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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사는 이야기] 초로의 무거운 기억들 ‘소환한 과거의 관계’ (3회)
    매서운 한겨울에 이어 찾아온 봄날이어서 대지에 스며든 냉기마저 아직 가시지 않았거늘 기실 아직도 곁을 떠나지 못하는 육친의 한기는 어쩔 수 없는 혈연의 징표일 터다. 얼마 전 그리고 며칠 전 손아래 핏줄 둘이서 병영으로 향하던 그 날, 우리는 그 흔해 빠진 가슴팍 한 번 제대로 비벼대지 못한 채 뻘쭘하게 헤어지고 말았지. 단 한마디 건넬 낱말조차 동나버린 채 도통 말문을 열지 못했어. 이를테면 ‘어쨌든 자네는 이제 대한민국의 어엿한 국군이라네’라든가, ‘당분간은 교정에서 즐겨온 나약한 찌꺼기들과 싸워야 할 거야’라든지, 하다못해 하루빨리 한낱 형식에 그친 충성 구호를 굳센 조국 수호의 신념으로 승화하라는 둥, 아주 근사한 아울러 퍽 약삭빠른 상황론이라도 발동해 국민의 4대 의무 중 하나를 과감히 떨쳐버리길 바란다는 정도의 메시지는 나왔어야 했는데 말이야. 물론 바람대로 원만한 일 처리는 어려울 테니 어차피 끌려가기 싫은 길임을 위로하는 형태로 적당히 얼버무려야 했거든! 슬그머니 자네들과 깨어진 관계를 뼈아프게 여기는 것도 실은 그래서라네. 재기발랄한 빛돌이와 똘똘이! 뒤늦게나마 이렇게라도 한번 불러보고 싶었네. 이제야 털어놓네만 나는 아우들을 무척이나 아꼈다네. 믿거나 말거나 형제라는 연줄로 만나 밤새껏 고통하면 할수록 이른 아침 거울에 비친 나의 낯빛이 볼썽사납게 일그러져 있었으니 말일세. 그도 그럴 게 자네들이 두고 간 공책을 펼칠 때면 행간에서 늘상 못다한 얘기들이 들려오는 듯했다네. 언젠가 어느 농막에 머물며 나무토막에 걸터앉아 밤 깊은 줄 모르고 나누던 우리의 젊음은 비록 유치찬란했지만 꽤나 정겨운 거였지. 치열한 대화가 차츰 열악한 가정경제로 옮겨가면서 그간의 갈등이 거대한 명제 앞에 멈춰 서버리곤 했어. 순간 공허한 위선이 얄팍한 뇌리를 배회했고, 저 멀리 흩어져있던 사료(思料)의 편린들이 하나둘 벗겨지기 시작했거든. 미처 사랑을 예비하지 못한 못난 나 자신을 모질게 질책했지. 곧바로 터뜨린 서로의 쌍방적 단죄로 인해 다들 한없이 왜소한 몰골이 되어 스스로 주눅이 들곤 했었어. 아무리 그렇더라도 그건 분명 버르장머리없는 짓이랬잖아. 매우 뿔나고 충격적인 일로부터 한참이 지난 뒤에야 송두리째 잃었던, 아니 뜻도 모를 넋두리들을 목적 없이 추스르고 있었으니까. 우리가 더 허약해진 소이(所以)는 비단 그뿐만이 아니었어. 서툴게 빚어낸 껄끄러운 정서라면 이건 관용을 숫제 유희 따위로 추락시킨 참이야. 차라리 정죄의 능선을 넘어선 죄악의 범주라며 격하게 흥분했거든? 일단은 그걸 “화려한 사랑의 고요한 근원에 대한 소고(小考)”라고 마감했으되 고스란히 남겨놓은 묵직한 과제였고 짙은 유산이었어. 뒤돌아보니 언뜻 혼돈과 방황의 지점이었으니 한편으론 봐줄 만한 소행이었지. 거푸 저주와 불행을 토로하던 시공에서 타협점을 찾으려 시도한 대적이었던 것 같아. 그렇게 한참 미궁을 헤매다가 급기야 언성이 높아져 한 가닥 남은 우애마저 한순간에 혼탁해진 걸 그냥 내버려 둔 거야. 우린 결국 서둘러 핏기없는 건배와 협력하고 말았지. 어리석게도 그 증거들을 깡그리 인멸해버린 거야. 설마하니 그때 우리네 근본을 사춘기처럼 세상 풍정(風情)에 구토하듯 죄다 포기한 건 아니었겠지? 아직 우리 앙상한 가슴에 고귀한 한 줄기 빛이 사라지지 않았기에 되뇌는 말이야. 어차피 야멸찬 세파에 지쳐 세정(世井)이 메말라갈수록 외려 그 탐욕 위에 탕진할 삶을 애써 축적한다면 더는 소망은 없는 거잖아. 적어도 알면서 범하는 오만의 오차라도 최소한 줄여보자는 게 나의 지론이거든! 왜 사람들은 조건들에 얽매어 마냥 유랑을 거듭할까? 조금만 자신을 깊숙이 인식했던들 덜 중요한 요인들에 훨씬 초연할 수 있을 텐데 말야. 엽서 한 장에 녹여내는 시공은 어쩌면 가장 수더분한 현장인지도 몰라. 내 속에 있는 또 다른 나를 얼마만큼 지켜내느냐에 초점을 맞추지 말고, 정녕 타인을 위해 배려하는 마음을 먹는다면 더 큰 보람과 자긍을 느낄 거야. 너무 교과서적인 전언이었다면 그대로 풋풋한 사려쯤으로 이해해 주게나. 곧 영내에서 닦은 응결된 멋을 보고 싶으이. 부디 쓰디쓴 표정에 담긴 비생산적인 언어가 아닌 서로를 껴안고 포용하는 원숙한 남성에 관해 논해보세나. 지난날 이 형이 고향에 싣고 왔던 군대 문화를 저울질하거나 지레 미숙한 육신의 산고였다며 짐짓 생색내지는 말고! 아우들아, 이제라도 우리 한번 한껏 포효하며 어둡고 궁벽진 땅 위에서 맑고 밝은 빛살을 맘껏 뿌리며 살아갈 수는 없을까? ■ 프로필 - 고교생에게 국어와 문학을 가르치며 ‘수필집·시조집·기행집’ 등을 펴냈습니다. - 퇴임 후 기고활동을 이어가면서 기독교 철학박사(Ph.D.) 학위를 받았습니다. - 블로그 “조하식의 즐거운 집” http://blog.naver.com/johash을 운영합니다. - <평택자치신문>에 “세상사는 이야기”를 14년째 연재하는 중입니다. ※ 다음호(692호)에는 ‘초로의 무거운 기억들 - 모종의 씁쓸한 종말’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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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하식의 이야기
    2023-08-25
  • [세상사는 이야기] 초로의 무거운 기억들 ‘박사는 장애물 경주’ (2회)
    지금으로부터 20여 년 전 ㅎㄱㅇ대 문학박사과정에 당당히 합격한 뒤 등록까지 마쳤지만 재단 측의 비협조와 현실적 장애물로 인해 접을 수밖에 없었다. 다시금 구성원의 달란트를 백안시한 자들의 근시안적 처사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 지역 언론에 학교명과 함께 글이 실리면 홍보에 곧잘 활용하면서도 어찌 그런 이중적 자세를 취할 수 있는지 도무지 그 속내를 모르겠다. 사람을 키우지 못하는 조직은 급변하는 세상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기도 어렵거니와 미래지향적으로 뻗어 나갈 수 있는 토양을 일구어낼 수 없다고 본다. 그래서 두 번째로 찾아간 곳은 주말강좌를 개설한 ㄱㅈ대 교육학 박사과정이었으나 큰 사고를 당한 정신적 여파에 실력마저 모자라 입학을 허락받지 못했다. 아쉽게도 십여 년 전에 마친 교육학석사의 완결판이 불발된 터다. 공들인 신학대학원 뒤로는 틈틈이 다듬은 글월을 모아 여남은 책자를 펴내는 일에 주력했다. 차분히 맞이한 정년과 함께 찾아온 코로나바이러스는 해묵은 숙제인 박사과정을 앞당긴 계기였다. 원래는 미처 밟지 못한 지구촌 맞은편의 여행지를 두루 다닌 다음 공부를 시작할 요량이었으니 말이다. 그곳은 ㅇㅅㅌㅁㅅㅌ대학원 기독교교육학이었다. 수업내용은 초장부터 만만치 않았다. 매주 쏟아지는 과제물에 치여 지레 겁을 집어먹고 하마터면 멈출 뻔했을 만큼 말이다. 설상가상 다원주의자들과 맞서 싸울 일까지 겹쳤다. 마귀는 한통속이라더니 교수와 원생이 한 팀이 되어 대적하는 양상은 실로 영적 전투였다. 일련의 과정은 고맙게도 연재물로 승화시켰다. 끝내 학점에서 불이익을 당한 기록은 씁쓸한 기억일 수밖에. 어찌 교육자라는 위치에서 양심을 헌신짝처럼 팔아먹을 수 있는지 경멸스럽다. 하긴 심중에 예수그리스도가 없는데 무슨 의로움을 기대하랴. 사람이란 본시 믿을 만한 대상이 아닌 이해하고 사랑받을 존재라는 사실이 새삼 입증된 경우다. 유사한 고민의 종양은 동종교배를 마다한 결정을 접고 목회학을 마친 ㅍㅌ대로 회귀한 뒤 불거졌다. 여기서도 다원주의자를 맞닥뜨린 참이다. 그 역시 공식처럼 원생과 연대해 수준 낮은 짓거리를 일삼더니만 학점에 불이익을 주었다. 복병은 뜻하지 않게 찾아온 탈수증세였다. 매주 ‘평택섶길’을 강행군한 데다가 주중에 하루를 더 할애해 한남정맥을 정복하려는 대열에 합류한 게 화근이었다. 자칫 입이 비뚤어질 수도 있는 구안와사로 인해 양·한방 진료를 받았다. 다행히 양의에게는 돈을 뜯겼으나 한방에서의 한 방으로 위기를 넘겼다. 이후 우리 부부는 좋은 한약을 처방받고 있다. <출처 = 픽사베이> 그 덕분에 범위를 고지한 영어시험을 무난히 통과했고 내친김에 종합시험까지 이겨냈다. 이제 남은 장벽은 논제를 정하는 일이었다. 아마 4학기 들어 유능한 강사를 만나지 못했더라면 난감한 지경에서 헤맸을 것이다. 그러나 신실한 성령님은 나에게 어렵잖게 프로포절을 구성해낼 은사를 허락하셨다. 이미 써놓은 몇 편의 글월이 결정적 역할을 감당해주었다. 곧이어 두 번의 심사절차가 필자를 벼르고 있었다. 논제를 여러 번 바꾸는 일이야 다반사여서 충분히 감내할 만한 절차였거니와 불투명한 가운데 투명한 빛을 잃지 않은 것이야말로 오롯이 주님의 은혜로밖에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진통 끝에 심사위원들이 정해지고 이윽고 중간심사에 들어갔다. 신랄하게 난타를 당한 끝에 급기야 원고는 반토막이 나고 말았다. 깊은 시름은 무거운 몸살기로 나타났다. 이내 추스르고 논문을 재설계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서로들 아귀가 맞지 않으니 마뜩잖은 기류는 오래 갔다. 이 난국을 돌파하는 데는 하늘로부터의 지혜가 절실했다. 늘 복병은 예기치 않은 데 숨어있는가 보다. 방어 한번 못한 지도교수가 훼방을 놓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하지만 예수님은 심사위원장을 든든한 원군으로 내정해놓으셨다. 끝판을 뒤흔들어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려던 그의 궤계는 수포로 돌아갔다. 드디어 나는 신학에 문학을 접목한 간학문적 시도를 인정받았다. 아직은 학문적으로 미숙할지언정 성삼위 하나님으로부터 기독교 철학박사로서의 인증을 마친 참이다. 물론 혼신을 다한 아내의 기도가 없었더라면 그때마다 밀려든 고초를 의연히 견뎌내기는 무척 버거웠을 것이다. 그러니 학위의 절반은 사랑하는 여인의 몫이다. 여기서 나란 사람은 일대 반전이 될 만한 구상을 공표했다. 방송대에서 문화교양학을 수학하기로 결정하였다. 이를 두고 필자는 박사후과정의 일환이라는 해설을 덧붙이며 각 학문을 섭렵하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 프로필 - 고교생에게 국어와 문학을 가르치며 ‘수필집·시조집·기행집’ 등을 펴냈습니다. - 퇴임 후 기고활동을 이어가면서 기독교 철학박사(Ph.D.) 학위를 받았습니다. - 블로그 “조하식의 즐거운 집” http://blog.naver.com/johash을 운영합니다. - <평택자치신문>에 “세상사는 이야기”를 14년째 연재하는 중입니다. ※ 다음호(691호)에는 ‘초로의 무거운 기억들 - 소환한 과거의 관계’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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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하식의 이야기
    2023-08-18
  • [세상사는 이야기] 초로의 무거운 기억들 ‘병마는 싫은 불청객’ (1회)
