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재 시인
발정 난 말이 울타리 안에서
울부짖던 그 해,
발기된 말 또한
울타리 밖에서 울부짖던 그 해,
군화를 신고 채찍을 휘두르던
검은 사내의 고함소리에
항복하듯 마사馬舍로 쫓겨간 말이 있었다
종족본능이 위리안치된 채,
서열에 밀린 행랑방 서자같이
낮밤으로 서럽게 울던 말
종마가 불안한 인심을 눈치채고
눈 덮인 먼 산을 보며
스스로 거세를 한 그 해,
사람들은 또 다른 봄이 오길 기다렸지만
종마는 끝끝내 교미를 하지 않았다
■ 작가 프로필
경기도 평택 출생. 200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집 <투명인간>, <고흐의 사람들> 외 저서 <이기적인 시와 이기적인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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