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2-11-30(수)
 

9월 3일~13일(추석 연휴는 휴관) 평택호 예술관... 작가와의 만남 9월 3일 오후 2시

1985년 송탄 시장부터 2021년 제주 동문시장까지 36년 동안의 결과물 1,000점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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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연 작가

 ◆ 이수연 작가 “추억이 아련한 것은 그 장소에 갈 수 있어도 그 시간에 갈 수 없기 때문이다”


필자의 시장 사진의 바탕은 ‘당연함’이다. 그 ‘당연함’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마땅히 그러하다’라는 본디 뜻하고 ‘마땅히 그렇지 않다’라는 반대의 뜻을 가지고 있다.


내 오랜 사진의 시작은 여기서 출발했다. 당연한 건 기록하지 않는다는 일반적 인식을 뒤집어, 당연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도록 찍거나 당연하지 않은 게 될 수 있을까 하는 관점에서다. 


나는 그것을 기록의 가치라고 부른다. 기록해 놓은 건 모두, 아무리 하찮다고 해도 시간이 지나면 예외 없이 지나온 시간만큼의 가치가 따라오기 때문이다. 이미 그런 경험을 두 번 했다. 27년간 촬영해서 발표한 ‘협궤열차 수인선’과 촬영 후 20~30여 년이 지나 발표한 ‘쑥고개’ 사진이다. 


그런 의미에서 36년간 찍어 모은 ‘시장’은 또 다른 ‘마땅히 그러하지 않음’이다. 옛 사진을 보면 영화로웠다거나 초라했던 흔적을 살피게 되는 게 아니라 그날의 오롯한 기억을 찾게 된다. 폐사지(廢寺地)에 갔을 때 종교로서의 자취가 아니라 희미해졌지만, 역사의 자취가 풍기는 처연함이나 숙연함이 느껴지는 것처럼 시장 사진도 그렇다.


그러나 이런 감정은 남과 꼭 동질화되지 않는다. 롤랑 바르트가 일찍이 말한 대로 사진을 보는 관객의 입장은 두 갈래이기 때문이다. 작가의 의도대로 받아들이거나 의도와 상관없이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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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탄 저녁시장(1985)

 

누군가가 묻는다. 왜 찍느냐고. 앞의 이유로 어떤 대답을 하든 절반밖에 수긍할 수 없을 듯하여 그저 찍을 뿐이라고 대답한다. 굳이 이유를 든다면 무언가 해보고 싶다는 욕구와 할 수 없는 형편 사이의 불일치 때문에 사진을 선택했고, 먹고 살아야 하는 형편 때문이랄지 하는 한계로 기록사진을 했다는 핑계가 있다. 돌려서 이야기할 것 없다. 전공 예술가의 길을 걷기에는 형편이 안 되어서 그저 쉽게 누르고 가볍게 찍히는 사진을 선택했다는 말이고, 형편이 안 되어서 그저 짬 날 때 다녀올 수 있는 곳을 찾은 것이 기록사진으로 남았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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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시장을 만난 것은 아직 철도 들기 전의 유년기이다. 4일과 9일이면 어김없이 열리던 시장이 내 집 바로 바깥이었다. 어느 해거름에 좌판 상인과 무언가를 흥정하는 어머니인듯싶어 반가움에 뒤에서 껴안은 이가 생판 모를 남이었던 기억도 있고, 잔칫집에 다녀오신 어머니가 새 교자상에서 옻올라 생긴 부작용을 치료하기 위해 생닭 집에 가서 닭 내장을 얻어오라고 시키시던 곳도 바로 집 밖 골목 시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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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펴낸 ‘시장:그들의 생존방식’은 작품집이 아니다. 15년 전에 펴낸 ‘기억의 저편 수인선’처럼 사진집이다. 작품 개념으로서가 아니라 기록의 맥락이 이어지도록 가능한 한 많은 사진을 담았기 때문이다. 애착이 가는 ‘작품’도 몇 점 있지만 서로 연결되어야 하는 사진들을 주로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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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하건대 내 시장 사진, 아니 내 기록사진의 8할은 ‘게으름’이다. 미당 선생은 ‘스물세 해 동안 나를 키운 건 8할이 바람이다.’라고 말했는데. 사진집에 실린 작품은 물론 그 세 배나 되는 1,000여 점의 전시 사진을 통틀어보아도 온통 게으른 흔적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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펑펑 눈 내리는 풍경은 물론 비 쏟아지는 풍경이 드문 게 그 증거다. 시장의 설경이나 우중(雨中) 풍경을 찍으러 나서는 게 아니라 찍으러 나간 날 비 오거나 눈 내리면 찍는 식이기 때문이다. 무얼 언제 찍으려고 나선 게 아니라 나선 날 만난 것들만 담았다. 명승이나 절경을 찍기 위해 새벽 별 보거나 몇 날 며칠을 한곳서 외롭게 버틸 자신이 없어 선택한 기록사진이지만 그나마 게으른 탓에 한 달 혹은 일 년 아니면 몇 년에 한 번 가야 희미하게 변하는 흔적을 엿볼 수 있는 게 내 성정(性情)에 ‘딱’이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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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시간이 이만큼 흐른 현재 내 사진 속에는 앞서 부인했던 ‘지역 문화의 집산지이며 동시에 지역 문화를 반영하는 곳’이 변형된 채라도 남아 있을지 모르겠다. 아니 남아 있다고 누군가가 말해주었으면 좋겠다는 바람뿐이다.