    우리 몸은 오묘한 유기체요, 현재 건강상태에 따른 신호등이다. 과로나 나태로 인해 빚어진 적신호를 실시간 오감을 통해 보여주기 때문이다. 필자는 생모의 생체가 원활하지 않아 태어날 때부터 유약했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어린 시절 구황식물이나 시래기죽으로 연명할 때가 적잖았으니 영양분은 늘 부족했으며, 유독 손발이 차가워 동상에 시달리던 가려움증도 엊그제처럼 스멀거린다. 너나없이 보릿고개를 겪을 때여서 시대적 가난을 탓할망정 그 문제를 파헤치겠다는 듯 누구를 딱히 지목할 수도 없다. 사람들이 그토록 오래 소중한 자유를 저당 잡히고서도 지긋지긋한 독재정치를 그리워하는 건 아마 그래서일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실은 병마라는 불청객에게도 할 말은 있을 성싶다. 그쪽에서 청했으니 방문한 길손에 지나지 않는다는 항변이렷다. 그것이 부지불식간이든 아니면 밀려든 상황을 애써 무시한 결과이든지 간에 우리네 몸은 끊임없이 더는 견디기 힘들다는 신호를 보내온다는 얘기다. 그때 중 한때를 소환하면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 극심한 홍역을 앓았던 적이 있다. 뜬눈으로 꼬박 밤을 지새운 끝에 새벽녘에야 잠깐 눈을 붙였다 싶었는데 맥없이 실눈을 뜨니 온몸에 물집이 잡혀 있어 차마 눈 뜨고는 볼 수 없는 모양새였다. 천지사방이 열악한 때 엄마를 따라 보건소에 가본들 무슨 뾰족한 수가 있었으랴. 며칠을 마치 주검처럼 누워있다가 가까스로 일어나 움직였었다. 이러구러 직장생활을 막 시작했을 무렵 주공아파트에 살면서 겪은 몸살은 좀처럼 잊을 수 없다. 추정컨대 환경호르몬이 독한 단열재로 인해 인체가 극심한 악영향을 받으며 자고 일어나기조차 곤욕스러운 일상이었다. 물론 출퇴근하는 일정이 버거웠던 건 거꾸로 주독야경을 겸하던 수학기여서 더 그랬을 테지만 돌이켜보면 복음을 깊이 깨닫지 못한 연고였다. 고로 주위에서 무늬만 기독교인을 만날 적마다 긍휼히 여기는 마음의 십상팔구는 동병상련의 연유다. 병영을 나오면서도 못내 아쉬웠던 건 이왕지사 치를 고생이라면 왜 적극 추억거리를 만들지 못했느냐는 안타까움이다. 성숙한 인간의 힘이란 모름지기 올챙이 적 시절을 간직할 줄 아는 기억력인데 말이다. 여고에서 남고로 막 전근을 갔을 때 삽화 한 토막이다. 학교도서관에 머물며 마냥 심신이 풀렸던지 집에 오면 거실 소파를 벗 삼아 운동을 게을리했었다. 그러다 보니 걸터앉은 자세는 물론 비스듬히 TV 시청을 지속하는 바람에 허리에 이상이 생기고 말았다. 하루는 간신히 출근한 뒤 수업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급기야 구급차에 실려 가는 신세가 되었다. 고맙게도 이틀 밤을 지낸 뒤 서둘러 짐을 챙겨 빠져나올 수 있었으나 여태껏 앙금처럼 고여있는 건 칙칙한 병실에 알고 보니 밥값을 덤으로 계산하지를 않았나, 억지로 입원 날짜를 늘리려고 꼼수까지 쓰지를 않나, 딴은 지역사회에 장학금을 투여하던 병원장의 행동마저 곱게 보이질 않았다. 다들 기피하는 담임교사를 자처하던 시절, 연이은 야근에 기흉 비슷한 증세가 가슴 한편을 옥죄었다. 지금 생각하면 일 중독에 빠져 허우적대다가 자초한 일이었다. 다행히 입원한 지 하루 만에 전격 병실 문을 박차고 나온 데는 그만한 까닭이 있었다. 우리 몸도 적색에서 청색으로 넘어갈 때 황색 신호등이 깜박인다는 걸 뒤늦게 알아차린 참이다. 그렇다면 다시는 무리한 일을 일삼지 말아야 하거늘 참으로 바뀌지 않는 자체가 인간의 속성이어서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건 여전히 단순한 관성을 벗어나지 못한 탓이다. 이쯤 되면 일대 각성이 필요한 단계라고 볼 수 있다. 아니 대오각성이라는 사자성어를 동원한들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그밖에 다른 글에서도 밝힌 바 있거니와 가볍지 않은 주제의 과제물에 주간 연재를 위해 온종일 뛰어다니다가 우습게 뵈는 등산 코스에서 탈수증세를 겪었다. 때마침 주말이어서 약사의 대처로 급한 불은 껐으나, 이는 무리수를 거듭하는 몸을 향해 던진 경고등이었다. 뒤이어 생애 처음 맞닥뜨린 구안와사는 몹시 당황한 나머지 여러 문제점을 노출했다. 무슨 일이든지 사전에 정보를 숙지하고 차분히 병원을 찾았더라면 쓸데없는 수고를 얹지 않아도 되었을 것을 이중치료에 과다비용을 지출한 경우다. 따라서 병마라는 불청객은 늘 우리 곁에서 호시탐탐 뭇 인간을 곤욕스럽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다만 그와 동시에 삼색등을 번갈아 바꾸며 요긴한 신호를 보내준다. ■ 프로필 - 고교생에게 국어와 문학을 가르치며 ‘수필집·시조집·기행집’ 등을 펴냈습니다. - 퇴임 후 기고활동을 이어가면서 기독교 철학박사(Ph.D.) 학위를 받았습니다. - 블로그 “조하식의 즐거운 집” http://blog.naver.com/johash을 운영합니다. - <평택자치신문>에 “세상사는 이야기”를 14년째 연재하는 중입니다. ※ 다음호(690호)에는 ‘초로의 무거운 기억들 - 박사는 장애물 경주’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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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하식의 이야기
    2023-08-11
  • 평택동산교회, 수해지역에 이웃돕기 성금 1천만 원 전달
    차성수 위임목사 “아픔 있는 이웃의 손을 잡아주는 교회 되겠다” 평택 동산장로교회(원로목사: 이춘수, 위임목사: 차성수)에서는 최근 수해 이웃돕기와 선풍기 기증으로 이웃 사랑을 나눴다. 지난달 13~15일 전국에 걸쳐 많게는 550㎜ 넘는 장맛비가 퍼부으면서 충청남·북도와 경상북도 등을 중심으로 큰 피해가 생겼다. 이에 동산교회는 오송 지하차도 참사 유족들과 수재민들을 돕기 위해 수해 구호헌금 1,000만 원을 전국 재해 구호단체인 ‘희망 브릿지’에 전달했다. ▲ 동산교회 차성수 위임목사 또한 8일(화) 오전 10시 30분 폭염으로 인해 힘들고 어려운 독거 어르신들을 위해 비전2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추천받은 20가구에 선풍기를 전달했다. 동산교회 차성수 위임목사는 “앞으로도 성도들과 함께 어려운 상황에 처한 어르신들을 잘 보살피고, 고통과 아픔 가운데 있는 이웃들의 손을 잡아주는 교회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상옥 객원기자 san91919@hanmail.net
    • 시민광장
    • 평택사람들
    2023-08-11
  • [세상사는 이야기] “최인훈을 광장에서 만나다”
    최인훈(1936-2018)의 사상사가 녹아든 『광장』(1960)은 정전(정통 소설)으로써 4·19혁명을 겪으며 좌우익 이념의 폭압성을 고발한 작품이다. 그의 이력을 보면 1959년 「자유문학」에서 『그레이구락부전말기』, 『라울-전』으로 천료한 바, 전자는 행동을 유보한 채 우울한 삶을 꾸려가는 청춘과 회색을 겹쳐 놓은 듯한 그림으로 작가 특유의 관념적 기법을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후자는 신의 뜻을 따르는 두 사제를 통해 진리에 다가가는 두 방식, 즉 철학자의 면모를 가진 주인공 라울과 무지하지만 행동이 앞서는 바울이 대립하는 과정을 형상화하고 있다. 이후 통역장교, 서울예대 교수를 거쳐 미국에 머무는 동안 자전적 소설 『화두』(1994)라는 화제작으로 한국 문단에 문제적 사고의 깊이를 더했다. 1. 『광장』, 낯설고도 거대한 세계: ‘광장’은 ‘밀실’의 상대개념으로 해방 공간부터 동족상잔의 비극까지를 아우른 시간여행 속에서 주인공 이명준이 추구한 사생결단의 철학적 세계를 그려냈으나 남북분단의 문제를 사상사적, 정신사적으로 접근한 이면에는 근현대사의 통찰은 있었을지언정 명쾌한 해답지는 없었다. 다만 그의 자전적 기행을 통해 진무한(眞無限)이 아닌 악무한(惡無限)의 실체가 드러났을 뿐이다. 인간이 지닌 한계를 몸소 체험한 주인공에게 돌아온 것은 중립국행을 빙자한 자살극이었다. 이것을 두고 어찌 개인적 의식의 발전적 과정이라고 포장할 수 있는가? 제아무리 복잡다단한 현실을 전제한다고 하더라도 궁극적인 가치평가는 선이 아닌 악이요, 본질이 아닌 현상에 머물렀으니 우연을 가장한 필연을 벗어나기는 버겁다. 2. 이식된 근대 혹은 자유의 감옥: 명준이 꿈꾼 이상세계의 실상은 유토피아가 아닌 디스토피아였다. 즉 자아를 세계화한 건 교술(수필)이요, 세계를 자아화한 건 서정(시)이어서 두 갈래의 길이 자아와 세계가 대결을 벌인 서사(소설)라고 보기는 어렵다. 단지 제풀에 서사시적 세계의 사랑을 갈망하다가 끝내 자살로 이어지는 여로에 대해서는 보다 면밀한 단서가 필요해 보인다. 결국 밀실과 광장이 조화를 창출하는 세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명준에게 “사람이 무엇 때문에 살며, 어떻게 살아야 보람을 가지고 살 수 있는지 알아야 한다.”라는 명제는 애초부터 무리수였다. 따라서 남한 사회를 무의미한 삶의 서식처로 규정한 것이나 북한 사회에 대해 곧바로 환멸과 공포를 느끼는 것은 당연했다. 둘 다 이식된 감옥에 불과하므로 광기의 이성이거나 이성의 광기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인간은 옥죄면 옥죌수록 꿈틀거리는 존재이니까. ▲ 서울시 광화문광장 3. 사랑, 존재증명을 위한 또 하나의 길: 이제 명준에게 남은 선택지는 낭만적 사랑뿐이다. 하지만 그것 역시 도피처는 아니다. 전제가 잘못된 근거에 개인적인 차원의 혁명은 사치에 지나지 않는다. 설령 둘이 아니라 수많은 여인들에게 구걸해본들 이루어질 수 없는 신파극이다. 명준이 윤애를 통해 발견한 인과율은 남녀의 황금률이 아닌 성적 폭력성이었다. 기실 거짓의 뱃살이 부풀어 오른 건 누구도 예외는 아니다. 사랑은 외침으로 이루어지는 진리하고는 거리가 멀다. 그것이 어찌 당에서 명령함으로 완결해낼 수 있는 과업이더냐? 모스크바를 향해 떠나는 그녀를 뒤로하고 마주친 건 탈출구처럼 뵈는 동란이었다. 그가 위악(僞惡)이라는 치명적 실수를 감수한 건 그래서다. 짐짓 악한 척한 게 아니라 그 자신의 기대지평이 그 불투명한 순간을 기다렸던 셈이다. 잉태한 딸의 배냇짓이 어리석은 생부모의 죽음으로 끝날 줄이야! 4. 회색인의 진실 혹은 『광장』의 리얼리티: 『광장』은 실제 제3국행을 택한 실존 인물들을 보고 쓴 소설로 알려져 있다. 최인훈은 철학도를 주인공으로 설정함으로써 한국인의 내면 심리를 파헤치고자 고심했다. 한국에서는 더이상 밀실과 광장의 조화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이유다. 우리가 『광장』이라는 성채에서 엿들은 한마디는 “미친 믿음이 무섭다면, 숫제 믿음조차 없는 것은 허망하다.”라는 독백이다. 명준은 자신의 기획으로 고유한 영혼을 인정받고 싶었고, 그것이 통하는 사회를 열망했건만 그에게 돌아온 채찍은 존재가 의식을 결정하는 게 아니라 의식이 존재를 결정한다는 철퇴였다. 제아무리 보편적 이성을 외쳐보아도 나타난 행동만이 진실이라는 고정관념은 절대적 가치로 이미 똬리를 틀었기 때문이다. 회색인에게는 진실이 사라진 지 오래다. 뼈아픈 남북분단은 역사철학적 의식의 결핍이 빚어낸 이념의 양극화였다. ■ 프로필 - 고교생에게 국어와 문학을 가르치며 ‘수필집·시조집·기행집’ 등을 펴냈습니다. - 퇴임 후 기고활동을 이어가면서 기독교 철학박사(Ph.D.) 학위를 받았습니다. - 블로그 “조하식의 즐거운 집” http://blog.naver.com/johash을 운영합니다. - <평택자치신문>에 “세상사는 이야기”를 14년째 연재하는 중입니다. ※ 다음호(689호)에는 ‘초로의 무거운 기억들 - 병마는 싫은 불청객’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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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8-04
