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9(월)
 
시가 있는 풍경.jpg
 
권혁재 시인
 
 
웅도교회 앞 갈래길에서
잘못 든 길은 바다에서 끝났다
밀물이 먹다가 만 길은
뱀의 허물처럼 널브러져
봄볕을 쬐고 있었다
멀리 지나쳐 온 교회당 십자가가
어서 돌아오라고 손짓하는 한나절
길은 바다에 묻혀 있었다
길에서 길을 만나는 게 아니라
길은 언제나 바다로 향해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멈춰선 내 발길에
바다가 먼저 다가와 제 길을 열어
내 길을 묻고 있었던 것이다
웅도에서 길을 잃은 한나절
바다가 허물 같은 내 길을
사각사각 먹어버렸다.
 
 
 
■ 작가 프로필
 
 평택에서 태어났고, 단국대학교 국문학과와 동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200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시집으로는 <투명인간> <잠의 나이테> <아침이 오기 전에> <귀족노동자>가 있고, 2009년 ‘단국대학교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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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풍경] 웅도에서 길을 잃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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