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02(목)
 
조하식(한광고 교사, 수필가) 
   
세상사는 이야기.jpg
   빼곡한 활주로에서 차례를 기다리다 연발한 비행기.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가루다인도네시아항공기의 이코노미 좌석은 편했고 스튜어디스는 친절했다. 타자마자 괜찮은 간식을 주더니 기내식으로 내온 한식 또한 먹을 만했다. 내릴 즈음 덤으로 아이스크림 서비스까지. 그 사이 펼쳐든 건 세 종류의 신문. 늘 보던 중앙일간지와 유력 경제지를 탐독한 뒤 수도 자카르타의 경제를 분석한 ‘빈네카 퉁갈 아카’를 훑었다. 물론 한글 번역판. 자연스레 인도네시아 주재 한인들의 활약상을 보도한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동남아 주요국 중 단 한 곳 못 본 데. 이제야 방문 기회를 얻은 건 아직은 일반 여행객들에게 덜 알려졌거니와 선봬는 상품들이 다중에게 미처 검증받지 못한 탓이었다. 드물게도 기내에서 비자를 발급받아 여섯 시간 반 만에 환승지인 수카르노자카르타국제공항에 안착했다. 꽤나 복잡한 동선. 북적이는 인파를 헤치고 네 시간여를 대기하다 초저녁이 다 돼서야 목적지인 족자카르타에 도착했다. 청사는 단순한 철제 골격이로되 정원수는 더할 나위 없이 싱그러웠다. 곧바로 현지 가이드의 설명이 이어졌다. 한국에 5년을 머물렀다는 원어민(이름 모한데스). 일단 의사소통에는 별 문제가 없었다. 그에 못지않게 고마운 건 현지 여행사 팀장의 발 빠른 행보. 새파란 젊은이답게 초기 사업에 대한 열정과 고객을 향한 세심한 배려가 돋보였다. 향신료를 빼낸 현지식. 조촐한 만찬을 마치니 쌓인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왔다. 꼭두새벽에 일어나 자정(현지 시각 밤 10시)에 여장을 풀었으니까. 쾌적한 5성급 호텔. 언제나처럼 말씀을 품고 기도를 드린 뒤 서둘러 단잠을 청했다.
 
세상사는 이야기2.JPG
 
  이튿날 이른 아침. 일어나자마자 들려온 새소리로 인해 기분이 상쾌하다. 알고 보니 녹음기를 동원한 연출이자 배려. 발코니에서 바라본 정원은 널찍한 수영장에 정갈한 산책로를 갖추고 있었다. 내심 놀라운 품격. 호기심 많은 나는 식사를 마치고 아내와 더불어 잠시 샛길을 거닐었다. 오전 일정은 물놀이. 가이드가 변화무쌍한 일기를 감안해 원래 일정을 변경한다고 알려왔다. 줄잡아 2억 5천만 여명이 상주하는 세계 네 번째 인구 대국의 공식 명칭은 인도네시아공화국(Republic of Indonesia). 국명은 19세기 중엽 영국의 언어학자인 로건이 명명한 바, 인도 도서(Indo Nesos)라는 뜻이었다. 무려 300여 종족이 철저한 상호 인정을 통해 공존을 추구해 나가는데 수세기에 걸친 문화적 동화작용의 결과 다양하고 풍부한 생활양식이 생겼단다. 가이드의 설명대로 사회 전반에 별반 갈등이랄 게 없다면 가히 인류 평화의 모본이리라. 126,700평방km 넓이에 총인구의 절반가량이 거주하는 자바. 전체 2/5가 15세 이하라니 부럽기 짝이 없다. 줄여서 ‘족자’라고도 부르는 족자카르타는 족자와 카르타의 합성어. 족자는 번영된 도시를, 카르타는 고요하고 평화롭다는 뜻을 지녔다. 원래 철자는 Yogyakarta[욕야카르트]였는데 네덜란드 식민지하에서 영어식인 Jogjakarta[족자카르타]가 되었다. 비록 주민 숫자는 70여만 명에 불과하지만 수도인 자카르타(Jakarta), 제2 도시인 아체(Aceh)와 묶어 3대 특별 자치구에 속하는 곳. 과거 네덜란드와의 독립전쟁 기간 동안 인도네시아의 수도였기에 여전히 정신적 고향으로 남아있다는 전언이다.
 
  인도네시아는 당당히 G20 대열에 낀 국가. 그러나 오랜 독재의 그늘에서 벗어나 이제 막 자유민주주의의 기지개를 켜고 있어 그 국제적 위상은 미미한 편이다. 자바, 수마트라, 보르네오 등 세계 최다 섬(13,670개)으로 이뤄진 나라. 중앙집권공화제로써 국가원수 겸 정부수반에 대통령을 내세우고 다당제와 양원제를 채택하고 있다. 독립일을 보니 우리보다 딱 이틀 늦은 1945년 8월 17일. 화폐단위는 루피아(Indonesian rupiah/Rp)로써 원화의 약 1/20가량이다. 국토는 한반도의 8배가량으로 서쪽 수마트라 섬에서 동쪽 뉴기니 섬까지 약 5,100km, 남북으로는 약 1,600km에 걸쳐 길게 뻗어있다. 공용어로 쓰는 바하사 인도네시아어는 수마트라 섬 동부 잠비 지역의 말레이어 방언으로 250여 언어를 함께 사용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를 이루는 종족은 크게 세 집단. 첫째는 힌두교를 믿으며 자바와 발리 섬 내륙에서 벼농사를 짓고 사는 사람들로 전체 인구의 2/3를 차지하고, 둘째는 수마트라 섬의 말레이인과 셀레베스 남부의 마카사르족을 포함해 이슬람교를 믿는 해안지방의 민족들이며, 셋째는 다야크족을 비롯해 국가가 관장하는 생활 영역에서 벗어난 소수 부족 집단들이다. 원주민 외에 최대 집단은 중국인으로서 수대에 걸쳐 뿌리를 내리고 살아왔다. 고무적인 사실은 국민의 약 4/5가 이슬람교를 신봉하지만 코란에 입각한 교리가 느슨한 편이어서 타종교활동에 노골적인 제약은 없다고 했다.
 
※ 다음호(346호)에는 인도네시아 기행 두번째 이야기 '족자카르타 : 요요강'이 이어집니다. 독자, 시민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자치돌이★ 기자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태그

전체댓글 0

  • 45161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세상사는 이야기] 인도네시아 기행 '족자카르타 : 화산섬'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