  • [세상사는 이야기] 루마니아: 시기쇼아라 및 부쿠레슈티 (11회)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된 ‘시기쇼아라’의 역사 지구로 가는 길에는 꿈꾸는 설화가 금세 튀어나올 거 같은 원시림이 있었다. 눈 쌓인 언덕바지에 죽죽 뻗은 메타세쿼이아를 닮은 낙엽수로되 그리 삭막한 느낌이 아닌 삼림 지대에 뒤이어 독일 가문비나무가 거대한 숲을 이루었으니 금상첨화가 아니면 무엇이랴. 필자의 눈동자를 가득 메운 값진 보배의 군락지는 밤이 되면 여우는 기본이고 늑대와 곰까지 출몰하는 지역이라니 대낮에도 각별히 조심하라고 이를 만하다. 문제는 늘 그놈의 돈줄. 최근 들어 부쩍 중국의 목재상들이 수시로 나타난다는 소식에 일개 나그네에 불과한 내가 왜 이토록 모골이 송연해지는지 모르겠다. 사고의 지평을 넓히면 바로 여기가 유럽의 허파인 셈이다. 그러기에 더욱 목숨처럼 지켜내라는 건 무조건 손대지 말라는 게 아니라 과학적 간벌에 따른 체계적 식목으로 얼마든지 기존의 생태환경을 보전할 수 있다는 말이다. 복병은 인간들의 조급증이요 조바심이다. 웬만큼 먹고살 만하면 지속 가능한 상생을 추구하는 쪽이 옳은 길이다. 이만큼 청정을 유지했기에 이곳에서 세계 3대(러시아, 우크라이나, 루마니아: 광수 생각) 미인들이 태어나는 걸까? 현지 해설가는 미리 준비한 멘트를 시의적절하게 배열하는 데 능숙하다. 시기쇼아라 여행의 시작과 끝이 헤르만 오베르트 광장에서 펼쳐진다는 말과 함께 마치 기다렸다는 듯 전격적으로 등장한 인물이 있었으니 이곳 시청에서 고용한 깜짝 이벤트 맨이었다. 녹색 모자에 빨간 웃옷을 입고 세계 60개국의 인사말을 건넨다더니 과연 한글에도 제법 노출된 발음. 일행은 드라큘라 백작의 생가를 뒤로하고 등굣길에 설치한 계단식 통로를 따라 일명 드라큘라 성으로 알려진 브란성을 방문했다. 지금은 학교로 쓰이고 있는 건물의 내부를 살펴보니 스무 명 내외의 학생들이 공부하는 교실 몇 칸과 행정실이 전부. 연륜이 묻어있는 담벼락을 아내와 둘러보며 산자락을 끼고 자리한 마을을 굽어보니 평화롭기 그지없다. 아기자기한 가게를 훑어보며 다들 서둘러 내려온 건 이번 여정에서 가장 고급진 호텔방을 한 번 더 이용하려는 의도적 발걸음. 실은 이런 호사도 현지 기획을 담당한 장본인이 준 팁이다. 아침 열 시에 키를 반납한 다음 기분 좋게 방문을 나서니 이래서 여행은 숙소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상식을 확인한 경우다. ▲ 루마니아의 인민궁전 앞에서 ‘AZUGA’라는 알파벳 글자의 배웅을 받으며 떠나는 길. 하지만 그 말이 살짝 재밌다기보다는 뭔가 아쉬운 건 왜일까? 그만치 루마니아의 여정이 끝나가는 길목에서 끝으로 만나볼 ‘부쿠레슈티’의 이모저모가 궁금해서였다. 어느새 여행자의 정서를 헤아린 듯 지금껏 보았던 어떤 무리보다 눈에 띄게 많은 양 떼가 시야에 들어왔다. 곧바로 나타난 마을 입구의 커다란 공원묘지. 열병합발전소의 겉모양이 첨성대를 빼박은(표준어는 ‘빼쏘다’) 것도 흥미롭다. 여봐란듯이 우리 팀원을 맞는 루마니아의 심장부. 독재정권을 무너뜨린 혁명광장에 서니 그 시절 희생자들을 기리는 기념비보다는 차우체스쿠가 남긴 인민궁전이 두 눈을 사로잡는다. 엄청난 규모에 저만치 품격 있는 외관을 어느 건물인들 쉬이 따르랴. 하지만 프레스코화가 유난히 아름답다는 크레출레스쿠 정교회처럼 화려한 외형이 사람을 살리는 건 아니다. 죽어가는 영혼을 구하는 것은 자신이 만든 잡신이 아닌 창조주 하나님이시다. 어설픈 무신론자들은 좀체 믿어지지 않을지라도 이는 엄연한 사실. 알량한 지식으로 한 줌 흙으로 돌아갈 육신을 보존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무지의 소산일 뿐이다. 그렇다면 루마니아 미래의 가능성은 어디에 있을까? 살아가는 동안은 최대한 지혜롭게 대처해야 하기에 산업을 일궈 먹거리를 찾고 일자리도 늘려야 하되 어차피 영생할 여지가 없다면 이제는 하늘과 맞닿은 세계를 소망해야 한다. 물론 “육체의 연단도 약간의 유익이 있으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생목숨이 붙어있을 때만 유효하므로 한시적임) 경건은 범사에 유익하니 금생과 내생에 약속이 있다.”(디모데전서 4:8)라는 말씀에 착념하길 바란다. 그러나 아무리 정중히 생명의 길을 안내한다고 해도 당사자가 외면해버린다면 아무 소용이 없는 일이라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조촐한 연재를 마치면서 바쁜 여정 내내 깨알 같은 메모를 멈추지 않았음에도 이번만큼은 가급적 필자의 뇌파에 고여있는 기억의 용량에 의존하려 했다면 가볍지 않은 결례일까? 출입국 도장만 열 개를 넘기는 동안 귀찮다기보다는 일말의 치유과정처럼 느껴지더라는 소회를 전하며 미흡하나마 이 글월을 맺는다. ■ 프로필 - 고교생에게 국어와 문학을 가르치며 ‘수필집·시조집·기행집’ 등을 펴냈습니다. - 퇴임 후 기고활동을 이어가면서 기독교 철학박사(Ph.D.) 학위를 받았습니다. - 블로그 “조하식의 즐거운 집” http://blog.naver.com/johash을 운영합니다. - <평택자치신문>에 “세상사는 이야기”를 14년째 연재하는 중입니다. ※ 다음호(688호)에는 “최인훈을 광장에서 만나다”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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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7-20
  • [세상사는 이야기] 루마니아: 펠레슈성 시나이아 수도원 (10회)
    드디어 이번 여정의 마지막 국가에 무사히 입성. 루마니아(Romania, 인구: 1,900만 남짓, 면적: 한국의 2.3배)는 발칸반도의 새로운 발견이었다.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싱그러운 대자연도 그렇거니와 초장부터 연일 입담을 과시한 박대장의 강력한 라이벌이 출현했기 때문이다. 현지 가이드 김학재 씨는 명석한 두뇌를 바탕으로 루마니아 한인회장을 맡아 각종 사업을 벌이는 교포로서 한국의 공중파 방송국에서도 섭외할 만큼 정통한 소식통을 겸하고 있었다. 날카로운 눈빛으로 쉴 새 없이 쏟아놓는 다양한 화젯거리로 봐서는 도리어 과부하가 걸리지 않도록 수위를 조절해야 하는 상황. 하지만 나는 별의별 언어유희라도 유쾌하게 접수할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다. 그의 일성은 루마니아라는 나라는 만만찮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고평가. 놀랍게도 1966년부터 ‘다치아’라는 자국 브랜드로 당당히 자동차를 생산해 왔다는 말에 의아한 반응들이다. 이에 밀릴세라 그는 세계적 기업인 현대기아차마저 ‘KOREA’라는 국명을 감춘 채 국제 사회를 상대로 광고를 제작하는 사실을 아느냐고 반문했다. 위엄을 갖추고 서 있는 개선문에 이어 기다랗게 뻗어있는 대공원. 추적추적 궂은비가 내리는 가운데 목적지를 향하며 차창을 통해 살펴본 루마니아의 거리는 건축물마다 독특한 예술미가 있었다(안타깝게도 철권 통치자의 잘못된 판단으로 현재는 유서 깊은 건물이 많이 사라진 상태라고 함). 부러운 건 자가 보유율이 무려 90%에 달한다는 사실. 더구나 아직 발굴하지 않은 다량의 지하자원은 물론 산유국으로서 세계에서 등유를 사용한 가로등을 최초로 만들었다는 말이 결코 과장이 아님을 노벨상 수상자를 네 명이나 배출한 이력에서도 단박에 알아차릴 수 있다. 나아가 농지가 국토의 60%에 이를뿐더러 인터넷 속도가 세계 5위권에 속한다는 사실도 처음 접하는 정보다. 그런데 왜 루마니아라는 국가 이미지는 체조 선수 코마네치의 활약상을 제외하면 고작 독재자 차우체스쿠의 비참한 말로가 전부인 것처럼 한국인들의 뇌리에 각인되었을까? 그 또한 무리가 아닌 것이 오랜 세월 구소련의 위성국가로서 북한과 친하다는 굴레가 좀처럼 벗겨지지 않았기 때문이란다. 그렇다 하더라도 적잖은 상주인구로 보나 한반도를 능가하는 영토의 넓이(영국과 비슷함)를 헤아리면 상당히 의외일 수 있다. ▲ 루마니아의 국보 1호 펠레슈성 현지 가이드가 입에 침이 마르도록 찬사를 거듭한 루마니아 국보 1호인 ‘펠레슈성’의 위용은 세미한 건축미뿐만 아니라 그 안에 보관한 보물급 유물을 통해서도 그 가치를 확인할 수 있었다. 1873년부터 1914년에 걸쳐 완공했다니 익히 거기에 투입된 공력을 알 수 있거니와 이 건조물을 가리켜 왜들 카르파티아의 진주라는 별칭을 붙였는지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펠레슈성은 세간의 품평처럼 화려함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갖춘 건축물일까? 평자에 따라서는 약간씩 평가들이 엇갈릴 수 있겠으나 갓 문외한을 벗어난 필자의 눈에는 치밀한 설계도면에 따라 혼신의 힘을 다해 지은 걸작품이라는 판단을 내릴 수 있었다. 그러니 이 건물이 르네상스, 바로크, 로코코의 각 양식을 취한 네오르네상스 스타일의 성이라는 사실관계는 부차적이다. 카롤 1세가 여름철 궁전으로 지었으나 정작 본인은 사용하지도 못하고 죽었다는 해설도 귓전을 스칠 뿐이다. 이 시점에서 필자의 긴요한 관심사는 이 유적을 통하여 후손들에게 미치는 정신사적 영향력이요, 궁극적으로 돌아올 삶의 변화상이 중요하다고 본 참이다. 시나이아 수도원의 소박한 자태를 보고 필자는 목가적이라는 어휘를 처음으로 행간에 올리게 되었다. 이는 요란하게 꾸미지 않은 사제들의 숙소를 보고 소환한 지점이자 좌중을 향한 고요한 포효. 모름지기 인간이란 자신을 낮춘 채 순전한 겸손을 유지할수록 신을 향해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앞서 암시한 대로 형식은 내용을 담보하지 못하고, 내용은 형식을 제어하지 못한다. 이것이 구원신앙에 대한 나의 평소 지론이자 원색적인 복음의 본질이다. 그러한 마당에 지성소를 재현해 놓고서 제사장의 흉내를 내본들 휘장은 다시는 찢어지지 않는다. 십자가상의 예수그리스도께서 우리의 죄를 짊어지고 돌아가셨다가 사흘 만에 부활하심으로 이미 천국의 문을 활짝 열어놓으셨기 때문이다. 문제는 청함을 받은 자는 많으나 택함을 입은 자는 적다는 것이다(마태복음 22:14). 끝내 사후세계를 인정하지 않은 채 살다가 구더기도 죽지 않는 불못으로 들어가는 것은 전적으로 본인의 몫이다(마가복음 9:48). ■ 프로필 - 고교생에게 국어와 문학을 가르치며 ‘수필집·시조집·기행집’ 등을 펴냈습니다. - 퇴임 후 기고활동을 이어가면서 기독교 철학박사(Ph.D.) 학위를 받았습니다. - 블로그 “조하식의 즐거운 집” http://blog.naver.com/johash을 운영합니다. - <평택자치신문>에 “세상사는 이야기”를 14년째 연재하는 중입니다. ※ 다음호(687호)에는 ‘루마니아: 시기쇼아라 및 부쿠레슈티’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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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7-14
