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자 시인
지금 난
1번국도 성환 입구에서
어머니가 노릇노릇 챙겨준 누룽지를 오도독거리고 있다
어머니는 늘 앞질러만 가려는 나에게
한때의 속태움을 꼬집기라도 하듯
공복의 두께만큼 누룽지를 챙긴다
나로 인하여 더디 익히며 쌓였을 그을음의 양을
이제야 긁어내듯 기억의 밑바닥을 건네어준다
씹을수록 저려오는 지난날들의 불연소물
어머니는 늘 먼저 서두르고
늘 성급히 나서는 나에게
누런 기억들을 득득 긁어 핀잔 한 줌 되돌려준다
어머니와 누룽지,
성환을 벗어나면 그러나
속 든든하던
누룽지의 맛은 덜하다
■ 작가 프로필
한국문인협회, 평택문인협회, 평택아동문학회, 한맥문학동인, 시원문학동인으로 활동. 시집으로는 <모든 시간들에겐 향기가 있다>를 냈으며, 현재 평택시 합정동에서 ‘안데르센 마주이야기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