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재 시인
우리들의 푸른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머지 않아 미이라처럼 잘 건조된
우리의 날씬한 몸매는 밑둥치부터
싹뚝싹뚝 베어지리라
잔뿌리를 서로 맞잡고
진저리나는 바람을 견디며
푸릇푸릇한 우듬지로 밀어 올렸던
우리의 촘촘한 붉은 힘줄도 끊어지리라
우리에게 기다리며 서 있는 시간은
늘 사형수의 걸음이었다
스스로 앞뒤를 되돌아보며
넉넉한 곳에서 풍욕을 즐기는,
우리의 시간이라 해서
온전한 우리의 것으로 믿지 말자
한번쯤 우리의 남은 시간을 위해
베여지는 나무들의 뒤를 돌아보자.
■ 작가 프로필
경기도 평택 출생. 200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집 <투명인간> <고흐의 사람들> 외 저서 <이기적인 시와 이기적인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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