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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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영주(왼쪽 사진) 소설가의 중편소설 <천국의 별>이 약 6개월에 걸쳐 연재됩니다. <천국의 별>은 배달국 치우천왕의 이야기로, 치우천왕이 동북아를 평정하는 가슴 벅찬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독자, 시민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편집자 말>
 
<중편소설> 천국의 별
 
전쟁은 소수의 이익이나 헛된 명분에, 피아간의 많은 사람들에게, 불행을 안겨 주는 백해무익한 짓이 아니겠소. 게다가 되지도 않는 일을 억지로 추진하다 보면, 많은 무리수가 따르는 법이고, 종국에는 파멸의 길로 가게 되어 있지요. 헌원, 우리의 근본을 따져 보면 모두 한 형제나 다름없잖소. 난 다만, 형으로서, 그대가 진정으로 걱정이 되어서 하는 소리일 뿐이오. 그만 군대를 거두어 철수하오. 그리고 그대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요.”
헌원은 자신의 부하들이 들을 수 있게 목청을 높였다.
망아지 풀 뜯는 소리 좀 작작 하쇼. 난 절대 그렇게는 할 수 없소. 지금까지 잃은 병사가 얼마이며, 들인 공력이 얼마인데, 내가 여기에서 포기할 것 같소. 저승에 있는 부하들을 위해서라도, 내가 추진하는 이 일을 중도에서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오.”
그대가 언제부터 남을 위한 일을 추진하여 왔던가. 모두 그대 한 사람의 탐욕을 위한 억지가 아니었던가. 그대는 유망과 함께 우리 민족에게 아주 나쁜 선례를 남기고 있소.”
헌원은 눈을 세모꼴로 만들었다.
나쁜 선례라고?”
치우천왕은 목소리를 착 가라 앉혔다.
바로 그대들 때문에, 앞으로 우리 민족의 많은 시련이 예상된단 말이오. 세월이 흐르면서, 자신의 민족을 배반하는 무리들이 도처에 창궐할 거라는 뜻이오. 먼 훗날, 그대들이 그들의 명분을 합리화시켜 줄 터이오. 내 앞에서도 지적했다시피, 한 사람이나 소수의 탐욕을 위해서 말이오. 결국에는 여러 이민족들이 그들을 앞잡이 삼아, 우리 동이족을 침략하여, 탄압하는 사례가 줄줄이 계속될 지도 모르는 일이오. 유망과 그대는, 지금까지 자신도 미처 모르는 사이에, 조상과 민족 앞에 엄청난 죄를 짓고 있었던 것이오.”
헌원의 목소리는 한껏 높아졌다.
교묘한 감언이설로 나를 꾀려 하지 마시오. 내가 만약 그대의 말을 따른다면, 우리의 백성들은 결국 당신네들의 노예로 전락하고 말 것이오.”
치우천왕은 안타까운 표정이 되었다.
그대는…… 진정…… 가엾은 인간이구려…….”
누가 할 소리!”
헌원, 이제 그만 정신을 차려요. 그대는 일흔 번이 넘게 전투를 치러 왔지만, 배달군에 한 번도 승리한 적이 없잖소.”
헌원은 말머리를 돌렸다.
이번 한 번만 확실히 이기면 돼. 치우, 끝이 중요한 게 아니겠소. 하면, 역사는 그대와 나를 어떻게 기록할까?”
치우천왕도 기수를 틀었다.
그대는…… 정녕…… 구제 불능의 인간이구려…….”
치우천왕과 헌원은 거의 동시에 총공격 명령을 내렸다. 치우천왕은 예의 그 안개와 구름을 불러왔다. 우릉우릉 천둥이 치고 번개가 번쩍번쩍 하늘을 갈랐다. 비마저 세차게 쏟아졌다. 그것들은 삽시간에 헌원군을 덮쳐 들었다. 헌원군 쪽에서 보면, 꼭 귀신이 제문을 읽고 곡을 할 노릇이었다. 그것을 직접 목도해 온 사람들은 절대 우연의 일치만은 아니라고 판단되었다. 어쩌면 저렇게 참전하는 족족, 기후가 치우천왕 편에 유리하게 작용하는가 싶었다. 하면, 치우천왕의 신통술일 수밖에 없다고 결론지어야 했다. 헌원군은 그것이 마치 자신들의 죽음을 재촉하는 하늘의 계시로만 여겨졌다. 최후의 전투를 치르겠다고 만반의 준비를 해 온 헌원군이었지만, 애당초 사기는 말이 아니었다. 헌원의 병사들은 그 자리에 말뚝처럼 붙박여 버렸다.
헌원은 장검을 빼어 들고 외쳤다.
겁먹을 필요 없다. 이제 우리에겐 지남거가 있다.”
헌원군은 그제야 힘을 조금씩 회복해 갔다. 그들은 지남거를 앞세우고 배달군에 돌진해 들었다. 지남거는 자신들의 예상보다도 성능이 좋았다. 지남거에서는 화살과 돌이 쉴 새 없이 배달군을 향해 날았다. 헌원의 칼이 두려워, 죽음을 각오하고 달려드는, 헌원군도 만만치 않았다. 한동안 배달군과 헌원군 사이에 밀고 밀리는 접전이 계속되고 있었다.
 
