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재 시인
잠이 들 등짝의 무게로 짓누르는
수술용 침대 바퀴가 붉은 선을 넘는다
마취에서 깨어날 사람과
마취로 다시 잠들 사람들의 발걸음을 대신하여
문턱을 넘는 아주 관대한 바퀴소리
문을 나서면
이 문과 저 문이 분명하지 않은 것처럼
수술실로 향하는 문턱은 이미,
스스로 경계를 허물어 거부와 수용의 몸부림으로
문턱이 닳아 있는지도 모른다
무수하게 거부당한 삶들이
무수하게 수용당한 죽음을 안고
저 문턱을 넘었는지도 또 모른다
잠들 자나 깨어날 자를 실은
수술용 침대 바퀴에 저 문턱이
바짝 닳는다.
■ 작가 프로필
경기도 평택 출생. 200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집 <투명인간>, <고흐의 사람들> 외 저서 <이기적인 시와 이기적인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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