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02(목)
 

이장현(평택대학교 아동청소년복지학과 교수)

 최근 청소년 자살이 일상에 만연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OECD 국가 중 한국이 유일하게 자살률이 증가하고 있다. 삶의 의미와 가치를 발견하기도 전에 인생을 마감하는 청소년 자살은 발생빈도와 상관없이 삶을 포기하는 자해행위라는 점에서 적극적인 개입이 요구된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지 반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유가족 및 지원 대책은 미흡하다.

 사랑하는 가족이 갑자기 떠난다면 어떨까? 사랑하지 않는다 해도 함께 하던 사람이 영원히 볼 수 없는 곳으로 갔다는 사실은 남은 사람에게 많은 허전함과 아쉬움을 줄 것인데 가버린 사람이 혹 청소년이라면 마음의 상처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사실 준비된 이별을 맞이할 때는 살아있는 생명이라면 누구를 막론하고 가는 길이기에 당연 시 받아들일 수 있다. 이때에는 주변의 위로와 보살핌을 받을 수도 있고 안타까움이 있으나 스스로에게 부여되는 상실감만 극복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연사나 병으로 맞이하게 되는 이별은 가는 길이 평안하기만 하다면 그것으로 유가족에게 작은 위로를 남겨주어 잘 견딜 수 있게 된다.

 다른 사망의 형태로 사고인 경우는 전의 사정과는 달리 더 애통한 일이지만 이 모든 것은 모두 불가항력에 의한 것이기에 수긍하기가 쉽고 심리적인 부담감은 덜어질 수 있다. 그러나 스스로 목숨을 버린 경우라면 사정이 달라진다. 그리고 앞서 말한 것처럼 아직 보호 받아야 할 청소년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자살이라는 가장 공격적이고 단정적인 사건이 생기는 원인의 경우는 다양하겠으나 결과는 한 가지이다. 남은 유가족이 병들게 된다는 것이다. 유가족은 못다 한 사랑과 바람막이가 되어주지 못한 것에 대한 죄책감과 자괴감으로 자신과 가정이 붕괴의 위기에 처해지게 된다. 또 나아가 사건의 책임을 가정에 돌리게 되는 사회의 곱지 않은 시선이 남은 가족들을 문제 가정으로 만들어 버리게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자살에 의해 가족을 잃은 사람들은 그 상처가 극단에 처하는 경우와 같기 때문에 자연적인 치유는 쉽지 않다. 이런 경우의 사람들은 대개가 스스로 헤어나 바로서기를 원하기보다 자신을 더 힘든 상황에 처하게 만들고 자학하게 되는 것이 일반이다. 가족이면서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사실이 그들의 발목을 잡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일부 그들을 이해하고 도와주려는 사람들이 있다 해도 그들의 관심은 일시적이며 지속적이지 않고 전문적이지 않아 상처를 덧나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들의 상처를 간과할 수 없는 까닭은 우리가 인간으로 함께 살아가기 때문이다. 타인의 아픔을 돌보지 않는다면 그 아픔은 결국 우리의 것으로 되돌아 올 뿐만 아니라 마치 감기가 전염되듯 전염되어 갈 것이기 때문이다. 불행의 전염은 사회 공동체에 부정적으로 지대한 영향을 줄 것이며 건강한 삶을 살기 원하는 모든 사람들의 꿈을 잃어버리게 만드는 일이 될 것이다.

 방송의 보도처럼 어린 자녀를 먼저 보낸 엄마의 한 맺힌 절규를 들으면서 나의 일이 아니라는 이유로 관심을 두지 않고 덮어두는 것이 최선이라고 여겨서는 안 될 일이다. 그들에게 모든 책임을 돌리는 사회가 되어서는 안 된다. 아파도 아프다고 내색하지 못한 채 마치 죄인 인양 살아갈 수밖에 없도록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들이 죄책감을 벗어버리고 온전히 살아가려면 구체적이고 지속적인 도움이 사회적인 차원에서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몇 가지 언급하고자 한다.

 첫째, 자살자 유가족은 이전에 이를 경험해 본 바가 없기 때문에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이를 지원 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 즉, 관련 기관에 코디네이터 배치가 필요하다. 유가족의 욕구를 분석하고 그들에게 필요한 사회적 자원을 연결해 줄 수 있는 전문적 능력을 갖춘 전문가 배치가 필요하다. 전문가는 지역사회 내에 존재하는 자원을 정확히 파악하여 이들에게 연결해 주는 안내자, 조력자, 사회치료자의 역할을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이에 대한 교육도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1년의 집단 상담을 통한 육성 보다는 보다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그리고 자격을 갖춘 상담사 육성이 필요하다.

 둘째, 유가족의 자존감 회복을 위한 실질적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이는 또 다른 자살을 예방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보통 자살자 유가족은 부정적 심리가 강해 회복 프로그램에 자발적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경우가 드물다. 상처를 다시 반복해야 하는 거부감과 죽은 자에 대한 죄책감으로 인해 참여가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를 고려한 조치가 필요하다. 심신적 문제만이 아니라 경제적, 법적, 교육적 문제에도 도움을 줄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 및 시행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직접 참여가 불가능한 사람을 위한 매뉴얼의 제작 보급도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이제 우리 사회는 더 성숙해져야만 한다. 앞으로 더 많은 사건사고를 접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만 사회 공동체의 한사람으로 긍정적이고 보다 따뜻한 마음으로 세상을 보는 관점을 가져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어가야 하겠다.

★자치돌이★ 기자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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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청소년자살 이후, 남은 유가족의 지원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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