  • [세상사는 이야기] 불가리아: 소피아와 벨리코 투르노보 (9회)
    불가리아(Republic of Bulgaria, 인구: 약 690만, 면적: 한국보다 10%가량 큼)는 세르비아보다 넓은 땅을 소유하고 있으나 허접한 미개발 지구를 지나 도심에 가까워질수록 얼마나 영토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있는가에 대하여 내심 갸우뚱하지 않을 수 없었다. 확연히 균형감이 부족해 보이는 산야와 농지의 비율. 숲을 보니 간벌을 아예 하지 않는지 나무들이 너무나 빽빽한 나머지 도무지 인공림인지 자연림인지 건강치 않아 보였다. 이처럼 한 뼘 국경을 사이에 두고 풍경이 일시에 뒤바뀌는 예는 흔치 않은 일이다. 노면이 거칠고 길섶이 다듬어지지 않은 거야 얼마큼 이해할 수도 있으나 나라 이름이 바뀌자마자 대번에 뭔지 모를 장벽이 느껴지는 건 왜일까? 이는 단지 군데군데 기분 나쁜 잔해들이 굴러다님으로 인해 발생하는 현상으로는 설명하기 곤란하다. 말하자면 아직도 공산당의 폐쇄적 기운을 떨쳐내지 못한 시차의 공백은 아닌지? 이런 걸 보면 어느 곳이든지 허술한 관리자에게 노출되어있는 한 인구밀도가 낮다는 것이 개개인에게 정서적 여유를 가져다주지는 못하는 것 같다. 그에 비해 수도인 ‘소피아’는 투박스럽기는 하지만 나름대로 중후한 멋을 풍기는 도시였다. 한복판 네델리아 광장이야 한 나라 행정의 중심지이니 그렇다 쳐도 고대 성채의 면모를 보여주는 세르디카 유적이나 오스만투르크 지배 당시 숨어들었던 페트카 지하교회의 자태는 의연함 그 자체였다. 이를 두고 혹자는 카파도키아 데린쿠유에 버금가는 역사적 현장인 양 은근히 내세우려 하나 그거야말로 잔뜩 신비감을 조성하기 위해 웬만하면 한 여인의 승천설을 퍼뜨리는 일과 별반 다르지 않다. 필자는 소피아성당에서 행해지는 정교회의 예전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복장을 가다듬고 사진 촬영을 금지함은 물론 실내에는 의자조차 없앴을뿐더러 아카펠라에 의해 부르는 성가 또한 엄숙하게 들렸다. 성호를 세 손가락으로 그리는 건 삼위일체를 상징한다는데 정숙한 분위기를 중시하는 걸로 봐서는 천주교의 전례를 크게 벗어나지는 않았으나 핵심은 경건의 모양이 아니라 본질이요 그 능력에 있다(디모데후서 3:5). 반어적인 건 종소리만큼은 귀가 따가울 정도로 시끄럽다는 점. 필자가 잘못 들었는지는 몰라도 일단은 끌어들인 뒤 기를 죽이는 방식이라나 뭐라나? 누구라도 우스개처럼 풀어줄 만한 얘기일 수도 있겠으나 아무튼 그는 일상적인 소재를 재밌게 풀어가는 솜씨가 있었다. ▲ 불가리아의 벨리코 투르노보 개신교나 성당과는 색다른 십자가의 형태를 뒤로한 채 연이어 나타나는 우중충한 지붕들. 하지만 얼핏 허술해 뵈는 집이나 특이한 형태의 아파트만 해도 공산주의 시절에 아무렇게나 지어서라기보다는 인민을 위해 최선을 다하다 보니 배고픈 시절에 겪었을 만한 질보단 양을 중시한 결과란다. 그것이 꿈보다 해몽이든 아니든 도대체 전원이라는 낱말이 떠오를 법한 경치를 여태 조우하지 못한 것 못지않게 너나없이 기대치가 높았던 불가리아 요거트에 대한 실망감은 꽤나 컸다. 하지만 그건 전 세계를 강타한 물가고 때문이기도 하거니와 그만치 이곳 역시 돈이 되는 맛에 길들이다 보니 인심이 사나워진 탓이리라. 허탈감에 허기진 식탁을 메운 이는 역시나 로컬 가이드. 한참을 공들여 이제는 좋은 짝을 찾겠다며 좌중을 향해 읍소하듯 감쪽같이 연막을 치더니만 막판에 가서야 슬그머니 불가리아 처자와의 동거 사실을 털어놓는 단막극 주인공을 자처할 줄이야! 아, 이런 경우는 출연료를 줘야 하나, 거꾸로 받아야 하나? ‘벨리코 투르노보’는 불가리아의 옛 도읍지. 일행의 발길은 협곡을 굽이치며 흐르는 얀트라 강물을 따라 수직으로 솟은 자연성벽을 향해 가고 있었다. 보면 볼수록 신묘한 산악지형. 마치 탁월한 설계자에 의해 건설된 해자와 성곽처럼 그 누구도 넘보지 못할 천혜의 요새라는 형용으로는 태부족한 풍광이로다! 가까스로 불가리아의 숨은 보물을 찾아낸 느낌이랄까? 그러고 보니 관광지인데도 거리는 깨끗했고 곳곳에 만발한 야생 벚꽃마저 새색시처럼 고와 보였다. 일거에 이룬 이미지 변신의 현장. 흡사 폐차장에서도 꺼릴 만한 1981년식 고물차를 고치고 고쳐 여태껏 애지중지한 사연을 듣고 난 뒤의 기분과 엇비슷하다면 선뜻 이해가 갈는지 모르겠다. 아쉽게도 여기를 가리켜 우리나라 경주에 해당한다는 설명을 끝으로 현지 가이드와는 작별을 고해야 했다. 불과 6개월 후면 고국으로 회귀할 거라는 소식과 함께 불가리아가 살아갈 길은 보시다시피 지천인 해바라기, 유채, 옥수수를 재배해야 한다는 말을 남기고 말이다. ■ 프로필 - 고교생에게 국어와 문학을 가르치며 ‘수필집·시조집·기행집’ 등을 펴냈습니다. - 퇴임 후 기고활동을 이어가면서 기독교 철학박사(Ph.D.) 학위를 받았습니다. - 블로그 “조하식의 즐거운 집” http://blog.naver.com/johash을 운영합니다. - <평택자치신문>에 “세상사는 이야기”를 14년째 연재하는 중입니다. ※ 다음호(686호)에는 ‘루마니아: 펠레슈성 시나이아 수도원’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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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7-07
  • [세상사는 이야기] 세르비아: 베오그라드 다음은 지평선 (8회)
    세르비아(Republic of Serbia, 인구: 약 700만, 면적: 한국의 3/4 남짓)의 현대사는 필연적으로 밀로셰비치의 카멜레온적 변신과 선동가적 영욕 사이를 재단할 수밖에 없다. 티토 사망 이후 정치적 광폭 행보를 보이던 그가 왜 일순간에 추락했는지에 관해서는 보다 면밀한 분석을 요하겠으나 두루 요직을 거쳐 공산당 당수가 된 뒤 코소보에 사는 세르비아인 저항세력을 규합하는 와중에 일약 세르비아 민족주의자들의 영웅으로 급부상한 데는 타고난 극단적 기질과 대세에 영합하는 지도자적 결단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그가 벌인 광란의 질주는 과연 치밀한 상황극일까, 기획된 자살극일까? 우리는 정교회 사제인 그의 친부와 장성인 삼촌, 교사인 모친(열성 공산당원)이 모두 비극적 자살자라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첨단권력이 행사되는 꼭짓점에서 소용돌이치는 안간힘의 역학관계는 양자물리학 이론에 비해서는 전연 난삽하지 않다. 지난한 과거사를 소환해보면 결정적인 변수는 늘 주의주장을 맴도는 상수보다 유전적 형질을 넘나드는 자유의지에 달려있었다. 필자는 그 경우의 극소수를 신인 양자 간의 영적 교집합으로 간주하고 있다. 현재는 시민공원으로 사랑받고 있는 ‘칼레메그단 요새’. 박대장은 한사코 오가는 데만 한나절 이상이 소요되는 베오그라드를 이번 일정에서 빼버려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막상 이곳을 와보면 발칸이 발끈할 말이다. 오히려 하루를 더 늘리거나 다른 곳을 줄여서라도 사라예보를 집어넣으라는 게 여행자의 호소 어린 진언. 그만치 이른바 하얀 도시는 니콜라 테슬라를 낳은 명소답게 제 몫을 감당하고 있다고 본다. 물론 테슬라의 사례는 종잡기 어려운 언행과 기형적 발상으로 인한 공과가 얽혀있어 한마디로 규정할 순 없지만, 특정 관광지를 묘사하면서 거기에 세운 동상이나 기념물을 적당히 나열하는 식의 서술처럼 더이상 큰 의미를 부여하긴 어렵다. 그러한 독서물을 읽어보았자 독자의 뇌리에서 이내 사라져버릴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눈앞에 보이는 사보르나 정교회만 해도 그렇다. 그곳이 각 종교가 혼합된 형태여서 독창적이라거나 그래서 여타 종교인들이 화합을 도모해야 한다는 식의 피상적 논리에 무작정 동조할 수 없는 까닭이다. ▲ 세르비아의 칼레메그단 요새 필자의 눈에 비친 세르비아는 보헤미안 거리로 불리는 스카다리야에 확 꽂힌 것도 아니요, 시선이 주도로인 크네즈 미하일로 거리에서 브레이크 댄스를 맹연습하는 젊은이들에게 있지도 않았다. 로마제국 시절 단단한 작업을 거쳐 중세 세르비아왕국을 건설했고, 다뉴브강과 사바강을 끼고 제아무리 오스만제국의 진출을 두 세기 동안이나 막아냈다고 한들 결국에는 저지선이 뚫릴 수밖에 없지 않았는가? 요체는 늘 중요한 변환기의 태세전환에 매달려있다. 차라리 재래식 대포를 전시하고 지하철 건설이 막힌 유적지를 놔둔 채 당찬 미래를 설계하는 편이 신세대에게는 명약이 되는 법이다. 어차피 한 줌 흙으로 돌아간 인생들과 과거사를 붙들고 늘어져 향수에 잠시 젖는다 한들 남는 게 무어랴. 그렇다고 해도 나 역시 한겨레인 현실감의 한 자락은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BTS 노래에 맞춰 댄스연습에 열중하는 무리를 보고는 냉큼 고개를 돌려 흐뭇한 표정으로 물끄러미 응시할 수밖에 없는 한류의 향기를 한껏 공유하지 않을 수 없었던 거다. 다소 딱딱한 느낌의 ‘베오그라드’를 벗어나니 곧장 부드러운 지평선이 나타났다. 대략 30km의 시야에 지형지물이 없어야 지평선이랄 수 있다는 설명은 기실 루마니아 현지 가이드의 설명이로되 기행문을 총정리하는 마당에 뒤엣것을 좀 앞당겨 쓴들 무슨 나무랄 일이랴. 그 거리감이야말로 필자가 재보는 통밥으로도 감이 잡히는 개념. 곧 우리나라에서는 김제평야에 가야 겨우 볼 수 있는 정경이라는 말까지 시비할 일은 아니로되 실제로 가보니 야산이나 동네에 가려 지평을 여는 데도 무리더라는 말이다. 비옥한 땅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물길. 갈색 늪지에 이어지는 키 작은 유채꽃밭도 장관이다. 필자는 대지라는 소설용어를 천하를 품은 중국에서도 이처럼 폐부에 와 닿도록 느껴보지는 못했다. 이러한 옥토를 소유하고도 풍부한 곡물을 축적하지 못한다면 그건 게으른 탓이거나 적절한 농법을 외면한 잘못이라고 보아야 한다. 적어도 드넓은 평야만 두고 보면 프랑스나 영국의 농촌 풍경과 별반 다르지 않다. 발갛게 녹슨 가드레일이 무슨 대수이고 허름한 철길은 무슨 큰 약점이랴. 매끈한 노면에 이만큼 균형감 있는 국토 개발을 이뤘다면 이제는 쓰레기 무단투기 현장을 바로잡고 난개발의 유혹만 과감히 뿌리치면 되리라. ■ 프로필 - 고교생에게 국어와 문학을 가르치며 ‘수필집·시조집·기행집’ 등을 펴냈습니다. - 퇴임 후 기고활동을 이어가면서 기독교 철학박사(Ph.D.) 학위를 받았습니다. - 블로그 “조하식의 즐거운 집” http://blog.naver.com/johash을 운영합니다. - <평택자치신문>에 “세상사는 이야기”를 14년째 연재하는 중입니다. ※ 다음호(685호)에는 ‘불가리아: 소피아와 벨리코 투르노보’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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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7-04
