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7(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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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영주(왼쪽 사진) 소설가의 중편소설 <천국의 별>이 약 6개월에 걸쳐 연재됩니다. <천국의 별>은 배달국 치우천왕의 이야기로, 치우천왕이 동북아를 평정하는 가슴 벅찬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독자, 시민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편집자 말>
 
■ <중편소설> 천국의 별(10회)
 
 대효는 대뜸 화부터 벌컥 내며,
 “당신들의 헌원 같은 희대의 패륜아가 아닌 다음에야, 내가 어찌 감히 어버이국이며 종주국인, 배달국을 치자는 데 동조할 수가 있겠느냐”
 그렇게,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사신들은 얼굴만 붉어져서 창힐에게로 갔다. 창힐도 마찬가지였다. 사신들은 헌원에게 돌아가 이 사실을 보고했다.
 헌원은 씹어뱉듯 말했다.
 “개 같은 종자들…….”
 헌원은 온몸을 떨며 이를 빠득, 갈며 덧붙였다.
 “차제에 아예, 그들도 없애 버릴 것이다.”
 헌원은 대효·창힐과 몇 차례 싸웠다. 그러나 모두가 막상막하였다. 대효와 창힐은 나중에 연합 세력을 구축하여 저항하였다. 여기에 배달국의 원군까지 가세한다면 더욱 어려운 상황으로 치닫고 말 터였다. 헌원은 괜한 소모전이라 생각되었다. 그는 계산을 달리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종주국인 배달국만 차지하면, 그들 나라도 자연히 자신의 속국이 되는 거였다. 헌원은 호랑이굴로 직접 뛰어들기로 하였다. 그는 드디어 배달국으로 창칼을 돌렸다.
 그래도 여기까지는 동이족들끼리의 전쟁이었지, 중국의 소위 ‘한족(漢族)’이 낀 싸움은 아니었다. 한족이라는 어원이 불분명하고, 의미마저 모호한 명칭은, 아주 훨씬 뒤에 생긴 거였다. 바꿔 말해, 그들 종족은 아직 중원 땅에 태동하지도 않은 세력이었다. 그때만 해도 중원은 어디까지나, 동이족의 중요한 활동 무대였고, 배달국 제후의 땅이었을 뿐이다.
 치우천왕은 기왕에 천하를 평정하고자 작심하고 있었던 사람이 아니던가. 또한 그것이 거의 성취되어 가고 있었던 터이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유망이 유배되다시피 한, 그것도 이미 평정한 탁록 지역에서, 헌원의 강력한 도전을 받게 되는 거였다. 치우천왕은 제후국을 너무 안이하게 방치했던 자신의 실수에 대해 깊이 반성했다. 동시에 헌원의 배은망덕한 행위에 대해 치를 떨었다. 치우천왕은 이번 기회에 헌원 같은 무리는 어디에서건 아주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결심을 굳혔다. 치우천왕은 이 문제에 대해 어전회의를 열었다. 그리고 연속하여 군사회의도 직접 주관했다. 병관과 장군급들만 참석한 자리였다. 병관 치우와 치우비를 필두로, 본시 신선도인이었던 거야(鉅野)·비렴(蜚廉)·빙이(氷夷), 그리고 신농씨의 후손에서 발탁되었던 회록(回祿) 등이 참석했다. 그들은 신기한 도술과 전법을 함께 자유자재로 사용할 줄 아는 인물이었다. 그들은 또한 유망을 치는데 지대한 공을 세워, 치우천왕의 신망을 한 몸에 받는 이들이기도 하였다.
 치우천왕은 장중을 둘러보며 말했다.
 “아직도 짐의 소명만을 기다리고 있는 소호를, 헌원군 토벌의 상장군으로 발탁하고자 하는데, 그대들의 의견은 어떻소?”
 치우비가 한 손을 가슴에 얹고 허리를 굽혔다.
 “소호는 자신의 군왕을 한 번 배반한 자이옵니다. 그가 만약 어떤 상황에서 배달국에 등을 돌릴 시에, 우리 군사들은 결국 어떻게 되겠사옵니까. 장차 중차대한 문제가 연이어 발생할 수도 있을 터이옵니다. 천왕폐하, 소장의 충언을 심사숙고하여 주옵소서.”
 치우천왕은 낯을 찡그렸다. 치우천왕은 치우비의 마음을 꿰뚫어 읽고 있었다. 치우비는 지금 자신의 위치가 뜬금없이 나타난 자에게 옮겨감을 시기하고 있는 거였다. 치우천왕은 조카를 너무 과대평가한 것이 아닌가 싶었다.
 치우천왕의 목소리는 다소 높아졌다.
 “헌원이 어떻게 소호의 군왕이 될 수 있겠소. 더구나 소호는 헌원으로 인해, 자신의 꿈이 좌절되고, 목숨을 건 탈출을 감행한 사람이 아니오.”
 치우비는 눈치가 없었다.
 “소호는 헌원의 먼 일가이기도 하옵니다.”
