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7(토)
 



권혁재 시인

막교대 철야를 마치고 돌아와
아내가 남기고 간 찬밥을 먹는다
아내의 고단한 체취가
개수대에 걸린 밥알 같이
퉁퉁 부어오르는 신새벽
작은 눈이 내린다
눈이 내리는 만큼이나 기대했던 형편은
아이들이 자라는 속도보다 느려
번듯하게 좀체 피지를 못한 채
밀린 공과금, 밀린 잠으로 쏟아진다
내 작아지는 가슴 위로
작은 눈이 내린다
앞으로 차츰 큰 눈이 내리고
추위도 살벌하게 닥쳐올텐데,
저녁 막교대를 위해 나는 다시
한잠을 붙인다
아내가 남기고 간 찬밥 위로
작은 눈이 쨍하게 내린다

■ 작가 프로필
 
 평택에서 태어났고, 단국대학교 국문학과와 동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200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시집으로는 <투명인간> <잠의 나이테> <아침이 오기 전에> <귀족노동자>가 있고, 2009년 '단국대학교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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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풍경] 소설小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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