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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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영주(왼쪽 사진) 소설가의 중편소설 <천국의 별>이 약 6개월에 걸쳐 연재됩니다. <천국의 별>은 배달국 치우천왕의 이야기로, 치우천왕이 동북아를 평정하는 가슴 벅찬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독자, 시민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편집자 말>
 
<중편소설> 천국의 별
 
해가 서쪽으로 기울고 있었다. 헌원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자신의 군사들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겨우 목숨을 부지한 그들은 슬금슬금 도망을 친 거였다. 헌원은 혼자서 적들과 힘겹게 대항하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참패였다. 물론 헌원이 전군에 출동 명령을 내린 것은 아니었다. 풍후와 역목도 탁록성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헌원은 일단 배달국의 전력부터 시험해 보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데 아니었다. 배달군은 자신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강했다. 순식간에 자신의 군대는 절단이 난 것이었다.
헌원은 아직은 시기상조라 생각했다. 소호도 보통은 넘었다. 그를 보좌하는 치우비와 거야도 그랬다. 헌원은 무심결에 씹어뱉었다.
만약 치우천왕까지 이 전투에 참여했더라면…….”
헌원의 등골로 소름이 쫘악, 훑어 내렸다. 돌아가 때를 기다리며 더 많은 준비를 하여 차기를 노려야 했다. 헌원은 생각이 거기에 이르자 잽싸게 등을 돌렸다. 소호가 그의 뒤를 바짝 쫓으며 소리쳤다.
, 헌원아. 내 입을 그냥 내버려두고 어딜 그렇게 바삐 가느냐. 이제 그만 돌아와서, 내 입을 막아 봐라.”
소호, 네 이놈…….”
헌원은 속으로 중얼거리며 이를 갈았다. 헌원은 자신의 말에 힘차게 채찍을 가했다. 헌원은 넓고도 넓은 탁록의 벌판을 혼자 외롭게 내달렸다. 헌원은 모멸감으로 전신이 부들부들 떨려 왔다. 저만치서 자신의 남은 병사들이 고개를 푹 숙이고, 코가 잔뜩 늘어져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저마다 자기에게 떨어질 형량을 가늠하며 이미 초죽음이 되어 있었다.
탁록성으로 돌아 간 헌원은, 이번에 참전했던 수뇌급들을 즉시 처형했다. 나머지는 강등, 또는 금고나 태형으로 다스렸다. 헌원은 군기를 다시 세우고 맹훈련에 돌입했다. 풍후나 역목을 시켜 간간 배달국의 변경을 침범하기도 하였다. 국가 비상사태를 연장하며 백성들에게 위기의식을 고양시키기 위함이었다. 이는 백성들에게 국론을 전승 하나로만 통일시켜 과중한 세금과 부역을 덧씌우는 명분도 되었다. 하지만 풍후나 역목의 군사들은 출병하는 족족 크게 패하기만 했다. 인적 물적으로 출혈이 너무 컸다.
 
유웅국 탁록성의 헌원은 치우천왕과의 대결전을 위한 모든 준비를 마쳤다. 헌원은 자신의 성깔을 죽이며 많이도 기다려 왔다고 생각했다. 그 동안 헌원은, 군사를 확충했고, 병기도 꽤 보강했다. 병사들에게 진지법을 주축으로 전술도 많이 익히게 했다. 헌원은 자신의 전력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것 같다고 생각했다. 헌원은 총공격을 개시하기로 작심했다.
헌원은 전군에 출격 명령을 내렸다. 전번처럼 자신이 직접 총지휘관이 되어 앞장을 섰다. 풍후와 역목도 동참시켰다. 그들의 기세는 드높았다. 한동안 고요하던 탁록의 벌판은 헌원군의 함성과 말발굽 소리에 몸을 떨었다. 헌원군이 배달국의 변경에 다다랐을 때였다. 쨍했던 하늘이 갑자기 어두워지며, 뇌성벽력이 치고, 폭우가 쏟아졌다. 꼭이 누구의 분노인 것만 같았다. 헌원군은 근원도 알 수 없는 어떤 공포감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헌원은 군사들을 향해 소리를 높였다.
유웅의 병사들이여, 두려워 할 것 없다. 너희들은 세계의 최정예 부대다. 아무도 너희들 앞에 감히 맞서지 못할 것이다. 이제부터 우리는 배달국을 접수하러 간다. , 공격하라!”
헌원은 칼을 빼어 들고 적군을 향해 내달렸다. 사기를 회복한 그의 군사들이, 뒤를 따랐다. 헌원군은 배달국의 변방을 향해 돌진해 갔다. 그들은 질풍노도와도 같았다. 헌원군은 어렵지 않게 배달국의 변경을 넘을 수 있었다.
 
