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7(토)
 
[연재소설] 천국의 별.jpg
 방영주(왼쪽 사진) 소설가의 중편소설 <천국의 별>이 약 6개월에 걸쳐 연재됩니다. <천국의 별>은 배달국 치우천왕의 이야기로, 치우천왕이 동북아를 평정하는 가슴 벅찬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독자, 시민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편집자 말>
 
■ <중편소설> 천국의 별
 
  치우천왕은 자신의 군사들에게서 이탈하여 헌원군 쪽으로 말을 천천히 몰았다. 헌원은 같잖다는 표정으로 치우천왕을 봤다. 헌원은 땅바닥에 가래침을 탁, 뱉었다. 헌원은 잠시 비웃음을 띄었다. 그러나, 곧 웃음을 거뒀다.
 헌원은 치우천왕을 향해 소리쳤다.
 “치우 양반, 그대가 여기까지 몸소 웬일이오. 그냥 배달국 신무성에서 쉬시지, 여기까지 찾아와, 스스로 묏자리를 팔 게, 또 뭐요.”
 치우천왕은 헌원의 이죽거림을 무시했다. 치우천왕은 말의 고삐를 당겨 정지했다. 치우천왕은 헌원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그대 헌원아. 짐의 고함을 명심할지어다. 짐은 환국(桓國) 환인천제와 배달국 환웅천왕의 적손으로, 그 정통성을 보장받은 사람이니라.”
 헌원은 한쪽 다리를 방정맞게 떨었다.
 “망아지…….”
 치우천왕의 긴 수염이 바람에 거세게 나부꼈다.
 “짐은 환웅천왕의 홍익인간을 치국 이념으로, 동이족의 만세를 위하고, 수계(守誡)와 제불(諸佛)을 통한 자신의 수증복본에, 최선을 다해 온 바이다. 그렇다면 종주국인 배달국의 짐이, 이, 천하를 맡음이 마땅하지 않느냐.”
 “하품하는…….”
 “동이족의 작은 가지에서, 어찌어찌 갈라져 나간, 금수만도 못한 쭈그렁밤송이 같은 네가, 어찌 감히 천하를 넘보는가. 짐이 맹세하건대, 삼신님의 뜻을 받들어, 너를 벌할 것이니라.”
 “소리하고 있네…….”
 헌원은 말을 마치고 눈을 부릅떴다. 헌원은 치우천왕을 지그시 노려보았다. 헌원은 다시 냉소를 짓는 듯하더니, 허허허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그러나 헌원의 얼굴은 몹시 경직되어 있었다. 그것은, 허약한 자의 자기기만일 터였다. 치우천왕은 헌원의 언행에 전혀 개의치 않았다. 치우천왕은 격문에 썼던 내용을, 토씨 하나 바꾸지 않고, 자신의 말에 계속 이었다.
 “그대, 헌원아! 동이족 삼신일체의 원리를 배반하고….”
 헌원도 이미 치우천왕의 격문을 읽은 거였다. 헌원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르는 모욕감에 전신을 부르르 떨었다.
 헌원은 장검을 높이 쳐들었다.
 “네 목을 쳐, 앞으로 절대 헛소리를 못하게, 만들어 주겠다. 자, 배달군을 쳐라. 전군, 앞으로-!”
 헌원군은 배달군을 향해 몰려들었다.
 치우천왕은 말머리를 배달군에 돌렸다.
 “다시는 아무도 모반을 꾀하지 못하게, 저들을 확실히 무찔러라! 배달군에 감히 창검을 겨누는 자, 하나도 남기지 마라!”
 치우천왕의 검이 허공을 가르며 번쩍 빛을 발했다. 그와 동시에 배달군의 대궁과 태노에서 화살이 날아 헌원군에 비오듯 쏟아졌다. 배달국은 동이족의 정통성을 고스란히 이어받은 나라였다. 동이족의 이(夷)가 무엇이던가. ‘활을 잘 다루는 어진 사람’이란 뜻이 아니던가.
 헌원군은 초반부터 배달군에 상대가 될 리 없었다. 배달군의 크고 힘찬 화살은 적군의 방패를 쉽게 뚫었다. 돌 틀에서 거대한 돌도 계속 날았다. 헌원군은 여기저기에서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헌원군의 선봉대가 무너졌다. 구리와 철로 만든 세련된 병기를 소지한, 배달국의 기마병대가 달려 나갔다. 헌원군의 진지는 차례로 무너져 갔다. 배달군의 보병들은 힘을 얻었다. 그들은 적진 깊숙이 파고들어 적을 베어 나갔다.
 말을 탄 치우천왕은 대검을 휘두르며 헌원을 향해 돌진했다. 헌원은 치우천왕에 맞서 힘겹게 대항했다. 헌원은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치우천왕의 무술은 자신보다 한참 위였다. 치우천왕의 검술은 정말 사람의 것이 아닌 성싶었다. 신기에 가까웠다. 헌원은 계속하여 뒤로만 밀렸다.
