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03(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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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영주(왼쪽 사진) 소설가의 중편소설 <천국의 별>이 약 6개월에 걸쳐 연재됩니다. <천국의 별>은 배달국 치우천왕의 이야기로, 치우천왕이 동북아를 평정하는 가슴 벅찬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독자, 시민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편집자 말>
 
<중편소설> 천국의 별
 
헌원은 치우천왕을 도끼눈으로 찍어 보며 치를 떨었다.
치우, 네 이놈…….”
헌원은 주위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 확실히 진 전투였다. 어디로 보나 재기불능이었다. 그렇다 하여 천하를 꿈꾸던 자가, 여기서 그냥 무릎을 꿇을 수는 없는 일이라 생각되었다.
헌원은 이를 꽉 악물었다. 그는 장검을 휘두르며 치우천왕을 향해 돌진했다. 풍후와 역목이 그의 뒤를 따랐다.
배달군 쪽에서 소호와 거야가 달려가 그들을 막아내었다. 피아간에 막상막하였다. 그러나 시간의 흐름에 따라, 헌원 쪽이 먼저 힘에 부치는 모양이었다. 그들은 조금씩 뒷걸음질을 쳤다. 곧 소호의 칼이 풍후의 목을 날렸다. 이어 거야의 창에 역목의 심장이 관통했다. 그들의 싸움을 조용히 관전하고만 있던, 치우천왕이 배달군을 향해 소리쳤다.
헌원군을 남김없이 없애되, 누구든 항복을 하는 자는, 살려줘라.”
배달군의 본격적인 적군 사냥이 시작되었다. 헌원군은 기왕에 전의를 상실한 뒤였다. 그래도 혹시나 하고, 마지막 희망을 걸었던 자신들의 지남거가 전복되면서부터였다. 헌원군은 이제 제대로 대항도 못하고 등을 돌려 슬금슬금 도망쳤다. 배달군은 헌원군을 바짝 추격했다. 헌원군 중에서 무릎을 꿇어, 목숨을 구걸하는 자가, 하나 둘 늘어가기 시작했다.
헌원은 사위를 둘러보았다. 부하들의 시체가 즐비했다. 믿었던 풍후와 역목마저 치우천왕도 아닌, 소호와 거야에게 힘없이 패했다. 헌원은 이제 혼자라는 사실을 실감했다. 그런 생각과 함께, 갑자기 사지에 힘이 빠져 달아났다. 마지막 남았던 기마저 풀풀 풀어져 어디론가 숨은 모양이었다.
헌원은 마음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그는 이 치욕의 현장에서 잠시 물러났다가, 기회를 봐, 한 번 더 도박을 하고 싶었던 것이다. 헌원은 얼마 안 남은 부하들을 칼을 휘둘러 모아 후퇴를 시작했다. 헌원은 부하들을 이끌고 얼마간 정신없이 달렸다. 그러다 깜짝 놀랐다. 자신의 바로 코앞에서 치우천왕이 떡 버티고 있었다. 치우천왕은 자신의 퇴로를 알고, 미리 와, 차단한 거였다. 헌원은 황급히 말고삐를 잡아당겼다.
치우천왕은 헌원에게 담담히 말했다.
내 그대를 기다리고 있었소. 이제 우리 둘이서 겨뤄야겠군.”
외통수였다. 헌원은 피할 도리가 없었다. 치우천왕의 뒤에는, 자신의 부하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배달국의 엄청난 군사들이 떡 버티고 있었다. 소호와 거야를 비롯한 배달국 군사들의 입가에는 비웃음마저 담겨 있었다.
헌원은 머리를 재빠르게 회전시켰다. 치우천왕에게 다시 한 번 목숨을 구걸한다……. 그럴 수는 없는 일이다……. 치우천왕도 이제는 더 이상 속지 않을 것이다. 하면? 그렇다! 사나이답게 죽음을 택하는 일이다. 헌원은 자폭하는 심정으로, 두 눈을 질끈 감고, 치우천왕 앞으로 돌진해 들었다. 치우천왕은 속수무책으로 달려드는 헌원을 칼등으로 쳤다. 어깨를 맞은 헌원은 즉시 말에서 굴러 떨어졌다.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다. 헌원의 의식은 제 자리를 찾아가고 있었다. 헌원은 몽롱한 눈으로 주위를 둘러봤다. 치우천왕과 그의 군사들이 어슴푸레 보였다. 헌원은 이 모든 게 꿈이 아닌가 싶었다. 그는 천천히 몸을 움직여 봤다. 어깨가 떨어져 나갈 듯 아팠다.
헌원은 참담한 심정으로 무릎을 꿇었다.
졌소, 날 죽이시오. 더 이상 구차하게, 목숨을 구걸하지는 않겠소.”
헌원은 눈을 지그시 감았다. 그리고 자신의 목에 떨어질 치우천왕의 칼날을 기다리고 있었다. 헌원의 눈앞에 많은 일들이 한꺼번에 몰려들었다가는 사라져 갔다. 고아로 성장하여, 유망을 없애고 천하를 거머쥐고자, 얼마나 애썼던가. 그런데 그 결말이 바로 이것이었다.
헌원의 눈가에 눈물이 질금거렸다. 그는 이를 악물어 막 터지려는 오열을 참아 내었다. 도대체 어디서 무엇이 잘못되었단 말인가. 그렇다, 모두가 저 치우천왕 때문이다. 헌원은 자신의 진정한 적은, 바로 자신이었음을, 아직도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헌원은 눈을 부릅떠 치우천왕을 노려보았다. 치우천왕의 입가에는 미소가 어려 있었다. 헌원은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지 몰랐다. 치우천왕은 왜 칼등으로 자신의 어깨를 쳤을까. 이는 잡은 쥐를 가지고 놀겠다는 고양이의 심보가 아니겠는가. , 치우천왕의 칼날이 자신의 목을 자를 거였다. 그래서 치우천왕이 저기, 저렇게 버티고 있었던 게 아니던가. 헌원은 다시 눈을 감았다. 그의 머리 위로 칼바람이 휙 스치고 지나갔다. 헌원은 부지간에 자신의 두부(頭部)를 만져 보았다. 머리칼만 잘려 나간 거였다. 헌원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했다.
헌원은 치우천왕 앞에 오체를 던졌다.
치우천왕 폐하, 이 죄인을 죽여주시옵소서.”
치우천왕은 말에서 내려 헌원의 손을 잡았다.
헌원, 그만 일어나오. 내 지금까지 오늘이 있기만을 기다렸소. 그대는 개과천선하여 유웅국의 제후를 맡으시오. 이제부터는 사리사욕을 버리고, 제후국의 백성들을 위해 힘써 주오. 또한 소호장군은 할 일을 다 한 것 같소. 경을 탁록국의 제후로 임명하오. 한동안 시끄러웠던 서토가 평온해졌으니, 이제 모두 제자리로 돌아가는 것이오. 누구 불만이 있소.”
헌원은 몸을 추슬러 무릎을 꿇었다.
천왕폐하, 성은이 망극하여이다.”
소호가 한 발 앞으로 나가 읍을 했다.
폐하, 신 제후국의 제후로서 신명을 다하겠사옵니다.”
그만 모두 자신의 성으로 돌아가도록 해요.”
헌원과 소호는 합창을 했다.
치우천왕 폐하, 만세, 만세 만만세!”
헌원과 소호는 각자 자신의 성으로 떠났다. 치우천왕은 적진에서 용감하게 싸우다 죽은, 조카 치우비의 시신을 거둬 성대히 장사 지내고, 양지 바른 곳에 묻어 주었다. 그 앞에 공덕비도 세우도록 했다. 치우천왕은 군사들을 거둬 배달국으로 철수했다. 이제 환웅천왕이 하던 대로만 하면 될 거였다.
 
