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9(월)
 

시가 있는 풍경.jpg

 

권혁재 시인


잠이 들 등짝의 무게로 짓누르는

수술용 침대 바퀴가 붉은 선을 넘는다

마취에서 깨어날 사람과

마취로 다시 잠들 사람들의 발걸음을 대신하여

문턱을 넘는 아주 관대한 바퀴소리

문을 나서면

이 문과 저 문이 분명하지 않은 것처럼

수술실로 향하는 문턱은 이미,

스스로 경계를 허물어 거부와 수용의 몸부림으로

문턱이 닳아 있는지도 모른다

무수하게 거부당한 삶들이 

무수하게 수용당한 죽음을 안고

저 문턱을 넘었는지도 또 모른다

잠들 자나 깨어날 자를 실은

수술용 침대 바퀴에 저 문턱이

바짝 닳는다.



■ 작가 프로필


경기도 평택 출생. 200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집 <투명인간>, <고흐의 사람들> 외 저서 <이기적인 시와 이기적인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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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풍경] 문턱이 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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