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재 시인
지아비 생사도 모른 채 낳은 유복자
외딴섬 인심에 아이는 동백처럼
쑥쑥 가지를 쳐 붉은 눈망울로
아버지에 대해 알 나이가 되었다는데,
물질을 하고 돌아온 어머니는
무너진 돌담 끝에서 어구를 정리하며
뱃사람 계집으로 숨죽여 살라고
행방불명 된 아버지는 이미 물에 묻었다 했는데,
그래도 달빛이 억새꽃에 내리는 밤이면
동백 꽃잎 떨어지듯 유배 아닌 유배를 떠난
아버지의 흔적을 오름에서 더듬기도 했다는데,
떠났다가 되돌아오고
되돌아왔다 다시 떠나가는
섬의 끝없는 궤도 속에
아버지의 비명소리로 불어간 바람
섬의 섬만 보고 일생을 살아온 여자
어머니의 얼굴에서 아버지의 미소가
대평마을 위로 뜬 낮달같이 환했다는데.
■ 작가 프로필
경기도 평택 출생. 200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집 <투명인간>, <고흐의 사람들> 외 저서 <이기적인 시와 이기적인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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