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8(일)
 
[시가 있는 풍경] 쌍용역에서.jpg
 
권혁재 시인
 
 
 

쌍용역을 읽다 그 옆에 나사렛대를 읽다.
이편 나사로에서 저편의 로사를 보듯
사는 게 역에서 역으로 전전하는 것 같이
스쳐지나가는 아득함이 설핏설핏하다
통과하는 열차만 있을 뿐
사랑하는 이는 좀체 오질 않는다
기차를 기다리는 건
늘 사랑하는 이를 기다리는 것처럼
쓸쓸하기도 들뜨기도 하다
사랑하는 이가 오지 않는 것을 아는지
화물열차가 기적을 울리며 매정하게 지나간다
포차에서 기다린다며 보채는
군대후배의 전화소리도
여대생의 좁은 어깨에 매달린
밤공기에 입을 움츠린 가방도
사랑을 눈치채지 못한 기적소리에
사람이 그리운 그림자처럼 서성인다. 
 

■ 작가 프로필
 
 평택에서 태어났고, 단국대학교 국문학과와 동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200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시집으로는 <투명인간> <잠의 나이테> <아침이 오기 전에> <귀족노동자>가 있고, 2009년 ‘단국대학교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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