 “그렇게 따지면, 우리들 모두 마찬가지가 아니오.”
 “천왕폐하, 부디 통촉하여 주옵소서.”
 치우비는 쉽게 물러나지 않았다. 치우천왕은 마음을 돌렸다. 치우비는 어쩌면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치우비는 한때 배달국을 위해 소호와 목숨을 내놓고 전쟁을 치른 사람이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지금의 치우비와 같은 심정에 처해 있을 터였다. 하지만 전쟁에 임하는 자가, 자신의 공이나 자신만을 위한 명분에 너무 치우치다 보면, 치명적인 화를 자초할 수도 있었다. 그것이 우려될 뿐이었다.
 치우천왕의 음성은 부드럽게 바뀌었다.
 “치우비 장군, 잘 생각해 보오. 우리는 모두 같은 종족이오. 헌데 유망이나 헌원 같은 반역자들 때문에, 이 모양새가 되었소. 소호는 헌원에 원한이 아주 많은 사람이오. 뿐만이 아니라, 소호는 누구보다도 유웅국의 군사기밀과 서토의 지리를 잘 알고 있어요. 소호는 분명 우리에게 큰 득을 줄 수 있는 사람이지요. 장군은 아직도 짐이 하는 말을 못 알아듣겠소.”
 치우비도 이쯤에서 생각을 바꾸고 있었다. 자신은 신선도를 수련했고, 누구보다도 백부인 치우천왕을 존경하는 사람이었다. 소호를 은근히 비난하며 자리싸움이나 할 게 아니라, 헌원과의 전투에서 큰 공을 세워, 치우천왕이 자신에 대한 평가를 다시 해주기만을 고대하는 수밖에 없었다.
 치우비는 허리를 더욱 굽혔다.
 “천왕폐하, 소장의 어리석음을 한껏 꾸짖어 주시옵소서.”
 치우천왕은 끝을 맺었다.
 “짐은 장차 헌원군을 평정하는 데 소호를 상장군, 치우비를 우장군, 거야(鉅野)를 좌장군에 임명할 것이오. 그대들은 모두 힘을 합하여 배달국의 위엄을 회복하는 데 최선을 다해 주기 바라오.”
 병관 치우와 치우비를 포함한 장군들은 일제히 머리를 조아렸다.
 “천왕폐하, 분부 받들어 거행하겠나이다.”
 “좋소. 그만 들 물러가오.”
 치우천왕은 용상에서 몸을 일으켰다. 심란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찾아가고 싶은 곳이 있었다. 치우천왕은 왕실을 나갔다. 어느덧 날이 저물어 가고 있었다. 어디선가 피리 소리가 들려 왔다. 누가 부는지 아주 잘 분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귀에 많이 익은 가락이었다. 치우천왕은, 각종 꽃들이 제 자태를 뽐내며 만개한 정원을 거쳐, 내전으로 향하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우리들은 태시부터 음악으로 이 세상이 열렸다고 생각하는 종족이었지. 아마도 팔여(八呂)의 음률이 아니었던가? 그래, 그랬지! 따라서 우리들은 누구나 음악을 배우고자 마음먹고, 조금만 연습하면, 저런 소리가 자연스럽게 흘러나올 터이지. 하여 천성이 저 맑은 하늘처럼 착한 지도 모를 일이야.”
 치우천왕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주억거렸다.
 “암, 그렇고말고.”
 치우천왕은 요람에라도 든 듯 마음이 편안해졌다. 치우천왕은 잠시 걸음을 멈추고, 귀를 기우려, 피리 소리의 출처를 찾았다. 다름 아닌, 자신이 찾아가고 있는 내전에서였다. 치우천왕은 내전으로 걸음을 빨리 했다. 내전 앞 정원의 가장 큰 바위에, 한 여자가 걸터앉아 있었다. 예상했던 대로 황후였다. 황후는 본시 웅씨족의 여자였다. 환웅천왕 때부터의 배달국 관례에 따라, 치우천왕의 장자 치액특은, 웅씨족에 가서 잠시 비왕의 임무를 맡고 있었다. 장자는 치우천왕이 입적하면 그 뒤를 이을 터였다.
 
■ 방영주 소설가·시인 약력
 
<월간문학> 소설 당선, 소설집 <거북과 통나무> <내사랑 바우덕이> <카지노 가는 길>, 장편소설 <무따래기>(상·하권) <우리들의 천국> <카론의 연가> <국화의 반란> <돌고지 연가> <대무신왕> 등, 한국소설가협회 중앙위원(연락처 ☎ 011-227-0874, 주소: 450-760 경기도 평택시 평남로 281 삼성(아) 105동 805호, 이메일: youngju-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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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천국의 별(10회) - 방영주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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