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재 시인
한 차장이 면직이 되고 자리가 비었지만
계절이 바뀌어도 신입을 뽑지 않았다
그가 키우던 죽은 나무를 내다 버렸다
먼지에 덮인 의자가
눈치 보며 비꼈다
전화가 울려도 받지 못할 빈 자리
지나간 공문이 폐지 더미로 쌓여도
한 차장을 기억하는 직원은 없었다
문상을 마치고 나와
붙여대는 담뱃불처럼
한 사람의 청춘이 연기로 사라졌다
- 『애지』, 여름호에서
■ 작가 프로필
경기도 평택 출생. 200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집 <투명인간>, <고흐의 사람들> 외 저서 <이기적인 시와 이기적인 시론>
ⓒ 평택자치신문 & ptlnews.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