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재 시인
버릴 것을 진즉 버리지 못하고
기웃거리는 몽산포항 방파제
갈매기가 쪼아대는 물결만 바라보다
한 척의 배를 무심코 흘러 보낸다
언제쯤이었을까,
배가 가른 파도가
디젤엔진의 추진력으로 다가온 것이
배들의 어깨를 밀친 파도는
방파제에 굴처럼 다닥다닥 붙은 잡사雜思를
떨쳐버리듯이 흔들어댄다
그 중심에 있는 내가 출렁거린다
먼 바다로 잘 뻗은 물의 이랑이
텅텅거리며 가슴을 밀친다
스크루에 찢긴 바다가
해조음을 내며 가슴속에서 갈라진다
힘 좋은 배 한 척을 갖고
돌아서는 발길에
서해가 텀벙텀벙 밟힌다.
■ 작가 프로필
경기도 평택 출생. 200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집 <투명인간>, <고흐의 사람들> 외 저서 <이기적인 시와 이기적인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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