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01(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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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하식(한광고 교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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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민대례당을 보고 저녁을 든 뒤 상가를 겸한 민속거리를 찾았다. <중경홍애동(重慶洪崖洞)> 민속풍모구 옛 거리. 글자 그대로 이중 경사를 맞은 벼랑에 큰물이 흐르는 동굴을 세웠다. 가릉강이 바라다 보이는 곳에 산을 등지고 전통파유 12경 가운데 하나를 잘 활용했다는 설명이다. 신기하게도 뒷길 창백로는 길 위에 길이 놓인 형태. 중경 3,000년의 역사를 농축함으로써 독특한 건축문화, 전통적 부두문화를 특색 있게 꾸몄다. 균형미가 돋보인 짜임새. 인공폭포를 만들고 테마정원을 가꿔 잔뜩 성형을 감행했으나 정작 붐벼야할 상가(12층 규모)는 절반 이상 문을 닫은 채였다. 볼일을 보러 간 화장실이 으스스할 만치. 거기서 한식 코너를 보니 반가웠다. 다음 행차는 <양강유람선> 승선. 유유히 흐르는 강변의 야경을 보기 위해서였다. 유사 이래 중경의 문호였던 조천문(朝天門) 부둣가. 17개나 되는 성문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곳이 조천문이란다. 2,300년의 역사를 지닌 고대 파국(巴國)시대로부터 명청시대에 이르기까지 군사적 요충지였고 발달한 해안무역기지였다는데 정작 중경의 밤풍경은 허접했다. 이를 어찌 감히 상해나 홍콩에 비하랴. 알고 보니 지방정부에서 서로 경쟁하듯 고층아파트를 지어대는 바람에 텅 빈 건물이 암흑세상을 초래하고 말았다. 가릉강을 비롯한 800개의 지류를 모은 장강줄기는 도도하건만 추억을 간직할 만한 공간도 여백도 발견할 수 없었다. 그나마 기억에 남는 글자는 陽光100國際新城(양광100국제신성)’ 정도. 물론 한자는 간체자이다. 배에서 내려 장강삼협으로 떠나는 지점을 벗어나는 길. 선착장까지 운행하는 케이블카는 오늘따라 운행을 멈췄고 강가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뜨뜻미지근했다. 숙소는 비좁은 그리트호텔. 간이침대에서 셋이서 오붓이 숙면을 취했다. 내일 떠오를 해돋이를 기대하며…….
 
 주일 아침 일찍이 감사예배를 드렸다. 수돗물로 끓인 커피치고는 구수한 맛. 그렇다면 중경이란 도시기반은 긴요한 얼개를 갖춘 셈이다. 양자강을 굽어보며 움직이는 길. 듣고 보니 장강(長江)은 중국인들이 부르는 명칭이었다. 가이드에 따르면 양자강은 장강의 일부로 영국인이 긴 강의 이름을 물어봤을 때 마침 양자마을 앞을 흐르는 양자강을 지나고 있어 중국인이 양자강이라고 답변했는데, 영국인 선장은 강 전체의 이름을 양자강이라고 착각한 데서 유래했다는 게다. 양자강에 서식하는 칠갑상어는 불과 200여 마리 남은 멸종위기종. 노출된 뭇 식도락가의 식탐에 하소연하지만 별무성과란다. 새삼 이곳을 강타한 지진의 원인이 도마 위에 올랐다. 그 유물을 긁어모아 2000.9.27. 중국중경삼협박물관(重庆中国三峡博物馆)을 이처럼 번듯하게 지어올린 터. 박물관 건립은 삼협지역과 중경지역문화재의 표본 보호 및 과학연구의 일환이자 사회주의 문화교육의 공익사업이었다. 즉 삼협박물관은 전 세계가 주목한 삼협수리(水利) 주요공정의 산물. 이른바 삼협공정으로 수몰된 1,087건 중 752곳이 중경지역이었다. 그 가운데 지상 문화재가 364, 지하 문화재가 723건이었다. 1997년 이래 전국 68개 연구소는 중경에서 발굴계획을 수립하고 진귀한 문화재와 표본들을 얻었다. 특히 장비묘와 석보채보호 등 수많은 진전을 이뤄낸 일도 삼협문화재를 보존하라는 민중의 요구에 의한 거였다. 그로부터 삼협지역 문화재에 대한 지속적인 정리, 과학적인 보관, 심층 연구 및 전시를 위해 전시실, 소장고, 사회교육실, 과학연구와 행정 사무실, 종합서비스구역, 그밖에 휴게실 등 6개 권역으로 나눠놓았다.
 
 1층에서는 각종 액세서리를 비롯해 작품을 판매했다. 한화 2,000만원을 호가하는 그림이 있다지만 내게는 관심 밖이다. 가장 인상에 남은 곳은 화장실. 기존에 박힌 중국의 뒷간과는 개념이 달랐다. 2층은 여느 박물관처럼 인류가 걸어온 시대를 나열했고, 3층 화폐실에는 당대 구매력에 기준을 맞춰 가치를 알아보기 좋았다. 눈이 번쩍 뜨인 건 청대 수표. 그 시절 어음을 쓰다니 놀라웠다. 다양한 부채의 변천과 화려한 화폭도 눈여겨봤다. 그 맞은편에서는 필리핀 기획전이 열리고 있었다. 역사를 전공한 아들의 촌평인즉 전반적으로 한국의 박물관보다 코디네이터의 안목이 앞섰단다. 그래서 가이드가 꼽는 중국 여행의 3대 필수코스는 만리장성, 티베트, 양자강. 그 중 티베트는 경치와 문화를 꼽는다는데, 단 기차를 이용할 경우 며칠 밤낮 지루하고 따분한 풍경에 지칠 거라고 귀띔했다. 어쨌든 세계 최고도(해발 4,004m)의 라싸공항에 발을 내딛기만 해도 나의 좁다란 지평은 성큼 넓어질 성싶다. 이때 가이드가 낸 돌발 퀴즈. 중국의 3대 문호는 이백(李白), 두보(杜甫)와 더불어 굴원(屈原)이요, 불교와 도교의 차이는 출세(出世)와 입세(入世)란다. 전자는 집을 나가고 후자는 신선이 된다는 얘기인데 그도 그럴 것이 기독교를 교묘히 모방한 종교가 도교다. 특히 노자가 던진 절장(節葬)의 가르침은 현대인들이 본받을 핵심이다. 어쨌거나 삼협댐 건설로 인해 무려 300만 명이 이주했고, 20개 도시가 없어졌단다. 배를 타고 4시간이 걸릴 만큼 넓다(길이 2,200km, 총면적 632)니 이네들과 크기를 갖고 대결하는 일은 부질없는 노릇이다. 역사(役事)가 너무 컸기에 대지진을 불러왔다고 눈총을 받는 댐. 원래는 홍수방지가 목적이었으되 8군데나 군대를 주둔시키는 걸로 봐서는 안보 차원의 고려도 있은 듯싶다.
 
다음호(331)에서는 중국 탐방기마지막회 임시정부 궤적이 이어집니다. 독자, 시민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조하식 수필가 프로필
 
<월간에세이>를 거쳐 <한맥문학>을 통해 수필가로 등단. 본보에 6년째 '세상사는 이야기'를 연재하고 있으며, 신앙산문집<주님과 동행한 오솔길>, <생각만큼 보이는 세상>을 펴냄. (홈페이지 http://johs.wo.to/, 이메일: johas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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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 중국 탐방기, 조천문 부둣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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