치우비는 아무래도 이번이 헌원과의 마지막 전투일 것만 같았다. 치우비는 이참에 적장의 목을 베어 자신의 위치를 회복하고 싶었다. 치우비는 적진 깊숙이 뛰어 들었다. 치우비는 헌원의 앞을 떡, 가로막았다. 헌원은 순간, 자신의 진중에 든 치우비를 치우천왕으로 착각했다. 헌원은 운무에 가려 앞이 잘 보이지 않았고, 무엇보다 둘의 용모가 비슷한 때문이었다.
헌원은 잘됐다고,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저자만 쓰러뜨리면 승리는 갈 데 없이 자신의 것이었다. 무엇 때문에 단신으로 여기까지 왔단 말인가. 자신의 곁에는 풍후와 역목도 있었다. 헌원의 얼굴로 냉소가 어렸다.
어리석은 놈…… 오늘이, 네 제삿날이다…….”
치우비는 온 힘을 모아 헌원을 향해 칼을 휘둘렀다. 헌원은 사력을 다해 치우비의 공격을 막아내고 있었다. 그때였다. 풍후와 역목이 헌원을 도와 치우비를 공격해 들었다. 치우비의 칼이 헌원의 목에 떨어지는 순간, 풍후의 철퇴는, 치우비가 탄 말의 다리를 박살냈다. 치우비는 크게 휘청였다. 그와 동시에, 역목의 칼이 치우비의 목을 잘랐다. 치우비의 잘린 목은 땅바닥에 떨어져 통통 튀었다. 치우비의 몸통도 곧, 말에서 떨어졌다.
헌원은 기쁨에 넘쳐 소리를 질렀다.
치우는 죽었다! 배달군을 한 놈도 남기지 마라!”
헌원군은 함성을 내지르며 배달군을 향해 돌진했다. 치우천왕이 죽은 것으로만 안, 헌원군의 기세는 대단했다. 단숨에 배달군을 비질하듯 쓸어 낼 것도 같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이었다.
멀리서 치우천왕의 호령이 들렸다.
짐은 아직도 여기에 건재하다! 헌원아, 잠꼬대는 그만해라!”
헌원은 제 자리에 우뚝 섰다. 헌원은 뒤돌아 가, 말에서 내려, 쓰러진 자를 확인했다. 시신의 주인은 치우천왕이 아니었다. 전쟁을 할 때마다, 자신의 앞에서 어른대던 치우비였다.
헌원은 거의 신음 소리를 내었다.
이런, 빌어먹을…….”
헌원은 망연자실하여 멍청히 서 있었다. 어디선가 일진광풍이 휘몰아쳐 헌원군의 지남거를 전복시켰다. 그것은 이어, 헌원군을 휩쓸고 갔다. 운무가 짙어졌고, 비는 더욱 세차게 쏟아졌다. 헌원군은 당황하여 저희들끼리 싸우기 일쑤였다. 그들 사이로 배달군의 돌과 화살이 무수히 쏟아져 내렸다. 헌원군은 썩은 고목처럼 푹푹 고꾸라졌다.
헌원은 이제 발악을 하다시피 했다.
저 치우에게, 또 속고 있다. 모두 이 지역에서, 일단 후퇴하라.”
비가 그쳤다. 구름과 안개도 서서히 걷히고 있었다. 헌원의 눈앞에 자신의 적나라한 실상이 펼쳐졌다. 지남거는 모두 망가져, 하늘을 향해 하나 둘 남은 다리를 치켜들고, 벌떡 누워 있었다. 대부분의 부하들은 죽거나, 다쳐 신음 중이었다. 지남거와 신무기 제조도 모두 허사였다. 치우천왕의 앞에서 그런 것들은, 겨우 장난감에 불과했었던 것이다. 비참한 기분이었다.
 
방영주 소설가·시인 약력
 
<월간문학> 소설 당선, 소설집 <거북과 통나무> <내사랑 바우덕이> <카지노 가는 길>, 장편소설 <무따래기>(·하권) <우리들의 천국> <카론의 연가> <국화의 반란> <돌고지 연가> <대무신왕> , 한국소설가협회 중앙위원(연락처 011-227-0874, 주소: 450-760 경기도 평택시 평남로 281 삼성() 105805, 이메일: youngju-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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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천국의 별(16회) - 방영주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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