  • [대회 결과 알립니다] 2023 제13회 평택전국밴드경연대회
    제13회 평택전국밴드경연대회 & 평택록페스티벌이 7월 1일 평택대학교 대운동장 특설무대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이번 대회에는 전국에서 총 204팀이 예선에 참가했으며, 최종 10팀이 본선에 진출해 경연을 가졌습니다. 대회에 참가한 모든 뮤지션분들에게 감사드리고 무더위 속에서 본선 경연을 해주신 뮤지션분들에게도 감사드립니다. ■ 2023 제13회 평택전국밴드경연대회 경연 결과 ▶대상: Monday Feeling ▶금상: 양치기소년단 ▶은상: The Asianic ▶동상: PNS ▶최우수 보컬상: OLB 보컬 유준 ▶최우수 연주상: CLOUD FACTORY 드러머 마성현 ※ 제13회 평택전국밴드경연대회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신 뮤지션들과 대회에 참가해주신 뮤지션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번 대회에서 지적을 해주신 부분들은 개선해 나가겠습니다. 그리고 뮤지션들이 좀 더 좋은 컨디션에서 경연할 수 있도록 무더위를 피해 4월에 개최할 예정입니다. 내년에도 뮤지션들이 평택에서 좋은 추억을 가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2023년 7월 2일 평택전국밴드경연대회&록페스티벌 조직위원장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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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7-02
  • [알림] 제13회 평택전국밴드경연대회 본선진출 10팀 확정
    제13회 평택전국밴드경연대회에는 전국에서 총 204팀이 참가했습니다. 본선에 진출한 10팀과 이번 대회에 참가해주신 모든 뮤지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항상 음악 안에서 행복하시기를 바라겠습니다. ◆ 제13회 평택전국밴드경연대회 본선진출팀(무순) ▶BEFREE(실루엣-자작곡) ▶양치기소년단(핵폭탄 발사버튼-자작곡) ▶The Asianic(잘 안될 수도 있어-자작곡) ▶OLB(Nightfall waves-자작곡) ▶Monday Feeling(Starlight-자작곡) ▶PNS(Going Home-자작곡) ▶THE SRH(LOVER-자작곡) ▶히든비어(Hidden Beer-자작곡) ▶BLUE HOUR(탈피-자작곡) ▶CLOUD FACTORY(No.1 Punk Song-자작곡) <이상 10팀> ※ 본선은 7월 1일 오후 1시 30분부터 평택대학교 대운동장 특설무대에서 진행됩니다. 이번 대회에 참가해주신 뮤지션 여러분들에게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평택전국밴드경연대회 조직위원회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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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6-28
  • [세상사는 이야기] 북마케도니아: 오흐리드 이어 스코페 (7회)
    북마케도니아(the Republic of Northern Macedonia, 인구: 200만 남짓, 면적: 한국의 1/4가량)의 지형은 다소곳하지 않았다. 하지만 호반의 도시로 알려진 ‘오흐리드’는 달랐다. 여행자를 기다린 순서는 드넓은 호수와 한껏 어우러져 여러 폭의 병풍을 연상케 하는 풍경화. 아침나절까지 오락가락하던 눈비마저 그쳤으니 누군들 신의 가호에 감사하지 않으랴. 야외공연장을 내려다보며 둘러본 건물들 가운데 특히 요한의 이름을 붙인 카네오 교회당이 눈에 들어왔다. 소형유람선 타고 초점을 맞춘 곳은 ‘사무엘 요새’. 오랜만에 타보는 승선감도 신선했거니와 뱃전에서 바라만 보던 섬에 올라 둔덕을 오르내리며 걸어본 산책길은 평소 즐겨 찾는 뒷동산에 온 기분. 홍보지에는 성경을 번역해 복음을 전파한 성인을 기리기 위한 클레멘트 교회에 더해 천년을 견뎌온 소피아성당까지 묶어서 소개하고 있으나 한발 앞서 눈치를 챈 독자들도 더러 있을 것이다. 필자는 산 사람이 죽은 사람을 높이는 일에 관해서는 견해를 달리한다. 이는 물론 세계관의 문제여서 서로를 설득하고 말 사안은 아니로되 창조신앙을 가진 자는 원칙적으로 삼위의 하나님 외에 피조물의 형상을 향해서는 경배하지 않는다. 이는 사람을 존중히 여기고 예를 갖추는 일상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접근이다. ▲ 북마케도니아의 사무엘 요새 온화한 공기를 마시며 수도 ‘스코페’의 중앙거리를 걸어보니 정교한 맛은 없어도 선이 굵은 동상이며 건조물들이 내방객의 눈길을 끌었다. 그중에 필자의 눈을 사로잡은 건 빌딩을 지을 때 인부의 안전을 도모하는 비계가 매우 견고하고 촘촘하다는 것. 매번 인명사고로 이어지는 뉴스가 끊이지 않는 한국의 공사현장에서도 이렇게만 대비한다면 소중한 목숨을 잃는 일은 현저히 줄어들 거라는 생각을 내자와 나눴다. 놓치면 아니 될 로컬 가이드의 일목요연한 해설. 이곳에서 10년 이상을 선교사 부인으로 일하고 있다는 분의 지식 전반은 여태껏 접한 설명과는 수준이 달랐다. 그도 그럴 게 그녀는 현지 대학의 부름을 받아 한국어 강사로 일하는 재원. 교인이라야 여남은에 지나지 않은 한인교회를 묵묵히 지키는 일이 하나부터 열까지 어디 쉬운 게 있으랴마는 애써 웃는 얼굴에서 풍기는 인상이 그간 헤쳐온 수많은 고초의 흔적을 대변하였다. 그러면서도 남몰래 선교헌금을 내밀지 못하는 게 필자의 현주소. 거리에 돌아다니는 영국의 중고 이층버스들. 사도 바울은 이곳 마케도니아를 거쳐 로마로 향해야 하리라는 성령의 명령을 거스르지 않았다. 신약성경에 기록된 ‘마게도냐’에 관한 언급은 필자가 확인한 구절만 해도 무려 스물네 군데(사도행전을 비롯해 로마서, 고린도전·후서, 빌립보서, 데살로니가전서). 현지 해설가는 그간 차곡차곡 쌓아온 이야기를 풀어놓기에 여념이 없다. 이곳에서 러시아의 끼릴문자를 쓰는 것도 염두에 둘 사항. 짧은 시간에 들은 내용이 차고 넘치는 가운데 몹시 걸리는 대목은 욱일기를 빼닮은 이 나라 국기였는데 일행 중에는 빨간 바탕에 여덟 개의 노란 줄이 뻗어 나간 형상이 하얀색 바탕에 붉은 태양이 이글거리는 열여섯 개의 일장기와는 다르다고 우겼으나 필자가 보기에는 매한가지. 나아가 그것이 나치의 표식과 상통하는가 하면 그 방향을 달리한 절간의 표시와 어떤 공통점을 지녔는지는 제한된 지면상 더는 덧붙이지 않으리라. 발칸반도를 돌아보며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던 과수원이 눈앞에 나타났다. 아내에게 물으니 수종은 체리라 했고, 규모는 그리 크지 않았다. 심심찮게 지나가는 밀밭과는 여러모로 대조적, 밀 농사가 선선한 날씨에 적격이라는 건 상식이로되 좀 우려스럽기는 바로 옆 협궤열차가 다니는 철로와 나란히 흐르는 도랑물이 엷은 황톳빛이었다는 점이다. 유독 생태환경에 관심이 많은 나로서는 누차에 걸쳐 이에 관한 근심 어린 필치를 이어가면서 우리가 사는 지구야말로 후손에게 물려줄 생명의 터전이거늘 왜들 멀쩡한 산을 깨부수고 마구 원석을 캐낸 뒤에도 후유증을 최소화하는 후속 조치는 실행하지 않는지 답답하다. 그나저나 양쪽 귓속은 멍멍한 상태, 이때를 놓칠세라 마이크에서는 이내 해발고도를 알리는 파열음이 흘러나온다. 이곳은 본시 산악지대여서 천여 미터에 달하는 산맥은 예사라는데 오래된 폐가인 듯 우중충한 가옥 몇 채를 앞에 두고 산기슭에 색다른 형태의 묘비들이 널브러져 있다. 무릇 핑계 없는 무덤은 없다는데 저들이 외따로 묻힌 사연은 무얼까? 그리고 한동안은 울퉁불퉁한 노면의 연속. 거쳐온 나라들보다도 열악한 도로 조건을 보면 전반적인 경제 상황은 꽤 뒤처져 있는 게 확실하다. ■ 프로필 - 고교생에게 국어와 문학을 가르치며 ‘수필집·시조집·기행집’ 등을 펴냈습니다. - 퇴임 후 기고활동을 이어가면서 기독교 철학박사(Ph.D.) 학위를 받았습니다. - 블로그 “조하식의 즐거운 집” http://blog.naver.com/johash을 운영합니다. - <평택자치신문>에 “세상사는 이야기”를 14년째 연재하는 중입니다. ※ 다음호(684호)에는 ‘세르비아: 베오그라드 다음은 지평선’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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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6-16
  • [세상사는 이야기] 알바니아: 티라나에서 벙커를 만나다 (6회)
    얼핏 은둔의 나라처럼 각인되어있는 알바니아(Republic of Albania, 인구: 280만가량, 면적: 한국의 28% 정도)에 대해서는 쏟아놓을 말들이 수북하다. 박대장은 왜 이 나라를 소개하면서 연신 벙커밖에는 볼거리가 없다고 세뇌하듯 강조했을까? 하지만 막상 필자의 눈에 비친 알바니아에는 예상치만큼 벙커란 게 없었다. 어쩌다가 차창에 스치듯 지나가는 소형 벙커를 가까스로 목도한 소감이란 저 정도 크기나 숫자를 두고 마치 가도 또 가도 큼지막한 벙커와 초대형 벙커와 무지막지한 벙커만이 비좁은 국토를 온통 뒤덮고 있는 양 침까지 튀기며 줄곧 과장해오지 않았는가? 물론 박대장이 지닌 특유의 말투를 이제는 모르는 바 아니요, 매 순간 촌철살인으로 이어지는 그의 재치를 알 만큼 아는 처지이기에 더 의아하다는 말씀이온대, 그렇다 하더라도 이건 좀 엄살을 떠는 세 살, 곧 번득이는 익살, 두둑한 뱃살, 비위 좋은 넉살을 인정한다고 해도 상당 부분은 이해가 불가한 노(NO)인정 상태임을 본 지면을 통해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이 땅에서 태어난 불세출의 마더 테레사 동상이 외로이 서 있는 고지에서 보았던 세 개의 벙커를 짐짓 상기할 필요가 있다. 필자의 눈에는 그 조합이 그저 예사로운 일로 비치지 않았다는 고언이다. 해석을 곁들이자면 테레사는 대내외적 이미지 제고를 위한 상징물에 불과한 장치요, 벙커는 전 국토의 요새화를 부르짖은 북한의 통치술을 원용한 전시물이라는 건데, 그토록 어설픈 수법이나 수단이 곧잘 먹히는 까닭은 일견 단순하다. 겨우 배고픔을 면해주는 수위로 지배를 지속하는 한 피지배 대상은 스스로 무력감에 빠져들어 상당 기간 우민화 놀음에 놀아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게다가 희한한 일은 국제 사회의 이념적 길항(拮抗)이라는 두 축이 구조적으로 탐욕스러운 통치자를 옥죄며 조종하기도 만만치 않다는 현실론에 숨은 그림이 있다. 한쪽은 오불관언이요 다른 한쪽은 수수방관하는 사이 초이성을 가진 집단마저 부지불식간에 속수무책의 나락으로 빠져드는 역설적 상황이 지구촌에서는 종종 통하더라는 목격담이다. 버젓이 공원 같은 공개된 장소에 벙커를 놀이시설처럼 지어놓은 모양새가 전연 이상하지 않은 까닭이다. ▲ 알바니아의 티라나 중앙공원 위 진술이 퍽 예민하다고 해서 버럭 반응할 사안은 아닌 것이 일련의 사건을 곰곰이 재구성해 보자면, 테레사가 받았다는 노벨평화상이 알바니아인들에게 공허한 정신적 포만감은 안겨주었을망정 무슨 실질적 허기를 메워주었는가? 