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02(목)
 
시가 있는 풍경.jpg
 
권혁재 시인

 
거친 비바람이 멎어도
태공은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몇 번의 끼니를 거르도록
월척은커녕 잔챙이 한 마리
낚아 올리지 못했다
고기들은 떼를 지어 유영을 하거나
거뭇한 형체로 밑바닥에서
기포만 밀어 올릴 뿐,
입질을 좀체 하지 않았다
지느러미가 만든 파문의 덫 속으로
훌치기로 예리하게 후려도 보지만
몇 장의 비늘만 남긴 채
사라지는 도도한 물고기
거친 비바람이 불어도
태공은 여전히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탁본을 뜰 대물을 좇아
한 경계에서 한 경계로 넘나드는
미세한 입질을 그는,
예언처럼 기다리는 것이었다.
 
 

■ 작가 프로필
 
 평택에서 태어났고, 단국대학교 국문학과와 동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200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시집으로는 <투명인간> <잠의 나이테> <아침이 오기 전에> <귀족노동자>가 있고, 2009년 ‘단국대학교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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