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6(금)
 


정재우 칼럼.JPG
정재우 가족행복학교 대표, 평택성결교회 원로목사

그날, 우리는 모두 한배를 타고 있었다. 그리고 살아남은 우리를 세월호 생존자라 부른다. 온 국민이 세월호 생존자다. 마치 자살한 사람의 남은 가족을 자살 생존자라 부르듯이.


그날, 304명은 그 배와 함께 운명을 같이 할 때 우리는 태연히 일상을 살고 있었다. 무사할 거란 말만 믿고서. “아, 기울어졌어”, “야, 구명조끼 입어 너도”, “헬리콥터가 와. 힘들어. 살려줘, 살려줘, 살려줘”, “살 건데 뭔 소리야”, “엄마, 미안해. 그리고 엄마 사랑해”


긴급 속보를 믿고 뉴스를 기다렸는데 멍하니 깨어나 보니 그들은 떠났고 그렇게 우리는 남았다. 세월호 생존자란 이름을 유족들과 온 국민에게 남겨둔 채.


아직도 생존자들의 상처는 전혀 아물지 않았다. 일명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에 시달리고 있다. 우울증, 공황장애, 수면장애를 겪고 있다고 한다. 당시 그 배에서 살아나온 학생 생존자들은 지금도 관절이 좋지 않거나 위염을 앓고 있다고 한다.


그날, 실시간 사고 상황을 보여주던 TV 화면을 마음에서 지울 수 있을까? 뒤집어진 거대한 배는 수 시간 동안 기회를 주었는데, 우린 왜 그 황금보다 귀한 기회를 날려 보냈을까? 그들 유가족이 가슴을 뜯어가며 비명을 지르고 몸부림치던 통곡 소리를 귓가에서 씻어낼 수 있을까? 너무도 생생했던 집단 슬픔을! 온 국민을 울리고 또 울린 그날의 기억을.


그날, 멈춰 선 시곗바늘처럼 우린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었다. 아이들을 꼼짝 말라고 하고선 선장은 바지 차림으로 먼저 하선하던 그 장면을 어찌 잊을까. 조금도 시야에서 사라지지 않는 그 많은 기억은 도저히 시들지 않는다.


그날, 그 상처 아직 아물지 않고 그 기억 시들지 않았는데 우리가 할 일이 무엇일까? 상처를 헤집어 고통을 더할 것인가, 기억에 매달려 슬픔에 더 깊게 매몰될 것인가.


우린 이제 서로 위로하자. 서로 상처를 위로하며 아물기를 기도하자. 누구를 정죄하지도 말자. 세월호 생존자는 모두가 죄인이기에 끝이 없는 위로를 서로 보내자. 돌아올 수 없는 아이를 기다리는 어미를 안아 드리자. 생존자의 눈물로 유족들의 눈물을 닦아 드리자.

 

하늘도 외면하고 바람도 돌아 불어 한순간에 집어삼킨 청정한 바다여. 부디 우리 아이들을 잘 품어 주오. 그들 젊은 혼으로 미움도 증오도 녹아내고 부디 이 강산을 지켜주오. 하늘이든, 바다든, 강하든, 산이든, 길이든, 집이든, 지나가는 사람들 부디 지켜주오.


아, 9년 전 4월 16일. 그날을 기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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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우 칼럼] 세월호 생존자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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