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6(금)
 

시가 있는 풍경.jpg

 

권혁재 시인


몇 대의 트램이 지나가고서야

궤도가 선명히 보였다

어둠이 짙어갈수록

오래된 도시의 야경은

야광 구슬처럼 되살아났다

성당에서 종소리가 울리자

종탑에 앉아있던 비둘기들이

검은 건축물 속으로 숨어들었다

설핏 알프스산맥에서 쫓아온

바람들이, 이방인을 구석으로 모는지

차갑게 볼을 스치고 지나갔다

역에 닿은 마지막 기차가

몽마르뜨 언덕의 크레페 향기를 풍겼다

몇 대의 트램이 더 지나가도

목적지를 정하지 못한 여행객의

발에 밟히는 어둠

종착을 하면서도 종착이 아닌 듯

국경에서 국경을 넘는 바젤에

한동안 삼나무처럼 서 있었다. 



■ 작가 프로필


경기도 평택 출생. 200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집 <투명인간> <고흐의 사람들> 외 저서 <이기적인 시와 이기적인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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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풍경] 바젤을 넘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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