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4(일)
 

시가 있는 풍경.jpg

 

권혁재 시인


돌아갈 집이 없다는 걸

깨닫는 시간이었다

차가운 공간의 바닥들을

활자가 깨진 신문지로 덮은 시간

귀퉁이가 터진 박스 밖으로

발이 삐져나가는

시간의 길이가 누워 있다


몸을 움츠려 어깨가 좁은 공간에

품을 맞춰 보려 하지만

잠꼬대에 풀썩거리는 신문지를

걸음걸이로 누르고 지나간 도시 사람들


만날 사람이 없다는 걸

깨닫는 공간이었다

손을 내밀어도 따뜻하게 잡아주지 않는

경계와 공포로 마주 보는

어색한 시간의 공간

혹은 익숙한 공간의 시간

종이박스 한 칸에 누워도


노숙의 철학을 복습할 수 있는

공간의 넓이가 있다. 



■ 작가 프로필


경기도 평택 출생. 200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집 <투명인간> <고흐의 사람들> 외 저서 <이기적인 시와 이기적인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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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풍경] 노숙露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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