헌원과 소호는 어느 제후국의 제후보다도 배달국에 열성이었다. 그들 제후국에 어떤 특별한 일이 발생하면, 지체 없이 배달국에 보고하고, 해결책을 치우천왕에게 물었다. 그들은 삼신을 위한 제천행사에 게을리 함이 없었으며, 화백회의도 올바르게 행했다. 수증복본을 위한 수행에도 열심이었다. 대효·창힐과 같은 제후들처럼, 그들은 민심을 얻기 시작했다. 한마디로 말하여 그들은 완전히 배달국 신계의 사람이 된 거였다. 특히 헌원은 서토에서 강력하게 부상하는 반란군 제곡고신을 자청하여 무찔렀다. 이로써 헌원의 충성심은 유감없이 발휘된 거였다. 이제 서토는 완전히 배달국의 손안에 들었다. 어쩌다 간간이 제곡고신과 유사한 반란이 있었지만 헌원과 소호가 앞장 서 그들을 토벌했다. 치우천왕이 내심 기대했던 바, 그대로였다.
 
방영주 소설가·시인 약력
 
<월간문학> 소설 당선, 소설집 <거북과 통나무> <내사랑 바우덕이> <카지노 가는 길>, 장편소설 <무따래기>(·하권) <우리들의 천국> <카론의 연가> <국화의 반란> <돌고지 연가> <대무신왕> , 한국소설가협회 중앙위원(연락처 011-227-0874, 주소: 450-760 경기도 평택시 평남로 281 삼성() 105805, 이메일: youngju-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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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천국의 별(17회) - 방영주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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