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9(월)
 

시가 있는 풍경.jpg

 

권혁재 시인


그를 기다리는 동안

경주지역에서 지진이 났다는

뉴스속보가 나돌았다

건너편에 앉은 여자가

독재자의 딸을 찬양하는 말을 쏟아내

오던 그가 발길을 돌릴 것 같아

차 맛도 심란하였다

여전히 그는 오지 않았고

스콜이 내리는 베트남 평야 그쯤에서

값싼 노동의 대가로 그가 보낸 허브를

만지작거리는, 이쯤은 모래폭풍만 날리는

데스밸리 중간쯤에 있는 낡은 휴게소

땅이 갈라졌다는데

나라에 금이 갔다는데,

내가 아닌 내가

여기가 아닌 여기에서

오지 않는 그를 기다렸다.


■ 작가 프로필


경기도 평택 출생. 200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집 <투명인간>, <고흐의 사람들> 외 저서 <이기적인 시와 이기적인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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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풍경] 레몬그라스를 끓이는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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