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9(월)
 

시가 있는 풍경.jpg

 

권혁재 시인


버릴 것을 진즉 버리지 못하고

기웃거리는 몽산포항 방파제

갈매기가 쪼아대는 물결만 바라보다

한 척의 배를 무심코 흘러 보낸다


언제쯤이었을까,

배가 가른 파도가

디젤엔진의 추진력으로 다가온 것이


배들의 어깨를 밀친 파도는

방파제에 굴처럼 다닥다닥 붙은 잡사雜思를

떨쳐버리듯이 흔들어댄다

그 중심에 있는 내가 출렁거린다


먼 바다로 잘 뻗은 물의 이랑이

텅텅거리며 가슴을 밀친다

스크루에 찢긴 바다가

해조음을 내며 가슴속에서 갈라진다


힘 좋은 배 한 척을 갖고

돌아서는 발길에

서해가 텀벙텀벙 밟힌다.



■ 작가 프로필


경기도 평택 출생. 200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집 <투명인간>, <고흐의 사람들> 외 저서 <이기적인 시와 이기적인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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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풍경]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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