 잠시 후, 헌원은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둘러봤다. 온통 배달군이었다. 이번에도 갈 데 없는 패배였다. 헌원은 먼저 말머리를 돌렸다. 헌원은 어쩔 도리 없이 후퇴 명령을 내렸다. 헌원은 패잔병들을 지휘하며 힘겹게 탁록성으로 도망쳤다. 그들을 물끄러미 바라보고만 있던 치우천왕은, 전군에 철수 명령을 내렸다. 치우비가 불만스러운 목소리로 아뢰었다.
 “천왕폐하, 탁록성으로 계속 진격하여 헌원군을 전멸시켜야 하옵니다. 그래야 헌원 같은 자들이, 다른 뜻을 품지 못하옵니다.”
 “나 역시 조금 전까지만 해도 그렇게 생각했소. 하지만 지금은 아니오. 나는 한 나라의 군왕인 동시에 신선도인이오. 그 위치에서 다시 한 번 자신을 반성해 봤소. 나는 그 동안 헌원으로 인해 너무 흥분해 있었소. 그것은 특히 신선도를 수련하는 사람으로서 옳지 못한 일이 아니겠소. 더구나 이번의 출전은 백일기도 직후이기도 하오.”
 “천왕폐하, 하오나…….”
 “나는 분기를 다스려 마음을 올바로 돌리기로 했소. 헌원은 악질이지만, 그래도 동족이오. 헌원의 군사들 대부분도 그렇고. 더구나 성안에 살고 있는 아무 죄도 없는 같은 민족을 살육할 수는 더욱 없는 일이 아니겠소. 더 이상 동족의 피를 보고 싶지 않으오. 하여, 군사를 물리기로 작정한 것이오.”
 소호가 아뢰었다.
 “천왕폐하, 이쯤해서 헌원은 정신을 차렸을 것이옵니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면, 헌원은 자청하여 공물을 싣고 와, 폐하께 용서를 빌 터이옵니다.”
 “짐도 그때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오.”
 치우천왕이 막 등을 돌리려는 찰나였다. 탁록성 성문 앞에 뽀얀 먼지가 일고 있었다. 말을 탄 한 무리의 사람들이 배달군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헌원의 군사들이 백기를 들고 투항해 오고 있었던 것이다.
 치우비는 치우천왕에게 주위를 환기시켰다.
 “천왕폐하, 저들의 항복은 분명 헌원의 계략일 것이옵니다.”
 “계략?”
 “일단의 투항자들은 헌원의 첩자들일 것이라는 말씀이옵니다.”
 “전혀 배제할 수 없는 일은 아니오. 저 서토의 헌원은 그 만큼 간교한 인간인 줄 내 이미 알고 있소. 하지만 아무려면 어때요. 치우비 장군, 사람을, 그것도 동족을 믿는다는 게 무슨 잘못이겠소.”
 “천왕폐하, 만약 저들이 헌원의 밀명을 띠고 배달국에 와, 어떤 농간을 부린다면 어떻게 하옵니까…….”
 “나는 언제나 종주국의 천왕답게 처신해야 돼요. 나는 가급적 피를 덜 흘리고 제후국들을 모두 통일할 거요. 반대 세력이나 불만 세력에 사사건건 의심하고 탄압을 하여서는 안 될 일이오. 그것은 도처에 그런 사람들을 더욱 양산할 따름이 아니겠소. 그러다 보면 필시 그들도 놓치고, 내 자신도 잃을 터이오. 나는 아무 조건 없이 저들을 받아들일 것이오.”
 치우비는 치우천왕의 도량에 다시 한 번 고개가 숙여졌다.
 “소장의 어리석음을 꾸짖으소서. 헌원도 사람인 이상, 언젠가 천왕폐하의 깊은 뜻을 알 때가 있을 것이옵니다.”
 “그때가 돼야, 헌원은 나를, 자신의 진정한 왕으로 믿고 따를 게요.”
 “천왕폐하, 정말로 그러하옵니다.”
 치우천왕은 잠시 잃었던 회대지역과 강소성, 그리고 유옹성을 재 접수했다. 그곳의 성을 개축하고, 필요한 곳에는 성을 더 쌓았다.
 
■ 방영주 소설가·시인 약력
 
<월간문학> 소설 당선, 소설집 <거북과 통나무> <내사랑 바우덕이> <카지노 가는 길>, 장편소설 <무따래기>(상·하권) <우리들의 천국> <카론의 연가> <국화의 반란> <돌고지 연가> <대무신왕> 등, 한국소설가협회 중앙위원(연락처 ☎ 011-227-0874, 주소: 450-760 경기도 평택시 평남로 281 삼성(아) 105동 805호, 이메일:
youngju-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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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천국의 별(13회) - 방영주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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