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재 시인
격리병동 너머로 보지 못할 단풍이 있다
병실 유리창에 입을 맞춘 나뭇잎이
문병을 온 듯
병세를 물어보는 듯
작게 떨리는 것이,
찬바람이 분다고 핑계를 대면서
눈물로 가려버리는 가을 산
참아온 아픔만큼 은사시나무잎으로
물들 수 있을까
병동을 건너온 신음소리가
때죽나무 속으로 스며드는 가을날
한 잎씩 떨어진 상처가
가을볕을 덮고 가는지
가을이 점점 빈 침대처럼 사라진다.
■ 작가 프로필
경기도 평택 출생. 200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집 <투명인간> <고흐의 사람들> 외 저서 <이기적인 시와 이기적인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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