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7(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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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하식(한광고 교사, 수필가)

 
  중화인민공화국 퇴역 군인의 대우도 요즘은 별 것 아니란다. 별자리보다 더 높은 자리가 서기(書記)라는 건 일반상식인데다 갈수록 군부의 영향력이 줄어드는 건 문명국가의 진일보한 행보이기에 반색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다만 종교에 민중이 빠져드는 움직임에 대하여는 단호한 입장. 여차하면 세력화를 우려하는 당국의 조치일 텐데 일단 신도수가 1억을 넘으면 경계에서 해체의 수순을 밟는다고 했다. 단 기존 고등종교의 경우에는 예외를 인정한다. 기독교, 천주교, 불교 등이 국가 전복을 노리는 예가 역사상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바로 이 점이 중국의 균형 감각이요 힘이라면 힘일 것이다. 이성에 근거한 정치적 메커니즘이 작동한다는 증거이기도 하고. 물론 당 우위의 방침이 조만간 바뀌지는 않을 것 같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볼멘소리는 다른 데 있었다. 연변을 둘러싼 지방들이 못 사는 건 다분히 통치권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한 탓이라는데, 일견 석유, 석탄, 목재 등의 자원을 쏟아내는 곳에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 바는 몹시 의아하지만 술수든 전략이든 통치의 일환으로 이해할 부분이랬다. 그나저나 그런대로 풍경을 뒷받침한다고 추어주던 길가의 집들이 죄다 비었다는 사실은 꽤나 기형적이다. 까닭인즉 교통이 편리한 곳으로 이주시킨 뒤 마냥 방치해둔 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문 밖에 비치는 풍경은 한국보다 낫다. 차창 밖 풍치만치 어느 공항에서든 한중일 삼국의 국민을 가리는 건 간단하단다. 한국인은 앞질러가고 중국인은 흩어지고 일본인은 줄을 선단다. 그러나 우리네 빨리빨리 문화는 고도성장을 가져온 원동력. 갈고 닦으면 활용할 여지가 충분하다는 게 필자의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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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골길을 돌고 돌아 들어간 곳. 천태산(天台山) <오룡사(五龍寺)>는 볼 만했고, 민속촌 <천룡둔보(天龍屯堡)마을>은 보잘 게 없었다. 주변을 살피니 주로 수수와 옥수수를 심었다. 심심찮게 작은 대파와 해바라기도 눈에 띄었다. 명나라 주원장(朱元璋)의 후손들이 600년 동안 모여 사는 마을. 운남성(云南省)을 수복할 때 군대를 주둔시키며 줄곧 살아온 터였다. 창문이 작다란 게 가옥들의 특징. 여기가 중국을 통일한 주원장이 적군을 무찌르던 전장(戰場)이라니 달리 뵌다. 그 꼭대기에 근사한 성채가 있었다. 첫 관문은 지극히 중화적인 ‘천중지천(天中之天)’ 문. 선선한 기후 덕에 어려운 줄 모르고 올라갔다. 성곽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은 빼어났다. 가파른 산세를 등에 업은 숲길. 밭뙈기를 감싸 안은 품이 세계 어느 경관에 비한들 뒤지랴. 잘 잡힌 전체 구도. 자꾸만 유럽을 들먹이는 데는 마을마다 풍광을 만들어가는 그들의 제도가 부러워서다. 선진 유럽 국가에서는 건물을 신축하거나 증개축할 때 반드시 동네 사람들의 심의를 거친다고 들었다. 슬프게도 이미 삼위일체 하나님을 믿는 구원의 개념은 사라졌지만 남아있는 기독교세계관으로도 사회 전반에서 합리적 판단을 앞세우는 건 오롯이 배울 점이다. 한국의 기독교는 어떠한가? 알파와 오메가인 세계관은 고사하고 윤리도덕의 가치관마저 일정 궤도에 오르기도 전 지레 화려한 외식에 매달린 채 본질을 훼손해버리다니 안타까울 뿐이다. 아니 애처롭기 그지없다. 종교 지도자의 타락이 신도의 수준을 결정하는 원리를 고려하면 자못 서글프기까지 하다. 시간적 여유가 있어 입구의 민속마을을 돌아보려니 35위안을 달란다. 한화 7,000원이라면 터무니없다. 부녀들의 복장이며 머리 모양이 색다르고 전쟁과 일상을 겸비한 민가를 깊숙이 들여다보지는 못했으나 명나라 초기 동전무늬를 띈 흔적은 빤히 확인할 수 있었다. 어귀에서 문 닫힌 중학교를 본 것도 소득이었다.
  
 
  서민가에 늘어선 연립주택. 이동로는 출발할 때와 역순이었다. 도착한 날 저녁을 먹은 데서 이른 점심을 들었다. 달라진 건 깨끗해진 화장실. 그러나 중간에 들른 측간은 역시나 지저분했다. ‘전국녹화모범성시’란 팻말. 어느 나라나 삼림녹화는 지상과제인가보다. 이 분야에서 한국은 세계의 모델국가로 정평이 나있다. 중경에 진입할 즈음 주유소에 들렀다. 휘발유는 한화 1,600원, 경유는 1,400원이니 결코 싼 편이 아니다. 거기서 눈에 들어온 문구가 있었다. ‘祝福祖國’ 축복조국이라니 어딜 가나 복 받기를 빌고 천국가기를 소망하는 양은 매일반이렷다. 안타깝게도 그 길이 따로 정해져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극히 드물다. 바로 앞에 지상철(지하 겸용)이 다녔다. 궤도열차 때문에 모노레일을 바라보는 시각은 예전 같지 않지만 그렇다고 예사롭지는 않다. 정교한 보도블록. 치리자의 의중을 반영한 듯 조화로웠다. 중국의 한 도시가 이렇거늘 우리네는 청와대 앞길마저 여의치 않다는 건 치부에 속한다. 내심 조잡한 느낌마저 드는 데도 있었다. 노면이 매끄럽고 세련된 도시 외양이 어찌 하루아침에 이루어졌으랴. 끝내 정치적 야심을 소화하지 못하고 좌초한 보시라이의 사연이야 어찌 됐든 그가 남긴 업적만큼은 적실히 각인된 터다. 여기서는 기차를 화차(火車), 자동차를 기차(汽車), 고속열차를 쾌속열차, 자전거를 자행차(自行車), 오토바이를 모터바이, 컴퓨터를 전뇌, 휴대폰을 이동전화라 부른단다. 얼마 전 북한을 다녀왔다는 가이드에게서 듣기에도 민망한 전구(불알)시리즈가 나왔다. 그의 미흡한 문화어(북한의 표준어)를 냉큼 보완했다. 형광등은 긴불알, 가로등은 선불알, 샹들리에는 떼불알, 초크전구는 씨불알이라 부른다는 내 말에 다들 파안대소했다.
 
※ 다음호(330호)에서는 ‘중국 탐방기’ 7회 - 조천문 부둣가가 이어집니다. 독자, 시민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 조하식 수필가 프로필
 
<월간에세이>를 거쳐 <한맥문학>을 통해 수필가로 등단. 본보에 6년째 '세상사는 이야기'를 연재하고 있으며, 신앙산문집<주님과 동행한 오솔길>, <생각만큼 보이는 세상>을 펴냄. (홈페이지
http://johs.wo.to/, 이메일: johas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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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 중국 탐방기, 천태산 오룡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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