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6(금)
 

시가 있는 풍경.jpg

 

권혁재 시인


격리병동 너머로 보지 못할 단풍이 있다

병실 유리창에 입을 맞춘 나뭇잎이

문병을 온 듯

병세를 물어보는 듯

작게 떨리는 것이,


찬바람이 분다고 핑계를 대면서

눈물로 가려버리는 가을 산

참아온 아픔만큼 은사시나무잎으로

물들 수 있을까


병동을 건너온 신음소리가

때죽나무 속으로 스며드는 가을날

한 잎씩 떨어진 상처가

가을볕을 덮고 가는지

가을이 점점 빈 침대처럼 사라진다. 



■ 작가 프로필


경기도 평택 출생. 200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집 <투명인간> <고흐의 사람들> 외 저서 <이기적인 시와 이기적인 시론>


태그

전체댓글 0

  • 92440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시가 있는 풍경] 가을이 사라졌다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