 수 있는 천이나 망을 이용해 빛의 자극에 대해 그 자극원으로 모이는 성질을 통해 만날 수 있고, 작은 하나는 손전등을 이용해 마을숲 풀과 나무 그리고 바닥을 직접 밝히면서 밤 곤충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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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다리마을숲의 몸길이가 짧은 넓적배사마귀 약충(2023.08.16)

 

파장이 짧아 푸른빛을 내는 유아등이나 광량이 커 관찰하기 쉬운 수은등을 사용하는 등화채집은 정리하기 어려울 정도의 많은 밤 곤충을 만날 수 있지만, 손전등을 이용해 마을숲 상수리나무의 수액과 옹두리를 중심으로 이곳에 서식하고 있는 밤 곤충을 차분하게 찾는 것 또한 곤충 탐사의 의미와 즐거움을 더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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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산초록도서관 주변 상수리나무 수액을 찾아온 왕흰줄태극나방(2023.08.05)

 

◆ 주변 마을숲에서 만날 수 있는 밤 곤충


손전등을 이용해 주변의 무봉산 마을숲, 덕동산 마을숲, 부락산 마을숲, 배다리 마을숲 등지에서 풀과 나무 그리고 바닥을 직접 밝혀가면서 찾아낸 곤충은 등화채집보다 종다양성 면에서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빈약하지만, 매미 애벌레의 탈피 및 우화의 전 과정을 핸드폰에 담을 수 있고, 곤충을 넘어선 숲속 생물의 서식 현황을 파악하는 등 나름의 장점을 갖고 있다. 


참나무 수액은 여름철 주변 곤충들에게는 둘도 없는 먹이가 된다. 지역 특성상 사슴풍뎅이나 장수풍뎅이 같은 특별한 종의 관찰은 쉽지 않아도 다양한 크기에 큰 턱을 가지고 있어 밤 수액을 독차지하는 넓적사슴벌레와 톱사슴벌레 그리고 이들보다는 크기에 밀리지만 힘만큼은 헤라클레스급인 꽃무짓과의 풍이가 무리 지어 모이고, 서열이 높은 곤충이 혹 여유를 주거나 자리를 비켜주면 고려나무쑤시기, 고오람왕버섯벌레, 멋쟁이밑빠진먼지벌레 등의 딱정벌레류들이 그 뒤를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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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캄캄한 밤, 무봉산 마을숲 상수리나무 수액에 모인 넓적사슴벌레 무리(2015.7.3)

 

지난 8월 10일 제6호 태풍 ‘카눈’이 한반도 내륙을 관통함으로 진행하지 못했던 배다리도서관 주관의 ‘여름밤 숲속교실’이 8월 17일 배다리 마을숲과 배다리 습지로 이어지는 실개천에서 가족 단위의 사전 신청자로 진행되었다. 이용자 중심으로 인하여 주변 여느 마을숲에 비해 종다양성과 생태계다양성이 떨어지는 배다리 마을숲이었지만 ‘여름밤 숲속교실’의 시작과 동시에 참가자 가족의 환호가 아직도 떠나지 않았음은 왕귀뚜라미와 베짱이로 시작된 기대감이 배다리 마을숲에서 번식에 성공한 멸종위기종 맹꽁이 당년생의 발견으로 생태계 보전의 필요성으로 옮겨갔으며, 애매미의 탈피와 우화 그리고 실개천에서의 멸종위기종 금개구리와의 격한 만남은 정말 오랫동안 잊지 못할 감동 그 자체였다. 그렇지만 마을숲 산책로 주변의 작은 나무들이 잘려 나가고 장기간 방역을 시행하며, 가로등과 함께 빛을 보고 찾아드는 곤충을 죽이기 위해 설치된 위생해충살충기 등 그들의 유·무해를 떠나 앞으로 얼마나 오랫동안 작은 생명이 살아남을 수 있을지 그리고 궁극적인 피해는 누구에게 도래할지는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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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제의 평택의 자연] 마을숲에서 밤 곤충의 흔적을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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