추억이 아련한 것은 그 장소에 갈 수 있어도 그 시간에 갈 수 없기 때문이라는데, 오랜 숙제였던 추억과 기억 사이의 ‘시장’ 여정(旅程)을 여기서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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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수연(李秀淵) 작가 약력


▶현 사단법인 한국사진작가협회 자문위원 / 평택지부 회원 ▶1973년 사진 입문 ▶1978년 월간 사진 추대로 등단 ▶1980. 첫 번째 개인전 『11R 살롱 사진전』 평택(송탄) ▶1998. 두 번째 개인전 『수인선, 그 편린片鱗에 대한 보고서』 서울역 문화관, 동명의 사진집 발간. 불이不二 출판 ▶2007. 세 번째 개인전 『벽, 벽으로부터』 2007 평택호 예술관 초대전, 동명의 사진집 발간. 도서 출판 PRaide ▶2007. 세 번째 사진집 『기억의 저편 수인선』 경기문화재단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기억’ 공모 선정 작 도서출판 PRaide ▶2022. 네 번째 개인전 『시장 : 그들의 생존방식』 평택호 예술관, 동명의 사진집 발간. 도서 출판 PRaide ▶초대전, 기획전, 회원전 등 100여 회 ▶현 경기도 사진 대전 초대작가 ▶현 백제 사진 대전 초대작가 ▶사단법인 한국사진작가협회 부이사장(同 이사/ 同 경기도 지회장/同 평택지부장 同 학술 평론 분과위원회 부위원장) ▶사단법인 한국예술문화단체 총연합회 평택지부장(同 송탄지부 초대 사무국장) ▶2002. 포토코리아 기획 및 운영위원장(평택) ▶2004 사진의 힘 전 II 기획 및 운영위원장(평택) ▶2014 평택 포토페어 조직위원장(공동) ▶2020 평택 국제사진축전, 바깥전 기획 및 조직위원장(한국사진작가협회 전국 사진 공모전 심사위원, 국내·국제공모전 100여 회 심사) ▶1992. 경기 예술 대상(한국예술문화단체 총연합회 경기지회) ▶1997, 경기도지사 표창(경기도) ▶2006. 경기도 문화상 / 조형예술 부문(경기도) ▶2009. 한국사진작가협회 사진 문화상 / 출판상 ▶2011. 평택시 문화상 / 예술 부문(평택시) ▶2014. 경기도 사진 문화상(경기도) ▶2022. 한국예총 60주년 특별 공로상(한국예술문화단체 총연합회) 

 

김다솔 기자 ptl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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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연 네 번째 개인전 ‘시장 다큐 1985~2021 그들의 생존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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