예수를 실패한 인간으로 규정하여 신학박사를 따낸 슈바이처의 경우도 하등 다를 바 없다. 그들이 벌인 노력 봉사는 세계인에게는 더없이 숭고하게 받아들여져 행위구원의 물증처럼 자리매김했지만 감춰진 본질은 본인의 영광을 추구한 일회성 실화의 연출이라는 데 심증이 간다. 그것을 뒤집어 당사자를 우상시하면 독재의 민낯이요 독재자의 망발이 되는 참이다. 따라서 마담이 시키는 일을 고분고분 이행하지 않으면 돌아오는 파이란 가혹한 채찍이므로 그걸 몸소 때우지 않으려면 피와 땀을 분리하며 삽질을 해대는 수밖에는 뾰족한 수가 없다는 말이 된다. 목구멍이 포도청인 사회일수록 태어날 때부터 할례처럼 몸속에 깊숙이 생목숨을 맡기는 절차를 체계화하는 데 성공한 조직체가 북한이라는 한민족이다. 겉으로 이곳을 보면 제법 번듯한 건물도 올라가고 공화정이라는 설빔을 입혀 나토에도 가입하는 등 미국과 중국을 상대로 줄다리기하는 식이다. 영적으로 여기는 바울이 전도한 곳 중 가장 서쪽에 있는 일루리곤(Illyricum)이라는 지역이다(로마서 15:19). 그밖에도 보탤 말은 태산이나 제번하고 알바니아의 수도 ‘티라나’를 걸어본 자의 소박한 느낌을 몇 자 끼적여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독립을 위해 싸웠다는 스칸데르베그 장군을 기린 광장에 들어서면 도시의 중앙을 차지한 에템베이 모스크를 비롯하여 1800년대에 세웠다는 상징 시계탑이 과객을 맞는다. 한때는 종교 자체를 아편이라며 무자비하게 탄압했으나 최근 행보를 보면 과거의 잘못을 되돌아보며 미래지향적 구상을 차분히 실천에 옮기는 중이다. 발칸반도에서 석유매장량이 두 번째이고 지중해 두러스 항구를 활용하면서도 처녀림과 세계자연유산을 보호하는 등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국제 사회에 선보이고 있다. 차창 밖에 비친 농촌은 언뜻 후줄근해 뵈지만 어디든 사악한 지도자를 만나면 속절없이 추락하고 만다. 상생을 도외시한 양극화 현상이 본질을 호도하는 세상에서는 관련 법망을 촘촘히 정비하지 않는 한 기득권층은 눈 가리고 아옹하며 제멋대로 이권을 최대치로 챙기는 법이다. ■ 프로필 - 고교생에게 국어와 문학을 가르치며 ‘수필집·시조집·기행집’ 등을 펴냈습니다. - 퇴임 후 기고활동을 이어가면서 기독교 철학박사(Ph.D.) 학위를 받았습니다. - 블로그 “조하식의 즐거운 집” http://blog.naver.com/johash을 운영합니다. - <평택자치신문>에 “세상사는 이야기”를 14년째 연재하는 중입니다. ※ 다음호(683호)에는 ‘북마케도니아: 오흐리드 이어 스코페’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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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6-16
  • [세상사는 이야기] 몬테네그로: 페라스트와 코토르 성내 (5회)
    심술궂은 보라를 피해 지름길을 놔두고 해변을 끼고 돌아가는 길은 그런대로 운치가 있었다. 이 마을에서 저 마을을 가로지르는 다리 입구에서 아까는 대형차들만 통제하더니 이제는 아예 소형차까지 통행을 틀어막았다. 빤히 보이지만 한참을 돌아가야 하는 길목에 납작 엎드린 잡풀과 잡목들은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을 친다. 오랜 세월 빈틈없는 돌산에 뿌리를 내리고 세찬 풍우와 거친 풍파를 이겨낸 모습. 그 길섶을 수놓듯 줄지어 피어있는 스플리체 꽃은 우리네 개나리와 혼동할 만치 닮았거늘 척박한 석산 군데군데 고깔모자처럼 생긴 나무는 여태껏 이름조차 모르는 상태. 보아하니 잔가지 없이 통뼈도 드러내지 않은 채 꿋꿋이 견디는 침엽수(명칭을 아시는 분은 알려주시압)는 스페인 알람브라 궁전 뜰에서 보았던 것보다 훨씬 늘씬하다. 저토록 관상수로 적격인 수종을 한국에서 만나볼 수 없는 건 필시 피치 못할 속사정이 있는 것. 계속 눈엣가시처럼 걸리고 찌르는 건 도로를 넓히며 파헤친 토양의 찌꺼기들이다. 이곳 역시 깔끔한 뒤처리가 안 되는 모양새로다. 아, 인간은 정녕 대자연과의 공존을 포기한 걸까? 일행이 찾은 곳은 몬테네그로(Republic of Montenegro, 인구: 약 60만, 면적: 한국의 1/8가량)의 ‘페라스트 인공섬’. 견고한 콘크리트 위에다 두 채의 건물을 이어붙인 듯한 회당이 있었다. 가느다란 십자가를 받친 구형 밑에 푸른 종탑은 나름 고풍스럽다. 비록 배 한가운데 세운 돛이 없긴 하지만 그 옛날 범선 비슷한 선박에서 내리자마자 엿들은 해설은 믿거나 말거나, 200년 동안이나 어부들이 희생을 무릅쓰고 자신들의 목숨을 구해준 은덕에 보답하는 마음으로 잔돌을 던져 섬이 됐다는 전설인데, 뱃사람의 안녕을 기원하던 우리네 신당(서낭당의 일종)을 연상케 하는 이야기였다. 내부에는 여러 투박한 장식물에다 정성껏 그린 벽화나 천장화까지 기존 성당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 박물관의 형태를 갖추기 위해서는 온갖 잡동사니를 긁어모아야 전시물이 되고, 뭔가 볼거리가 있어야 사람들의 발길을 끌어올 수 있으니까. 그런데 자꾸만 눈길이 멎은 곳은 그 곁에 자리한 자연섬. 몇 그루의 나무뿐만 아니라 혹여 바다에 흩어진 홍합 양식장의 주인장이 살고 있을 것 같았다. 기실 그 속내는 이 연안부두를 기반으로 생계를 꾸려온 어민들의 생활상이 호기심을 잔뜩 부풀려놓아서였다. ▲ 몬테네그로의 코토르 고성 ‘코토르’는 이번 여행에서 필자가 뽑은 관광의 최고 명소. 대뜸 산 중턱을 떠받치고 있는 성곽에 눈길이 갔다. 하지만 오늘은 마침 진입 금지의 날. 쉽사리 가파른 돌계단을 포기하고 나니 성채가 나타났고 해자를 자처한 물길이 걸음을 견인했다. 담소를 나누던 팀원과 떨어진 뒤 우리 부부는 성내를 골고루 밟아보기로 했다. 문제는 골목에서 골목으로 이어지는 통행로들이 필요 이상 막혀 있다는 점. 길손의 동선을 최대한 편리하게 획정하기에는 타성에 젖은 관리들의 역량이 부족한 탓이리라. 그러니 제아무리 의기투합이 충천한들 지도를 들고 일일이 묻는 일도 금세 한계를 느낀다. 그렇다고 따로 현지 가이드를 부르기에는 출혈이 너무 심할뿐더러 최소한의 역사탐방이라는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그나마 인적이 뜸한 구역을 골라 쏘다니는 묘안을 짜내는 일이 급선무. 예의주시할 대목은 구시가지의 예스러운 속살을 살펴볼 수 있는 오솔길을 찾아내는 일이렷다. 코토르 자연역사문화지구는 응당 유네스코 세계유산. 지겨울 만치 세르비아와 베네치아의 영향을 받아온 땅덩어리에 채 3만 명이 안 되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고을이어서 한눈에 아늑함을 느낄 수 있지만 의외의 복병은 실시간 콧속을 자극하는 자동차 매연의 맹공격이었다. 바로 앞 도로를 오가는 차량에서 내뿜는 배기가스가 바닷바람을 타고 고스란히 성내로 흘러들어오고 있었다. 평소 비염을 달고 사는 나로서는 예기치 않은 골칫덩이를 껴안은 형국. 크루즈가 하루 세 대씩이나 드나든다는데 말이 좋아 북유럽 피요르드에 버금가는 절경이라지 이대로 내버려 뒀다가는 조만간 그 위상에 치명상을 입힐 거라는 걱정을 하며 성벽 모퉁이에 있는 가판대를 구경하다가 한 노파가 파는 토마토와 오렌지에 눈길이 갔다. 못생긴 걸로 봐서 노지 재배한 게 명확하다. 냉큼 현지 화폐로 표시된 가격을 유로로 환산하니 두 무더기라야 5유로를 조금 넘는 수준. 선뜻 나눠 먹을 요량으로 한아름을 구입한 뒤 시계를 보니 정해진 약속 시각에 한 치 오차도 없었다(이게 이번 여행 중 우리 집의 유일한 구매 품목임). ■ 프로필 - 고교생에게 국어와 문학을 가르치며 ‘수필집·시조집·기행집’ 등을 펴냈습니다. - 퇴임 후 기고활동을 이어가면서 기독교 철학박사(Ph.D.) 학위를 받았습니다. - 블로그 “조하식의 즐거운 집” http://blog.naver.com/johash을 운영합니다. - <평택자치신문>에 “세상사는 이야기”를 14년째 연재하는 중입니다. ※ 다음호(682호)에는 ‘알바니아: 티라나에서 벙커를 만나다’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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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6-16
  • [평택사람들] 평택시 세교동 경기행복마을 관리소
    “세교동 주민들의 생활편의와 안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가정 상비약을 전달하고 있는 경기행복마을 관리소 지킴이들 지난 2019년 12월부터 평택시 신대동에 사무소를 개설해 업무를 시작한 세교동 경기행복마을 관리소의 추진사업이 주민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업무를 시작한 지 4년차를 맞은 경기행복마을 관리소는 사무원 2명, 지킴이 7명 등 총 9명으로 구성되어 주민 2만8천여 명(1만2천 세대)의 생활편의 제공과 안전을 위해 주·야간 2교대로 주 5일 활동하고 있다. 특히 주민들의 안전을 위해 지역 순찰, 안심 등하교 지원과 함께 주민 생활편의와 복지증진을 위해 공구 무상 대여 서비스, 환경 개선, 여름나기 선풍기·에어컨 필터 점검 및 청소, 홀몸 어르신 가정상비약 제공, 거동 불편 어르신 병원 진료 동행 등의 다양한 업무를 추진하고 있다. 경기행복마을 관리소 장동원 사무원은 “저희가 일상 업무를 하다 보면 지역 내 어려운 분들이 많다”면서 “저를 비롯한 지킴이들은 세교동 취약계층은 물론 모든 주민들에게 생활편의 서비스 제공과 함께 안전한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장 사무원은 “특히 올해에는 세교동 주민들에게 보다 많은 생활편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행복 의자 설치, 선풍기·에어컨 필터 점검 및 청소, 폐의약품 회수 및 가정상비약 제공, 노인 부부 병원 동행 및 폐가구 처리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경기행복마을 관리소는 세교동 주민들이 행복할 수 있도록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경기행복마을 관리소는 올해부터 어르신 대상 이미용 봉사(경로당), 공중화장실 불법 촬영 점검, 치매 예방 원예 테라피, 과전류 방지 패치 부착, 미끄럼 방지 테이프 부착 등 주민들의 생활편의 향상을 위한 활동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김지영 기자 ptl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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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택사람들
    2023-06-14
  • ‘2023 제13회 평택 전국밴드경연대회’ 참가자 모집 공고