 
치우천왕은 막 백일기도를 끝냈다. 궁궐로 돌아가 잠시 쉬려던 그는, 문득 서쪽 하늘을 봤다. 검은 구름이 두텁게 층을 이루고 있었다. 치우천왕은 하늘의 상태를 자세히 살폈다. 치우천왕의 미간에 깊은 골이 졌다.
저것은 필시 전운일 터…….”
백일기도도 모두 헛일이었단 말인가. 치우천왕은 누구보다도 특히, 헌원을 위해 기도를 올렸다. 헌원이 마음을 바꿔 올바른 인간이 되어 달라고. 더구나 그를 직접 혼도 내줬다. 그런데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날뛰는 거였다. 헌원의 탐욕을 향한 집념은 끝 간 데 없었다. 치우천왕은 어이가 없었다.
소호가 와, 치우천왕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천왕폐하, 소장 소호 아뢰옵니다. 다름이 아니오라, 헌원이 전군에 총공격 명령을 내렸사옵니다. 헌원은 손수 군사들을 이끌어, 배달국으로 쳐들어오고 있사옵니다. 헌원군은 얼마 전, 이미 국경을 넘었사옵니다.”
알고 있소…….”
치우천왕은 백일기도에 들어 있었다. 어떻게 헌원의 도발을 알고 있었을까. 상장군 소호는 곧 자신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치우천왕은 신선도에 도통한 사람이었다. 그쯤은 눈과 귀를 빌리지 않아도 충분히 알 터였다.
소호는 묵묵히 치우천왕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치우천왕의 목소리에는 강력한 힘이 실려 있었다.
그런 인간은 할 수 없소. 역시 무력으로 다스리는 수밖에. 이번에는 내가 직접 나설 것이오. 전 아홉 개 군을 네 개의 군으로 개편하여, 헌원군에 진격할 것이오. 상장군은 지금 즉시, 전군에 출전 명령을 내리시오.”
천왕폐하, 분부대로 거행하겠나이다.”
소호는 자신의 자리로 물러갔다. 소호는 군사들을 집합시켜 놓고 치우천왕을 기다렸다. 잠시 후, 치우천왕은 투구와 갑옷을 갖춰 나왔다.
치우천왕은 기병과 최정예 보병을 이끌고 선봉에 섰다. 전군을 통솔하는 상장군 소호, 그리고 우장군 치우비와 좌장군 거야가 뒤를 바짝 쫓았다. 수많은 배달국 군사들의 물결은, 꾸불텅한 길을 따라, 거대한 용처럼 꿈틀거렸다. 치우천왕의 초상화와 '蚩尤'(치우)라 쓴 깃발이 하늘을 향해 불쑥불쑥 솟아 나부꼈다. 그 모습은 가히 장관이었다.
 
헌원은 치우천왕이 몸소 참전했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배달국 변방에서 자신의 활동 무대인 탁록의 벌판으로 물러나 진을 쳤다. 힘을 축적하여, 보다 유리한 곳에서 적을 맞아, 전투를 치르기 위해서였다.
배달군은 헌원군이 기다리고 있는 탁록의 근처에 당도했다. 치우천왕은 미리 준비한 격문을 첩자들을 시켜 탁록성 근처에 뿌리거나 붙이게 했다.
그대, 헌원아! 동이족 삼신일체의 원리를 배반하고, 삼륜구서(三倫九誓)의 행함을 게을리 한 너는, 지금 즉시 반성을 하고, 짐의 앞에 와 무릎을 꿇을 지어다. 만약 짐의 이 명령을 거역한다면, 나뿐만이 아니라, 천지신명과 여기에 모인 배달국 군사들이 진노할 것이니라. 그대는 어찌 이 앞에서 살아남기를 바라겠는가. 그뿐만이 아니다. 너는 죽어서도, 삼신님께 그 죄를 면치 못할지니라. 네 이 어찌, 두렵지 않은가, 헌원아!”
헌원군은 탁록성을 배수진으로 하여, 배달군을 기다리고 있었다. 배달군은 헌원군에 접근해 들었다. 배달군은 적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진을 쳤다. 화살을 쏘면 거의 도달할 거리였다. 배달군의 사기는 하늘을 찌를 듯했다. 그들은 신장 치우천왕과 함께 온 거였다. 오랜 강행군이었지만, 배달군은 조금도 지친 모습이 아니었다.
 
방영주 소설가·시인 약력
 
<월간문학> 소설 당선, 소설집 <거북과 통나무> <내사랑 바우덕이> <카지노 가는 길>, 장편소설 <무따래기>(·하권) <우리들의 천국> <카론의 연가> <국화의 반란> <돌고지 연가> <대무신왕> , 한국소설가협회 중앙위원(연락처 011-227-0874, 주소: 450-760 경기도 평택시 평남로 281 삼성() 105805, 이메일: youngju-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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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천국의 별(12회) - 방영주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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