    2023년 7월 1일(토) 평택대학교 대운동장에서 개최되는 「제13회 평택 전국밴드경연대회」 참가 팀을 모집합니다. 뮤지션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 바랍니다. 1. 참가 자격 ○ 나이, 성별 구분 없이 누구나 참석 가능 2. 접수 일시 ○ 2023년 5월 25일(목) 오전 9시 ~ 6월 27일(화) 오후 6시까지 3. 예선 안내 ○ 예선 : UCC동영상 및 음원 예선을 통과한 참가 팀에 한해서 본선 진출권을 얻게 됩니다. 본선 진출자는 6월 28일(수) 오후 2시까지 개별 통보합니다. ○ 제출서류 : 참가신청서(첨부파일, http://www.ptlnews.kr), 단체사진, 동영상 4. 본선 안내 ○ 장소 : 평택대학교 대운동장(경기 평택시 서동대로 3825) ○ 일시 : 2023년 7월 1일(토) 오후 1시 ~ 오후 4시 ※ 참가팀당 세팅 및 경연곡 포함 20분 배정, 경연순서는 당일 추첨에 의해 진행됩니다. ※ 본선 진출 밴드는 리허설 관계로 오전 11시까지 도착해야합니다. ○ 심사위원 : 5명(예선 심사 종료 후 공개) ○ 본선 무대 세팅(악기 spec) - 기타앰프: Marshall JCM2000 2대 - 베이스앰프: Ampeg svt 4 pro 1대 - 키보드: Nord Electro3 1대, YAMAHA S90 1대, YAMAHA motif xs7 1대 - 드럼: dw 콜렉터 1대, YAMAHA 1대 5. 참가 접수 안내 ○ e-mail 접수 : ptlnews@hanmail.net ○ 문의 : 평택록페스티벌 / 밴드경연대회 조직위원회 031-663-5959 / 010-4071-7458 / Fax : 031-663-5961 6. 시상 내역 ○ 대상 1팀 : 상금 500만원 및 트로피 ○ 금상 1팀 : 상금 300만원 및 트로피 ○ 은상 1팀 : 상금 200만원 및 트로피 ○ 동상 1팀 : 상금 150만원 및 트로피 ○ 최우수 보컬상(개인) 1명 : 상금 100만원 및 트로피 ○ 최우수 연주상(개인) 1명 : 상금 100만원 및 트로피 ※ 본선에 진출한 참가 팀에게는 팀 별 100만원의 본선 공연비가 지급됩니다. (총 10팀 가운데 수상팀 4팀 제외) ※ 상금에 대한 세금은 수상자의 상금에서 부담하며, 시상금은 세금공제 후 (원천징수) 제공됩니다. (수정: 올해부터 상금에 대한 세금공제(원천징수)가 되지 않고, 상금 전액을 수령할 수 있습니다.) ※ 대상 수상팀은 오후 6시 30분부터 진행되는 공개방송에 출연합니다. 7. 기타 사항 ○ 예선 참가곡은 1곡이며, 본선에서도 동일해야 합니다.(기존 곡 / 창작곡, 가요 / 외국곡 등 장르 제한 없음) ○ 드럼, 키보드, 앰프를 제외한 개인 악기는 참가팀에서 준비해야 합니다. ○ 본선 진출팀은 시상금 및 본선 진출비 수령 관계로 당일 신분을 확인할 수 있는 신분증을 지참해야 하며, 시상금은 입상팀 계좌로 일괄 입금됩니다. ○ 이전 대회 본선 진출 참가 팀도 입상하지 못한 경우에는 3회에 한하여 대회에 참가할 수 있습니다. ○ 태풍 및 기상 이변 시에는 평택시 이충문화체육센터 실내체육관에서 대회가 진행됩니다. ※ 붙임 제13회 평택 전국밴드경연대회 참가신청서 1부. 끝. ■ 주최 : 평택시, 주관 : 평택시문화재단/평택자치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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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5-25
  • [세상사는 이야기]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는 녹화 중 (4회)
    혹자는 ‘두브로브니크’를 제쳐 두고는 크로아티아를 보았노라 입을 떼지 말라고 단속한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무심코 방심하다가 일이 우습게 꼬여버린 사례에 속할 법하다. 일정을 무료하게 만든 건 전적으로 나의 몫이다. 풍경 사진을 찍다가 뭘 잘못 만졌는지 모바일의 배터리가 조기 마감되어버린 낭패를 당한 참. 따라서 잔뜩 기대를 안고 찾은 두브로브니크에 관해서는 풀어낼 얘깃거리가 빈곤하다. 그래도 한마디로 줄이라면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 그렇대서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다는 핀잔은 아니다. 그나마 초기에 십수 방 담아놓지 않았더라면 아예 인증할 소일거리조차 마련하지 못할뻔했다. 게다가 그날따라 ‘보라’로 알려진 바람은 대형 태풍급. 간간이 흩뿌리는 빗방울을 탓할 여지도 없다. 터무니없이 입장료를 올린 성벽 걷기마저 제풀에 포기하고 말았으니까. 그렇다면 앞으로 세 단락의 내용을 무엇으로 채울 셈인가? 이를테면 이번 회차의 기행은 여정은 있되 견문과 감상의 영역이 역으로 사실관계를 추적하는 녹화를 뜰 수밖에 없겠다. 과연 사람들의 입술에 오르내리는 빈도만큼 두브로브니크는 지상 최대의 낙원일까? 맨 먼저 눈에 띄는 건 어딜 가나 랜드마크가 으뜸일 터. 16개 면에 각기 다른 조각상을 새긴 오노프리오스 분수대를 감상하며 올려다보는 시계탑이 그것이다. 하지만 나는 지인과 담소를 나누며 한눈을 팔아도 아무 걸릴 게 없는 플라차 대로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수로를 도로로 바꿨는데 대리석이 하얗지 않으면 어떻고 석재가 좀 거칠면 대수랴, 산책객들이 걷기에 편하면 그만이거늘 홍보 책자에 상투적으로 소개하는 글처럼 어느 건축물이든 외관을 보고서 감탄하려면 이런 유형의 건물을 생전 처음 보았거나 그 방면에 관한 배경 지식이 충분해야 한다. 가령 이곳을 수호했다는 성인의 유물을 보관한 두브로브니크 대성당을 비롯해 우아한 아케이드가 특징인 스폰자궁을 포함해 최고 통치자의 집무실을 두었다는 렉터 궁전이나 프란체스코수도원의 외양에 지대한 관심을 표출하는 이들은 해당 분야의 연구자일 가능성이 높다. 이는 우리나라의 유서 깊은 사찰이나 건조물의 경우도 마찬가지. 단지 규모가 웅장하다는 연유로 찬탄을 금치 못한다면 차라리 미국의 펜타곤이며 중국의 자금성을 따라갈 수는 없을 테니까. ▲ 크로아티아의 두브로브니크 플라차 대로 그렇다면 썩 내키지는 않더라도 주위 성벽을 한 바퀴 돌아왔어야 한다. 그런데 왠지 이들의 장삿속을 끝내 인정하기가 싫었던 거다. 세찬 바람을 피해가며 애써 골목길을 찾아 헤맨 이유였다. 돌이켜보면 뒤늦은 점심 식탁에서 가져온 물조차 마시지 말라는 눈총도 모자라 기껏 내민 음식이란 게 부실하기 짝이 없었으니 급기야는 대놓고 불만을 표출하는 사태까지 치르지 않았나? 어젯밤 기분 좋게 한턱을 쏜 박대장이 이르기를 즐거운 여행을 담보하려면 첫째가 팀복이요, 둘째는 날씨요, 유능한 가이드를 만나는 게 셋째라는 말이 현실로 다가온 셈이다. 그러니 어쩌랴, 넉넉한 시간을 주체할 줄 몰라 이리저리 헤매는 와중에 조우한 당사자의 옷자락을 끌 수밖에. 상한 마음에 식사도 거른 채 다리 난간에서 만난 그를 모른 채 그냥 지나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물론 한 시간 남짓 나눈 얘기는 예사로 부딪히는 애환을 풀어 대화의 용광로에 녹여버린 게 고작이었으되 직업상 난감함이 어찌 이번뿐이랴. 세상에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 가장 어렵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아는 처지여서 더욱 그랬다. 이제 남은 프로그램은 미니밴에 탑승하여 두브로브니크의 절경을 감상하는 일. 하지만 보라라는 놈은 보란 듯이 더 기승을 부렸다. 산정을 향해 올라가는 차량이 구부러진 비탈길에서 심하게 흔들릴 정도여서 내심 불안한 기색들이 역력했다. 아마도 좌석을 꽉 채우지 않았다면 무게중심에 이상이 생겨 위험천만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불길함이 엄습했다면 지나친 호들갑일까? 사실 올라갈수록 예상치를 뛰어넘은 비바람의 강도에 자칫 온몸을 가누기조차 쉽지 않았으니 하는 말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갑자기 날마저 어두컴컴해지면서 일시에 체감온도를 떨어뜨리는 강추위까지 몰아쳤다면 스르지산 전망대 미니밴 투어는 하늘의 도우심을 구하는 기도가 크게 부족했던 탓이리라. 돌이켜보면 절벽 아래 그림 같은 마을을 배경으로 멋진 추억을 남기는 건 고사하고 자세를 한껏 낮춰 흐릿한 풍경을 흘끔 보는 것으로 족할 수밖에 없었고 팀원 전체가 무탈하게 내려온 것만으로도 이번 여행의 티 나는 옥에 티라고 규정하는 일마저 극구 신중할 필요가 있으렷다. ■ 프로필 - 고교생에게 국어와 문학을 가르치며 ‘수필집·시조집·기행집’ 등을 펴냈습니다. - 퇴임 후 기고활동을 이어가면서 기독교 철학박사(Ph.D.) 학위를 받았습니다. - 블로그 “조하식의 즐거운 집” http://blog.naver.com/johash을 운영합니다. - <평택자치신문>에 “세상사는 이야기”를 14년째 연재하는 중입니다. ※ 다음호(681호)에는 ‘발칸반도 주마간산기 - 몬테네그로: 페라스트와 코토르 성내’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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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5-25
  • 평택 아름다운사람들, 독거노인·장애인가정에 사랑의 반찬 나눔
    유미자 회장 “어려운 처지에 놓인 이웃들에게 따뜻함 나누겠다” 평택시 봉사단체인 아름다운사람들(회장 유미자)에서는 지난 20일 사랑의 반찬 나눔 행사를 진행했다. 이날 유미자 회장을 비롯한 회원 5명은 평택동에 소재한 반가요리전문학원에서 육개장, 미역줄기볶음, 배추겉절이, 마늘종무침 등을 직접 만들었으며, 한부모, 독거노인, 시각장애인 38가정을 방문해 반찬을 전달하면서 안부를 확인했다. 아름다운사람들의 반찬 나눔은 유미자 회장이 개인 사비를 들여 매달 첫째 주와 셋째 주에 진행하고 있으며, 평택시에서 소외계층 및 취약가구를 추천받아 사랑을 전달하고 있다. 아름다운사람들 유미자 회장은 “저희 단체는 평택에 살고 계신 분들 중 어려운 분들을 돕기 위해 결성된 단체”라며 “직접 만든 반찬을 전달하면서 아이들이 손에 쥐어주는 고맙다는 쪽지에 뿌듯함과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우리 지역의 소외된 계층과 어려운 처지에 놓인 이웃들에게 따뜻함과 정성이 담긴 반찬을 전달해 나가겠다”며 “사랑의 반찬 나눔에 많은 시민 여러분들이 동참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 2월 18일 결성된 아름다운사람들은 유미자 회장, 최경애 총무를 비롯해 회원 20여 명이 활동하고 있으며, 아름다운사람들 반찬 나눔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싶은 시민은 전화(☎ 010-3769-9843)로 문의하면 회원 가입 안내를 받을 수 있다. 김다솔 기자 ptl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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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5-23
  • [세상사는 이야기] 발칸반도 주마간산기 ‘보스니아: 야곱성당을 거쳐 모스타르’ (3회)
    멀리 능선 없는 돌산이 보였다. 그보다 적확하게는 희뿌연 석산이란 표현이 더 어울린다. 도로를 낸 경사면마다 나뒹구는 잔돌을 막는 그물망들을 쳐놓은 건 그래서다. 차창을 보니 햇빛을 반쯤 가린 새털구름이 흐린 하늘에 가득하다. 그때 공원처럼 조성한 묘지들이 마파람처럼 스쳐 지나갔다. 풍경 사진을 핸드폰에 담아내는 나로서는 쓸만한 장면을 놓치기 일쑤. 일순간을 포착하는 작가적 육감에는 한참이나 뒤떨어지니 말이다. 그러고 보면 고유한 재능은 타고난다는 가설을 뒤집을 근거는 미약하다. 반면에 천재는 단 1%의 영감을 부여받았을 뿐이라는 일설에도 설득력은 있다. 다만 99%의 노력이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남다른 1% 요소가 필수적이라는 논리를 제압해야 한다. 그나저나 박대장이 이곳을 가리켜 유럽분쟁의 요약판이라더니 파괴된 가옥들을 방치해 둔 게 눈에 띄게 늘어났다. 손바닥 만한 밭뙈기 농사로 겨우 연명하던 생계조차 가물가물한 판에 불현듯 이웃사촌의 살상을 자행한 건 광기로밖에 더는 설명할 수 없다. 그렇다면 뭇 생명의 본질마저 왜곡해버린 종교적 현상들은 인간계를 지탱하는 필요악일까, 일소할 죄악일까? 처음 맞은 출입국심사 절차.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Bosnia and Herzegovina, 인구: 350만가량, 면적: 한국의 절반)의 국경검문소는 낯설었다. 하지만 곧바로 찾은 ‘야곱성당’ 만큼 개신교도들에게 낯익은 예배당도 드물 것이다. 우선 야외에 가지런히 배열한 의자의 모양새나 성당 안의 장식물이 단출했거니와 비록 사람이 만든 형상에 손이라도 대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기복신앙의 행위는 그대로일지언정 성모로 추앙을 받는 마리아보다 십자가에 매달린 성자 예수를 부각한다는 인상을 풍겼기 때문이다. 잠깐, 그렇다고 지레짐작은 마시라. 필자는 삼위일체 하나님을 논제로 학위를 마친 조직신학도로서 영혼구원의 실체적 진실을 잠시 되짚었을 따름이니까. 여하튼 우리 부부는 부활의 흔적을 찾아오는 이들을 뒤로한 채 반경을 좁혀 그 일대를 돌아보기로 했다. 길 건너 성물 거리에서 동네 뒷길로 접어드니 흙먼지가 풀풀 날리기는 했으나 호기심이 충만한 나로서는 궁금한 곳은 대충이라도 둘러보아야 직성이 풀린다. 성당에 딸린 정갈한 숙소를 거쳐 소박하게 꾸민 꽃길을 여유롭게 살펴본 뒤에도 가시면류관을 가린 예수상을 맴도는 이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았다. ▲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모스타르 다리 앞 ‘모스타르’는 매우 충격적인 재앙의 현장인 동시에 매력적인 관광 포인트. 벽에 총탄 자국이 선명히 남아 있을 만큼 내전 당시의 참화는 치유되지 않은 채였다. 특이사항은 동네 게시판에 실시간 부고장이 나붙는 풍속화. 그가 어떤 종교를 가졌든 결혼 여부와는 상관없이 자신들의 정체성을 당당히 유지하고 있단다. 곳곳에 우뚝 솟은 모스크 사이에 유대교 회당이 눈에 띄었다. 외곽 거리는 비교적 한산한 편. 테파시장으로 접어들자 200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면모가 드러난다. 다들 추억을 남기기에 바쁜 다리. 기실 포토존은 스타리 모스트 건너편이다. 즐비한 기념품 상점과 맞닿은 액세서리 가게들을 지나며 나는 다소 피곤해 뵈는 아내를 달래 구석구석을 누볐다. 알려진 곳일수록 고즈넉한 풍광은 따로 있는 법. 복잡한 소로를 뚫고 계단을 오르내리는 기분은 그만큼 상큼하다. 하필이면 코앞에 있는 번지점프대가 때마침 개점휴업 중이어서 볼거리를 놓치고 말았다. 이역만리까지 날아와서 생소한 땅을 밟아보는 촉감이야말로 몸소 발품을 팔아야 체득할 수 있는 즐거움의 한 축이 아니랴. 기존 유럽문화와는 상이한 측면도 간과하지 말아야 할 지점. 그만큼 이슬람이 끼친 영향은 컸다. 중후한 비숍 교구청 건물을 바라보며 무심한 시계탑을 지나치니 가히 종교의 백화점이라 해도 과하지 않을 만치 정교회, 가톨릭 성당, 프란체스코 수도원이 늘어서 있거늘 어찌 그런 끔찍한 전쟁을 벌여야 했는지 안타까울 뿐이다. 굳이 비좁은 틈새를 비집고 종탑에 오르지 않는 이유였다. 비록 고색창연하지는 않더라도 흙빛 담벼락에 눈길이 멎는 건 필자만의 취향. 평소 어설픈 인공미를 극도로 꺼릴뿐더러 수수한 자연미를 선호하는 본새도 나만의 익숙함이 만들어낸 습관인 듯하다. 무게가 실린 발바닥을 거푸 자극할 만치 울퉁불퉁한 돌길인데도 표정들은 한결같이 밝다. 서둘러 빠져나온 구역은 저렇게 늘 붐빈다더니 과연 눈요깃거리가 많았다. 고정된 시공에서 정해진 조건을 최대치로 활용할 줄 아는 건 상식이요 지혜로되 과거사로 굳어진 유고연방의 수도인 사라예보는 개인적으로 해결할 미완의 과제로다. ■ 프로필 - 고교생에게 국어와 문학을 가르치며 ‘수필집·시조집·기행집’ 등을 펴냈습니다. - 퇴임 후 기고활동을 이어가면서 기독교 철학박사(Ph.D.) 학위를 받았습니다. - 블로그 “조하식의 즐거운 집” http://blog.naver.com/johash을 운영합니다. - <평택자치신문>에 “세상사는 이야기”를 14년째 연재하는 중입니다. ※ 다음호(680호)에는 ‘발칸반도 주마간산기 -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는 녹화 중’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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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하식의 이야기
    2023-05-18
  • [세상사는 이야기] 발칸반도 주마간산기 ‘크로아티아: 자다르 크르카 스플리트’ (2회)
    특유의 달변에 다방면의 식견을 겸비한 박대장의 입담은 그야말로 점입가경. 서른 명이 넘는 일행을 인솔하는 밀양 박씨 공간공파 29대 종손 박승호는 그의 말마따나 4대 보험도 안 되는 일개 일용직 노동자 가이드 나부랭이가 아니라 타고난 말솜씨에 뛰어난 현실정치의식까지 갖춘 직업인이었다. 다만 티토가 구축한 발칸반도 7개국의 통합이 아닌 봉합이 그의 자연사로 말미암아 급격히 와해된 데는 잔학한 인종 청소자로 덧씌워져 급사로 처리한 밀로셰비치의 죄목에 숨겨진 내막이 있을 수 있다는 게 필자의 진단이다. 즉, 세계 제1-2차대전 이전의 유럽 상황이 일종의 도시국가 형태로 존재한 걸 감안한다면 그대로 존속하기도 어려웠겠지만 그로 인해 동시다발적 학살 현장으로 둔갑한 사실관계는 명백하다. 그렇다면 이번 여정을 통해 나는 과연 그간 말로만 듣던 삼색기의 흩어진 향방을 얼마큼 가늠할 수 있을까? 내심 우려스러운 건 여행 적색경보를 발령한 코소보(인구: 180만, 면적: 한국의 1/9가량)는 제쳐 두고 크로아티아인들 역시 자연보호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어 보인다는 점이다. 호젓한 곳에 자리한 호텔이 의외라 싶게 인기가 높은 건 심신이 지친 현대인의 의중을 반영한 실상이리라. 우포늪을 방불한 습지에서 살아있는 생태를 생생히 목격하고 곧바로 찾은 곳은 크로아티아 남부 아드리아해 연안에 있는 ‘자다르’. 피부에 와 닿은 날씨는 어느덧 초여름이다. 로마시대 유적의 밑간을 본 뒤 시멘트로 구축한 해안선을 따라가니 이 도시를 대표하는 상징물이 길손을 맞는다. 이른바 바다 오르간이 그것. 세계에서 유일하게 파도가 연주하는 소리를 감상할 수 있다는 말에 저마다 두 귀를 곤두세웠다. 늘어선 전시물을 감상하며 걸어가니 이탈리아풍의 촘촘한 구시가지. 고문헌에 나올 만큼 해묵은 도시로 중세에는 무역의 중심지였고 한때(1920~1940)는 이탈리아의 지배를 받기도 했단다. 허울뿐인 현지 가이드를 대동한 채 박대장이 연신 풀어놓는 해박한 전문용어들. 스위스에서 보았던 13세기 로마네스크 양식의 교회와 특이한 형태의 원형교회 기초석이 눈길을 끌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이람? 그리 깨끗해 뵈지도 않는 풀밭에 벌렁 드러누워 일광욕을 즐기는 반나체의 두 여성. 제아무리 문화가 색다르고 습속을 달리한다고 한들 길목을 가로막은 행태는 꽤나 볼썽사납다. 더구나 발길이 잦은 비잔틴 양식의 도나트 성당 곁에서 인간의 품격을 떨어뜨린다는 건 서글픈 일이다. ▲ 크로아티아의 자다르 유적지 블레드보다 더 유명세를 치르고 있는 ‘크르카 국립공원’을 대하는 가슴은 무거웠다. 초장부터 도무지 천연은커녕 인위의 냄새가 코를 찔렀기 때문에. 1인당 국민소득이 마의 1만 불을 넘기면 너나없이 환경을 떠올린다는데 막상 예외는 있는 법인가? 더구나 중국의 구채구를 다녀온 이들이 내뱉는 푸념은 하나같이 거기에 비해 어림없다는 품평. 물론 아직 그곳을 접하지 않은 이들에게야 나름 감탄할 구석이 없는 건 아니지만 조금만 눈여겨볼라치면 입구에서 벌이는 공사방식 자체가 잘못된 오염원을 양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동로에 들어선 가옥이 원래 있던 건조물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필자의 눈에는 환경오염의 진원지. 자랑삼아 수영을 허용하는 조치도 그리 좋아 뵈지는 않았다. 당장 시정조치가 필요한 일은 물고기들에게 먹잇감을 던지는 행위. 그나마 다행인 건 남들이 잘 가지 않는 곳에서 발견한 천연에 가까운 이끼류였다. 빛바랜 에메랄드빛 폭포수에 흠뻑 취한 나머지 숨은 보석을 놓쳤다면 두고두고 후회할 뻔했다. 정신을 맑게 하는 심미적 요소 중 으뜸은 단연 자연상태인 것을! 지중해상으로 해님이 빨려드는 가운데 눈부신 아드리아해를 다시금 만났다. 이탈리아반도를 마주한 ‘스플리트’는 일찍이 197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항구도시. 크로아티아 제2의 도시이자 달마티아의 주도답게 역사 지구에 소재한 3~4세기 건축물인 디오클레티아누스 궁전과 중세 요새에는 로마네스크, 고딕, 르네상스, 바로크 등 다양한 양식의 교회당이 남아 있었다. 특별한 건 이곳이 3세기경 로마 황제의 고향이라는 명분에만 묶여있지 않고 오늘날까지 이 나라의 중심지로 기능하고 있다는 점. 수심이 깊어 여러 교통망을 체계적으로 결합할 수 있었을뿐더러 그로 인해 역대 비잔틴제국의 거점도시로 발전했다는 대목은 고무적이다. 둔덕에 늘어선 집들은 강렬한 햇볕을 가리기 위해 죄다 차양을 매달았다. 베네치아풍의 고딕 양식으로 지어진 시청사는 지금 민속학박물관으로 쓰인다는데 여건상 직접 가볼 수는 없었다. ■ 프로필 - 고교생에게 국어와 문학을 가르치며 ‘수필집·시조집·기행집’ 등을 펴냈습니다. - 퇴임 후 기고활동을 이어가면서 기독교 철학박사(Ph.D.) 학위를 받았습니다. - 블로그 “조하식의 즐거운 집” http://blog.naver.com/johash을 운영합니다. - <평택자치신문>에 “세상사는 이야기”를 14년째 연재하는 중입니다. ※ 다음호(679호)에는 ‘발칸반도 주마간산기 - 보스니아: 야곱성당을 거쳐 모스타르’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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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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